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72화 (172/200)

172화 동지(1)

인도,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꺼져라!”

“인도는 인도인의 것이다!”

“너희는 지금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 순순히 해산하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너네나 해산해라!”

“인도 독립 만세!”

최루탄이 터지고, 기관총을 거치한 이스라엘군은 기관총을 난사했다.

가두 시위를 벌이던 인도인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기병대 앞으로! 저 폭도들을 진압한다!”

전차와 기병들이 달려나가 무한궤도로 깔아뭉개고, 기병도를 휘둘렀다.

도로의 포석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

“내가 직접 나가겠소.”

“안 됩니다! 선생님!”

네루는 간디를 붙잡고 늘어졌다.

“저 유대인들이 선생님을 살려둘 거라 생각하십니까.”

“설령 죽게 되더라도, 내 죽음이 인도의 독립을 불러올 수만 있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네루, 자네는 여기 남게. 아니, 남아 주게나. 누군가는 우리의 뜻을 이어야 하니.”

“선생님.”

“인도의 독립. 인도인의 자유.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네.”

이스라엘의 압제는 차라리 영국을 그리워하게 될 정도로 잔인했다.

반항하는 세력이 있는 곳에 포격을 퍼붓고, 전차들을 동원해 밀고 들어가고. 불태우고. 남김없이 죽이고.

이성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력과 공포였다.

유대인들은 그것을 아주 확실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

-뚜, 뚜뚜뚜, 뚜뚜뚜뚜뚜뚜.......

모스 부호를 보내는 신호기가 삑삑거리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수많은 병사들과 전차, 트럭, 야포 등이 진격하고 있었다.

<데칸의 반군들을 섬멸하라.>

최고평의회의 명령은 간단했다.

다 죽여버려라.

전부 없애라.

사람이 없으면 문제를 일으킬 자도 없다.

그렇게, 이스라엘군이 움직였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기관단총의 총성이 울렸다.

도로 주변에서 쓰러져 있는 인도 민병대를 향해 쏘아진 탄환은 그의 등판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주먹을 움켜쥔 사람들이 있었다.

‘준비됐나?’

‘물론.’

목표는 적 선두 전차.

대전차총으로 적 전차를 제압하고, 나머지는 소화기 사격으로 제압한다.

잠시 뒤, 총성이 울렸다.

-깡!

그리고, 전차가 멈춰 섰다.

그러나 제압된 것은 아니었다. 즉시 방향을 튼 전차는 포구를 총알이 날아온 곳으로 돌려 발포했다.

-콰앙!

고폭탄의 대폭발과 함께 대전차소총을 쏜 병사가 산산조각났다.

-타타타!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병사 하나가 경기관총을 난사하며 적들을 쓰러트렸지만, 곧장 집중사격이 날아들며 그 병사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전차의 격파가 실패한 게 명확해지자, 한 병사가 곧장 달려들어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이번에는 적 전차의 엔진룸에 정확하게 착탄한 대전차수류탄은 폭발을 일으키고, 적 전차는 화염에 휩싸였다.

로켓이 날아가고, 병사들이 쓰러졌다.

“돌격!”

외치던 장교는 곧장 총에 맞아 쓰러졌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

철로 만든 방편복은 권총탄까지는 방호해도, 소총탄을 방호하지는 못했다.

서로를 향해 소총을 쏘고, 기관단총을 난사한다.

전차들이 폭발하며 조각났고, 즉시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총검을 착검한 병사들이 돌격하고, 그에 맞서 상대도 기관단총을 난사하며 돌진했다.

“인도 독립 만세!”

“이스라엘 만세!”

순간, 한 병사의 총검이 상대의 배를 찔렀다.

그 병사의 손에 들린 기관단총이 격발했고, 총검을 박아넣은 병사의 가슴에 10여 발의 권총탄이 박혔다.

두 사람의 눈이 순간적으로 마주쳤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앞으로 쓰러졌다.

서로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웠기에, 서로의 어께에 기대는 모습으로 쓰러진 두 사람은 자신들의 머리가 땅에 닿기도 전에 이미 죽어 있었다.

“동족의 배신자 놈들!”

시크교도와 이슬람교도에 대한 말이었다.

유대인들은 힌두교도들을 억누르기 위해 이슬람교, 시크교 등의 상대적인 소수종교를 지원했고, 이들은 이스라엘에 부역하고 있었다.

힌두교도들 입장에서는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병사들은 픽픽 쓰러졌고, 서로에게 온갖 종류의 무기가 휘둘러졌다.

총검, 야삽부터 창, 칼까지.

고대부터 현대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무기가 총망라된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폭도들이 항공기와 전차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저들을 지원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거의 모든 국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주변에 호의적인 국가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 이스라엘 수뇌부는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유럽연방은 뭐하나, 유럽연방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

“폭도들 때문에 식량 공급도 어렵습니다, 철로가 토막토막 끊겨서........”

“유럽연방에서 답신입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대가로 옥수수를 판매할 의사가 있답니다.”

“보내!”

인도에서 산출된 다이아몬드는 이스라엘 정부의 재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힘으로 뺏기기 전에 차라리 옥수수로 바꾸는 게 나았다.

극한 상황에서는 먹을 수도 없는 다이아몬드보다는 옥수수가 나으니까.

“저놈들의 배후에 공산당이 있습니다! 빨갱이들이 저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으으음...... 글쎄요.”

“지난 전쟁의 원흉, 이오시프 스탈린이 저들에게 전차, 항공기, 소총, 탄약, 유류! 전부 공급해 주고 있단 말입니다!”

‘니놈들이 이미 트로츠키랑 붙어먹고 있다는 걸 누가 모르냐, 그리고 저놈들은 소련 후원을 받고 있지, 빨갱이들 싸움에 끼어들어서 얻을 게 있나?’

그때, 외무부 직원이 들어왔다.

“저, 장관님.”

“누가 대사와 장관이 이야기하는데 들어오고 있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한 일입니다!”

“뭔가?”

“...... 스탈린이 죽었습니다.”

“뭐?”

“이오시프 스탈린이 죽었답니다.”

***

이오시프 스탈린, 사망.

이는 곧 지난 전쟁이 소련 내에서 진정으로 종결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스탈린은 지난 전쟁의 책임을 물어 흐루쇼프와 주코프, 몰로토프를 비롯한 여러 고위직 인사들을 숙청하면서 정권을 유지했다.

전쟁의 패배는 결국 몰로토프의 잘못된 판단과 흐루쇼프의 잘못된 조언, 군 장성들의 졸렬한 지휘 때문이었고, 스탈린은 무오했다.

그러나 옛 동지들을 총살하던 베리야는 스탈린의 사망을 확인하자마자 다급하게 움직였다.

“우리의 패배는, 우리의 상실은 오롯이 스탈린의 잘못입니다!”

전당대회에 당당히 선 베리야는 외쳤다.

“마르크스는 한때 개인숭배를 배격했으며, 레닌 동지 역시 자신의 우상화를 경계해왔습니다. 그러나 스탈린은 마르크스와 레닌 동지와의 길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따라서 스탈린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배신자였으며, 바로 그랬기에 스탈린은 전쟁에서 패했고, 몰로토프, 흐루쇼프, 주코프, 말렌코프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은 스탈린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럼 당신은 어디 있었소! 당신이 말하는 그 사회주의 혁명 동지들이 끌려가고 처형당할 때 당신은 거기에 앞장서지 않았소!”

그 순간, 베리야는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질렀다.

“지금 말한 새끼 누구야! 굴라그에 끌려가고 싶냐!”

전당대회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잠잠해졌다.

베리야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으니까.

언제나 그렇지만,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법이었다.

그리고 현재 베리야가 휘하에 둔 병력은 족히 몇 개 사단을 편성할 정도는 되었다.

잠시 뒤, 베리야는 빙긋 웃었다.

“이제 그때 제가 어디 있었는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당원 동지들.”

연설이 끝난 뒤, 베리야는 한 남자의 어께를 두드렸다.

“수고했네, 안드로포프.”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자네 얼굴을 본 사람은 없지?”

“물론입니다.”

라브렌티 베리야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스탈린이 개새끼였네 어쩌네 하더라도 그 스탈린의 사냥개였던 자신을 곱게 보는 당원들은 많지 않을 터.

지금 당장은 충성스러운 부하 요원들 덕에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언제 총을 들이민 병사들이 자신을 체포하러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쇼’를 기획했다.

자신 역시 권력에, 공포에 저항하지 못한 다른 당원들과 같은 신세였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벌인 쇼였다.

그리고?

‘국제연맹 가입, 국가 정상화, 외교관계 정상화.’

오랜 기간 정보부의 수장이었던 베리야는 서방이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자기 나라를 혁명이랍시고 쳐들어올까봐 두려워하는 것.

그 두려움 때문에 건설적인 협력조차 할 수 없다.

그 건설적인 협력이 없으면, 쑥밭이 된 조국을 수습할 수 없다.

‘막대한 군비를 삭감하고, 전 세계적인 부담을 덜자면 이 길뿐이다.’

국가정상화.

외교관계 정상화.

전시태세 해제.

스탈린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를 거대한 병영으로 만들려 했지만, 이런 병영국가는 스파르타가 망했듯이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 상식.

당장 눈앞의 케이스로 저 어리석은 유대인들이 있지 않은가?

물론 인도인들의 혁명에는 조금, 아주 조금은 NKVD의 몫도 있기는 했지만, 애초에 그런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대대적인 착취를 하지 않았으면 지금 민족멸절의 위기를 겪고 있겠는가?

지금 인도인들, 특히 힌두교도들은 모든 유대인을 물리적으로 말살하겠다면서 날뛰고 있다.

덤으로 거슬리던 소수 세력들, 그러니까 유대인들의 개로 일하던 불가촉천민들, 무슬림들, 그리고 그 외 잡다한 놈들까지.

물론 간디와 네루를 비롯해 인지도 있고 정신도 똑바로 박힌 인물들은 불가촉천민과 무슬림도 우리의 형제고, 저들의 분열책동에 넘어가 봤자 웃는 건 압제자 유대인들뿐이라며 죽을 힘을 다해 설득했지만 그래봤자 현실은 시궁창.

대화와 타협보다는 총질과 칼질이 더 가까운 이들, 가족과 친구를 이미 잃은 이들은 네루가 뭐라 하든 간디가 뭐라 하든 좆까라고 하기 일쑤였고, 그렇게 일이 한 번 터진 뒤를 보면 남는 건 곱절로 늘어난 원한을 더욱 불태우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그게 더 좋았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더욱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이 상태로는 안 된다.’

힌두교도들의 분노를 더욱 불태우기 위해서 NKVD가 열심히 공작을 하고는 있었지만, 애초에 그에게 있어서는 힌두교도 역시 숙청의 대상이었다.

어디서 감히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앞에서 카스트를 운운하는가? 여자의 옷에 불을 질러서 태워죽이는 야만스러운 놈들 같으니, 아주 문자 그대로 싸그리 갈아엎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개조를 해줘야 할 것들이었다.

그러나 시크교도나 이슬람교도와 손잡기에는 일단 그놈들이 이스라엘 현 정부 편이고, 이스라엘 놈들이 트로츠키와 붙어먹고 있다는 건 비밀도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

‘엎어버리고, 엎어버린다.’

이스라엘 정부를 엎어버리고, 힌두교도들을 세운다.

힌두스탄이 건설되면, 다시 혁명을 일으켜 인도인들의 뇌에 뿌리박힌 쓰레기 같은 힌두교를 잡아뜯어내고 사회주의 사상에 맞게 마르크스-레닌주의로 개조한다.

트로츠키주의? 그 유사 이슬람? 그건 이슬람교도들에게나 먹힐 내용, 물론 선포한 놈이 메카와 메디나에 그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는 놈이다 보니 이슬람과 굉장히 유착되어 사실상의 운명공동체가 되기는 했지만, 그 반대급부로 유럽과 남미를 비롯한 타 지역에서의 전파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이야기가 다르다.

‘인도 아대륙과 동남아시아를 장악하고, 중국에도 손을 뻗는다.’

그걸 전부 성공시킨다면, 연방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게 되리라.

성공시킨다면,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