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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아린의 하루, 그리고... 넌 뭐야!
“후웅...으으음...”
커다란 침대 위에 새하얀 나신의 소녀가 기분 좋은듯한 미소를 지으며 한 사내를 꼭 끌어안고 잠들어있었다. 마치 천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하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그 소녀는 바로 어제 봉인이 해제된 카이아린이었다.
아이리엔이 갇혀있던 지하뇌옥에서 나온 그녀는 따로 자신의 방이라고 할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에 언제나 그렇듯 베라즈의 침실에서 그와 함께 수면을 취했다.
물론 한밤 중의 뜨거운 열락은 언제나 빼놓을수 없는 일과나 다름 없었다.
“아음... 후우웅...”
몇 번을 뒤척거리던 카이아린은 잠에서 깬듯 침대 위에서 부스스 일어나 졸린 눈을 부비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고,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 베라즈에게 시선이 닿은 그녀의 입가엔 슬그머니 미소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언제나 베라즈보다 늦게 일어나는 그녀였기에 오늘 처음으로 보는 그의 자는 모습에 괜한 두근거림을 느끼며 베시시 웃음을 베어물고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는 베라즈의 볼에 살며시 입맞춤을 하고는 발그레 볼을 붉히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헤헤헤. 아우우~ 오늘은 어느때보다 상쾌한 아침이구나, 핫핫핫!”
군살하나없이 미끈한 자신의 허리에 두 손을 얹고는 마치 승리한 장군 마냥 웃음을 터트리던 카이아린은 황급히 입을 막고는 뒤를 돌아 침대 위의 베라즈를 쳐다봤다.
“헤에, 아직 안일어났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베라즈가 자고 있는걸 깜빡했어.”
여전히 침대 위에서 잠을자고 있는 베라즈를 쳐다보며 다시한번 베시시 미소를 지은 카이아린은 힘껏 기지개를 폈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지만 그녀의 기분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온 몸을 가득 채우며 꿈틀거리고 있는 마력때문인듯 했다. 몇 번이고 가득 차오르는 마력의 힘에 다시 한번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은 카이아린은 주먹을 부르르 떨며 참을수 없다는듯 기분 좋은 신음을 흘렸다.
“크으으~ 역시 이 느낌이야!!”
한껏 마력의 흐름을 느끼던 카이아린은 자신의 갑자기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응? 뭐지, 이건? 후웅... 에이 몰라, 간만에 마력이 돌아와서 그런거겠지. 히힛.”
원래 느끼던 마력의 흐름과는 약간 다른 흔적이 느껴졌지만 금새 안정됐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 카이아린은 이내 생각을 지우고 방실방실 거리며 주변에 널부러져있는 자신의 속옷과 옷들을 주워들고 입기 시작했다.
“후후후.”
다른 때와 다름없다면 어젯밤의 정사로 인해 배 안 가득 찬 정액과 땀을 씻어내기 위해 목욕을 하러 갔을 카이아린이었지만 이제는 그럴필요가 없다는듯 코웃음을 터트리고는 손뼉을 가볍게 두드리며 몸을 휘감고 있는 마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린.”
순간 카이아린의 몸에서 짧게 광채가 깃들며 방금 막 잠에서 깨어 부스스하던 머리칼들이 깔끔하게 정돈되며 원래의 찰랑거리는 윤기를 되찾아 그녀의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오전을 내내 잡아먹던 아침일과를 마법으로 단 한번에 처리한 카이아린은 귀엽게도 자신의 대단함을 스스로 칭찬하며 우쭐해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할 모든 일과를 끝마친 카이아린은 중대한 고민에 빠져 충격을 받은듯 그 자리에 멈추어 서버렸다.
“우...우우... 할 일이 없어...”
그랬다, 오전내내 몸을 정돈하고 오후에는 베라즈 근처를 배회하고, 밤에는 그의 침실에서만 생활하던 카이아린에게서 오전이라는 일과가 텅 비어버린것이었다. 어차피 잠시후면 시종과 시녀들이 들어와 자신과 베라즈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줄테지만 카이아린은 자신의 봉인이 풀린 첫날을 여느때와 같이 맞이할 생각은 없는듯했다.
“흠... 좋아, 결정했다. 앞으로 내 것이 될 이 곳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경험이 될것 같군. 헤헷.”
그렇게 오늘 오전의 일정을 황궁 내부를 둘러보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카이아린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심스레 침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자신의 침실 주변에 누군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베라즈의 성격대로 문 밖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고 복도 저 끝에서야 몇 명의 시종들이 아침을 준비하는듯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카이아린은 잽싸게 침실 문을 닫고는 총총 거리는 발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는 그들을 불러세웠다.
“인간들아, 너희들 지금 뭐하는거냐.”
한참 아침일과 준비에 분주하던 시종들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조그마한 소녀가 이상한 어투로 자신들에게 하대를 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다 이내 소녀의 얼굴이 항상 황제폐하의 옆에 있던 소녀와 닮았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들 중 하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이아린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카이아린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을 알아보는 시종의 행동에 카이아린은 두 눈에 이채를 띄우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오오, 어떻게 나를 아는것이냐. 으음... 난 말해준 적이 없을텐데.”
고민하듯 검지손가락을 머리에 가져다 대고 생각을 하고있는 그녀를 보며 시종은 귀엽다는듯한 시선을 하며 입을 열었다.
“항상 황제폐하께서 찾으시고 부르시는 분을 저희가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리리안님도 알고 있습니다요. 하하하.”
“욱... 그 엘프계집 이야기는 집어치워. 그래, 너희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으니, 지금 뭐하는지나 가르쳐줘.”
카이아린의 정체에 대해 전혀 모르는 평범한 시종들이 듣기에 어린 소녀가 하는 말치고는 조금은 건방진 어투였지만 항상 황제의 밤시중을 들고, 총애를 받고있는 그녀에게 무어라 말할 시종들은 아무도 없었다. 베겟머리 송사라고 가장 무서운 일을 당할지도 몰랐으니까 말이다.
그녀의 당돌한 언행에도 미소를 잃지않은 시종은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네, 지금 저희는 황제폐하께서 잠을 깨시기 전에 식사라던지 씻을 물 같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늘 저희가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깨시던 카이아린님께서 오늘은 어쩐 일로 이토록 일찍 나오셨는지요. 하하.”
시종의 질문에 왠지모를 부끄러움을 느낀 카이아린은 그에게 고함을 빽하고 질렀다.
“흥, 나라고 맨날 잠만 자지 않는단 말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요. 하하, 그럼 오늘은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목욕 먼저 하시겠습니까?”
“아니, 오늘은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신경 안써줘도 돼. 베라즈가 일어나면 나 오전동안은 이곳저곳 돌아보고 있다고 전해줘, 그럼.”
자기 할 말만 하고 대충 손을 흔들며 시종들에게서 멀어진 카이아린은 잰 걸음으로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서 황궁 내부를 구경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그 곳의 시종들이나 시녀들은 그녀를 따듯하게 맞아주며 반겨주었다.
시종들은 베라즈의 총애를 받는 소녀이자, 너무도 귀여운 외모를 지닌 카이아린에게 꼼짝도 못하고 휘둘렸던 것이고, 시녀들은 아직은 어린 외모의 그녀가 사내를 받아들이며 매일 밤마다 황제에게 시달리는 것이 안타까워 그러는 것이었지만 그녀가 알 턱이 없었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던 카이아린은 그 넓은 황궁에서 결국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흐...흐앗, 대체 여기가 어디지...후이...”
게다가 때마침 가는데마다 보이던 시종들이나 시녀들 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는 조금 당황해 버리고 말았다. 물론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한 문제였기에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낯선곳에 혼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동안 인간의 몸에 적응해버린 그녀가 긴장하기에는 충분한 여건이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던 카이아린은 결국 작은 한숨을 폭 내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에휴, 어쩔수 없지. 이럴땐 역시 마법으로 퓨...꺄아아악!!”
마법을 사용해 다시 베라즈의 침실로 돌아갈 요량이었던 카이아린은 갑자기 어디선가 굵직한 손이 뻗어나와 자신의 어깨를 붙잡자 기겁하며 그 자리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버렸다.
“흐이이... 누...누구야!”
벌렁거리며 뛰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돌아본 카이아린의 두 눈에 들어온 사람은 새빨간 머리에 타오르는듯한 붉은 눈동자를 한 중년의 사내였다. 그 사내는 주저앉은 카이아린의 양 겨드랑이 사이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고는 그녀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주며 엉덩이를 툭툭 때리며 묻어있던 먼지를 털어내는듯이 움직였다.
“꺄...꺄악! 어딜 만지는거야! 인간 주제에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먼지를 터는듯이 움직이던 손이 갑자기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 처럼 변하자 카이아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사내의 볼에 손바닥을 날렸다.
턱.
“허허, 이거 꼬마아가씨 성질이 보통이 아니구만. 흠...호오 너, 꽤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구나. 크흠...난 베이디언 대공이라고 한다. 우리 어디서 본적이 있던가? 생각이 안나니 그건 뭐 그렇다 치고, 너는 뭐라고 하지?”
자신의 뺨으로 날아오던 카이아린의 손바닥을 한손으로 붙잡은 사내는 바로 그녀를 봉인시킨 용사들 중 하나인 검성 베이디언이었다. 그는 자신이 봉인한 카이아린의 봉인체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듯 갸웃거리며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당기며 지긋이 쳐다봤고, 카이아린은 짧은 비명과 함께 그의 품에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꺄악!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이, 인간 주제에!”
“허오, 이상한 말을 쓰는군. 말하지 않겠다는건가, 그럼 내 식대로 해석을 해도 된다는 말로 알아듣겠다. 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캥기는게 있다는것! 그렇다면 너의 죄를 묻지 않을수가 없지! 뭐 일단 저지르고 보는게 내 식이기는 하지만 말이지. 하하하. 황제의 부름 때문에 왔더니 예상치 못한 수확을 건지는 듯하구만. 으하하! 우리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물론 몸으로. 푸하하!”
호탕하게 웃던 베이디언은 품 안에 안겨있던 카이아린의 입을 틀어막고는 자신의 옆구리에 끼운채 가던 길을 마저 걷기 시작했다.
베이디언은 입을 막고 있는 손을 물어뜯으려는듯 오물거리고 있는 카이아린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듯 미소를 지었다. 베라즈의 부름으로 급하게 혼자서 비상 마법진을 이용하여 황궁에 들어왔것만 반겨주는이 하나없고, 워낙 오랜만에 와서 길도 헷갈리던 차에 이런 귀여운 여자아이를 건졌다는거에 대한 미소였다. 귀족가의 영예라면 절대 혼자 다닐 일은 없었고, 중요한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럴 탓이 없는데다가, 아무리 검과 여자밖에 모르는 눈썰미 없는 자신이라도 왠만한 귀족이나 중요인사들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고, 지금 자신의 품에 잘 챙겨진 소녀의 얼굴은 그 중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시녀나 혹은 황궁 일을 도와주러 들어온 평민일 확률이 많았기에 소녀를 마음껏 유린해도 뒤탈도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기때문이었다.
“읍읍!! 으으으으읍!!”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카이아린으로서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닐수가 없었다. 왠 이상한 덩치가 갑자기 나타나 납치하듯 자신을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었고, 마법으로 벗어나려고 해도 주문을 외울 수 있는 입을 틀어막고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여서 더욱 그럴지도 몰랐다.
그렇게 카이아린의 첫 황궁 나들이는 어이없게도 막을 내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오 그디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검성 베이디언.
앞으로 과연 그의 역활은 무엇이 될것인가!
냠... 오늘 카온 많이 이기면 한편 더 쓸지도 ㅌㅌㅌ
ps. 그리고 아이리엔의 흡혈충동은 뱀파이어나 그런것들 처럼 살기위해서 마시는게 아니라, 드레인웜에 의한 부작용으로 그렇게 되는거기에 그저 피와 흡혈이라는 두가지만 충족되면 해소되는겁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