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76화 (외전) (176/200)

176화 외전 : 인더스 문화대혁명(1)

1974년 8월 17일. 인더스 연방 캘커타.

“이대로 가면 끝장이오.”

태풍은 문자 그대로 치명타를 입혔다.

단 1년 동안, 7차례의 유래 없는 규모의 폭풍이 인더스 연방을 덮쳤다.

그들이 이해할 일은 없었지만, 그 폭풍의 원인은 바로 이웃 국가에 있었다.

우선 온실 가스의 배출 등 다양한 원인에 더불어, 아라비아 사막, 고비 사막, 사하라 사막 등의 인위적인 녹화에도 있었다.

녹화를 위해 대량의 물을 끌어다 사용했고, 그 막대한 규모의 물이 인위적으로 고이는 초거대 호수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거나 염호가 생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사해의 경우는 과거의 죽은 바다라는 이름을 더 이상 가지지 못했다. 운하가 뚫리고, 막대한 양의 해수가 쏟아져들어와 소금이 중화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수면 인근의 염분 농도가 많이 희석되었을 뿐, 물 아래에 포화농도를 넘겨 가라앉은 대량의 암염들이 전부 사라지려면 시간이 수십 년은 족히 걸리겠지만, 일단은 그랬다.

그리고 사해의 물 수위는 급격하게 올라갔고, 이로 인해 초거대 염호가 된 사해에는 막대한 양의 물이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물은 아라비아 사막의 기후를 바꾸었고, 아라비아 사막에도 조금씩 풀이 자라는 초원이 생겨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국책사업으로 사막 녹화 사업을 통해 체제선전을 목적으로 막대한 인구를 동원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연방에 받아들이면서 늘어난 인력과 자본, 물자 등을 투입해 녹화한 아라비아 사막, 그리고 다국적 프로젝트로 진행된 사하라 사막 녹화 사업은 남북에서 동시에 진행되었고, 사하라 사막을 초원으로 바꾸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었다.

고비 사막 역시 고려연방에 의해 나무를 심는 녹화 및 조림 산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고, 벌목금지구역을 설정해 철저히 관리한 결과 황사와 미세먼지가 극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아라비아, 중앙아시아 등이 살기 좋아진 대가는 지구 생태계 균형의 손상이었다.

그리고 지구는, 환경은 그 대가를 유래없는 규모의 태풍들을 보냄으로써 청구했다.

따뜻한 바다의 면적이 넓어지면 강한 태풍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으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슈퍼태풍이 불어닥치는 것은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원 역사 기준으로 1970년에 동파키스탄과 서벵골을 강타한 볼라 사이클론은 원 역사에서도 사상자도, 이재민도 아닌 사망자만 50만 명을 발생시키고, 방글라데시의 독립과 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의 원인이 되었으나, 이곳에서는 아예 어마어마한 악마로 변했다.

사망자는 백만에 육박했으며, 부상자는 그 10배 이상, 이재민은과 재산 피해는 도저히 집계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런 규모와 비슷한 폭풍이 7개나 발생했고, 그 가운데 4개의 폭풍이 인도 아대륙을, 3개의 폭풍은 인도차이나 반도를 휩쓸었다.

물론 이는 천재였다.

하지만, 4년이 지났음에도 그 피해를 다 수습하지 못했다.

아직도 피해 지역에는 다 썩어 백골이 된 시체들이 건져지는 판이었고, 집과 삶의 기반과 가족과...... 말로 다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수많은 인간들이 돌아다니면서 치안을 악화시켰다.

심지어 시위까지 벌어지고, 여기에서 최악의 실수가 벌어졌다.

누군가 알 수 없지만, 방아쇠를 당겨버린 것이었다.

우발적인 발포는 시위대를 해산시킨 게 아니라 흥분시켰고, 양측 모두 세 자릿수에 달하는 사망자를 냈다.

그 이후로도 시위는 계속 이어졌고, 군을 동원해 무한궤도와 기관총, 주포 등을 동원해 간신히 시위대를 진압시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강력한 탄압으로 인민들의 분노가 쏟아져나오는 건 많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모닥불 위에 올려놓은, 물이 들어 있는 냄비에 군대의 무력이라는 묵직한 돌을 올려놓은 것에 불과했다.

지금 당장은 수증기가 뚜껑을 들썩이게 만드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불길이 살아서, 셀 수 없이 많은 장작을 태우고 산소를 한껏 들이마시면서 인민들이라는 이름의 물을 팔팔 끓이는 이상 결국 언젠가는 그 돌을 날려버리고 뚜껑이 열리리라.

거기에서 뿜어져나오는 증기는 정권을 무너트리기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다못해 경제개발, 잘살아보자는 주장이라도 해 보고 싶었지만, 그 잘살아보자는 외침은 그저 공허한 목소리뿐이었다.

그들은 실패했으니까.

도저히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가 않는다. 활기 자체가 없이 시장 자체가 죽어버렸다고 하면 될까.

개방과 개혁을 모색해보려고 했지만, 최악의 경우 디플레이션이 뒤집혀서 초인플레이션이 닥칠 수가 있었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주박에 묶인 기분으로, 그들은 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당사 회의실에 앉아 있는 이들은 모두 이 나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문자 그대로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체제에 대한 의문이 가속화되고 있소, 이 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전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이 져야 할 판이었다.

그 상황에서는 지금 가진 권력이 그들의 목을 옭아매리라.

문자 그대로 교수대 밧줄에 목이 졸리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자들이 그냥 자리에서 물러나는 정도로 끝나느냐? 절대 아니다.

죽는다.

자기도 죽고, 가족도 죽는다.

편히 죽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연방 내에서 권력 투쟁의 와중에 밀려나게 된다면, 엄청나게 운이 좋거나 당내에 친구가 많거나 기타 여러 연줄 등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은 높은 확률로 죽거나,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되었다.

그들도 그 사실은 너무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사형선고를 옛 동지들에게 내려 가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으니까.

거기에 좀 더 나가면 아내, 형, 동생, 자식들까지 줄줄이 엮어서 끌고가기까지 했다.

부모도 체포하고, 아내도 체포하고, 형제자매도 체포하고, 자식들은 인민의 적의 자식들이 가는 고아원에 보내버린ㄴ다.

체포된 자들은 일단 두 다리로 멀쩡히 걸어서 나오는 건 불가능했다. 고문당하다가 죽거나, 총살당하거나, 수용소의 간수들에게 맞아죽거나,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가 몸이 약해진 나머지 병들어 죽거나.

이게 그들의 책임이 되는 순간 자기들도 그런 운명에 빠지게 되리라는 점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다.

게다가 연방 내의 부패와 경제정책 실패, 외교적 고립 등은 여론의 악화를 초래했다.

그리고, 그들 자신부터가 혁명으로 집권한 자들이었던 만큼 이들은 무장혁명의 가능성에 대해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종교쟁이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아직도 뿌리뽑히지 않았습니다.”

연방이라는 특성상, 그리고 국가의 크기와 인구를 감안하면 지역당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중앙과는 달리, 친 힌두교, 친 불교, 친 이슬람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었고, 중앙당의 영도력에 온 세상이 강력한 의심을 품은 지금, 자신들의 군관구의 병력을 동원해 금방이라도 폭동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

“막아야 하오.”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말입니까?”

“..... 혁명이오, 더욱 가열찬 혁명을 인민들에게 선동합시다, 그 모든 악의 근원이 다 지역당과, 힌두교도들과, 그 문화 그 자체라는 걸 알게 해줍시다.”

그들에게 분노를 토해내면 적어도 자기들 대가리에 총알이 박히지는 않을 것이다.

중앙당의 권위를 신격화해야 했다. 본디 이들, 중앙당의 혁명가들은 다름아닌 유대인들과 이슬람, 힌두교, 시크교 등등을 박살내고 혁명을 완수한 장본인이었기에 절대적이었다.

지역당들도 본래는 중앙당의 권위를 대리행사하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역당이 슬금슬금 중앙당의 권위를 넘보는 이 시국에서, 그들이 해야 할 것은 명약관화했다.

“당내의 우익을 척결하고, 당내의 해독분자를 척결해야 합니다. 그렇게 인민들에게 알립시다.”

중앙당의 교시는 언제나 옳고 정당하다.

만약 중앙당의 교시가 옳고 정당하지 않다면, 첫째를 보라.

이것을 모든 이들에게 알려야 했다.

아니, 알리는 걸로는 부족했다.

수많은 인민들의 머릿속에 박아넣고, 이를 통해 지역당을 공격하고, 종교쟁이들을 공격하고, 아무튼 간에 자신들의 실책을 대신 뒤집어쓰고 몰락해줄 누구든 간에 공격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그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 판이었으니까.

얼마 뒤, 캘커타의 인더스 연방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의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에 대한 결정]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수십 가지의 조항들이 붙어 있었지만, 그 조항의 의미는 하나였다.

중앙당의 뜻이 곧 진리다.

중앙당에 반대하는 모든 것을 때려부숴라.

모든 인간에게는 언로의 자유가 있으니, 중앙당을 제외한 모든 것은 자유롭게 비판하고 때려부술 수 있다.

종교쟁이들, 지역당, 기타 등등 연방 내의 해독분자들, 옛 문화와 전통, 타성에 젖어 있는 반혁명주의자들, 수정주의자들이 이 나라를 좀먹고 있다. 지금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제대로 복구조차 하기 힘든 것이 우리 내의 제 5열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모조리 끌어내 없애야 한다. 종교쟁이들이 협조를 거부하니, 필요하다면 폭력을 써서라도 파멸시켜야 한다. 그 어떤 예외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군이든 경찰이든,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이들을 가로막으려 하는 것은 반혁명적 행위이다. 만일 이들이 가로막으면, 이들 또한 타도해야만 한다.

그렇게 지옥도가 시작되었다.

***

캘커타대학. 인더스 연방.

“혁명에는 죄가 없다! 모든 혁명에는 그 이유가 있다!”

“대학은 우파에게 점령당했다! 반혁명적 언동을 보인 반동들을 척결하라!”

“제국주의자와 수정주의자들의 검은 폭풍우를 쓸어내라!”

“사람을 죽인다고 한들 뭐가 문제인가? 사람을 때려죽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수정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종교쟁이이기 때문이다!”

“인민의 아편, 종교쟁이들을 전부 죽여라!”

“착취 계급의 모든 낡은 사고, 낡은 문화, 낡은 전통, 낡은 관습을 타도하라! 종교를 타도하라! 수정주의자들을 타도하라! 혁명 만세!”

폭도가 된 수많은 이들은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교수들은 구타당했고, 폭도들을 막으려는 자들은 맞아죽기도 했다.

그리고 광기는 대학의 밖으로도 퍼졌다.

사실, 이들 중 정말 당의 의의에 충실해서 일어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폭풍으로 인해 농사가 망했고, 집도 잃었다.

본래는 정부가 집도 주고 식량도 배급해주어야 했지만, 인더스 연방 정부에게 그런 역량이 없으니 그야말로 실컷 날뛰라고 몽둥이를 쥐어준 격이었다.

그리고 이는 인도 아대륙만이 아니라, 인도차이나 반도로도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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