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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17화 (1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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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모르는 음모

한 테이블 위에 거대한 지도를 꺼내놓고 한참을 이야기하던 베라즈는 허리를 일으키며 레이린에게 물었다.

“어때 가능하겠는가.”

“흐응... 폐하께서 원하시는건 잘 알았습니다. 뭐 그 잠깐 사이에 이런 계획을 세우시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군요. 여자로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계획입니다만...”

말 끝을 흐리는 레이린을 보며 베라즈는 천천히 턱을 쓰다듬었다.

“다만?”

무엇인가를 더 원하는듯한 그의 표정을 보며 레이린은 야릇한 미소를 던졌다.

“마법사로서나, 사업가로서는 아주 흥미로운 제안임에는 틀림이 없군요. 제가 폐하께서 원하는대로 해주시면 무엇을 저희에게 주실수가 있으련지요.”

“후후후, 역시 레이린 그대답군. 이번 일만 제대로 성사된다면 제국 세금의 일퍼센트를 마탑에 주지. 물론 그 돈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섭도 하지 않는다는것도 맹세하지.”

획기적인 그의 제안에 그녀의 표정은 조금 들뜬듯한 모습이 되었다. 한 나라의 세금, 일퍼센트, 그것도 일반적인 왕국이 아닌 제국의 세금 일퍼센트.

이것은 아무리 지금 제국 자체의 상황이 좋지않더라도 충분히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맹렬하게 돌아가는듯 약간은 새빨갛게 흥분한 레이린이 조금 떨리는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제, 제국 세금의 일퍼센트 말입니까? 호오! 무엇이든 하명하시지요. 폐하! 호호호! 지금부터 이 레이린, 폐하의 원대한 계획이 성공할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돕도록 하지요.”

탐욕으로 일렁거리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베라즈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후후후, 역시 빨라서 좋군. 자,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자네가 한번에 이동가능한 병력이 얼마정도나 되지?”

레이린은 잠시 계산 하는듯 턱을 괴고 이리저리 책상 위에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했다.

“아마, 마법진을 쓰면 일개병단 정도는 가능할테고 주문만으로는 한 20기정도 한번에 이동할수있겠습니다.”

“흐음. 좋네, 그럼 내가 기마병 십여기를 준비할테니 이동 준비를 해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호호홋!”

벌써부터 눈 앞에 황금이 보이는지 즐겁게 웃는 레이린을 보며 베라즈는 조금 얼굴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따라붙는 시종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여봐라! 당장 근위기사단을 집합시켜라! 시간이 없다! 어서!”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 있던 시종들이 흩어지며 각각 다른 길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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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황궁의 앞에는 십여기의 굳은 얼굴을 한 근위기마병들이 모여 베라즈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도 뚫린 귀가 있는지라 현재 자신들이 추격을 하러 갈 인물이 어느정도 중요한 인물인지를 알고있었기에 그런 얼굴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근위기마병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지금이라도 추격을 해야지. 폐하께서는 여기에 우릴 모아서 어쩌겠다는거지.’

‘젠장, 어서 빨리 따라가 잡아와야지 왜 여기서 이러고 계시는겁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참지못한 그들중 한명이 입을 열어 자신들 앞에 있는 베라즈에게 말을 걸었다.

“폐하, 저희가 알고있기로는 지금 한시가 급한줄 알고있사옵니다. 속히 하명하시어 지금이라도 추격을 하시는 편이...”

그에게 말을하던 기사는 자신이 하던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입을 닫고 말았다.

베라즈가 그가 말하고 있는 사이 손을 번쩍들며 제지했기에 그 근위기사는 황급히 몸을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 근위기사의 얼굴을 잠시 지켜보던 베라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하겠지. 답변을 해주마,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것 때문에 이곳에 모인것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황궁마법사 레이린의 마법으로 탈주범을 잡으로 갈것이다. 대답이 되었나.”

황궁마법사 레이린, 그 단어 하나만으로 근위기사들은 전부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모든 것을 이해한듯 부복하며 하나되어 외쳤다.

“네, 감사합니다. 명을 기다리옵니다!”

자신 앞의 모든 근위기사가 무릎을 꿇자 베라즈는 다시 한번 손을 펼치며 말했다.

“자, 지금부터 너희들이 해야할 일을 하명하겠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레이린의 마법으로 탈주범이 있는곳으로 갈것이다. 현재 탈주범인 엘프 리리안은 라만 숲을 지나고 있다. 그곳으로 이동해서 너희가 할 일은 그 탈주범을 잡는 일이 아닌 베른 협곡으로 몰아가는것이다. 근위기사인 너희들이라면 황궁 주변 지리정도는 훤히 알고 있을거라고 믿는다. 질문은 있는가!”

왜 탈주한 자를 잡지않고 몰아가라는지 약간은 이해가 되지 않는 기사들이었지만 이미 왠만한 궁금증은 해소 되었기에 더 이상 묻지않고 다같이 하나가 되어 외쳤다.

“없습니다.”

우렁차게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흡족하게 웃은 베라즈는 뒤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레이린! 준비는 다 되었는가!”

“호호홋, 너무 크게 말씀 안하셔도 됩니다. 저야 언제나 준비 상태지요, 폐하. 호호.”

어느사이엔가 그의 옆에 나타난 레이린은 작게 웃으며 베라즈를 쳐다봤다.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조금 놀란 베라즈였지만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근위기사들을 향해 다시금 몸을 돌렸다.

“모두 말에 탑승하고 이동을 준비해라.”

“예!”

그의 말과함께 기사들은 하나둘씩 말 위에 앉으며 이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기사들이 말위로 올라타자 베라즈 자신도 말에 앉은뒤 레이린을 쳐다봤다.

“레이린, 이동을 시작해라.”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명령이 떨어지게 무섭게 레이린은 주문은 영창하며 주변의 마나를 모아 마법을 실현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마나가 모였을때 그녀의 눈이 잠시 파랗게 빛나더니 마법이 발동되었다.

“텔레포트 디 아더!”

베라즈를 비롯한 모두의 몸이 하얀 빛으로 둘러 쌓이더니 순식간에 증발하듯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나타난곳은 한적한 한 숲속이었다.

베라즈는 도착하자마자 처음 겪어보는 마법이동에 어리둥절해하고있는 근위기사들에게 외쳤다.

“뭘 어리버리하고 섰는가! 2인 1개조로 흩어져 추격을 시작한다! 레이린 방향!”

레이린의 손이 한 방향을 향하자마자 기사들은 능숙하게 진형을 짜며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그들은 얼마지나지 않아 레이린의 도움으로 리리안을 발견하고 말았다.

기사들은 베라즈의 명령대로 그녀를 완전히 쫒아가지않고 조금씩 따라붙으며 천천히 베른 협곡이라 불리우는 절벽으로 리리안을 몰아갔다.

그리고 결국 리리안과 기사들의 추격은 그곳에서 끝을 맞이했다.

절망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리리안을 보며 베라즈는 이유모를 강렬한 쾌감을 느끼며 천천히 말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갔다.

“도망은 이제 끝이다. 엘프 리리안이여, 으하하하! 아무래도 신은 우리 인간들의 편인것 같군.”

빙글빙글 웃으며 다가오는 베라자의 얼굴을 쳐다보던 리리안은 침음성을 흘리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크으으...”

그리고 잠시의 실랑이 끝에 리리안은 무엇인가 결심한듯 절벽을 향해 몸을 날리려고했고, 그녀의 그런 행동에 계획에 약간의 차질을 느낀 베라즈가 놀라며 달려갔지만 상황은 이미 늦어버리고 말았다.

리리안과 베라즈는 하나로 엉키며 협곡의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이미 정신을 잃은듯 그의 품 안에서 축 늘어졌다.

베라즈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절벽 위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레이린! 레이린!! 뭐하나!”

둘의 육체가 급류에 아슬아슬하게 닿기 직전 어디선가 낭창낭창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둘의 몸이 공중에서 멈추었고, 흐르는 물을 지나 그 옆의 안전한 지대로 이동이 되었다.

극적인 상황에 온 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 베라즈는 짜증나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왜 이렇게 늦은건가!”

그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닿은 곳은 바로 앞에 나타난 레이린을 향하고 있었다.

베라즈의 험상궂은 표정을 보고도 그녀는 흥얼거리며 기분 좋은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호호, 폐하. 그래도 잘되었지 않습니까.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것 아니겠습니까? 호호홋.”

“크으으, 좋다.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있지만 어찌됐건 여기로 내려오기는 한것같군. 그럼 다시 일을 진행하지. 엘프에게 다시 마법을 걸어주게.”

베라즈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리리안을 그녀에게 보여주듯 들어올리자 레이린은 손을 들어올리며 마법을 영창했다.

“슬립! 보자 그리고 뭘 또 해야했지요?”

“두 다리를 부숴라.”

그의 명령에따라 한번 더 미소를 지은 레이린은 리리안의 두 다리에 손을 대고는 입을 열었다.

“브로큰.”

빠각!

그와함께 리리안의 두 다리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며 베라즈의 품 안에서 기괴하게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징그러울 법도 하것만 베라즈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기가 좋겠군.”

그가 가르킨 곳은 약간의 공터가 있는 모래지대였다. 리리안을 안고 그곳으로 이동한 둘은 절벽의 한쪽 벽 면을 바라보았다.

“그럼 부탁하네.”

“호호홋! 걱정하지 마시지요. 이미 마력을 통제당한 엘프따위는 느끼지 못할 고난이도의 마법을 보여드리지요. 멜팅 이레이저.”

주문을 영창한 레이린의 손이 뻗어지자 흙과 돌로 되어있던 절벽의 벽면이 마치 물 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증발되기 시작했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그곳에는 커다란 동굴이 만들어져있었다.

만들어진 동굴 안으로 들어간 레이린은 그 동굴의 벽면에 품에서 꺼낸 단검을 가지고 마법진을 새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마법진의 틀이 갖추어지자 양손을 그곳에 가져다댄 그녀는 다시 한번 주문을 외우며 마나를 흘려보냈다.

“일루전!”

그녀의 주문과 함께 얼기설기 만들어져있던 동굴은 마치 몇백년의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듯한 동굴로 조금씩 변해갔다.

모든 것이 완성된듯 하자 베라즈는 리리안은 바닥에 내려놓고 주변의 몇몇 마른 식물들을 모아 그녀를 그곳에 눕혔다.

“호오, 꽤나 배려를 하시는군요. 폐하.”

“시끄럽다, 약간의 연출일 뿐이다. 일을 다 끝냈으면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너는 떠나도 좋다.”

그의 말에 약간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은 레이린은 싱글싱글 웃었다.

“흐음, 호홋. 알겠습니다. 일단 원하시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새기려면 그걸 새길만한게 있어야 할텐데, 주변에 그걸 버틸만한게 없는듯 한 대요.”

그녀의 말에 베라즈는 자신이 입고있던 갑옷을 벗으며 말했다.

“이걸 사용해라, 어차피 벗어야 할것이고.”

그가 갑옷을 건네자 레이린은 마법으로 갑옷의 철판들을 분해해 그곳에 들고 있던 단검으로 다시 마법진을 그리며 긁어냈다.

완성된 텔레포트 마법이 설치된 철판을 베라즈에게 건넨 레이린은 천천히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폐하. 원대한 계획이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하지요. 또 필요한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지요. 호호홋. 이정도로 제국의 세금을 받기에는 조금 과한감이 있군요. 호호호!”

“알겠다. 또 필요한게 있으면 부르도록 하지. 그리고 약속은 지켜줄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호홋, 제가 어찌 폐하를 의심하겠사옵니까. 그럼.”

베라즈를 향해 살짝 윙크하듯 눈웃음을 친 레이린은 나타났을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그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고 바닥에 누워있는 리리안을 보며 베라즈는 음흉하게 웃었다.

“크크큭, 뭐 조금 어긋나기는 했지만 상관없겠지. 리리안이여,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크하하.”

============================ 작품 후기 ============================

[차회 예고]

왕궁에 돌아온 베라즈는 카이아린과 질펀한 파뤼를 벌리고

그러다가 깨닫고 말앗다. 그다지 원대한 꿈은 필요없이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이 소녀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하는 기분을 느꼇다.

그렇게 베라즈는 모든 계획을 다 포기하고 외쳤다.

"자! 우리의 모험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엔딩. 그리고 에필로그.

귀찮아서 그런거 아니긔.

역시 판타지 물의 최고 엔딩은 끝나지 않는 모험 아니겠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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