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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전조
뿌득, 빠드득.
“그그극!! 으그그그!!!”
메이언의 단도가 아이리엔의 하얗고 매끈한 하복부를 조금씩 관통에 들어갈때마다 그녀는 지독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입에 물려있는 재갈을 부숴버릴듯이 물었고, 양 손은 어찌나 강하게 주먹을 쥐었던지 새하얗게 변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죽여줘! 죽여줘! 차라리 죽여줘!“
마취도 없이 생살을 찢어내는 세상에서 둘도 없을 고통과 공포에 아이리엔의 정신은 점점 피폐해졌고, 온 몸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키듯 펄떡이며 움직여댓다.
“우히힛, 거의 다 됐습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키키킥.”
징그럽게 웃어대는 메이언의 목소리도 더 이상 그녀의 귓가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제발 이 시간이 끝나길,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기를 그녀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하지만 그녀의 간절한 바램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메이언은 그렇게 한참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이리엔의 하복부에 단도를 이용해 새끼 손가락 두 마디쯤의 틈을 벌린 후에야 그녀에게서 단도를 떼어냈다.
아이리엔의 쩍 벌어진 상처의 틈새에서는 시뻘건 피가 울컥이며 흘러내렸고, 그녀의 재갈물린 입에서는 어찌나 강하게 물었던지 잇몸이 망가진듯 피거품을 부글거리며 눈동자를 뒤집고 있었다.
“오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입니까. 대신관님의 피도 이 처럼 아름다운 붉은 색이었군요! 키히힛. 자, 그럼 첫 번째 단계를 마무리를 해야겠지요.”
반쯤 실신해있는 아이리엔을 뒤로하고 메이언은 수레 안에서 꺼냇던 이상한 문양이 그려진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끼이익.
열어본지 상당히 오래된듯 상자에서는 쇳소리가 났고, 뚜껑이 열리며 퀘퀘한 냄새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뿜어져나오는 먼지를 휘휘 흔들어 제거한 메이언이 그 상자에서 꺼낸것은 비쩍 말라붙은 풀뿌리 같은 물체였다.
그 이상하게 생긴 물건에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베라즈는 궁금한듯 메이언을 불렀다.
“그게 뭔가 메이언?”
베라즈의 부름에 뒤돌아선 메이언은 그 징그러운 미소를 다시 한번 지으며 들고있던 물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히히히, 이것은 저희 마도의사한테는 드레인웜 혹은 불사충라고 불리고 있습죠. 이게 이렇게 풀 처럼 보여도 벌레랍니다. 이 녀석은 항상 피를 갈구하는데 만약 주변에 피가 없다면 이런식으로 자기 몸을 바싹 말려 잠이들어버리지요. 이걸 사람 몸 속에 심게되면 그 사람은 한방에 죽지 않는 이상 왠만한 상처는 그대로 나아버리지요. 그래서 저희 마도의사들이 시술하는 실험체에게는 이런걸 많이 사용합습죠. 우히힛.”
“호오, 그런 대단한거라면 왜 다들 사용하지 않는건가? 나한테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데.”
베라즈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하자 메이언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며 손사레를 쳤다.
“아이고, 말도 안되는 말씀입니다. 이건 말 그대로 실험체나 끝을 낼 상대한테만 쓰는 겁니다요, 부작용이 너무 심하거든요. 키킼. 이게 몸에 심기는 순간 탁월한 재생력이 생기지만 희한하게도 이 녀석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피를 원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 흡혈충동은 인간이 버티기 힘들만큼 강합니다. 제가 전에 한번 이 녀석을 심어놓고 피를 안주면 어떻게 되나 실험한 실험체가 있었는데 나중에 가서는 자기 몸을 물어뜯어 피를 먹더군요. 그정도로 위험한 녀석입니다. 키킥.”
그때의 생각이 나는지 키득키득 웃던 메이언은 베라즈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다시 몸을 돌려 아이리엔에게 다가갔다. 상처에서 솟아나는 피 때문에 엉덩이까지 붉게 변해가고 있는 그녀를 보며 메이언은 들고있던 드레인웜을 그 떨어진 피에 충분히 적신뒤 그녀의 상처에 위에 얹어놨다. 그러자 풀뿌리 같이 바싹 말라있던 드레인웜의 뿌리같이 생긴 촉수들이 조금씩 움직이며 그녀의 상처에 달라붙어 솟아나는 피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피를 흡수한 드레인웜은 이제 풀뿌리가 아닌 극도로 징그럽게 생긴 촉수형태의 괴생명체로 변해있었고, 아이리엔은 생살을 찢은 고통 속에서 이제 약간 정신을 차린듯 초췌해진 눈으로 자신의 배 위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느낌에 고개를 내려 배를 쳐다봤다.
“!!!! 크으브브!! 으브븝!!”
드레인웜을 보자마자 아이리엔은 그 징그럽게 생긴 모습에 본능적인 공포가 몸을 지배하며 파르르 몸을 떨며 몸부림을 쳤고, 그녀가 심하게 몸을 흔들면 흔들수록 벌어진 상처에서는 더욱 심하게 피가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드레인웜은 이제 완전히 부활한듯 하늘거리는 촉수를 그녀의 피가 솟아나고 있는 상처부위에 하나씩 하나씩 꽂아넣고는 그 안으로 파고들어가려는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가 자신의 배 안으로 들어오려는것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체 생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아이리엔은 극도의 공포와 혐오감에 몸을 튕기듯 움직였지만 무의미한 몸부림이었던지 드레인웜은 천천히 그녀의 상처 안으로 몸을 들이밀어넣고 있었다.
지독하리만치 괴이한 느낌에 아이리엔의 발가락과 손가락이 안으로 말려들며 그 기분을 참으려는듯 덜덜 떨어댔고, 그녀의 새하얀 목에는 새파란 핏줄이 솟아오르며 신음이 터져나왔다.
쪼르르륵.
아이리엔의 비명과도 같은 신음소리와 함께 그녀의 음부에서부터 시작된 물소리가 뇌옥 안에 울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크하하하! 이거 이르피온의 대신관이라는 자네가 이런 실수를 할줄이야! 크하하!”
미칠듯한 공포와 혐오감에 실금을 해버린 아이리엔을 보며 베라즈는 박장대소를 하며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녀에게는 지금 실금이 부끄럽다거나 그의 웃음이 증오스럽다는 생각따위는 들지 않았다.
‘떼어내줘! 제발! 살려줘! 아니, 죽여줘!’
아이리엔의 머릿속에는 몇가지 단편적인 생각들만이 떠오르며 더 이상 반항은 커녕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변해버렸다. 그녀가 점점 공포와 절망이라는 단어에 미쳐가고 있을때쯤 드레인웜은 마지막 촉수하나까지 그녀의 상처 안으로 집어넣고는 그 안으로 쏙 하고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벌어져 피가 솟아나던 아이리엔의 상처는 믿을수 없게도 눈으로 보일정도로 아물어가며 잠깐의 시간이 지니자 상처하나 없이 완전히 치유되어 버렸다.
“그으으... 크으으...”
“우히힛, 기분은 어떠신지요. 신관님. 키히힛.”
지친듯 숨을 몰아쉬는 아이리엔의 재갈을 풀어준 메이언은 그녀에게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이리엔은 초점이 맞지않는 눈으로 그의 뒤에있는 베라즈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쿨럭...제발, 그만... 차라리 죽여줘요... 흐으윽... 더 이상 절 치욕스럽게 하지마세요. 아니 제발 그만해주기만 한다면, 원하는건 전부 말해드릴게요.”
터져나간 잇몸도 치료가된듯 더 이상 입주변에 피거품도 생기지 않을정도로 회복되어있는 그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베라즈는 천천히 다가가 미소지으며 메이언이 상처냈던 그녀의 하복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히이이익!”
아이리엔은 그의 손길이 자신의 몸에 닿을때마다 공포를 느끼는듯 몸을 움찔움찔 떨어댓다.
“신기하군, 그 큰 상처가 이렇게 완벽하게 낫다니. 그건 그렇고 벌써부터 그렇게 나오면 안되지 않나, 대신관. 내가 말했잖은가, 절대로 빨리 무너져서는 안된다고. 조금 더 반항하고 밀쳐내야지, 그래야 재미있지않은가! 크큭.”
섬뜩하게만 들리는 베라즈의 웃음소리에 아이리엔은 절망적인 눈빛이 되어 필사적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미 그녀는 대신관으로서의 긍지도 이르피온의 성직자로서도 아닌 그저 가련한 여인이 되어있을뿐이었다.
“그만! 제발... 뭐든지 할테니 제발... 너무 힘들어요. 워, 원하는것은 뭐든지 말해드릴게요! 제발!”
생전 처음 겪는 지독한 고통과 절망적인 공포에 아이리엔은 점점 망가지고 있었다.
“호오, 그래? 좋다, 난 그렇게 많은걸 바라지는 않지. 딱 세가지만 들어준다면 자네를 자유롭게 풀어주겠네.”
한줄기 희망의 가닥과도 같은 베라즈의 말에 그녀의 얼굴에는 약간의 화색이 돌며 다급하게 되물었다.
“뭐, 뭔가요. 그 세가지라는것이...”
여전히 떨리는 눈빛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빙그레 웃은 베라즈는 손을 뻗어 자신의 손길에 움찔 놀라고 있는 아이리엔의 은발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뭐 큰 것은 아니라네. 아까 말했다시피, 자네가 알고 있는 이르피온 교단과 카룬 교국의 약점. 그리고 봉인된 블랙드래곤 카이아린의 봉인해제, 마지막으로 나에대한 완벽한 복종. 어떤가, 간단하지. 크하하하!”
말도 안되는 베라즈의 이야기에 아이리엔은 사색이되어 외쳤다.
“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까! 드래곤의 봉인해제라니요! 게다가... 저, 저의 복종이라니... 저... 저는 할수 없습니다...”
“그런가 별수 없군 그렇다면.”
그녀의 대답을 예상이라도 한듯 별 다른 반응없이 어깨를 한번 으쓱 거린 베라즈는 고개를 돌려 메이언을 바라봤다.
“그녀에게 다음 단계를 한번 보여주게나 메이언.”
그의 부름과 함께 메이언은 아이리엔의 피가 묻어있던 단도를 그 긴 혀를 내밀어 슥 핥고는 역겨운 웃음을 터트렸다.
“키키킥, 걱정마십시오, 폐하. 아까보다는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것입니다.”
메이언은 베라즈에게 대답을하며 수레에서 갖가지 기이한 도구들을 꺼내 아이리엔의 앞에 펼쳐놓기 시작했다. 보기만해도 소름끼칠 정도의 모양새를 지닌 그 도구들이 그녀의 앞에 하나하나 깔려 나갈때마다 아이리엔의 두 눈동자에는 뿌연 습막이 차오르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보기만해도 울음이 터질것만 같은 기분을 겨우겨우 참아내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에 재갈이 물리며 메이언의 비릿한 웃음이 그녀를 향했고, 다시금 공포에 떨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빙그레 웃은 베라즈는 천천히 몸을 돌려 뇌옥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잠시 뒤에 보도록하지, 대신관. 크크큭.”
베라즈가 뇌옥을 나가고 난뒤 다시금 철문이 닫히며 굉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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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늘 집에 가서 한편 더 적어야짐...
아... 회사에서 털렸더니 급 기분이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