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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벌써 5일간의 전쟁이었다. 주변의 지역은 온통 파괴되고 남아있는건 잿더미와 시체들 뿐이었지만 어디서 계속 만들어지는것인지 인간들은 죽을때마다 그 빈자리를 채워넣으며 계속해서 전쟁을 지속해나가고 있었다.
그들 중 거대한 검을 들고 은색의 빛나는 갑주로 무장한 금발의 청년이 앞으로 손을 내밀며 목청껏 외쳤다.
“발리스타 부대 앞으로!!”
쿠르르릉, 쿵.
그의 말과 함께 마차 위에 실린 거대한 석궁을 여러 명의 병사들이 달라붙어 앞으로 질질 끌며 나갔다.
“장전!!!”
철컥. 끼이이익.
화살이라기보다는 이미 창에 가까운 그것들이 석궁에 장전되어 뒤로 당겨지며 긁어대는 소음이 울려퍼졌다.
“조준!!”
남자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은 자신들이 쏘아야할 목표를 향해 석궁의 발사구를 맞췄다. 아니, 사실 조준이라고 할것도 없이 그들이 쏘려고 하는 목표는 너무도 거대해 아무곳이나 대충 발사하더라도 다 명중할정도의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크와와아아!!]
그들의 목표는 울부짖음 한번에 주변의 초목들이 억눌려 고통에 신음하며 손짓 한번에 수십이, 그 숨결 한번에 수백이 죽어나갈정도의 절대의 무력을 지닌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고하는 드래곤이었다.
검은 비늘과 커다란 육체를 지닌 무적의 생명체라고 하는 드래곤의 날개짓 한번과 포효에 병사들의 눈에는 절망과 공포가 물들어갔지만 여전히 그들의 앞에 서서 굳건히 버티고 서있는 금발의 청년은 여전히 용맹한 목소리로 병사들을 독려했다.
“물러서지마라! 우리에겐 4인의 용사들이 있다. 나 강철왕 베라즈를 믿어라! 이 싸움이 끝나면 너희들에게는 영광이 있을것이다! 우리의 영광을 위하여 저 악독한 블랙드래곤을 처단하자!! 발사하라!!”
베라즈의 명령과 동시에 장전되어있던 수백의 화살창들이 포효하고 있는 드래곤에게 쏟아져 나갔다. 하늘이 시커멓게 변할정도로 빼곡이 날아가는 그것들은 드래곤의 피부에 닿으며 대부분 부서지며 튕겨나갔지만 일부는 연약한 부분을 찾아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크롸라!!! 크아앙!!]
그 거대한 육체에 박혀들어간 창들이 고통스러운지 드래곤은 길게 목을 빼 다시금 크게 포효하고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리고 드래곤의 최대 무기라고하는 브레스를 길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블랙드래곤의 입에서 나오는 브레스는 그대로 대지를 한번 훑으며 주변의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방금까지 전의를 불태우던 병사들도, 다시금 발리스타에 창을 장전하던 자들도 모두 순식간에 없었다는듯이 증발해버렸다.
그 가공할 위력에 모든 병사들은 공포에 벌벌 떨었지만 도망칠수도 그렇다고 포기할수도 없었다. 이 싸움에 패배하는 순간 저 드래곤은 보복을 위하여 가족들은 물론이고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할것이란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자신들은 저 드래곤을 이길수는 없다는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 전쟁의 모든 것은 4인의 용사, 그 4인의 용사가 드래곤에게 가까이 다가갈수 있는 시간을 버는것, 그것이 바로 자신들의 의무이자 이 전쟁을 끝낼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것 또한 알고 있었다.
병사들은 바로 눈 앞에서 친구가 동지가 녹아내려도 눈물을 머금고 자신들의 일을 해내가고 있었다.
다시금 베라즈의 명령에 따라 남아있던 수백의 발리스타들이 발사되며 드래곤에게 쏟아져 나갔다.
[이 미천한 인간들이!!! 크와아아아!!!]
그 무수한 창들을 다시 한번 몸으로 받아들인 드래곤은 크게 포효하며 잠시 휘청였고 그 순간 병사들 사이에서 4개의 빛줄기가 쏘아져 나가며 드래곤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드래곤의 앞에 도착한 4개의 빛은 그대로 날개와 다리를 훑듯이 스쳐지나가며 그 단단한 용의 육체에 긴 혈흔을 남겼다.
날개가 꺽이며 무릎이 접힌 드래곤은 그 거대한 육체를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뉘였고 4개의 빛줄기는 그런 드래곤의 머리 앞에 멈추어섰다.
3명의 여인과 1명의 청년, 그들은 인간들에게 4인의 용사라 불리우는 자들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용만이 쓸수있다는 9서클의 마법에 도달한 얼음의 마녀, 레이린.
악룡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엘프들이 인간을 돕기 위해 보내온 엘프족의 공주라 불리우는 하이엘프 리리안.
성신 이르피온의 대신관이자 차기 카룬 교국의 성녀가 될 아이리엔.
그리고 오로지 검만으로 전설이라 불리우는 그랜드마스터에 도달한 검성 베이디언.
이들 넷은 저마다 다른 목표와 이익을 가지고 모였지만 궁극의 목적은 하나였다.
악룡 카이아린을 처단하여 대륙에 평화와 안위를 지키는것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의 공격에 상처입은 드래곤은 금새 회복하고는 그 거대한 육체를 일으켜 세우며 그 4명을 보고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크르르, 더러운 인간족과 나약한 엘프족이 감히 나를 쓰러트릴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거냐!! 내 비록 지쳤다고는 하나 너희들은 한입거리도 안된단 말이다!!]
드래곤은 곧바로 꼬리를 휘둘러 그 넷을 쓸어버리듯 밀어버릴듯 움직였다. 하지만 검성 베이디언이 달려오며 그 거대한 꼬리를 검 하나로 막아내고는 되려 드래곤의 꼬리를 튕겨내버렸다.
대신관 아이리엔과 마법사 레이린의 강화마법과 신성력으로 강화된 육체를 지닌 베이디언의 힘과 속도는 가히 인간을 뛰어넘은지 아득히 오래전이었던것이다.
자신의 모든 공격을 인간의 육체만으로 막아내는 믿기지 않는 광경에 드래곤의 눈이 매섭게 바뀌며 경악성을 토해냈다.
[어, 어떻게 말도 안되는 이런일이! 크아아!! 그라비티!]
드래곤의 마법 발동과 함께 주위로부터 공기가 내려앉으며 중력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중력에 모든 병사들은 자리에 납작하게 엎드리며 쓰러졌고 용사들도 조금은 힘겨운듯 비척거렸지만 이내 레이린의 영창이 시작되며 중력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어딜! 그런 마법은 너만 쓸수 있는게 아니야! 리버스 그라비티!”
드래곤의 중력마법이 레이린의 역중력마법과 상쇄되며 모두를 짖누르던 압력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무슨 말도 안되는! 인, 인간이 9서클의 마법을 쓴다는 말인가! 그런 말도 안되는!]
드래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 아까전부터 무엇인가를 영창하던 하이엘프 리리안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크게 외쳤다.
“나오너라! 계약자여! 불의 지배자, 이프리트! 바람의 수호자, 실피드! 나를 도와 내 앞의 악적을 모두 물리쳐다오! 소환!!”
리리안의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 거대한 두 개의 마법진이 생겨나며 거대한 불의 구와 눈에 보일정도로 휘몰아치는 바람이 생겨나며 서서히 인간의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역사상 가장 친화력이 좋다는 정령사도 일생에 단 한번 불러냈을뿐이라는 그것도 목숨을 담보로 불러냈다는 정령왕을 리리안은 동시에 둘씩이나 소환을 해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소환된 두 체의 정령왕은 경악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드래곤에게 곧바로 달려들며 그 육체를 붙잡으며 구속해나가기 시작했다.
[크와아앙!! 말, 말도안되는 일이다! 인간이 9서클을 사용하고 엘프가 정령왕을 두체나 불러내다니! 놔라!! 저급한 정령 주제에 나에게 손을 데다니!! 크아아앙!!]
믿을수 없다는 드래곤의 포효에 두 정령왕들은 더욱 강하게 육체를 구속하며 드래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보통 때라면 아니 그정도까지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정령왕이라면 강하게 터는것만으로 떨어트렸을테지만 5일간의 인간들과의 전투로 쌓인 피로와 고갈된 마나로 인하여 그 구속은 너무도 단단하고 풀지못하게 변해버렸다.
꼼짝하지 못하는 드래곤의 머리 위로 레이린과 아이리엔이 마법으로 날아올라가자 겨우 움직일수 있는 눈만 데룩데룩 굴리며 둘을 쳐다보는 드래곤의 입에서는 이를 가는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런 드래곤의 머리에 도착한 아이리엔이 입을 열었다.
“악룡 블랙드래곤 카이아린, 당신의 악행을 보다못한 저희 신, 이르피온님께서 당신의 봉인을 명하셨습니다. 당신의 악행을 비추어본다면 응당 소멸해야할 죄이지만 자애롭고 따듯한 저희의 성신 이르피온님의 신탁을 받들어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어 목숨만을 살려 봉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르피온님의 자비에 목숨을 건진것을 감사히 여기며 평생을 살아가도록 하십시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라~ 라라~~ 라라~”
아이리엔이 커다란 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드래곤은 격렬하게 반항하는듯 움직였지만 강하게 육체를 구속하고 있는 두 정령왕의 구속 때문에 움직이지를 못했다. 그리고 조금씩 아이리엔의 노래소리가 커져가면서 하얀 빛무리가 그 육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무슨 짓이냐!! 더러운 인간들아!! 미천한 엘프들아!! 내가! 내가 이렇게 물러설줄 아느냐!! 크아앙!! 반드시 반드시 너희들을 모두 없애버릴것이다!! 두고보는게 지켜보는게 좋을것이다아!! 크아아아!!]
완전하게 빛무리에 뒤덮힌 드래곤의 육체는 환하게 빛이나며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고 잠시뒤 조금씩 빛이 줄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성인 남자보다 작게 변하고 난뒤에야 그 빛이 사라져갔다.
모든 빛무리가 사라지고난뒤 그곳에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한 십육칠세 정도의 나체의 소녀만이 남겨져있었다. 소녀의 눈동자에는 주변의 모든 이들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 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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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룡 카이아린을 처치하고 대륙의 평화를 지켜낸 강철왕 베라즈는 전설이 되었다.
그의 왕국은 5일 전쟁으로 피폐해진 다른 왕국들을 하나하나 합병해가며 대륙 유일의 거대 제국으로 탈바꿈 되어갔으며 그 제국의 초대 황제로 추대되어 통치를 시작했다.
많은 왕국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제국은 그의 지휘하에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며 대륙 유일의 제국으로서 천천히 자리매김 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제국의 황궁에서 초대황제 베라즈는 무료한듯 앉아있었다.
“그래, 그래서 정리를 하자면 그들이 다 어떻게 됏다고?”
그의 질문에 한 신하가 황급히 품에 있던 두루마리를 풀어내며 읽기 시작했다.
“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마도사 레이린은 황궁마법사로 봉해지어 그녀의 청대로 마탑을 하사받았으며 매년 연구비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대신관 아이리엔은 처음 교국과의 협정대로 저희 황궁과 제국 곳곳에 이르피온의 신전을 만들어 선교를 시작했고 그녀 자신은 지금 황궁 내부에서 황궁신관을 맡고 있습니다. 차후 현재 교국의 성녀가 돌아가시게되면 아마도 본국으로 돌아가 차기 성녀로 추대받을것 같으니 지금 친분을 조금 더 두텁게 쌓으시는게 좋을듯합니다. 그리고 검성 베이디언은 원래 남작이었던 그의 신분을 공작으로 올리며 원래 베르온 왕국이었던 곳을 공국으로 바꾸어 통치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이엘프 리리안은... 저희 인간들에게 차후에 큰 위험이 될것이라는 예측하에 황궁마법사 레이린의 도움을 받아 드래곤 카이아린과 함께 지하 뇌옥에 감금되어있습니다. 물론 엘프족에게는 드래곤과의 전투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함께 알려뒀습니다. 그리고 리리안과 함께 참전한 엘프들은 모조리 도륙하거나 세뇌하여 병사들의 전용 매음굴에 처넣었으므로 이 이야기가 퍼져나갈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이상 4인의 용사의 처리 내역을 모두 알려드렸습니다.”
긴 두루마기를 짧게 간추린듯 요점만 탁탁 집어서 말한 신하는 숨이 조금 막히는듯 심호흡을 몇 번하고는 두루마기를 접어 자신의 품으로 집어넣었다.
그의 보고에 베라즈는 슥하고 자신의 턱을 쓰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군. 수고했다. 역시 자네들은 유능한 신하들이야. 내 자네들의 공은 잊지않고 차후에 보답하도록 하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의 모든 신하들이 고개를 숙이며 한 목소리가 되어 말했다.
“아닙니다, 모두 폐하의 은덕이시지요.”
그들의 말에 흡족한 표정이 된 베라즈는 그대로 손을 몇 번 휘휘 저었다.
“자, 그럼 다들 물러가보게, 오래 회의를 했더니 나도 좀 피곤하군.”
베라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든 신하들이 부복하며 그를 향해 인사를 했고 그런 그들을 향해 몇 번 손을 흔든 그는 그대로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호위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방에 도착한 베라즈는 그대로 거추장스러웠던 복식들을 벗어버리고는 가벼운 정장차림으로 바꿔입고는 방 안에 비치되어있는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턱을 몇 번 부드럽게 쓰다듬은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핫, 일이 이렇게나 잘 풀려버릴 줄이야. 크크큭. 너무 쉬워서 현실인지가 분간이 안될정도군. 일단 드래곤과 엘프라... 그 둘만으로도 한동안은 걱정 없겠군. 크크큭. 그럼 한번 가보실까.”
싸늘하게 웃던 베라즈는 거울의 몇군대를 만지고는 그대로 그 거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분명 그의 몸을 비추고 있는 거울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물컹한 액체 처럼 그를 받아들이며 그의 모습을 삼켜갔다.
거울의 뒷면은 돌로되어있는 긴 복도가 만들어져있었다.
천천히 발을 놀려 앞으로 걸어가던 베라즈는 복도의 끝에 굳게 잠겨있는 철문 앞에 멈추어서서 가볍게 주문을 읇었다.
“열려라.”
철컥. 끼이이익.
간단한 한마디에 굳게 잠겨있던 문이 그의 들어섬을 반기듯 스르륵 열리며 소리를 냈다.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가자 그곳에는 두 손이 쇠사슬로 벽에 묶인채 표독스러운 눈으로 베라즈를 쳐다보는 검은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그는 즐겁게 미소지으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어, 카이아린. 그동안 잘있었나. 이제 시작할때가 된듯해서 내려와봤는데, 크크큭. 어떤가 아직도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는가.”
소녀의 이름은 카이아린, 대신관 아이리엔의 성력으로 봉인당한 블랙드래곤 카이아린이 바로 그녀였다. 소녀는 베라즈를 쳐다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아댓다.
“그딴 미친 소리! 누가 들을줄 알고! 어서 죽여라! 차라리 죽이라고!! 미천한 인간아!”
악에 받힌듯 외치는 그녀를 보며 베라즈는 다시한번 미소지었다.
“어쩔수 없군. 크큭, 강제로 하는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별수 없지. 근데 사실 마음에는 안들지만 내가 그쪽으로 재능은 꽤나 있거든. 기대해도 좋을거야. 크하하하하!!!”
어딘가 약간은 광기에 물든듯한 그의 웃음소리가 석실 벽을 울리며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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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여기서 4인의 용사라고는 했지만 이들은 여타 소설들 처럼 같이 모험을 한다거나 아니면 전우애를 불태울수 있는 행동을 한 용사들이 아닌 그저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모인 무력집단이라고 보는편이 타당할겁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