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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준비
뇌옥에서 빠져나온 베라즈는 곧바로 황궁 안에 있던 모든 기사들을 커다란 연무장으로 불러모았다. 그의 명령을 받은 시종들이 발빠르게 움직인 덕분인지 기사들은 순식간에 연무장에 모이며 오와 열을 맞춰 대기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기사들이 모인듯하자 베라즈는 연무장에 마련되어있던 단상위로 걸어올라가 그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어느정도 모인듯하군. 영광스런 제국의 기사들이여!”
연무장에 모여있던 기사들은 베라즈의 부름과 함께 마치 한 몸이 된듯 엄청난 소리로 대답을 했다.
“예!!!”
우렁찬 그들의 대답에 흡족한 미소를 지은 베라즈는 다시 한번 그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들어라, 강인한 제국의 위대한 기사들이여! 악룡 카이아린을 물리치고, 제국이 성립된지도 적지않은 시간이 지났다! 다른 왕국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기간일지는 몰라도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대륙에서 가장 큰 영토를 지녔으며 가장 강한 기사들과 굳건한 병사들로 무장되어있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여러 왕국이 결합되었기에 아직도 섞이지 못하고, 귀족들과 원래 왕들이었던 자들은 공국을 자처하며 자신의 이권을 제국과 나누기를 거부한다. 이제 그 모든 것을 바꿀때가 왔다. 그 시작은 제국이 완전한 기틀을 잡기 전에 나를 제거하려한 카룬교국과 암살자, 대신관 아이리엔을 보낸 이르피온의 교단의 처단이다. 너희들은 모두 들어라, 지금부터 제국의 모든 공국과 귀족들에게 전달하라, 오늘부로 그 자신들의 땅에있는 모든 이르피온의 신전을 파괴하고 모든 병사들을 전쟁태세로 전환한다. 전하거라! 우리는 교국과의 전쟁을 치른다, 거부하는 귀족이나 공왕들은 그들부터 처단 받을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베라즈의 발언에 연무장의 모든 기사들은 충격을 받은듯 웅성거리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정신이 없었다. 얼핏얼핏 들리는 대부분의 의견은 말도안되는 소리, 이길수없는 전쟁 등의 내용이었다. 그들의 걱정은 당연한것이었다.
아무리 제국이 거대하다고는 하나 그것은 허울좋은 껍데기뿐이었고, 이르피온 교단을 상대한다는건 그 종교를 믿는 모든 왕국을 상대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기때문이었다.
심지어 자신들 제국에서 조차 이르피온을 믿는 자들 때문에 반란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그런 말도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자신들의 황제를 보며 기사들은 모두 경악에 찬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동요하고 있는 기사들을 보며 베라즈는 갑작스레 크게 광소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연무장을 퍼져나가며 울리자 모든 기사들은 이야기 하던것을 멈추며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모든 기사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베라즈는 웃던것을 멈추고는 연설대를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쾅!!
“너희들의 걱정은 알고있다. 그래, 미친짓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정말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너희들은 너희의 황제인 나를 믿지 못하는건가? 명령을 따라라! 이 제국을 만들어낸 나 강철왕 베라즈가 장담하지. 카룬교국과 그곳에 있는 이르피온 교단의 본단은 절대로 다른 왕국의 지원을 받지 못할것이다. 그리고 우리 제국은 엘프들의 도움을 받을것이다. 그 정도면 이 전쟁,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지 않는가, 나의 기사들이여.”
흔들림 없는 베라즈의 연설에 모든 기사들이 숨을 죽이며 조용해졌다. 확실히 황제의 말대로라면 제국이 질 전쟁은 아니었다. 아니 되려 압도적으로 승리할수도 있을법한 전력이었다. 제국 내의 모든 공국과 귀족들의 병력, 그리고 엘프들의 지원. 충분히 이기고도 남을 막대한 전력이 예상되었다. 물론 그 모든 이들이 황제의 말대로 따른다고 하는 전재하에서 였지만 말이다.
“죄송합니다, 폐하. 신 기사 아르멜, 저의 황제께 묻겠습니다. 어떻게 엘프들이 우리 제국의 전쟁에 참전을 하는것이며, 어떻게 이르피온을 믿는 왕국들이 교국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되려 엘프들은 그들의 공주인 리리안을 가둔 저희들을 적대하지 않겠습니까?”
기사들 중 궁금함을 참지못한 한 사람이 베라즈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의 질문에 베라즈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언제 하이엘프 리리안을 가두었단 말이더냐, 우리는 악룡 카이아린과의 전투 이후 대륙의 정복을 꿈꾸는 음흉한 카룬 교국에 살해 당할뻔한 리리안을 구출해내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에 대한 증언은 교국의 대신관이자 그곳의 차기 성녀로 뽑혔던 아이리엔과 하이엘프 리리안, 그녀들 스스로가 증명할것이다. 우리의 전쟁은 명분이있는 전쟁이다, 이르피온의 뜻을 거스르고 스스로 가진 힘에 도취되어 대륙의 정복을 꾀한 악덕한 무리인 그들을 우리가 벌하는 것이다. 그 누가 그들을 돕고, 그 누가 그들을 옹호하겠는가!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크하하하!”
“!!!!”
모든 기사들은 베라즈의 말에 다시한번 충격을 받은듯 멍하니 굳어버렸다.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다 못해 넘쳐흘렀다. 그것이 진실인지는 필요없었다, 명분이 있으면 전쟁을 벌일 이유는 충분했고, 그 전쟁에서 이긴다면 그것은 진실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말대로 대신관 아이리엔이... 하이엘프 리리안이... 그녀들 스스로가 증언한다면 그 누구라도 믿을 것이었다.
흔들리기 시작하는 기사들을 보며 베라즈는 쐐기를 박으려는듯 큰 소리로 외쳤다.
“나오너라!”
그의 외침과 함께 연무장 한쪽 끝에서 두 개의 인영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인영들은 하늘하늘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와 에메랄드 머리색과 어울리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었다. 쳐다보는것만으로도 정신을 잃어버릴듯한 미모를 지닌 그녀들은 바로 카이아린과 리리안 둘이었다.
그 둘을 쳐다본 모든 기사들은 깜짝 놀랐다. 아직 카이아린이 지하의 뇌옥 어딘가에 갇혀있다고 알고있는 기사들에게 카이아린은 그저 황제의 밤시중을 드는 계집아이 였지만, 그녀와 함께 나타난 리리안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의 공주 리리안, 그녀는 절대로 이런 식으로 밖을 나와서도 또 나올수도 없었기때문이었다. 세상에 자신을 가두고 괴롭힌 자들의 소굴에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것은 아무리 엘프라고 하더라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둘 중 카이아린은 베라즈의 곁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곁에 찰싹 달라붙으며 얼굴을 비벼댓고, 리리안은 고개를 숙인채 그의 옆에 다소곳이 섰다.
베라즈는 달라붙는 카이아린을 떼어 놓으며 살짝 얼굴을 붉힌채 있는 리리안을 쳐다봤다.
“엘프들의 공주, 하이엘프의 피를 이어받은 리리안이여, 그대가 겪은 일을 여기서 한번 말해주겠는가.”
그의 부름에 더욱 고개를 숙이며 무엇인가 갈등하는듯한 눈빛을 하던 리리안은 그런 자신을 보며 다가와 살며시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그의 손을 느끼며 입술을 한번 질끈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저... 리리안은... 악룡 카이아린과의 전투 이후 카룬 교국에 살해 당할뻔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수에서 저를 구출해준...... 제국을 도...돕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의... 저의 이름을 걸고... 엘프들이 제국을 돕는데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리리안의 이야기가 끝나고 모든 기사들은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들의 심장은 조금씩 쿵쾅 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을 적대해야할 저 리리안이 호의를 보이고 자신들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상 황제의 말이 진실이 될 가능성은 너무도 올라버렸다.
리리안의 말 하나에 반전된 분위기를 보며 베라즈는 씨익 웃으며 외쳤다.
“뭣들하는가! 어서 출발하지 않고! 자, 모든 공국과 귀족들에게 전쟁을 알려라! 어서!”
“예!!”
다시 한번 베라즈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든 기사들은 이번에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그에게 크게 대답을 하며 뿔뿔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아마 머지 않아 모든 공왕들과 귀족들의 귀에는 이 소식이 들어갈것이고, 모든 이들이 황궁으로 모일것이었다. 그리고 베라즈는 그렇게 모인 이들에게 방금 전에 했던 연설을 좀 더 짜임새있게, 그리고 문서화되어 그들에게 나눠주며 이야기를 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아이리엔 역시도 자신의 말을 따르는 순한 양이 되어있을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베라즈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정리하며 오늘 자신을 도와준 일등 공신인 리리안을 쳐다봤다.
리리안, 그녀는 많은 이들 앞에서 거짓말을 한 탓일까,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을 하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리리안에게 다가간 베라즈는 그녀의 턱을 잡고 두 눈에 가득 차있는 눈물을 두 손으로 닦아며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잠깐의 반항을 하던 리리안은 계속된 그의 행위에 이내 순응하며 이번에는 그녀 스스로가 더욱 그를 원하는듯 끌어앉았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에게서 떨어진 베라즈는 초록빛 머리칼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 고마웠다, 리리안.”
베라즈의 인사에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빨개진 얼굴을 한 채로 고개를 숙인 리리안은 깨알같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네, 베라즈.”
그리고 그런 둘 사이로 볼을 잔뜩 부풀린 카이아린이 돌진하며 삐진듯이 외쳤다.
“우이씨!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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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륵. 아니되옵니다, 대공폐하.”
“호호호, 저도 빠트리시면 아니됩니다.”
헐벗은 여인들의 교성과 비음섞인 목소리들이 사방을 울리며 퍼져나가고 있었고, 그런 여인들 사이에는 붉은 머리와 타오르는듯한 붉은 눈의 탄탄한 근육을 가진 반쯤 헐벗은 중년의 사내가 그녀들을 떡주무르듯이 주무르며 희롱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의 손에 붙잡힌 여인의 가슴은 그의 손에 짖눌리며 이리저리 모양새가 바뀌며 일그러지고 흐트러졌다.
붙잡힌 여인의 입에서 비음이 흘러나오며 그의 흥분을 더욱 고취시켜주고 있었다.
“흐으응, 베이디언 대공폐하, 조금만 살살 해주시어요. 소녀 아프답니다. 하으응.”
여인을 희롱하고 있는 자는 바로 다름 아닌 카이아린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덕분에 대공으로 승격하여 제국으로부터 공국을 하사받은 검성 베이디언이었다.
자신에게 붙잡힌 색기어린 여인의 비음에 베이디언 기분이 좋아진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이런 앙큼한 년 같으니라고, 크하하!”
대외적으로 근엄한 검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사실 베이디언 그는 엄청난 색골이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쓸정도로 좋아했기에 진짜 그를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떻게 검성이라 불릴정도로 검을 수련했는지 신기할따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베이디언 그는 공왕이 된 이후로 주색잡기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흥청거리며 살고 있었고, 이번에 잡힌 여인의 속곳을 벗기기 위해 슬슬 손을 내리며 연신 비음을 흘리고 있는 여인의 음부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막 그녀의 옷을 벗기려는 찰라 그의 방문이 갑작스레 열리며 한 시종이 헐러벌떡 뛰어오며 문 앞에 넙죽 엎드려 다급하게 외치는 것을 보았다.
“베이디언 대공전하! 큰일이옵니다!”
베이디언은 자신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는 시종을 보며 짜증이 난듯 거칠게 외치며 붙잡고 있던 여인을 팽개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때문이냐. 만일 시덥지 않은 것이라면, 그 길로 끝인줄 알아라.”
그의 불호령에 벌벌 떨던 시종은 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이... 이것을...”
“무엇이냐.”
시종의 손에서 종이를 낚아채 읽어가던 베이디언의 얼굴은 조금씩 딱딱해져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읽었을때 그는 자신 앞에 엎드려 있는 시종의 멱살을 붙잡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것을 전해준 기사는 어디있느냐.”
꽤나 큰 거구인 베이디언에게 멱살을 붙잡힌 시종은 공중에 데롱데롱 메달린 상태에서 숨이 막히는듯 쿨럭거리며 다급하게 외쳤다.
“켈록... 대공전... 밖에... 쿨럭... 있습니다... 으악!”
가벼운 종잇장 처럼 쥐고있던 시종을 던져버린 베이디언은 주변에 널부러져있던 자신의 옷을 주워들고 챙겨입으며 말했다.
“이쁜이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군. 제기랄. 급한 일이 생겼다.”
베이디언은 말을 마치자마자 재빠르게 방을 나가 버렸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그의 외침이 들려오며 사방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