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 / 0107 ----------------------------------------------
리리안과 카이아린
텔레포트로 황궁으로 들어온 베라즈는 도착하자마자 알몸의 리리안의 머리채를 부여잡은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 얼어있는 시종들을 둘러보며 으르릉거리듯이 외쳤다.
“뭣들하고 있나! 너희들의 일을 어서 못하겠는가!”
그의 호통에 그제야 시종들과 시녀들이 깜짝 놀라며 허겁지겁 그와 리리안에게 달려들어 옷을 갈아입히기 시작했다. 베라즈의 분노 서린 외침에 당황한 그들이었지만 꽤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둘에게 붙어나갔다.
시종들과 시녀들이 베라즈와 리리안의 옷을 다 입혀갈때쯤 저 멀리서 베라즈를 부르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복도의 한쪽 끝에서 조그마한 인영이 달려왔다.
“베라즈~”
이번에도 역시 하늘거리는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오는 존재는 바로 카이아린이었다. 그의 복귀를 알아채고 허겁지겁 달려온 그녀는 그의 앞에 도착하고는 작은 어깨를 들썩 거리면서 숨을 골랐다.
“후우, 헤헤헤. 베르즈 왔...?! 응? 저건...”
기분 좋은 표정으로 그에게 안겨들려고 하던 카이아린은 베라즈의 옆에 서있는 초록빛 머리칼에 에메랄드 눈동자를 지닌 리리안을 보며 화를내며 외쳤다.
“그 엘프다! 이익! 이 더러운 엘프계집!”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드는 카이아린을 보며 깜짝 놀란 리리안은 그녀를 피하며 카이아린의 얼굴을 살폈다. 잠시 그녀를 살펴보던 리리안, 그녀 역시도 카이아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베라즈를 보며 말했다.
“베라즈, 이 소녀는... 봉인된 드래곤? 카이아린 이잖아요!”
리리안의 놀란듯한 외침에 카이아린은 팔짱을 끼고는 콧방귀를 뀌듯 말했다.
“흥, 그래, 나는 블랙드래곤 일족의 카이아린이다. 더러운 엘프 네 년과 다른 지저분한 녀석들 때문에 이렇게 봉인당했지. 하지만 뭐 덕분에 베라즈를 만나서 고맙게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기분 더러운건 어쩔수 없지! 반드시 그 대가는 치루게 해주겠어!”
말을 끝마치자 다시금 달려드는 카이아린을 보며 리리안은 능숙하게 그녀를 피해냈다. 마력과 정령력만이 봉인되어 있을뿐이지 엘프 육체의 민첩함 자체는 봉인되지 않았기에 인간 소녀의 몸과 똑같은 카이아린의 움직임은 리리안에게 가벼운 몸놀림 정도로 피할수있을 정도였다.
몇 번이나 리리안을 붙잡으려고 덤볐지만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자 카이아린은 화가난듯 악을쓰며 외쳤다.
“이 치사한 엘프계집아! 너따윈 내가 봉인만 풀렸어도 한입거리도 안되는데!”
“그만해라, 카이아린.”
리리안과 카이아린 둘의 행동을 계속해서 지켜보던 베라즈가 천천히 입을 열고는 카이아린을 불렀다. 그의 부름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울먹이며 외쳤다.
“하지만! 하지만!”
“그만하라고 했다!”
강하게 외치는 그를 보며 카이아린은 고개를 푹 숙였다.
“후이이잉, 베라즈! 베라즈으~”
리리안에게 고개를 돌려 잠깐 으르렁 거리던 카이아린은 그대로 울먹이며 베라즈의 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얼굴을 비비적 거리며 물기젖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베라즈, 나 봉인 풀어주면 안돼요? 응? 저런 엘프 계집한테도 지는건 싫단 말이에요! 후에엥...”
그녀의 투정섞인 외침에 베라즈는 천천히 손을 들어 카이아린의 머리를 슥슥 문지르며 말했다.
“알겠다, 카이아린. 너의 봉인을 풀어주도록 하지. 그리고 리리안 너도 그 목걸이를 해제해 주도록 하겠다.”
베라즈의 말이 끝나고 카이아린과 리리안은 전혀 상반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후에엥... 그렇죠. 역시 봉인 해제는 안되는거죠. 그래도 나 베라즈만 있...응? 에에? 정말요!!”
“아니, 베라즈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드래곤의 봉인을 풀어주겠다니요! 그녀를 잡기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을 했는데 그게 지금 할말인가요!!”
카이아린은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이 돼서야 그의 말을 깨달은듯 깜짝 놀라며 말했고, 리리안은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이냐라는 표정으로 그를 향해 외쳤다.
카이아린은 이 기쁜 소식에 초를 치고있는 리리안을 보며 한쪽 손가락으로 눈 아래를 밑으로 내리며 조그마한 혀를 빼꼼 내밀고는 그녀를 향해 날름 거렸다.
“베에~ 베라즈는 내편이거든! 헤헤헷, 엘프따위는 흥이다!”
리리안을 놀리던 카이아린은 다시 한번 안겨있던 베라즈의 품으로 파고 들어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리안은 다리를 움직여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베라즈의 앞에 도착한 그녀는 양손을 허리에 척하고 걸치며 그에게 설교하듯 말했다.
“베라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봉인을 해제하겠다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말하는거에요? 그녀는 용이라구요, 용!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 어떻게 될건지 상상은 해본거에요? 아니 그전에 신관 아이리엔이 해줄거라고 생각하는건가요?”
그녀의 톡톡 쏘는듯한 말투에 조금 인상을 찌푸린 베라즈는 한손을 들어 리리안의 턱을 부여잡았다.
“으윽!”
“내가 행동하는데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하는건가. 크큭, 지금까지는 참아왔지만 더 이상은 봐주지 않겠다. 이제부터는 그 입 조심해서 놀리는것이 좋을것이다, 리리안.”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턱을 힘껏 쳐내버리자 리리안은 짧은 비명과 함께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그러 그녀의 가슴팍을 발로 힘껏 내리밟은 베라즈는 고통스러워하는 리리안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리리안, 넌 아직까지 내 것이라는 자각이 덜 된것 같군. 카이아린!”
“어? 아. 네! 베라즈.”
그의 옆에서 멍하니 리리안을 지켜보고 있던 카이아린은 갑작스런 부름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한쪽 팔을 붙잡으며 베시시 웃기 시작했다.
“왜 불렀나요? 베라즈.”
자신의 팔에 메달려 귀엽게 웃고있는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은 그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 엘프를 거울의 방에 데리고 가서 니가 하고싶은데로 해라. 그리고 나에 대한 복종심을 키워놓도록해라.”
카이아린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함지박한 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비벼댓다.
“꺄아! 정말요! 나 잘할게요! 히힛, 이 엘프 계집한테 자기가 얼마나 천박한 존재인지를 드래곤인 내가 잘 알려줄거에요! 냐핫.”
귀엽지만 그 속마음은 무서울정도로 잔인한 미소를 지은 카이아린은 신이난듯 그의 옆에서 재잘거렸다. 그녀의 대답이 흡족했던지 베라즈는 밟고있던 리리안의 가슴에서 발을 떼어내고는 그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다, 리리안. 너는 지금부터 카이아린을 따라가 그녀의 말을 들어라!”
그가 명령을 내림과 함께 머릿속을 무엇인가 헤집는 느낌이 들며 리리안은 그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해도 차마 입밖으로 그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무엇인가 자신을 조종하는듯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알겠어요. 그녀의 말을 따를게요...”
리리안의 대답이 끝나자, 방금 막 장난감을 산 아이 처럼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두근두근 거리고 있는 카이아린이 베라즈에게 조르듯 물었다.
“헤헤헷, 베라즈. 저 지금부터 가도돼요?”
“알았다. 나는 너와 리리안의 봉인을 풀기 위해 해야할 일이 있으니 카이아린, 니가 알아서 하도록 해라.”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카이아린은 곧바로 리리안의 목에걸려있는 봉인의 밴드를 움켜쥐고 마치 애완동물인양 그녀를 베라즈의 침소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리리안은 그런 카이아린에게 반항을 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마음이 생겨났다가도 금새 사라져버리는통에 그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리리안과 카이아린이 사라지고 나자 베라즈는 동굴에서 돌아온 방 안에서 나와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 시종들과 시녀들이 늘어서기 시작하자 베라즈는 자신의 옆에 있는 한 시종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너는 가서 황궁마법사 레이린의 마탑에 연락을 넣어 이리오도록해라. 그리고 대신관 아이리엔에게는 지금 바로 대전으로 들라 일러라.”
“예.”
베라즈에게 대답을 마친 시종은 곧바로 그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달리고 있는 시종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베라즈는 다시금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녀들과 만날 대전으로 이동했다.
------------------------------------------------
은빛의 아름다운 머릿칼과 투명하리만치 흰 피부를 가진 어깨를 살짝 내비치는 하얀 옷을 입은 아이리엔은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왕좌에 앉아있는 베라즈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고는 그의 앞에 살며시 앉아있었다.
베라즈는 그런 그녀를 보며 한쪽 손으로 턱을 기대고 무미건조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 황궁신관 아이리엔.”
“예, 폐하.”
“저번에 승인했던 대신전의 건립에대해 한번 보고를 받고 싶어서 연락했네만,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가?”
그의 질문에 아이리엔은 고개를 들고 그녀의 분홍빛 눈망울이 살짝 가려질 정도로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황제폐하께서 이토록 신경써주시는덕에 건립공사는 무난하게 준비되고 있습니다. 참, 그리고...”
무엇인가 더 할말이 있는듯 뒷말을 흐리는 아이리엔을 보며 베라즈는 괴고있던 손을 풀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호오, 그리고 또? 뭔가 더 할말이 있는가?”
이번에도 역시 속을 알수없는 눈웃음을 유지한채 아이리엔은 그에게 하려던 말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소녀가 폐하를 찾아뵈려고 했었지요.”
“이유가 무엇인가.”
“요즘 황궁에 폐하의 침소를 들락날락 거린다는 한 소녀이야기 이옵니다만...”
아무래도 카이아린을 말하는듯한 그녀의 말에 베라즈는 한쪽 입꼬리를 슥 올렸다.
“계속 말해보거라. 그래 그 소녀가 왜.”
“그 소녀는 얼마전 봉인한 드래곤 아니옵니까? 그런 자가 어찌 폐하의 침소로 들어가는지요. 원래라면 그녀는 어딘가에 버려지거나 뇌옥에 갇혀 평생을 보내야 하는것 아니었습니까? 저희 카룬 교국과 다른 영웅들과의 약속은 그랬던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조금은 흥분한듯 목소리가 높아지는 아이리엔의 말에 베라즈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크하하, 네가 지금 나에게 언성을 높이는것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저의 의견을 조금 더 피력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일뿐입니다. 오해드릴 소지가 있었다면 송구하옵니다.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굽어살피시어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러나 제가 물어본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폐하. 그리고 이 참에 한가지 더 묻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탈주했던 엘프족의 영웅, 리리안이 다시 잡혀와 그 드래곤과 함께 폐하의 침실로 향했다던데 그것 또한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아이리엔의 말이 계속되면 될수록 베라즈의 얼굴에는 불쾌하다는 감정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호오! 네가 지금 내 주변에 간자를 심어둔 것이렸다. 모든 정보가 너에게 빠르게 전해지고 있는것 같구나. 크크큭, 카룬 교국의 짓이냐?”
“지금 문제의 논점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이토록 빨리 알게된건 시종들과 제가 친해서 조금 더 빨리 알수있었던것일 뿐입니다. 이 좁은 황궁에 비밀이란 없지요. 어서 그 둘이 왜! 전하의 침소에 들어가는지부터 말씀해주시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톡 쏘는듯한 외침으로 변해있는 아이리엔의 목소리에 분노한 베라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주먹을 쥐며 아이리엔을 향해 들어올리고는 부르르 떨다가 힘을 풀고는 천천히 내리고는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크큭, 크하하하! 크하하하핫!”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이리엔의 분홍빛 눈동자를 지켜보던 베라즈는 앉아있는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렇게 궁금하다면 말해주지. 왜 그녀들이 나의 침소를 왔다갔다 하는지를. 크큭.”
============================ 작품 후기 ============================
자 과연 베라즈는 아이리엔에게 모든 진실을 말할것인가!
다음 히로인은 누가 될거쉰가!
그리고 카이아린에게 끌려간 리리안은 어케 될거신가!
[차회 예고]
카이아린에게 끌려간 리리안은 치욕스러웠다. 마치 개 처럼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벤드를 잡고 끌고가고 있는 그녀를 보며 리리안은 강하게 다리에 힘을주며 버텼다.
그러자 카이아린이 짜증을 내며 그녀의 벤드를 당겼다.
"야 빨리 안와!"
뚝.
".....?"
"?!"
끊어져버렸다. 그 무슨 짓을 하던지 풀리지 않던 목걸이가 고작 카이아린이 당긴것만으로 끊어져버렸다.
[][][][][][][]
"엥? 끊어져버렸네."
리리안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있던 카이아린은 그대로 리리안에게 다시 다가갔지만 마력과 정령력이 해제된 리리안은 또다시 어디선가 소환된 껌을 짝짝 씹기 시작했다.
"아오, 끝났네 끝났어. 길고도 길었다."
"무슨 소리야!"
짜증내는듯한 카이아린의 목소리에 리리안은 비릿하게 웃었다.
"키킥, 봉인된 용주제에! 불꽃 싸닥션!"
이번에는 마력의 힘을 불어넣은 강렬한 싸다구가 카이아린의 뺨에 작렬하고 그대로 그녀는 360도 회전을 하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한방에 기절해버린 카이아린을 보며 껌을 한번 더 씹은 리리안은 그대로 주먹을 풀며 외쳤다.
"아오~ 빡쳐. 니들은 이제 다 죽었어!"
[][][][][][][]
이라는 상황을 상상한 리리안이었지만 그녀의 목걸이가 끊어져도 이미 베라즈가 명령한 카이아린의 말을 따르라는것때문에 종속의 고리가 작동하며 끌려갔다.
"안따라오냐! 야! 야!"
재촉하는 카이아린의 말에 리리안은 울쌍이 되며 외쳤다.
"후이이잉! 나 다시 돌아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