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71화 (171/200)

171화 낙엽(3)

국제연맹.

국제 협력을 증진하고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국가간 연합체이자 가장 많은 국가가 모이는 다자 회의 기구.

본부는 스위스 왕국 베른에 위치해 있다.

모든 예산은 분담금과 함께 회원국들의 추가적이고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충당되며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 인권 증진, 인도주의적 원조 제공 등에 쓰인다. 단 분담금이 지속적으로 연체될 경우 총회의 투표권이 정지되며, 각국은 최소 자국 예산의 0.001%는 유엔 분담금으로 지급해야 하나, 어떤 국가도 유엔 전체 예산의 20% 이상을 단독으로 지불해서는 안 된다. 이는 유엔이 돈에 휘둘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국제연맹의 설립 목적은 전쟁 방지, 기본적 자유와 인권에 대한 존중, 인류의 존속이다.

이건 대외적인 팜플렛이고, 조금 더 정직하게 써 보자면 다음과 같다.

2차대전이 끝날 때쯤에 연합군은 새로운 딜레마에 빠졌다.

핵무기의 버섯구름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프랑스만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점, 그리고 핵무기의 보유량과 생산력이 부족했다는 점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적지에 핵을 투하하는 데에 그쳤지만, 전 세계는 이제 핵의 위력을 알게 되었고, 한가락 한다는 나라들은 이미 핵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제 그 투발 수단과 충분한 핵 생산량이 결합하는 순간, 그 어떤 전쟁도 그리 오래 끌지 않게 되리라.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전 세계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서로의 대가리에 그 핵을 겨누리라는 사실 역시 명확했다.

연합국의 주류를 차지하던 유럽연방과 미국은 자동적으로 자기들이 세계를 통치할 때, 이 핵을 가지고 싶어 안달난 잡스러운 놈들이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유럽연방은 미국의 생산력에 질렸고, 미국은 유럽연방이 핵을 당장 투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 주목, 서로 충돌을 꺼렸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서로가 그래도 상식적인 대화가 통하는 놈들임을 알고 있었으나, 문제는 트로츠키의 러시아 공화국을 위시한 일단의 ‘국력은 있는데 신용하기 어려운 놈들.’

이렇게 되자 곧장 두 국가 사이에서는 밀실회담이 이어졌다.

‘전쟁 끝나자마자 트로츠키주의자 놈들을 핵으로 증발시키면 어떨까?’

‘우린 그럴 병력도 없음, 핵도 바닥, 핵은 어떻게 만든다고 해도 지상전은 니들이 다 하는 조건이라면 동의하겠는데.’

‘으음, 솔직히 우리도 의회 설득할 자신이 없음.’

‘그럼 다른 방법이 있음, 저놈들을 무대 위로 끌어내서 전 세계 빨갱이들을 대표하게 하자.’

‘????’

‘저기는 빨갱이들의 메카이며, 아니, 메카를 지배하는 거 맞네, 아무튼 간에 기독교의 예루살렘 같은 동네임, 중세 시대에 교황이 명령했을 때 온 유럽이 어떻게 됐냐?’

‘그럼 그 교황을 링 위로 끌어올리면.’

‘다른 빨갱이들은 저쪽 칼리프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도 적당히 단도리하는 게 이익이 돼, 저놈들도 알거든, 자기 말고 다른 빨갱이들이 핵 가지면 종교개혁 일어난다는 거, 러시아라는 선례가 있잖음.’

‘그럼 다른 빨갱이들이 핵을 못 만들고 자기만 만들려고 할 거란 말인가.’

‘지금 붉은 냄새가 퍼져나가는 건 북아프리카와 인도, 동남아시아 지역임, 잘사는 동네는 하나도 없지. 소련은 결이 다르니 빼고.’

‘저 동네들이 전부 공산화되면.’

‘너도 나도 핵을 만드는 것보다는 저기 한 놈만 핵을 만들게 하는 게 낫겠지. 어차피 우리가 막는다고 막아짐? 미국 니들은 우리가 핵 만들지 말라고 하면 안 만들 거냐?’

‘만들겠지,’

‘하지만 중세시대에 교황이 신도들에게 주교 서임권은 교황만이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그 교황이 실질적인 무력을 갖추고 있다면?’

‘한 놈 빼고 빨갱이들이 핵을 만드는 일은 막는다 이거군.’

‘핵을 보유할 권리를 가지고 세계를 통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국가를 뽑아서 상임이사국 명패를 주고, 조금 공정해 보이려면 우리보다 권한이 약하지만 그래도 이사회에서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비상임이사국도 정기적으로 뽑되 상임이사국은 영구 고정으로 해놓지.’

‘상임이사국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지. 지분과는 관계없이.’

거부권 탄생.

‘빨갱이들에게 한 자리 주고.’

‘소련에게 자리 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그럼 미국, 유럽, 러시아, 셋이서 출범?’

‘러시아랑 소련 모두를 견제하려면 고려연방의 협조가 필수적임, 걔들도 끼워주자.’

‘고려연방만 필수적이냐. 오스트리아-헝가리도 있지.’

‘그럼 미국, 유럽연방, 러시아 공화국, 고려연방, 오스트리아-헝가리, 이렇게 다섯까지 상임이사국으로 끊자.’

‘이스라엘이나 앵글로노르드 연방, 알비온 연방, 히스파니아는?’

‘뒤의 셋은 급이 안 맞잖아. 그리고 이스라엘은 솔직히 말해서 저놈이 핵 가지면 뭔 일이 터질지 예측이 안 된다. 저 한 줌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통제 가능하냐? 저거 나라가 10년 내에 공중분해될지도 모르는 판에 저놈들에게 핵을 만들 권리를 주자고?’

‘위험하겠군.’

‘핵무기는 만들기는 어려운데 유출되었을 때의 후폭풍이 엄청난데, 이스라엘이 핵무기 만들게 놔뒀다가 유출돼서 파리에 버섯구름 생기면 님들이 책임지실 거임?’

‘그럼 대신 이 넷은 시작할 때 비상임이사국 자리 주고 시작하자고, 거기에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 연방, 스웨덴, 남아공, 캅카스 공화국, 이 여섯을 더해서 비상임이사국 10개, 상임이사국까지 15개, 이렇게 시작하면 어지간한 애들 다 모았으니 괜찮잖아?’

‘본부는 어디다 두지?’

‘스위스 왕국 제네바. 얘도 나름 유서깊은 유럽 국가인데 아무 자리도 못 받았으니 본부라도 둬야지.’

대충 그런 티키타카가 오간 뒤 안전보장이사회의 얼개가 짜지자 곧장 여러 사안들이 처리되었다.

‘대량살상무기 만드는 새끼들은 대가리를 깨버린다. 그러려면 군사력이 필요하지. 어차피 연합군 사령부는 전쟁 끝나면 쓸모없어지는데 그 연합군 사령부를 그대로 국제연맹군 사령부로 계승시키면 되지 않을까?’

‘무력 행사 외에도 경재제재를 가할 방법도 있어야 하니 이를 통제할 기관을 하나 만들고, 또 이놈들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서 사찰하는 기구를 세워야 할 필요가 있어.’

‘이런저런 가면을 써야 통치가 편하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인권보호 활동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국제적으로 몇몇 국가들이 분쟁을 일으킬 때 판결할 수 있는 재판소, 공해나 하늘에서의 문제 등을 다룰 사무국도 필요하고. 각국의 국제적인 통신과 무역도 국제연맹에서 처리해야 한다.’

‘식량은 인구증산과 직결되고, 동시에 무기화할 수 있다, 이것도 세계경영에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니 이것도 국제연맹 하위기구를 하나 만들어서 다룰 필요가 있어.’

‘명색이 국제연맹인 이상 총회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불만이 쌓일 가능성도 크다. 총회가 명목상으로는 안전보장이사회를 견제할 통로는 만들어둬야 해.’

그런 식으로 하부조직들이 하나하나 편성되어 공식 출범을 준비 중인 상황.

연합국에 가입했던 국가들은 창설 멤버고, 그 외에 다른 잡다한 국가들, 그리고 패전국들도 적절한 절차만 거치면 가입을 허가해줄 예정이었다.

따라서 국제연맹은 근본적으로는 공산주의 확산을 막고, 핵 확산을 막으려는 꿍꿍이에서 나온 것, 당연히 고려연방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만한 값을 내야 한다는 게 잘못되었습니까?”

황제는 뒤로 빠졌지만, 총리와 외무장관 간의 설전은 치열했다.

“유럽연방군의 주둔지도 약속했습니다. 막대한 양의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거기에 연합군과는 별개로 유럽연방군과의 연합사령부 역시 상설화해 설치하기로 했으며, 우리는 공산주의 확산의 방지를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합니다. 그런 1급 동맹국에 핵기술 하나조차 공유해주지 못하겠다는 겁니까?”

“핵기술은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2차대전 당시 귀국은 미군 장성의 지휘를 받는 중국원정군에도 다수의 핵탄두를 제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설마 우리가 미국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동맹이오?”

“그것과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똑같습니다. 외무대신 각하.”

현재 각국의 모든 무기체계, 군사체계는 핵무기를 기준으로 맞춰지고 있는 형국.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와 보유하지 않은 국가의 차이는 그토록 컸다.

그리고 그만큼 크기에, 전 세계 각국은 사활을 걸고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손에 넣고자 하고 있었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기존의 재래식 전쟁 중 상당 부분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수소폭탄의 개발.

그리고 탄도미사일의 개발.

장거리 폭격기에,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핵무기를 실어 적의 수도를 날려서 불태워버린다면, 그 이후의 재래전은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당장 내일 벌어질 전쟁이 아닌, 언제 일어날지 모를, 십중팔구 상대도 충분한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생산하게 된 뒤에나 벌어질 전쟁을 상정한다면.

기존의 모든 재래식 전술은 의미가 없다.

문자 그대로, 처음부터 새로운,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해야만 했다.

다만, 그들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 있었으니.

핵보유국과 미보유국 간의 전쟁은 결코, 절대로 성립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

맨 SS 기사단국.

하인리히 힘러를 국가원수로 둔 기사단국은 SS의 전력 중 지원자들과, SS의 수뇌부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슈츠슈타펠은 국민군이었기에 가족과, 자신의 고향 등을 두고 쉽게 떠날 수 있는 인사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되어 현 시점에서 SS 출신으로써 복무하다가 힘러와 기타 나치당 인사들과 함께 맨으로 넘어온 전력은 극소수였다.

원래는 수 개 군단을 말할 정도로 많았지만, 시일이 지나자 자신들의 로망과는 다른 삶에 순식간에 병력들이 이반했고, 애초에 정예군을 빼가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던 괴링이 SS로 떠난 인물들을 유럽연방군에 흡수시키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순식간에 병력이 줄었고, 거기에 내분까지 몇 차례 터지면서 골수 충성파 일부를 제외하고는 해산된 것이다.

게다가 있는 병력조차 자기들 손으로 정예화를 추구한다면서 걸러낸 결과, 규모는 그야말로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하인리히 힘러, 당신은 기사단장 자격이 없소.”

“이 반역자가!”

격분한 힘러가 삿대질을 했지만, 총을 겨눈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는 차갑게 답했다.

“끌어내.”

이 자의 미친짓 때문에 이 촌구석에 쳐박혔다.

지금이 무슨 독일 기사단국 시기도 아니고, 무기와 군대를 건사하려면 그만한 자금과, 공업기반이 필요한데 그런 것도 없는 이 촌구석에서 기사단 놀이를 하겠다?

웃기지도 않았다.

오늘부터, 그는 기사단장이었다.

그리고, 기사단은 이제 끝이었다.

애초에 힘러의 망상과 괴링의 정치적 타협으로 인해 만들어진 기사단은 근본적인 유지가 불가능했기에 스스로 자멸하고, 그 자리에는 맨 공국이 세워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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