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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12화 (1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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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리리안과 베라즈

리리안이 탈주한것에 대한 극도의 분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베라즈는 미친듯이 침소를 나와 보이는 근위기사와 병사들 마다 모조리 때려 눕히며 고함을 질렀다.

“이 무능력한 자식들! 어서 리리안을 잡으란 말이다! 어서!”

화를 주체 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리는 베라즈의 등 뒤로 가녀리고 매혹적인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해서 도망친 엘프가 잡히겠습니까, 폐하. 호호호.”

제대로 서있는 병사가 없을정도로 무자비하게 구타를 하던 베라즈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갛게 충혈된 눈으로 쳐다봤다.

그곳에는 늘씬한 몸매에 파란색의 머릿칼을 지닌 농익은 매력을 발산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전신이 짝 달라붙는 타이트한 검은색 상의에 밑으로 길게 내려가는 한쪽이 트여진 치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침을 흘리며 달려들게 할만한 매력이었다.

그런 농염한 육체를 지닌 여인은 바로 황궁마법사로 불리우는 얼음의 마녀, 레이린이었다.

레이린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식히지 못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베라즈에게 콧소리를 내며 다가갔다.

“오랜만에 궁에 왔더니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군요, 폐하, 제가 조금 도움을 드릴수 있을듯 한데 말이지요. 그런식으로는 아무런 진행이 되지 않사옵니다. 호호.”

사실 그녀가 이곳에 온것은 리리안이 탈주할 때 간수병이 누른 알람마법의 작동 때문에 무슨 일인가 해서 와본것이지만 그런 이유따위는 여기서 그다지 말할 필요가 없었기에 베라즈를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던지며 가볍게 웃었다.

뱀 처럼 자신을 휘감아오는 레이린의 목소리에 베라즈는 화를 조금 삭히고는 그녀를 쳐다봤다.

“넌 황궁마법사 레이린 아니더냐, 마침 좋은 시기에 왔구나, 그럼 너에게는 이 상황을 타개할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단 말이냐.”

그의 질문에 레이린은 가볍게 어깨를 으슥하고는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요, 폐하. 그녀의 마력과 정령력을 흐트러트리는 마도구를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바로 저입니다. 호호홋, 그녀를 추적하고 잡는 일이라면 이 손바닥을 뒤집는것 보다 쉬운 일이지요. 특히 아무런 마력을 지니지 못한 그녀라면 마나 간섭도 못할테니 텔레포트로 그녀 바로 앞으로 이동하는것도 가능하지요. 호호호.”

레이린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가볍게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베라즈는 분노가 거의 다 식은듯 기쁘게 웃으며 다가갔다.

“호오, 정녕 그렇단 말이더냐. 하하, 역시 황궁마법사이자 인간 유일의 대마도사 답구나. 저 쓸모없는 밥버러지들보다 낫구나! 으하하.”

크게 웃어대던 베라즈는 불현듯 어떠한 생각이 낫는지 작게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담, 너의 실력으로 혹여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줄수도 있는것이냐.”

그의 말에 레이린은 웃던 것을 멈추고 푸른 색의 눈동자로 그를 쳐다봤다.

“저를 못 믿으시는겁니까. 호호, 그 어떤 것이든 폐하께서 원하는대로 해드리지요. 대신 그것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지불해야 하는것은 아시겠지요.”

탐욕스레 반짝이는 그녀의 눈을 보며 베라즈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황제에게 거래를 하는것인가. 크하하! 좋다, 네가 일만 잘해준다면 원하는건 해줄수가 있지. 그래 뭘 원하는가.”

“일단 폐하께서 원하는 것을 먼저 들어봐야 그에대한 타산을 맞출수가 있겠는데요. 호호호.”

“그것도 그렇군. 으하하하!”

그녀와 그의 시선이 서로 부딪히며 둘의 시선이 얽혔다.

베라즈는 기쁜듯 웃으며 그녀를 향해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래, 지금은 얼마든지 투자해주마. 어차피 나중이 되면 네년에게 들어간 모든 것은 다시 내것이 될테니. 크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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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어슴푸레한 달빛만이 주변을 밝히고 있는 한 길에 새하얀 나신으로 달리고 있는 여인이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여인은 숨이 차는듯 그 자리에 잠시 멈추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그 초록색의 긴 머리칼을 지닌 여인은 바로 뇌옥에서 탈출에 성공한 리리안이었다.

그녀는 죽을 힘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이 드넓은 인간족의 성에서 밖으로 나갈수 있는 길을 찾기란 묘연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어렴풋이 느껴지는 숲의 향기를 따라 달렸다.

그리고 얼마나 달렸을까 그녀는 성안의 벽을 따라 흐르는 수로를 발견하고는 그 곳으로 뛰어내렸다. 졸졸 물이 흐르고있는 수로에는 이 길이 밖으로 통하고 있다는것을 말해주듯 숲의 향기가 강하게 섞여 흐르고 있었다.

리리안은 더 이상 생각할것 없이 수로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차올라 있는 물 때문에 움직일때마다 찰박이는 소리가 낫지만 그래도 주변이 워낙 넓은대다가 물 흐르는 소리때문인지 그렇게 멀리까지 퍼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리리안의 몸을 가려줄 정도로 깊게 파여있는 수로였기에 현재 아무런 능력도 없는 그녀가 몸을 숨기고 탈출하기에는 가장 적절한 도주통로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을 수로를 따라 달려가던 리리안은 수로가 끝나는 지점에 성밖으로 나있는 조그마한 구멍이 있는것을 발견했다.

“아! 사, 살았다. 감사합니다, 정령의 어머니여.”

그디어 탈출이라는 안도의 마음에 저절로 튀어나오는 감탄사에 잠시 놀라며 입을 막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한 리리안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는 수로의 구멍으로 몸을 날렸다.

그곳은 바깥의 한 시냇가와 연결되어 성에서 나오는 물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시냇가로 내려와 주변의 숲으로 달려간 리리안은 물을 만난 고기마냥 기쁜 얼굴을 하며 뛰어나갔다.

‘이, 이제 살았어! 그디어 저 지옥같은 곳을 벗어났어, 위스프 고마워. 모두 네 덕분이야, 흐으윽... 절대로 잊지않을게. 그리고 저 간악한 인간들에대해 엘프들에게 말해서 반드시 그 대가를 받아주겠어!’

리리안은 심란한 마음을 겨우 가라 앉히며 몸을 움직였다. 엘프답게 숲에서의 움직임에 전혀 장해를 받지 않는듯 재빠르게 움직이는 그녀는 어느정도 달려 성으로부터 멀어지자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마도구에 손을 뻗었다.

“이이익! 풀리라고! 이익!”

뇌옥 안에서도 몇 번이나 도전해봤지만 풀리지 않던 그녀의 마도구는 이번에도 역시 전혀 아무런 이상없이 그녀의 마력과 정령력을 흐트려 놓는데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아, 아무래도 안되겠어. 일단 부족으로 돌아가면 이걸 풀수 있을거야.”

몇 번을 더 당겨봐도 꿈쩍도 하지않는 마도구를 보며 작게 한숨 쉰 리리안은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저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긴 귀로 들려왔다.

다그닥 다그닥.

“찾아라! 놓치면 안된다!”

“엘프를 찾아라! 사로 잡는 자에게는 포상이 있을것이다!”

!!!!!!

‘버, 벌써 이 곳까지 쫒아오다니. 안돼! 빨리 이 곳을 다시 벗어나야겠어!’

자신을 잡으러온 인간들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리리안은 그들의 소리가 나는 반대방향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귀가 밝은 자가 있었던지 그녀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듯 크게 외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저기, 저쪽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납니다!”

“뭐라? 그런 말 할 시간이 있으면 미리 달리란 말이다! 놓치는 순간 우리는 끝이다!”

그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일제히 모든 말 발굽소리가 그녀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바뀌며 들려왔다.

‘이익! 큰일이다!’

황급히 도망치는 그녀의 뒤로 점점 더 가까이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지만 다행히도 좀 처럼 빠르게 가까워지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숲속에서 말을 몰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고 엘프인 그녀는 이 숲을 마치 평지 처럼 빠르게 달릴수가 있으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들과 그녀의 쫒고 쫒기는 접전은 한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하악, 하아악.”

아무리 그녀가 엘프라고는 하지만 여인의 몸으로 어떠한 도움없이 오랫동안 뛴다는것은 무리였던듯 리리안의 입에서는 단내가 날 만큼 거친 숨이 흩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뒤에서 들리는 추격소리는 조금씩 가까워져갔다.

‘정령의 어머니여, 제발 저에게 한번 더 이 자들에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을!’

리리안은 자신들 엘프가 믿는 정령의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뛰어나갔지만 아무래도 그 신은 그녀의 기도를 듣지 못한듯 했다.

한참을 뛰어가던 리리안은 눈 앞에 보이는 믿지못할 상황에 우뚝 몸을 세우고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앞에는 바로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존재하고 있었다.

리리안이 도망치는것을 멈추자 추격자들의 발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것은 금방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에는 은백색의 갑주를 입은 금발의 남자, 베라즈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베라즈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리리안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도망은 이제 끝이다. 엘프 리리안이여, 으하하하! 아무래도 신은 우리 인간들의 편인것 같군.”

“..... 크으으.”

다시금 붙잡혀 그 뇌옥에 갇힐 생각을 하며 리리안은 침음성을 흘렸고, 그런 그녀를 보며 베라즈는 말에서 내려 천천히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지금 순순히 잡히면 탈주한 죄를 묻지 않으마. 이리로 오너라.”

한 손을 내밀며 빙글빙글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며 그녀는 무엇인가 울컥하는 기분을 느꼇다.

“웃기지마라, 더러운 인간! 네 녀석들의 배신을 잊지 않을것입니다! 반드시 반드시!”

“과연 너에게 그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군. 넌 이제 그 뇌옥이 아니라 더 확실하고 더 완벽한 곳에서 지내게 될것이니.”

그의 말을 들으며 리리안은 아랫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로 펼쳐져있는 낭떠러지를 한번 쳐다봤다.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이었지만 그 바로 아래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기에 잘하면 뛰어내려도 살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것이냐. 그곳을 뛰어내리고 살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자살하겠다는거나 마찬가지다, 미친짓 하지말고 목숨이라도 살아있는게 어떤가.”

한발자국씩 가까이 다가오는 베라즈를 보며 리리안은 무엇인가 결심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너희 인간들에게 다시 붙잡히느니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이 길을 택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리리안은 절벽으로 몸을 날리듯 달려갔다.

“이런 미친! 그만둬! 크아아! 그렇게 놔둘순 없다!”

졀벽으로 몸을 날리려는 리리안을 보며 놀란 베라즈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자신도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를 향해 쫒아갔다.

그리고 가까스로 그녀가 뛰어내리기 직전 도착한 베라즈가 자신의 팔을 붙잡자 리리안은 그를 한번 쳐다보며 미소짓고는 그대로 그의 팔을 붙잡아 당기며 강하게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절벽은 서로 뒤엉켜 떨어지는 두 남녀를 한입에 삼켜버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조용한 정적만을 내뱉었다.

============================ 작품 후기 ============================

자~ 과연 절벽으로 적장 베라즈를 껴안고 떨어진 논개 리리안은 어떻게 될것인가!

[차회 예고]

베라즈를 껴안고 뛰어내린 리리안.

그 둘은 결국 절벽의 바위에 부딪히며 시체조차 찾을수 없게 산산 조각이 나게 되는데

그렇게 베라즈의 야망은 끝이나고 그의 왕궁에 남아있던 카이아린은 천천히 마력을 다시 모으며

대마도사 레이린보다 강력한 여마법사로 거듭나게 되어 그의 제국을 새로이 이끄는 여왕으로 탄생하게 되는데...

이제 여기의 제목은 여마법사, 제국 남자조련 연대기로 변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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