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62화 (162/200)

162화 일루미나투스 작전(5)

“다수의 적기 접근 중!”

“대공사격! 대공사격!”

“적이 10km 이내로 접근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미사일 몇 발이 하늘로 치솟았다. 6인치에 달하는 직경에 탄두 무게만 12kg을 넘는 굵직한 미사일이 소리의 세 배에 근접한 속도로 하늘로 날아갔다.

미사일들은 복사 유도 광증폭식 유도를 받아 날아갔다. 워낙 위력이 좋아 전차를 격파하는 데에도 운용할 수 있다는 미사일들은 목표들을 줄줄이 명중시켰다.

그러나 그 화망도 결국 상당수의 적기가 돌파했다.

미사일이 약해서가 아니라,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누가 본다면 전차라고 할 만한, 단포신에 회전 포탑을 지닌 무한궤도차량이 천천히 포신을 들어올렸다.

포탑을 돌리고, 포신을 하늘로 겨눈 궤도차량의 포문에서 폭음이 울렸다.

76mm 포탄들이 공중으로 날아가서 접근 중인 적기들 사이에서 폭발했다.

76mm 속사포를 회전포탑에 장착한 유럽연방의 신형 자주대공포는 그대로 두터운 화망을 쳤다.

기존의 40mm 보포스와는 차원이 다른 저지력이었다. 유효사거리 내인 6km 거리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중국의 자폭기들은 산산조각나면서 추락했다.

아음속으로 날아오던 중국군 자폭기들을 향해 VT신관에 원시적이나마 아날로그 컴퓨터를 이용한 사통장치까지 활용한 76mm 포탄들이 쏟아졌고, 순식간에 수많은 금속 파편들이 적기들을 줄줄이 산산이 부숴버렸다.

유럽연방과 미국이 공동개발, 미국의 주도로 생산되기 시작한 VT신관은 전차포탄과 대공포탄, 야포탄 등에도 대량으로 채용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전차포에서 발사된 고폭탄을 적의 머리 위에서 공중폭발시키거나, 적기의 주변에서 대공포탄을 폭발시키거나, 포탄들이 착탄하기 전에 적의 머리 위에서 터지게 해 살상력을 극대화한다.

물론 비싸지만, 미군은 그걸 감당할 만한 자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76mm 대공속사포와 조합된 효과는 그야말로 파리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자폭기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하늘! 청명합니다!”

순식간에 갈려나간 적기들을 보며 지상군은 환호성을 질렀다.

탄약고, 유류고, 비행장, 대공포대, 레이더 기지, 지휘부.

그야말로 타겟이다 싶으면 날아가서 터지는 이 자폭기들은 30km 밖에서부터 로켓을 가동해 아음속으로 돌진해 오는 탓에 격추 자체도 어려운 편이었고,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미사일을 쏴도 몇 개는 꼭 내리꽃혔다.

게다가 유도장치가 인간이었기에 아직 신뢰하기 어려운 이 시대의 전자장치보다 성능이 훨씬 나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자폭기들은 3인치 포탄의 저지력, VT신관과 사통장치의 결합으로 인한 효과적인 타격, 높은 연사력이 조합되어 살충제 맞은 날파리들처럼 처참하게 부서져내렸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콰앙!

순간, 자주대공포 한 문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뭐야!”

“적습! 적습이다!”

중국군이 자체 제작한 20mm 무반동총은 전차에게는 쓸모가 없었지만, 포탄 파편만 간신히 막도록 설계된 자주대공포의 장갑은 우습게 관통했다.

그리고 메탈제트가 탄약 가대에 명중하자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어디서 쏜 거야!”

“안 보여! 안 보여!”

“저기다! 발사화염!”

“갈겨!”

사방에서 총성이 울렸다.

자주대공포가 한 번 긁어주면 적 기갑까지도 줄줄이 타져나갔겠지만-적에게 전차가 있다는 가정 하에-대공포는 지금 본연의 임무인 대공 사격에 집중해야 했다.

-타앙!

순간, 두 번째 폭발이 일었다.

“씨발! 저 새끼들 안 죽었잖아!”

“아냐! 날아온 방향이 틀려! 우측! 11시 방향!”

이번에는 여러 모로 행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었다. 포탄이 빗나갔으니까.

정작 최전선에서는 안 보이고, 이런 잠입조들이 들고 다니는 무반동총은 숙련도가 높은 병사들이 주로 사용했다.

모든 중국군에게는 자주대공포나 미사일 포대를 파괴하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만일 다른 임무가 있어도 자주대공포를 발견하면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어차피 전차에는 먹히지도 않는 대전차병기, 최전선에서는 갈고리 폭탄이나 대전차 죽창, 대전차 수류탄 등을 지급하고 장갑이 얇은 자주대공포를 노린다는 전술은 효과적이었다.

이곳은 그들의 땅이었기에 더더욱 효과적이었다.

“수류탄 투척!”

-쾅! 콰앙!

여기가 뚫리면 비행장이다.

수많은 전우들이 와글와글 몰려 있고, 다수의 항공기와, 유류와, 폭발물이 있는 그곳.

활주로가 날아가고, 격납고가 박살나면 방공작전은 더욱 힘겨워질 터였다.

“그 새끼들! 그 마을 새끼들이 협조한 게 분명해! 여기서 살아남으면 그 새끼들부터 다 쏴죽이겠어!”

하사관 한 명이 악을 쓰며 수류탄을 찾았다.

문제는, 수류탄이 없었다.

“수류탄! 수류탄 없어?”

순간, 적들이 은폐한 곳 근처에서 폭발이 일었다.

“공병용 TNT에 신관 꽃았습니다! 아쉬운 대로 이거라도 던져요!”

“총류탄 간다!”

잠시 뒤, 펑 소리와 함께 적들이 은폐한 바위그늘이 산산조각났다.

“클리어!”

“클리어!”

“더 없나?”

“다 죽었습니다!”

어느새, 대공포 사격도 멈춰 있었다.

“하늘, 청명합니다!”

***

“적 특작부대에 동조한 놈들은 전부 죽이거나 체포해!”

당연하지만, 한 번 침투에 성공하면 처절한 보복이 잇따랐다.

이미 적들의 자폭공격과 자살성 돌격을 본 연합군은 저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게 된 지 오래였고, 중국군의 침투 경로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마을들에 빠짐없이 중무장한 전투병들이 들이닥쳤다.

“전부 끌어내!”

“불 질러!”

“이 새끼들, 역시 중국군이었어! 총이다!”

-탕! 탕탕!

구식 소총을 들고 나온 노인 한 명의 몸에 자동화기 사격이 퍼부어지고, 곧장 병사들은 노인이 나온 집 안쪽으로 총기를 난사하고는 소이수류탄을 던져넣었다.

“너희 둘! 포로 감시해, 나머지는 빨리빨리 마무리지어!”

“2소대장!”

“예, 중대장님.”

“집 하나는 남겨 둬.”

“예?”

“저놈들도 적당한 보상은 받아야지.”

중대장이 주민들을 모아 둔 방향을 눈짓하자, 2소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끝나면 어쩝니까?”

“문 막고 불 질러. 총알 낭비할 이유가 있나?”

“알겠습니다.”

죄책감은 없었다.

동포랍시고 적 침투조를 보내준 놈들 때문에 두 대의 자주대공포가 완파되고 다 모으면 족히 한 개 소대는 되는 병사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러면 제놈들 모가지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 아닌가. 그 두 대의 자주대공포가 전장에서 적을 죽였을 수만큼, 그리고 그 1개 소대가 전쟁 끝날 때만큼 죽였을 숫자만큼.

아니, 그 두 배로.

저놈들은 짐승들이었다. 제 목숨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미친놈들.

포신 하나 부숴 보겠다고 무한궤도 앞에 몸을 내던지는 놈들, 폭탄을 타고 군함과 시설물에 달려드는 정신병자들.

하물며 개 한 마리조차 제 목숨이 소중한 줄은 알거늘, 고귀하고 자발적인 희생도 아니고 죽음을 전제로 한 공격만 가한다?

저들의 대전차 죽창이 터지면 들고 있는 칭키는 시체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데도 덤벼들었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그런 명령이 내려왔다면 그런 무기를 만든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 장성들의 목부터 대롱대롱 매달아버린 다음 평화협상을 했을 거다.

비열하기 짝이 없는 기습 공격을 한 저들의 수뇌부, 그리고 그 수뇌부가 죽으라니까 정말 죽고 싶어 달려드는 중국인들.

다 똑같은 놈들이다.

저들은 영혼 없는 기계 같은 놈들이니, 기계 같은 취급을 해줘야 한다.

잠시 뒤, 여자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리고,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옷장 속에 숨어 있다가 집이 불바다가 되자 뛰어나오다가 기둥에 깔린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오지만, 상대가 타죽을 때까지 그 누구도 돕지 않았다.

그렇게 마을 여러 개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

칭다오, 중화민국.

아무리 고려군이 대놓고 태업을 벌이면서 밍기적거리고, 죽으라고 전투병력 대부분을 형벌부대로 구성한 한 개 군단을 한 개 집단군이라는 망언을 지껄이면서 베이핑으로 어택땅을 눌러놓고 나머지는 참호 파고 들어가버렸다지만, 칭다오 반도의 제압은 반드시 필요했다.

대련의 안전이나, 랜드리스 선단의 안전 등을 감안하면 칭다오는 물론 그 인근 반도 지형의 해안선 정도는 장악해서 중국군의 자폭공격기들이 수송선이나 항만에 인생 마지막 다이빙을 시도하기 전에 모조리 격추할 정도는 되어야 했고, 결국 고려연방군은 3개 사단을 상륙시켜 칭다오 반도를 제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고려연방군의 해군은 맹탕에 가깝다는 것.

상륙사단을 세 개씩 편성하면 뭐하는가. 해군이 없는데.

순양함을 주축으로 한 명목상 해군은 있지만 운용인원이 거의 다 군사고문단인지라 7함대에서 함께 작전 중이다, 수송선도 없다. 상륙 지원함도 없다. 심지어 폭격기도 부족하다.

없으면 연합군에 손 벌리는 게 버릇이 되어버린 고려연방 수뇌부는 다시 연합군 총사령부를 쪼르르 찾아가 드러누웠고, 연합군 총사령부는 거부하려 했지만 지원 안 해주면 니들이 알아서 상륙하라는 요구에 뒷목을 잡으며 홍콩 상륙전에 사용된 각종 장비들 중 손망실되지 않은 것과 새로 생산된 것들을 섞어서 고려군에게 던져주었다.

그 장비들과 수송선들을 냉큼 받아챙기고, 전함과 항공모함을 보유한 미 해군 7함대가 진통 끝에 상륙지원을 위해 통째로 칭다오 방면으로 재배치된 끝에 시행된 상륙작전.

이 상륙작전을 진행하기 위해 군 수뇌부는 타국군에 악을 써대고, 드러눕고, 작전계획을 짜느라 머리가 터져나가고 있었지만 그 결과로 장병들은 사지가 찢겨지고 있었다.

“공습이다!”

“엎드려!”

칭다오에 낙하산과 수송선을 타고 내던져진 3개 사단은 일단 미 해군이 맹포격과 공습을 해주며 머리 위의 안전을 담보해주는 동안 해안을 확보하고 비행장부터 확보하고 대공포를 있는 대로 긁어모아 배치했다.

비행장과 방공망, 중국군을 상대할 때 반드시 필요한 대비였다. 탄약고와 유류고, 식량 저장고, 기타 등등이 적 자폭기 공격에 날아가는 꼴을 보기 싫다면 말이다.

그리고 다행히 비행장은 금방 구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중국군의 자폭기 출격용 비행장이었지만, 아무튼 비행장은 비행장이고 일반 항공기도 충분히 이륙할 수 있었던 만큼 고려군의 제1목표였고, 한 개 사단이 이 초대형 비행장을 점령하기 위해 통째로 투입된 끝에 피바다를 만들면서 비행장을 점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탈취한 비행장이 전력화되기 전에, 중국군의 불벼락이 내리꽃혔다.

거의 천여 기에 달하는 자폭기들이 날아와서 방공망을 머릿수로 뚫어낸 다음 터져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적기 접근 중!”

“대공포대 화망이 얕아!”

-콰앙!

“탄약고에 적기가 들이받았습니다!”

“소화반! 당장 소화반 전원 튀어나와!”

“격납고가 박살 났습니다!”

“유류고에 A급 화재! 불이야!”

무식한 작약량의 폭탄이 터져나가면서 어설프게 만들어진 유개호는 안에 숨어 있던 병사들과 함께 산산조각났고, 항공기들은 고철로 변하고, 항공유들도 불타올랐다.

공습은 하룻밤을 꼬박 지나 동이 트고 해안에 배치된 항공모함들이 다급하게 항공기를 이륙시켜 상륙부대를 구해냈을 때에 그쳤지만, 비행장은 여전히 환하게 빛나면서 그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의무병! 의무병!”

“공병대 전부 나와! 활주로부터 복구한다!”

“살아남은 항공기 전부 확인해! 조종사들 인원파악 즉시 시행해라!”

“저기 붙은 불 꺼!”

“포격지원 요청이다! 즉시 포 끌어내서 방열한다!”

포병 화력은 무조건적인 압도였다.

흔히 똥포라 불리는 106mm 견인포는 고려군이 최초로 제작한 국산무기 중 하나로, 미군의 4.2인치 박격포를 복제하다가 개발된 물건으로, 박격포탄을 쏘는 곡사포라고 할 만한 물건이었다.

포신의 길이를 늘리는 등의 개조로 같은 포탄을 쏘면서 9km의 최대사거리를 확보했고, 박격포탄이라 포에 가해지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부족한 기술로도 경량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동급의 표준형 곡사포보다는 사거리가 좀 짧아도 공수부대나 산악병용 경량포와는 비슷한 성능을 발휘해주기에 나쁜 성능은 아니었다.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고려군은 박격포탄을 클립식으로 장전해 빠른 속도로 연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박격포탄을 억지로 사정거리를 늘려 쏜다는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떨어지는 포탄의 위력을 연사력으로 메우려는 시도였다.

잠시 뒤, 특유의 연사력을 발휘한 똥포들이 중국군 대열을 향해 포탄을 빗발치듯 퍼부었고, 접근하던 적들이 산산조각났다.

칭다오는 불타올랐다.

그리고, 칭다오에 상륙한 고려연방군 3개 사단을 상대하기 위해 동원된 중국군은 약 40만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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