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 조교 연대기-32화 (32/107)

0032 / 0107 ----------------------------------------------

붙잡힌 아이리엔

대신전의 건립을 위하여 교국으로부터 넘어온 100여명의 신관들이 도륙당하며 울부짖는 소리는 그 무엇보다도 잔혹하며 처절했다. 자신이 가진 신성력을 동원하여 반항하는 신관들도 더러 있었지만 사람에게 해를 끼칠 정도로 강력한 신성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신관급은 되어야 했기에 의미 없는 반항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대신관인 아이리엔은 자신 때문에 눈앞에서 도륙당하고 참살당하는 신관들을 보며 멍하니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아아악!!!”

또 한명의 신관이 그녀의 눈 앞에서 살해당하며 붉은 피를 한움큼 그 앞에 쏟아내며 바스러져갔다. 자신의 눈앞에 쓰러져있는 신관을 보며 덜덜 몸을 떨던 아이리엔은 고개를 돌려 피를 토하는 듯 베라즈를 향해 악을 질렀다.

“그만! 그마아안! 제발 그만해요! 다, 당신이 원하는게 대체 뭔가요! 무엇 때문에 우리에게 이렇게 하는건가요! 왜! 왜!”

흘러내리는 눈물에 머리카락이 엉키고 엉망이 된 얼굴로 외치는 아이리엔을 보며 베라즈는 잔인하게 웃었다.

“크큭, 몇 번이나 말을 해주는가. 반역도들의 처벌! 그것뿐이다. 크하하!”

지독하리만치 간단명료하며 잔혹한 그의 대답에 부르르 몸을 떤 아이리엔은 묶여있는 몸을 질질 끌어 그의 발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제발 그들을 살려주세요. 제가 뭐든지 시키는대로 할테니 제발요, 제발... 흐으윽...”

자신의 발 밑에서 울며 몸부림 치는 아이리엔을 보며 베라즈는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모든 기사들은 집행을 멈추어라!”

신전에 그의 외침이 울려퍼지고 처절하게 울부짖던 신관들의 비명도 잦아들었다. 기사들의 움직임이 멈춘 시점에 100여명이 훌쩍 넘어서던 신관들의 수는 이제 삼십여명만이 남아 지독한 공포와 절망에 몸을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베라즈는 남아있던 신관들과 아이리엔을 훑어보며 그들과 그녀의 사이에 걸어가 말했다.

“대신관 아이리엔, 이들을 살리고 싶은가?”

갑작스레 이러는 그의 의도가 궁금했지만 아이리엔은 더 이상 생각할겨를이 없었다.

“네, 제발 더 이상 무의미한 살육은 그만둬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좋다, 살려주지.”

순순히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베라즈를 보며 아이리엔의 얼굴은 화색이 조금씩 돌며 밝아졌지만 이내 이어지는 그의 말에 절망적으로 바뀌어버렸다.

“다만! 몇가지 조건이 있지.”

“그, 그게 뭔가요. 대체...”

왠지모를 불길함에 떨려오는 아이리엔의 목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음을 터트린 베라즈는 기사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명령을 내렸다.

“그래! 살려주도록 하마, 들어라! 여신관들은 모조리 병사들의 매음굴로 끌고가고, 남신관들은 이곳에 대기 시켜라, 남신관들의 생사는 따로 결정하겠다!”

“예, 폐하!”

믿을수 없는 그의 명령에 살아남은 모든 신관들과 아이리엔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기사들이 여신관들을 붙잡으며 끌고 가기 시작하자 신전은 다시금 비명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머리채가 붙잡히고 옷가지가 찢어지도록 끌려가는 여신관들을 보며 아이리엔 다시금 베라즈에게 다가가며 그를 향해 울부짖었다.

“사, 살려주신다고 하셨잖습니까! 이러는게! 이토록 잔혹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목이 갈라지도록 외치는 아이리엔에게 다가간 베라즈는 자리에 앉아 그녀의 턱을 붙잡으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자네 말대로 살려주었지 않은가. 저 여신관들은 이제 이곳에서 죽지는 않을거라네, 물론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하겠지만 말이지. 크크큭. 그리고 자네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일이 있다네, 여신관들은 살아났지만 아직 저기 남아있는 나머지 신관들은 죽을수도 있는 목숨이란 말이지. 저들도 살려야하지 않겠나. 크하하.”

잡고 있던 아이리엔의 턱을 팽개친 베라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아 있는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남아 있는 모든 신관들의 팔을 묶고 나머지 기사들은 전부 신전 밖에서 대기하며 나의 명령을 기다려라!”

기사들은 그의 명령에 조금 의아해 하긴 했지만 이내 따르며 살아남은 칠팔명 정도 되는 신관들의 두 팔을 묶고 그에게 인사를 하고는 신전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신전에는 베라즈와 아이리엔, 그리고 나머지 신관들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베라즈는 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것인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신관들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을 걸었다.

“너무 무섭게 생각하지 말게나, 여기 이 대신관 아이리엔만 잘해준다면 자네들은 살아남을수 있다네. 크크큭. 재미있는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크하하! 크크큭, 크하하하!”

정말로 즐거운 듯 배를 부여잡고 웃어제치던 베라즈는 갑자기 그 광기와도 같은 웃음을 멈추고는 아이리엔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의를 찢어버렸다.

촤악!

“꺄아악!”

하얀색 신관복의 상의가 그의 손에 찢어져 나가며 아이리엔의 가슴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조금은 헐렁하게 만들어져있는 신관복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그녀의 가슴은 왠만한 여인들보다 풍만하고 탐스러웠다.

“호오, 신관치고는 너무도 음란한 가슴아닌가.”

비꼬는듯한 베라즈의 감탄에 아이리엔은 새빨갛게 변한 얼굴을 돌리며 몸을 가리기 위해 안간힘을 썻지만 온 몸이 묶여있는 상태에서 그녀의 몸부림은 튀어나온 가슴을 더욱 흔들리게 하며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할 정도로 외설스러웠다.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베라즈는 살며시 핑크빛 유두를 꼬집었다.

“히아악!”

짜릿한 격통이 몸을 관통하자 아이리엔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감도 또한 나쁘지 않군. 신의 축복을 그대로 받은 육체군. 크크큭. 이거 미안하구만 나만 즐겨서.”

그녀의 가슴을 한껏 희롱하던 베라즈가 남아있던 신관들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들은 황급히 눈을 질끈 감으며 얼굴을 돌렸다. 그런 그들을 보며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린 베라즈는 허리를 펴고 일어나며 그들을 향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내라는게 다 그렇지, 신을 섬기던 섬기지 않던, 다 똑같은 것 아닌가. 방금까지 자신의 옆에서 동료가 죽어나가도 탐스러운 계집의 젖가슴을 보면 불끈하는게 남자지. 크큭, 그런 의미에서 자네들은 너무도 적당해. 크하하!”

고개를 돌리고있는 신관들을 쳐다보며 한껏 웃던 베라즈는 아이리엔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그들의 앞으로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아아악! 아, 아파요! 아악!”

아이리엔의 비명소리에 신관들이 눈을 뜨며 베라즈를 쳐다봤다.

“무, 무슨 짓입니까. 대신관님을 그런 식으로 대하지 마십시오!”

“아이리엔님은 그런식으로 물건같이 취급 받으실 분이 아닙니다!”

목에 핏발이 설 정도로 열변을 토하는 신관들을 보며 그들의 앞에 부여쥐고 있던 아이리엔을 내팽게친 베라즈는 그들의 앞에 다가서며 말했다.

“이 대신관이라는 것 때문에 너희들이 지금 이 지경이 됐는데도 지금 그런 말이 잘도 나오는구나. 흐음... 아니지, 아니야. 그래, 너희들의 입장에서라면 그렇게 해야겠지, 이제부터 너희들의 모든 생사는 이 대신관 아이리엔이 결정할거니까 말이야.”

베라즈는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혼자서 웃으며 쓰러져있는 아이리엔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아이리엔의 귀에대고 살며시 속삭였다.

“자, 대신관 아이리엔. 지금부터 나와 재미있는 게임을 한번 해보자고, 자네의 자존심과 신관들의 목숨을 건 재미있는 게임이지. 과연 자네가 자존심을 지킬지 아니면 신관들의 목숨을 지킬지 궁금하구만. 크크큭.”

섬뜩하게 들려오는 그의 웃음소리에 아이리엔은 몸서리를 치며 떨었고, 그런 그녀의 떨림을 한껏 즐기던 베라즈는 뒤를 돌아 신관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차회 예고]

신관들을 쳐다보며 외친 베라즈의 말은 한마디였다.

"시작하라! 지크소우!"

그의 외침과 함께 신전 안쪽의 문이 벌컥 열리며 세발자전거를 탄 이상하게 생긴 인형이 끼릭끼릭 거리며 그들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인형의 입이 스르륵 열리며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헬로우~ 아이리엔~"

"?!"

기계적인 음과 허스키안 목소리가 섞인듯한 그 공포스러운 음성에 아이리엔과 신관들은 몸을 떨었고, 인형은 다시 한번더 입을 열며 말을 했다.

"준비해주시게 황제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인형의 웃음이 계속되는 동안 베라즈가 어디선가 가져온듯한 이상한 기계장치를 그들의 목에 씌웠고, 모두에게 다 씌웠을때 쯤에야 인형의 웃음소리가 멈추며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 끝난듯하군. 그럼 게임을 시작하지. 모두 살아남길 바란다네."

인형의 목소리를 끝으로 신전의 천장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신관들과 아이리엔은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이르피온의 신전에서는 잔혹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과연 앞으로 그들은 살아남을수 있을것인가! 지크소우의 게임에서 이겨내고 탈출을 할것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