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 : 115. 그날(The day)(2) >
쿵.
연구소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뭐지?"
"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너 말고. 닥쳐봐."
곽유는 연구원 한 명의 멱살을 쥔 채로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싸움이 생각보다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곽유는 연구원을 대충 집어던지고 뜯어낸 자료를 품 안에 갈무리했다.
핵폭단의 시제품이라는 물건도 챙겼다.
연구부장이라는 놈의 말로는 이게 가장 최근 버전이랬다.
진짜가 맞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곽유가 복용할 일은 없었다. 일단 챙겨둘 뿐.
연구소의 관련 자료는 대부분 디지털 저장매체에 담겨 있었으나 보안을 위해 종이에만 기록된 것도 있었다.
곽유로서는 뭐가 중요한지 알 길이 없었기에 대충 손에 잡히는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태우거나 박살 냈다.
아까 천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후 빗물이 떨어지고 있어 자료를 불태우는 건 쉽지 않았다.
연구소 전체가 내연성 소재로 지어져 불을 내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곽유가 삼매진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경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자료를 일일이 때려 부술 수도 없고.'
분쇄기는 애초에 막혀 있었다.
곽유가 고장 낸 게 아니었다. 암매화가 연구소에 침입하자마자 연구원들이 다급하게 분쇄한 자료들 때문이었다.
'아마 다른 연구소들의 위치나 협력업체 같은 것들 아닐까?'
연구원들이 그렇게 나오니 오히려 확보하고 싶었는데 이미 늦은 상태였다. 대부분 자료가 진작 갈려 있었다.
그나마 절반쯤 갈린 채 끼어있는 자료나 몇 장 건졌다.
아쉬운 마음으로 남은 거라도 챙겼는데 연구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정답이라는 뜻이었다.
일단 곽유는 태울 수 있을 만한 건 태우고 안 되면 대충 읽기 힘들게 찢어놓았다.
컴퓨터는 박살 냈고, 실험 약품들은 멀리서 깨트렸다. 고약한 냄새가 났지만 곧 빠져나갈 계획이므로 개의치 않았다.
쿠웅.
갑자기 연구소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세기였다.
다음 순간.
쏴아아아아아─.
빗줄기 사이에 연보라색과 붉은색이 얽혔다.
하늘에서 도강의 파편과 매화 꽃잎이 함께 흩날렸다.
거대 기공의 흔적이었다.
파바박!
곽유는 곧장 몸을 낮추고 손에 권화를 두른 채 주변에 떨어지는 강기 조각들을 하나하나 쳐냈다.
"으악!"
동시에 곽유는 발이 닿는 거리에 있는 연구원들을 일단 쓰러트려 엎드리게 했다.
초절정 수준의 옥화검결이라도 멀리서 서로 부딪쳐 파해 된 강기 파편을 처리하는 것은 가능했다.
튕겨 나간 강기 파편들은 곽유가 미처 소거하지 못한 자료들을 파괴하고도 땅에 긴 흉터를 남겼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연구원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닥쳐라."
"히, 히익."
연구원은 뒤통수에 손을 올리며 울먹였다.
어차피 모두 죽이거나 끌고 가야 하는 놈들이었다.
국제법 위반 병기나 연구하는 음침한 놈들.
하지만 어쩐지 강기에 맞아 죽는 것은 보기 힘들었다.
곽유는 무인이기 전에 홍설문의 도사였기에 그랬다.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는 것과 감당 못할 재해에 휩쓸리는 것은 달랐다.
그러나 곽유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공간에 불과했다.
"이런 미친……."
곽유의 목소리가 절로 떨렸다.
강기의 조각만으로 중앙 실험실 전체가 파탄이 났다.
핏자국 이상을 남기지 못한 연구원들도 다수였다.
반대편에서 상황을 살피던 류천우와 눈을 마주쳤다. 류천우 역시 무사히 파편들을 막아냈으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건 평범한 화경이 보여줄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때 암매화 5호가 중앙 실험실에 진입했다.
"6호, 7호. 퇴각 명령이다."
"퇴각?"
"설명할 시간이 없다. 따라오도록."
"……확인."
곽유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5호의 뒤를 따랐다.
곧 뒤에서 차례대로 암매화 대원들이 합류했다.
곽유가 5호에게 물었다.
"2호와 대주는?"
"아직."
"찾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명령은 없었다."
"……그래."
사실 곽유로선 누구를 걱정할 짬도 없었다.
뭔지는 몰라도 상황이 꼬였다.
초절정이라는 경지가 민폐인 듯했다.
다행히 1호와 2호를 찾으러 갈 필요는 없었다.
오래지 않아 2호와 반쯤 헐벗은 수준으로 옷이 찢긴 1호도 합류했다.
둘의 경공이 나머지 암매화보다 압도적으로 빨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곽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주에게 물었다.
"넌 상태가 왜 그래?"
"일단은 나가는 데 집중해라. 아직 상황이 안 끝났다."
"뭐라고?"
말이 끝나자마자 등 뒤에서 붉은 강기가 암매화들을 쫓았다.
암매화들은 각자 주변으로 흩어지며 피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위치에 있던 자는 1호나 2호의 도움을 받아 공격을 걷어냈다.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그런 공격이 반복됐다.
심지어 점차 기공이 빠르고 강력해지고 있었다.
강기의 발원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내공이 마르지 않는 건가. 마치……."
누군가가 입을 열었지만 말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모두가 여기서 무엇을 연구하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대주가 퇴각을 선언한 이유를 뒤늦게라도 파악했다.
내공 수발의 숙련도부터 초식의 정밀함, 강기의 위력까지.
모든 측면에서 앞설 것이 예상되는 전대 고수가 내력마저 무한하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수적 우위가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화경 다섯이 동시에 쏟아내는 내공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암매화칠수는 입을 다물고 경공을 밟으며 각자 필사적으로 해답을 고민했다.
김산이 가장 앞서 가는 초절정 무리에게 다가가 말했다. 경지가 높을수록 뒤를 맡고 있었다.
"6호, 7호. 자료 확보는 어떻게 되었지?"
"최대한 극비 자료들을 챙겼고, 그 외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소거했습니다."
"난, 종이랑 USB랑 핵폭단이랑 대충 집히는 대로 챙겨왔어."
"……집히는 대로? 대충?"
"어."
"USB는 지금 확인할 수 없으니 놔두고. 종이와 핵폭단은 줘봐라."
"응."
곽유는 대주에게 가져온 것들을 건넸다.
김산은 경공을 밟고 날아오는 도강을 막으면서도 실시간으로 자료를 읽고 분류했다.
쓸모없는 것은 접은 후 강기를 담아 뒤편으로 암기처럼 쏘아냈고, 간혹 중요한 것이 있으면 챙겼다.
"생각보다 잘 추려왔군."
마지막으로 최신형 핵폭단을 확인하고 품에 넣으며 김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그래. 무사하게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네 공이 클 거다."
알고 챙겨온 건 아니지만 아무튼 칭찬은 칭찬이었다. 대주의 칭찬에 곽유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꿈도 크구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흠칫.
암매화들이 일제히 경공을 가속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어 날아오는 건 가늘고 긴 짙은 핏빛의 가시였다.
형태를 보아서는 지공(指功)이었는데 그렇게 여기기엔 크기가 너무 컸다.
내공은 발출한 거리에 따라 위력이 반비례한다는 법칙을 무시하듯 거대하고 사나웠다.
아무리 화경이라 한들 불변의 법칙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 진홍색 강기 역시 자연의 섭리를 준수하고 있다는 뜻.
다만, 진리를 거스르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 막대한 내공을 투입했을 뿐이다.
콰아아아아앙!
암매화칠수가 강기를 피했으나 빗맞은 강기가 연구소 복도를 통째로 박살 냈다.
외부가 드러났다.
어느새 회색 무복을 입은 고수들이 연구소를 포위하고 있었다.
김산은 순간 피아 식별이 안 됐지만 곧 포위망 바깥 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툼을 파악했다.
무림맹도와 개방도가 의문의 고수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 눈앞에 있는 이들은 적이었다.
─일렬로 뚫는다.
암매화대주가 전음하자 나머지 암매화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하강기를 짙게 두른 1호가 앞장섰다. 의문의 고수들을 향해 세로로 길게 그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쾅!
연구소 복도가 무너지자마자 내력 출력의 제한을 해제한 노인이 전속력으로 경공을 밟았다.
붉은 신형이 순간적으로 암매화를 앞지르고 땅에 내려섰다.
척!
호신강기를 몸 주변으로 불태우고 있는 노인이 한 손만 들어 자하검기를 막아냈다.
강기가 너무 짙게 압축되어 있어 한쪽 팔이 피에 젖은 것처럼 보였다.
"안 보내주겠다고 했잖느냐."
"……늙은이."
치이이익.
3m를 넘게 치솟은 핏빛 호신강기가 쏟아지는 비를 실시간으로 증발시키고 있었다.
회색 무복의 무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혈도의 뒤에서 칼을 빼 들었다.
김산은 상황을 계산했다.
기실 회색 무복의 무인들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외부에서 포위망을 공격 중인 무림맹도와 개방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점돌파를 하고 합류만 하면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결국 거혈도였다.
암매화칠수가 합공해도 상대할 수 없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방법이 없었다.
압도적인 힘과 속도 앞에서 숫자는 무의미했다.
화경에게 초절정이 그렇듯이. 거혈도에게 화경이 그러했다.
도망은 가능한가?
김산 혼자서라면 몰라도 암매화를 모두 이끌고서는 불가능했다.
김산은 방법을 고심하며 입을 열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현경도 아니고 화경에게 핵폭단이 의미가 있었나?"
"네 눈으로 지금 보고 있잖느냐."
김산은 부정할 수 없었다. 거혈도는 확실히 화경을 초월한 위력을 뽐내고 있었으니.
거혈도가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실제로 거혈도는 자신의 긴 생에서도 비할 바가 없을 만큼 방대한 내력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그래 봤자 현경이 되지도 못할 텐데. 생이 아깝지 않나?"
"하하, 이 어린 것아. 생은 너 같은 핏덩이들에게나 아까운 것이다. 내게 살날이 얼마 남았다고 목숨을 아끼겠나. 드높은 경지를 노릴 뿐이지."
거혈도는 도를 꺼내들고 짙은 강기를 둘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현경. 그래. 현경. 현경이 되었다면 내가 어찌 약 한 알에 생을 맡겼을까. 되지 못했으니 마지막 발버둥을 치는 것 아니겠느냐."
"……마지막 발버둥."
"그래. 그리고 내 이렇게 많은 내력을 다루고 있는데, 현경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그래도 현경과는 차원이 다르지."
김산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혈도는 현재 화경의 출력을 한껏 초월한 상태였으나 그렇다고 한들 현경 급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내력이 비상식적으로 많을 뿐, 천지교통에 이르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경이나 지금의 거혈도나 김산이 대처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그래, 다르겠지. 현경을 가장 가까이서 봐온 너라면 잘 알겠지."
거혈도가 광기에 물든 눈으로 웃었다.
"그럼 받아봐라. 내가 한낱 화경에 불과함을 검선의 제자인 네가 증명해라. 못하겠다면 내 직접 검선을 만나러 가겠다."
화산검선과 동시대의 고수, 거혈도가 도를 내려쳤다.
그러자 하늘이 붉은색으로 무너졌다.
***
방법이 없었다.
오늘 모든 진원진기를 불사르려는 듯 내공을 태우는 거혈도 앞에서는 검룡과 검광자마저 무력했다.
채 30합을 겨루기 전에 암매화가 박살 났다.
암매화는 이미 전원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초절정 셋은 한 수를 받아낸 것만으로 이미 반송장이 되어 의식마저 잃은 상태였다. 그대로 두면 곧 목숨을 잃을 터.
그나마 멀쩡한 것은 화경으로서 완숙한 경지에 오른 1호와 2호뿐.
"산아."
검광자가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김산이 대답했다.
"예, 장로님."
"매화만리(梅花萬里) 규약을 지켜라."
"……싫습니다."
"방법이 없다."
김산은 주변을 살폈다.
암매화 5, 6, 7호는 이미 쓰러졌고, 3, 4호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이제와서 힘을 모은다고 거혈도를 쓰러트릴 수는 없었다. 힘이 온전할 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주는? 아직 가능한가?
김산 혼자라면 아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동료들을 버리고 홀로 살아남는 일이.
"매화는 이어져야 한다. 네가 화산의 미래다."
매화만리 규약.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생존이 가능한 인원은 반드시 살아남아 화산을 잇는다는 규약이었다.
"저들 역시 화산의 미래입니다."
"불가능한 것을 자꾸 이야기하지 마라. 우리는 기회가 없다."
김산은 이를 꽉 물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검광자의 말이 맞았다.
김산은 화산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화경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화산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다.
그때 김산은 곽유와 눈을 마주쳤다.
곽유는 눈을 반쯤 뜨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야……, 얼른 꺼져……."
김산은 눈을 부릅떴다.
곽유는 힘없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저 늙은이, 네가 패주는 거다……. 늙어 죽기 전에……."
김산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 아직도 도망갈 생각이냐?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터."
거혈도가 여유로운 태도로 웃었다. 그는 이미 능력을 증명했다. 발버둥치는 쥐를 구경하는 듯한 고양이의 표정이었다
팍!
김산은 굳은 표정으로 자하신검을 그 자리에 꽂았다.
품에 있는 자료들마저 그 자리에 모두 버렸다.
몸을 최대한 가볍게 했다.
파밧.
"응?"
그리고 거혈도와 반대편으로 뛰었다.
무너진 연구소 쪽이었다.
무림맹도와 개방도가 있는 곳과는 정 반대편이었다.
그래서 회색 무복의 고수는 오히려 가장 적었다.
"허허, 정말로 혼자 도망가는 게냐? 검선의 제자라는 것이 문도들을 다 버리고? 하하!"
거혈도가 순간 김산의 움직임을 놓쳐 놀랐으나, 곧 큰소리로 비웃었다.
그렇게 깜짝 놀랄 만한 속도를 가지고 기습이 아니라 도주라니.
물론 기습을 했다 한들 굵은 호신강기에 막혔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검선의 제자가 설마 자하신검 진본마저 버리고 도망갈 줄은 몰랐다.
그 추태를 보며 거혈도는 검선에 대한 해묵은 감정이 조금이나마 사그라지는 기분이었다.
한 세기의 강호를 같이 살아가며 단 한 순간도 앞서지 못했던 동시대의 절대 고수.
검선의 이름은 많은 사도와 마도의 열등감이었다.
곽유는 쑤시는 고통을 참으며 애써 눈을 감았다. 적 앞에서 죽음에 초연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그래. 이게 최선이야.'
김산이라면 분명 암매화의 복수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 내가 약한 탓이야.'
곽유는 늘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대부분의 무인은 그런 생각을 하며 죽어간다.
'조금만 더 열심히 살걸.'
아무리 열심히 살았어도 그 후회는 공통적이었다.
퍼버퍽!
털썩.
검광자는 홀로 거혈도의 공격을 다섯 수 받아내고 곽유 근처에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채 입가에는 핏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진원진기까지 끌어다 쓴 모양이었다.
'끝났네.'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자 곽유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비로소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김산이 무사히 도망가서 다행이었다. 매화의 향은 계속 이어질 테니.
문파를 이끌 후기지수가 모조리 몰살당하면 화산의 미래가 어두웠다.
가장 중요한 하나라도 살아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곽유가 눈을 감아 어두운 세상에, 문득 환하게 비치는 것이 있었다.
그건 연보랏빛이었다.
곽유는 당황해서 눈을 떴다.
비현실적인 광경이 앞에 있었다.
쏴아아아아.
끝없이 쏟아지는 빗물.
그 사이.
비구름을 뚫고 노을이 보였다.
하늘이 온통 자하(紫霞)였다.
그 중심에는 청년이 서 있었다.
내공이 '거의 무한한' 듯 거대한 강기를 두른 채였다.
온 세상에.
보라색이(Purple),
빛났다(g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