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59화 (159/200)

159화 일루미나투스 작전(2)

해안 요새에서 11인치 포탄들이 빗발치듯 날아들고 있었다.

16문에 달하는 11인치 요새포, 미군의 파괴공작과 지속적인 폭격으로 인해 가장 강력한 포들인 4문의 15인치 포와 18문에 달하는 11인치 요새포들이 파괴되었지만, 여전히 다수의 해안포들이 살아 있었다.

“적 전투기 접근 중! 신형기다! 자폭기 아냐! 제트 추진 신형 전투기다!”

짜리몽땅한 몸체에 후퇴익을 장착한 제트기들이 날아들며 미군의 폭격기를 노렸지만, 순식간에 공중폭발을 일으켰다.

장거리 미사일들이었다.

명중률이 낮더라도 강력한 탄두를 탑재해 휩쓸어버리는 공격에 당하자 글라이더를 개조한 것에 불과한 중국군의 제트기들은 펑펑 터져나갔다.

그러나 인근에서 발진한 로켓 전투기들은 제트기들이 터져나가는 가운데에도 미군에 접근했다.

누군가가 봤으면 비웃었으리라, 거의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된 제트 전투기만 두 종류, 로켓 전투기도 두 종류. 차라리 네 가지 중 하나에만 개발역량을 집중했으면 생산력이라도 제법 나왔을 것을 각 군벌마다 서로 다른 연구를 추진하는 바람에 네 종류나 되는 신형기들이 이 공중전선에서 터져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 성능이 연합군의 제트기들을 압도했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까.

한편, 지상전에서는 악전고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중화민국 만세! 삼민주의 만세!”

고함을 지르며 대도를 빼들고 돌격하는 중국군에 맞서 미 해병대는 악착같이 맞섰다.

물론 그 피해보다는 적의 기관총 사격에 입는 피해가 컸다.

아니, 저 기관총 사격으로 죽어나가는 적군은 아군보다 더 많아 보였다.

‘저 새끼들은 병신인가.’

맞서 싸우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무슨 멀쩡한 병력을 왜 돌격시키는가? 이미 해안에 고립된 아군을 기관총과 포격으로 말려죽이면 될 텐데.

사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돌격을 통해 미군을 엄폐물에서 끌어낸 다음 죽이려고 한 것이었다.

물론 그게 한심한 판단능력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미군은 제법 피해를 입었으니 그게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콰쾅! 콰콰콰쾅!

함포사격이 해안을 뒤흔들고, 먼지가 지상을 뒤덮었다.

그리고 먼지가 걷힌 직후, 해병 한 명이 고함을 질렀다.

“적 전차! 적 전차다!”

무포탑 경전차 한 대가 전차호에서 기어나와 미군들을 향해 화염을 뿜어내었다.

대폭발과 함께 미군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가 쓰러졌다.

“대전차 소총! 대전차 소총 가져와!”

“사수 전사!”

“뭐라도 해 봐!”

그 때, 뒤뚱뒤뚱 움직이던 적 경전차는 불덩어리로 변했다.

“아군이다!”

상륙에 성공한 M4A1 전차가 75mm 주포 한 방으로 적 전차를 침묵시킨 것이었다.

그 뒤로, 다른 상륙함들도 줄줄이 전차를 내리기 시작했다.

상륙작전의 성패가 결정지어지는 순간이었다.

***

“마침내 양이들이 홍콩에 상륙했소. 안타깝게도 정찰기들이 모조리 격추되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군벌들이 열심히 개발한 4발 제트 정찰기나 로켓 정찰기는 호언장담처럼 연합국의 방공망이 대응하기도 전에 빠져나오기는커녕 모조리 해안 상공에서 불덩이로 산화했다.

하지만, 그게 회의장의 분위기를 차게 식히지는 못했따.

아니, 오히려 광기에 가까웠다.

“마침내 양이들의 오만이 극에 달했으니 이제 저들을 모조리 쓸어 없앨 뿐이오!”

“이제 양이들의 주력부대가 상륙했으니 저들의 보급 거점을 모조리 파괴하면 양이들이 백만대군이라 한들 모조리 굶어죽게 될 뿐이오!”

“신형 6발 폭격기가 대대적으로 준비되어 있소, 결단만 내리면 인민의 분노를 담은 화산(華山) 폭격기들이 분노의 불벼락을 내리쳐 양이들의 보급물자를 결딴낼 것이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들도 자기들이 좆됐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인정하지 않을 뿐.

***

“올즈 대위님! 11시 방향 적기입니다!”

“보인다, 괴상하게 생긴 놈인데.”

빠르게 저기의 뒤를 따라잡은 로빈 올즈 미 육군 항공대 대위는 씩 웃었다.

“건스, 건스, 건스!”

기관포탄이 뻗어나가고, 순식간에 괴상한 모양의 적기는 산산조각나 추락했다.

“격추!”

미군은 본래 일정 수 이상을 격추한 조종사를 후방으로 돌려 교관 역할을 맡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미친 듯한 자폭돌격 때문에 이 광기를 막아낼 조종사의 머릿수가 이를 극복할 답이라고 판단한 일선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조종사와 기체를 보내라고 절규했고, 전선에 나온 조종사는 어떻게든 쥐고 있었다.

덕분에 태평양 전선에서는 100기 이상 격추한 슈퍼 에이스가 즐비했다.

허접한 중국기, 그리고 쏟아지는 머릿수, 조종사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전장.

이 모든 것이 합일한 결과였다.

로빈 올즈 대위의 경우는, 그 사실이 행복해 죽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가면 200기도 금방 차시겠는걸요?”

“전쟁 끝내기 전에 300기는 잡고 싶은데 어렵겠지?”

“전쟁 뭐 다 끝난 거 아닙니까. 상륙도 성공적이었고요.”

“씁, 아쉽네. 조만간 유럽 애들 오면 걔들이랑 또 경쟁해야 하잖아? 이거 우리가 빨리 다 잡아서 그놈들 허탕치는 거 구경이나 해야 하는데 말이지.”

“에이, 그러면 저놈들은 더 찍어내겠죠.”

“하긴 그러겠지? 그래야지. 그래야 잡을 놈이 더 나오지.”

더 이상 연합군의 장병들은 자신들의 적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인종차별 같은 차원이 아니다.

서슴지 않고 자살한다.

서슴지 않고 자폭한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독하게 싸우는 건가.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던 이들은, ‘저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 새끼들이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걸로 상황을 합리화했다.

저들의 광신도, 저들의 만행도.

전부 그러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적 항공기 확인! 처음 보는 놈들입니다!”

“좋아, 이놈들은 좀 싸우는 맛이 있으려나?”

곧장 미군 전투기들은 속도를 높였다.

“적기 접근 중! 12시 방향!”

“놈들이 쏩니다!”

저 멀리에서 네 줄기의 불덩어리들이 슝슝 날아오는 걸 본 대위는 헤드온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한 기의 적기가 불덩어리가 되는 게 보였다.

“저놈들 둔해빠졌어! 바로 제압한다!”

단숨에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꼬리를 잡은 순간, 급기동하던 적기가 덤블링을 했다.

“엥?”

순식간에 6시를 잡은 상황에서 헤드온 상태로 변한 올즈 대위는 다급히 조종간을 당겼다.

급상승을 통해 적의 30mm 기관포 세례를 피한 대위는 빠르게 상승했다.

‘조금 더.’

이번에 역으로 그의 6시를 잡은 적기는 기관포를 쏘면서 쫓아왔지만, 대위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회피 기동을 하면서 고도를 올렸다.

그리고, 이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런 기동이 가능한 기체가 스핀에 강할 리 없다. 기체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기체는 스핀에 극도로 취약하다.

플랫 스핀에 빠진 적기를 향해 내리꽃히며 적기에게 기관포를 쏘아붙였고, 적기는 그대로 산산조각났다.

적기의 공력특성을 파악하자 더 주저할 것도 없었다.

급상승, 급강하를 반복하면서 적기를 낚아올린다. 적기의 조종사들은 누가 봐도 숙련도가 부족했고, 초보들을 낚아올리는 건 어려울 것도 아니었다.

단숨에 적기들의 수를 크게 줄여버린 대위는 씩 웃었다.

“저놈들은 멍청이다! 기체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고 엔진 추력은 제 몸 가누기도 버거운 병신들이라고! 각개격파 들어간다!”

“헤드온을 내주지 마! 적 화력만큼은 진짜다!”

그곳에 있는 전원은 다들 수준급 조종사. 가장 신참도 에이스였다.

미군 최고의 에이스의 말을 이해 못 할 리가 없었다.

“텔리-호!”

누군지 알 수 없는 조종사의 장난스러운 외침과 함께 맹수들이 먹잇감들에게 달려들었다.

***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중기관총의 총성이 미친 듯이 울렸다.

조명 하나 없는 암흑 속에서 기관총을 손으로 든 한 남자가 기관총을 퍼붓고 있었다.

군용 위장색이 칠해진 목탄차에 걸려 있던 수랭식 기관총을 뜯어내고 그 위에 올라탄 남자는 차량을 기관총 진지 삼아 기관총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훑고 지나간 사선에 있던 중국군들은 짚단이 넘어지듯 푹푹 쓰러져나갔다.

그대로 달려나간 남자는 자신의 앞에 쌓인 시체의 산을 걷어차 무너트렸다. 사격에 방해를 받았던 것이다.

“중사님! 조명탄이 곧 터집니다!”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들 사이에서 알아먹을 목소리가 들렸다. 부하 중 하나의 목소리였다.

“알았다!”

덜컥, 총이 걸렸다.

그걸 깨달은 존 바실론 중사는 빠르게 총알 하나를 탄띠에서 뽑았다.

총알의 탄두를 이용해서, 어둠 속에서, 조명탄이 터져서 사격이 집중되기 전에 손의 감각과 경험만을 참고해서 기관총을 수리해야 한다.

경험과, 완력과, 감각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그런 기적은 노련한 중사의 손 끝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덤벼 봐라 이 개새끼들아!”

잠시 뒤, 다시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

“중국의 인구는 대략 5억 5천만을 약간 넘는 걸로 추측됩니다.”

많았다.

“프랑스 인구의 10배는 가뿐히 넘는군.”

나는 혀를 찼다.

역시 중국놈들은 머릿수 하나는 미쳤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전쟁을 위해 동원한 인구는 그 중 2억에 육박하는 걸로 보입니다.”

“.... 미친 거 아냐?‘

대조국전쟁 당시, 소련이 동원한 군대가 총 4천만이었다. 이것도 대략적인 군인 사상자 3천만에, 종전 당시 소련군 병력이 1천만쯤 되었으니 둘을 더해서 대충 4천만이라고 계산한 거긴 한데, 아무튼 간에 그게 당시 소련의 인구가 2억이었다.

즉 동원 병력이 전국민의 25%다.

근데 전국민의 3분의 1을 넘는 인구를 징병?

”정확히는 징병은 아닙니다. 후방에서 생산업 등에 종사하는, 간접적인 참전 인구까지 포함한 거니까 말입니다.“

깜짝 놀랐네.

하긴 총력전에서는 늙어죽기 직전의 노인, 아주 어린아이, 몸을 못 가누는 장애인 빼고는 전부 전쟁에 어떤 식으로든 연계되어 있다고 봐야지.

”하지만 불리하다 싶으면 언제든 전선에 투입할 병력입니다. 저들은 그러고도 남습니다.“

어, 음......

자리에 모여 있는 장성들의 표정들이 썩어들어갔다.

2억.

말이 좋아 2억이다. 2만 개 사단이다. 2만 개 사단.

아무리 제대로 무장되지 못한 놈들이라지만 2억은.... 빌어먹을, 무슨 요한계시록의 2억의 마병대냐?

”사실상 모든 노동인구를 동원했다고 봐야겠군.“

”예, 게다가 중국의 출산율이 높다는 걸 감안하면 전쟁을 끌면 끌수록 그 수는 더 늘어날 겁니다.“

”........ 핵무기 투발은?“

”난징에 대한 핵무기 투발은 무의미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물론 난징에 대한 전략폭격 수준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 수뇌부는 이미 핵무기를 경험해보았고, 정신무장이 되어 있으며 위치 불명의 강력한 방공호 안에 숨어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 정보를 종합한 결과, 저들은 항복을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하지, 항복하는 순간 제놈들 목이 교수대에 대롱대롱 매달릴 텐데.“

자리에 앉은 장성들 가운데 한 명이 으르렁거렸다.

”2억이든 뭐든 원숭이 놈들이 얼마나 기어오든 상관없습니다. 전부 쓸어버리고, 문자 그대로 중국어는 지옥에서나 들을 말로 만들어주면 됩니다! 황제 폐하, 핵탄두를 추가보급....“

”핵탄두는 16발밖에 없고 원정군에 13발을 갖다줬는데, 설마 벌써 다 소모했나?“

”...........“

미치겠다. 진짜.

2억? 2어억? 독소전쟁에서 죽은 소련인이 3천만인데? 2억에서 3천만이면 15%, 이 시대 기준으로는 부대 전멸 판정도 안 나겠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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