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60화 (160/200)

160화 일루미나투스 작전(3)

문자 그대로 침묵만이 내려앉은 공간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총을 지향한 병사들은 사람은 물론이고 새소리나 벌레의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공간을 수색했다.

이곳은 죽음의 공간이었다.

식물들은 누렇게 말라죽어 있었고, 조금만 주변을 주시하면 바닥에 떨어져 죽어 있는 새, 쓰러져 죽어 있는 개나 고양이 등을 볼 수 있었다.

“주의해.”

“엄폐!”

급히 몸을 숨기는 병사의 모습에 분대는 혼비백산해 몸을 숨겼다.

“뭐야!”

“저격수 같습니다! 빛이 반사되는 걸 봤어요!”

“저격수? 젠장, 칼!”

“하고 있습니다.”

망원조준경에 눈을 가져다댄 칼이라 불린 병사는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답했다.

“어이, 제이슨.”

“예?”

“아까 네가 봤다는 반사광, 3시 방향에 있는 2층 건물이야?”

“예.”

“저격수 아니다, 철골이 튀어나와서 빛을 반사하고 있네, 쏠 뻔했다.”

그제서야 병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대형을 다시 짰다.

“죄송합니다.”

“착각할 수도 있지, 반사광이 제법 비슷해서 시야가 확보 안 된 상황이었으면 나라도 발포했을 거야.”

저격수인 칼이 위로했다.

“그나저나 다 죽은 걸까요? 사람이 없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기관단총을 든 상사가 대신 답했다.

“놈들 중에 방독면 쓴 놈을 못 봤어. 그 말은 독가스에는 면역력이 없다는 건데.”

프랑스군은 대량의 독가스를 저항이 심한 거점에 대거 투발했다. 매복이 예상되는 지점에도 독가스를 투발했다.

그나마 핵무기의 남용은 좀 줄어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화학전을 대규모로 벌여대서야 민간인이고 뭐고 없다는 걸 확신시킬 뿐이었다.

물론 그곳에 있는 이들은 미군 보병들이었지만, 이들도 프랑스의 행동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저들의 광기를 사흘만 맛보면 아무리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도 착한 중국놈은 뒈진 중국놈이라는 견해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게 분대원 모두의 견해였으니.

“분대장님! 여기 좀 보십쇼!”

“뭐야?”

“이놈들, 매복을 준비했었나 봅니다.”

거의 중대 규모에 가까운 중국군이 총과 수류탄을 들고 있었다.

든 채로, 죽어 있었다.

“가스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나 보군.”

박격포까지 가진 놈들이 방독면은 가진 놈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유럽 놈들이 가스를 한 번 싹 뿌려놓지 않았으면 우리가 다 뒈졌을 겁니다. 젠장, 저게 다 몇 놈이야?”

“기관총도 여러 정 있군, 밀러 말이 맞아, 우리 숫자로는 몰살당했을 거다.”

“우리 윗대가리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우리 포병대만 가스를 쓰지 말라는 건지.”

진짜 이유는 FDR이 화학무기의 C만 꺼내도 경기를 일으키는 지독한 화학무기 혐오론자였기 때문이었지만, 전선에 나온 병사들에게 있어서는 FDR이 화학무기 혐오를 하건 말건 지금 자기들이 수에 밀려서 뒈지지 않으려면 비대칭 전력이 간절히 필요한데 그 비대칭 전력을 못 쓰게 하는 상부의 행태에 미치고 환장할 뿐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기사도 병에라도 걸렸나, 그럴 거면 아예 판금갑옷에 창 들고 나가라고 하지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진짜 칼 들고 덤비는 놈들 많더라.”

알아먹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면서 칼 한 자루에 의지해서 전차에 달려드는 미친놈들.

그때, 가스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마을을 빠져나오던 차에 선두의 병사들의 눈에 인영이 포착되었다.

상대도 이쪽을 파악했는지 급히 몸을 숨기고, 분대장이 악을 썼다.

“플래시!”

“..........”

“플래시! 답 안 하면 발포한다!”

“라이트닝!”

“누구냐?”

“이스라엘 방위군 4사단 7연대 1대대 5중대다! 그쪽은 미군인가?”

“맞긴 한데 이스라엘군이 여기서 뭐 하는 건가?”

“길을 잃었다.”

“여기는 82공수사단의 작전구역이다.”

“제기랄, 한참 벗어났군.”

상대가 한숨을 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거기 미군 나리, 길 좀 알려줄 수 있소?”

“일단 나와라.”

그러자, 저 멀리에서 인영들이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한 남자가 걸어왔다.

30대? 40대? 아무튼 간에 최소 베테랑 부사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스라엘군 특유의 갈색 군복을 입고 다가왔다.

“그쪽은?”

“하이먼 상사라 불러주시오.”

“피터 골드버그, 이쪽도 상사요.”

“이스라엘군이 여기 무슨 일이오?”

“말했잖소, 길을 잘못 들었다고.”

담배를 입에 문 상사는 짜증스레 말했다.

“빨리 집결지까지 가야 하는데 운전병 놈들이 길을 잘못 들었소, 제기랄, 이놈의 길은 얼마나 험한지.”

“운전병? 당신들 차량도 있소?”

“지프차랑 트럭들이지만 있긴 있소. 혹시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겠소? 지도는 있는데 위치를 모르겠군.”

“광저우 시 외곽에서 대충 서북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위치요.”

“서북쪽 4km라,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모양인데. 알겠소.”

“혹시 원래 집결지가 어디였는지 알 수 있소?”

“베이양후?(백원호)인지 뭔지 하는 호수 인근이오.”

“거기면 저 강 건너서 동쪽으로 6km 정도 가면 나올 거요.”

두 사단의 전투지경선 자체가 강을 사이에 두고 놓여져 있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정보 고맙소, 내 부하들에게 가 봐야겠구만.”

“그런데 중대를 왜 상사가 이끌고 있소?”

“이게 말이 중대지 임시편제요, 여기저기서 끌어온 보충병들 무리지, 그래서 중화기도 없고 트럭 타고 이동하고 있던 거요.”

그러고 보니, 이스라엘군이라는 병사들의 상태가 다들 심상치 않았다.

“...... 애들이잖소.”

“어쩌겠소, 보충병이라고 받아온 게 다 저 모양이오, 저런 애들까지 전쟁에 끌어내야 할 정도로 병력이 부족한 건지.”

“유대인들은 다 장교로 가고 인도인들이 사병으로 가는 거 아니었소?”

“나도 그게 어이가 없어서 대거리 좀 했는데, 여기 애들은 간호나 그런 후방근무 보직으로 빠진다더군, 그래서 장교가 아니라 부사관들이오. 젠장. 하긴 저런 꼬맹이들을 장교로 내보내느니 그딴 발상을 한 새끼 대가리에 총알을 심어주고 말지.”

그러고 보니 여성 비중도 제법 있었다.

“아무튼, 정보 고맙소, 전쟁 끝날 때까지 잘 살아남기나 하시오.”

“그쪽이나.”

덕담 비슷한 게 오간 후, 두 사람은 서로의 전우들을 향해 걸어갔다.

사소한 헤프닝을 제쳐두고, 부대는 전진했다.

아직 중국군의 대대적인 반격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

“포산 시에 투입된 59사단과 61사단의 피해가 극심합니다. 59사단은 사실상 전투 불능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광저우에서의 저항은 거의 끝났으나, 부대 피해가 심합니다.”

태평양 전선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는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인들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군,”

맥아더는 프랑스 장군들을 바라보았다.

“그 핵무기 몇 발 더 구해올 수 없소?”

“불가능합니다. 현재 열심히 생산 중이지만, 황제 폐하께서 이미 저희 군이 핵탄두의 소모량이 너무 많다면서 지적하신 바 있습니다.”

프랑스가 핵탄두의 연간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된 바 없다. 동맹국들에게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 보아 미사일보다는 생산하기 어려운 게 분명했다.

“적의 공세가 너무 강하면 북부전선을 주공으로 해서 남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법 합니다. 소련에서 압류한 전차들이 대규모로 몽골과 만주에 쌓여 있는데, 훈련만 거치면 이들을 전선에 투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고려는 해 보도록 하지.”

맥아더는 아이젠하워 장군이 가져다놓은 서류를 훑었다.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적은 최대 2억에 달한다고 하네, 우리 군 역시 수백만에 달하고, 정말 대량으로 지원받으면 1천만의 병력을 운용할 수 있다고 하나, 그래도 병력비가 20대 1이네.”

물량전으로 붙었다가는 쓰나미 앞의 모래성 신세이니, 최소한의 희생과 최대한의 화력으로 적들을 일방적으로 섬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우리 군이 평지에서 적과 맞붙었을 경우, 교환비는 40대 1 정도로 유지되었네, 그렇지만 적의 잔당 소탕이나 산악전 등으로 끌려들어갔을 때는 교환비는 1대 1까지도 떨어졌어, 시가전도 마찬가지이니, 우리 군은 반드시 이런 전투를 회피해야 하고 화학무기와 핵탄두는 이런 상황을 회피하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효율적인 무기체계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계속 화학무기 쓰지 말라고 압력이 들어오고, 핵무기를 가진 전우들은 주기 싫은 게 아니라 진짜 잔탄이 없다면서 드러누믄 판이었다.

그렇다고 재래식 전투를 계속 이어나가다가는 난징을 점령한 뒤에도 쏟아져나오는 적들에 의해 소모전을 강요당하다가 여기 있는 장성들까지 소총수 역할을 강요당할 판이었으니, 맥아더는 최대한 워싱턴의 요구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거부해야 했다.

“워싱턴에서는 이해를 못 하고 있네, 적들이 얼마나 많고 끝이 없는지, 이 땅이 얼마나 넓은지, 제기랄, 나도 여기 와 보기 전에는 이해를 못 했으니 워싱턴에서 한가하게 펜대나 굴리는 작자들이 깨닫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장의 목소리를 좀 들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빌어먹을 민주당 놈들.

그렇게 투덜거린 맥아더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 플랜 B를 실행할 수밖에 없겠다.”

“무엇입니까?”

“르메이 장군, 설명해주시오.”

“폭격입니다.”

“폭격으로만 저들의 항복을 받아내기는 지난할 겁니다.”

프랑스군의 장성 한 명이 반박하려 했으나, 곧장 르메이 장군이 말을 끊었다.

“물론 저 역시 폭격만으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저들의 최대 병기는 인구수와 거기에서 나오는 물량 그 자체고, 우리는 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폭격함으로써 적들의 전쟁수행능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인구밀집지역에 대규모 인명살상을 일으킴으로써 적의 공업능력을 저하시키고 예비 병역자원들을 제거한다.

공장지대를 부순다, 광산을 파괴한다. 농촌을 파괴해 식량수급을 막고, 어촌을 파괴해 어업활동을 저지한다.

숲을 불태워서 적들이 목재로 항공기를 만드는 걸 막는다. 교통로를 파괴해서 적들의 이동을 제한한다.

그 와중에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터이나, 그 민간인들은 잠재적인 적의 자원이라는 것은 이곳에 있는 모든 장성들이 뼈아프게 느낀 바 있었다.

“독가스를 본국에서 보급을 못 하도록 정치권이 막고 있으니, 전술적 목적의 가스 사용을 위해 대부분의 가스는 비축해야만 하네, 유럽에서밖에 가스를 구할 곳이 없으니까. 핵탄두도 마찬가지 이유로 사용이 어려운 관계로 모든 공습은......”

“공습은 전부 소이탄만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기존의 정밀폭격은 무의미하며, 대규모 전략폭격만이 효과적인 타격을 적들에게 미칠 수 있습니다.”

커티스 르메이 준장은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맥아더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FDR과 담판을 지어서라도 필요한 물자는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네, 그러니 그동안만 수고해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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