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58화 (158/200)

158화 일루미나투스 작전(1)

“우리는 남부에 상륙해 베이핑 천안문 광장까지 진격해 저들의 항복을 받아내고, 광장 한가운데서 저들 전범을 공개처형하고 개선행진을 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소.”

천안문 광장까지 탱크를 끌고 간다..... 으음,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락말락 하는데.

아무튼 자금성 내부까지 전투를 벌이며 진격해 연합국의 깃발을 꽃기 전까지는 이 전쟁은 안 끝난다는 데에는 각국이 다 합의했다.

문제는 대륙이 좀 많이 광활하단 거다.

그리고 그 대륙의 광활함을 실감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원 역사의 2차 세계대전기의 서부전선만큼이나 빡센 싸움이 될 텐데, 다들 전쟁 다 끝나기라도 한 것 마냥 마음 푹 놓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다.

“하지만 이런 준비태세로는 무리라고 보는 바요.”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프랑스와 독일군은 그럭저럭 호흡이 맞다고 쳐도, 네덜란드, 아일랜드, 덴마크군은 아예 답이 없소, 게다가 이번 상륙작전에는 그들만 투입되는 것도 아니지 않소.”

상하이는 안 된다. 우리가 여러 번 공습했지만 난징에서 너무 가깝고, 그만큼 방어도 뛰어나다.

함대가 상하이 근처만 가도 최소 세 자릿수의 자폭돌격대가 몰려나오는 판인데 상륙을 어떻게 하라는 건가, 막말로 포착되는 순간 세 자릿수의 아음속 대함미사일이 날아오는데 방공구축함도 없이 상륙하라고? 함대를 죽으라고 들이미는 격이다.

그래서 결정된 상륙지는 홍콩.

작전명은 일루미나투스(광명).

더 정확히는 홍콩과 마카오 일대로, 1차 목표는 광저우 시다.

광저우에서부터 쭉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고, 북부전선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공세를 개시해 아군의 의도를 오판시킨다.

북부전선은 작전 초기를 제외하고는 공세를 가하지 않는 게 기본계획이다. 보급도 어렵고 그쪽에 배치된 병력도 많지 않으니까.

주공은 어디까지나 남부전선, 물론 남부전선의 공세가 지지부진할 경우 북부전선에서 공세를 명령할 수도 있으나, 북부전선에는 보급 자체가 힘들다는 건 변함이 없다. 거의 모든 국경지대가 전선인 고려연방의 특성상 미국까지 개입해 모든 영토에 열심히 철도를 놓고 있지만 그 철도가 하루아침에 다 지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대통령 각하의 의사는 명확합니다. 조속하게 상륙작전을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지요.”

피로에 찌든 미 육군참모총장, 마셜 장군이 발언했다.

“전쟁을 빠르게 끝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더 이상 중국 본토 진공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상륙 초기에는 미군과 이스라엘군만 투입한다면 어떻겠소? 그 동남아시아 의용병들도 투입하고 싶으면 투입하시오, 하지만 우리 군은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오.”

어차피 우린 동남아시아에 이해관계가 없으니까 상관없는 일이다.

“대통령 각하께 전달드리겠습니다.”

“해군과 항공기들을 투입해 상륙 지원을 하게 하는 건 가능하오,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프랑스 제국의 일관된 견해라는 걸 확실하게 전해주길 바라오.”

***

스프래틀리 군도, 남중국해.

섬광이 터졌다.

거대한 버섯구름이 상공을 뒤덮었다.

몇 킬로미터 거리에서 터진 핵폭발을 바라보며 수많은 병사들이 환호를 울렸다.

그 핵공격으로 그 빌어먹을 모기떼, 자폭공격기들이 일소되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을 한가득 메우고 날아들던 자폭공격기들이 프랑스군이 쏘아올린 핵탄두 한 발의 폭풍에 에프킬라 맞은 모기마냥 우르르 쏟아져내리는 걸 보면 누구라도 좋아서 날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빌어먹을 자식들에게 침몰한 군함이 몇 척이고 희생된 장병이 몇 명이던가.

전투기와 대공포들이 아무리 수를 줄여도, 아무리 몸을 비틀면서 최대한 피해봐도 저 광기 어린 공세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런 마당에 핵공격 한 방에 하늘의 인해전술을 선보이던 중국군이 싹 쓸려나가는 걸 보면 속이 절로 시원해졌다.

“키야, 저거 한 방에 싹 쓸려나가는 걸 보니 속이 시원하군요.”

“방심하면 안 된다, 부장, 뭐, 속은 시원하군.”

USS 존스턴의 함장 어니스트 에반스 중령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프랑스군이 동원한 함대에서 발사된 핵탄두가 일정 범위 내의 적을 깔끔하게 쓸어버리는 걸 본 사관 중 한 사람은 아쉽다는 듯 툭 뱉었다.

“쳇, 우리는 왜 저런 거 못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우리 정부도 똑똑한 양반들 모아놓고 돈 쏟아부으면서 만들고 있지 않겠냐. 저치들 말로는 그쪽도 개발명령 떨어지고 만드는 데 거의 20년 가까이 걸렸다던데.”

핵로켓을 쏘아 공중을 청소한 프랑스군 순양함이 함열로 복귀하는 걸 본 에반스 중령은 명령을 내렸다.

“대잠 경계 발령해, 놈들이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군은 항공기를 대규모로 투입하고 잠수함이나 소형함들을 떼거지로 몰고 와서 스웜 전술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대공사격에 정신이 팔려 있던 함선들이 뇌격에 격침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에 적의 대규모 항공공격이 들어오면 바로 뇌격에 대비해야 하는 건 이미 미 해군에게 있어 상식으로 굳어졌다.

그 와중에도 고려군의 초중순양함 몇 척은 포격을 퍼부었다. VT신관을 장착한 210mm 3연장 속사포 4기와 5인치 양용포, 3인치와 20mm 대공포들이 탄막을 형성해 살아남은 항공기들을 산산조각냈다.

고려군의 순양함을 식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연돌이 Y자 모양으로 갈라진 특이한 형태의 군함은 고려군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잠망경 확인! 2시 방향!”

“폭뢰 투하!”

“폭뢰 투하합니다!”

“어뢰입니다!”

어뢰 발사를 위해 부상한 적 잠수함을 확인한 함장은 곧장 고함을 질렀다.

“우현 전타!”

어뢰를 마주보는 방향으로 당장 방향을 틀어야 했다.

“사격! 사격해!”

곧장 주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적함이 어뢰를 쏘기 전에 격침시키기 위함이었지만, 적 잠수함은 오히려 고속으로 다가왔다.

“뭐야?”

“적 잠수함이 본함의 측면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애초에 잠수함이 부상한 위치가 너무 가까웠다. 순식간에 구축함의 측면으로 파고들어 최소 사거리 내로 진입한 중국군 잠수함은 40mm 기관포와 기관총의 사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접근했다.

오히려 어니스트 에반스를 방패로 삼아 아군함의 사격을 막기까지 하는 지능적인 행동에 함장은 욕설을 내뱉었다.

“적함에서 덱건을 쏘려고 합니다!”

“소병기 사격 허가! 막아!”

순간, 맞은편에서 접근하던 구축함에서 폭발이 일었다.

“존 버클리 피격! 2번 포탑이 파괴된 듯 합니다!”

순간, 함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격각이 나왔다, 쏴!”

그 직후, 다른 보고가 들려왔다.

“다른 잠수함입니다! 900피트!”

해전에서 900피트(540m)면 그야말로 코앞이었다.

“그건 다른 아군함이 잡을 거다! 눈앞에 있는 놈부터 쏴!”

“명중!”

그리고 적함의 후미에 포탄이 적중했다. 그 직후 버틀리에서도 복수라도 하듯이 포격을 퍼부어 측면에 한 방을 먹였다.

이제 저놈은 끝장이었다. 도망도 못 간다.

저렇게 두들겨맞고 잠항능력을 유지할 가능성은 0%였으니까.

그 직후, 머리 위를 미군 함재기 한 대가 가르고 날아갔다.

“램버트가 접근 중입니다. 폭뢰를 투하합니다!”

아까 확인된 다른 잠수함의 머리 위에 폭뢰 네 발이 떨어졌고, 바다가 뒤흔들리는 폭음이 울려퍼졌다.

“해치웠나?”

“어뢰 접근 중!”

부활 주문을 외워버린 부장을 노려본 함장은 곧장 조타륜을 잡았다.

“내가 맡겠다!”

“예, 옙! 함장님 조타!”

어뢰는 계속해서 접근해왔다.

이미 방향을 틀어서 고속으로 날아오는 어뢰와 평행하게 달리려고 하고 있었지만, 늦은 듯 싶었다.

“어뢰 접근 중! 50.......40피트.... 아니.....”

“충격에 대비하라!”

그러나, 예상했던 충격은 없었다.

“뭐지?”

“어뢰가 선회합니다!”

너무 비스듬하게 맞아 나쁜 입사각으로 인해 탄두는 격발하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구축함의 수선하를 스쳐간 어뢰는 방향이 틀어져 엉뚱한 방향으로 질주했다.

“빌어먹을, 십년감수했군.”

그 순간, 멀리서 폭음이 연속적으로 울렸다.

“리들리에서 발광신호! 적 잠수함 격침 확인!”

헷지호그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생긴 물기둥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이날, 중국 잠수함대는 단 한 척의 전과도 올리지 못했고, 스프래틀리 군도는 수로 셀 수 없는 전투기 파편과 6척의 잠수함 잔해를 받았다.

***

미합중국 해군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출격! 출격하라!”

이번 작전에서 첫 실전을 경험하게 된 신형 전투기 PV-12는 프랑스군의 군용 헬기에서 착안해 소형 항모에서 수직으로 이륙해 교전을 벌이는 개념으로 개발된 전투기였다.

물론 무장은 가볍지만, 그만큼 많은 수를 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자폭공격기들을 상대할 때는 머릿수가 더욱 중요했다.

전투기들이 부랴부랴 출격하는 가운데, 호위함들에서는 레이더로 유도되는 신형 미사일들이 발사대에서 튀어나갔다.

핵탄두가 아니라 고폭탄두를 탑재하고 있었지만, 전봇대만한 500kg 고폭탄두의 위력은 반경 1km는 쓸어버릴 수 있었다.

중국 군함이래봤자 5인치면 차고 넘치는 화력이었지만, 진짜 문제가 항공공격이라고 인식한 미 해군은 군함들의 주포를 뜯어버리고 거기에 대공포와 대공미사일을 떡칠해둔 상태였다.

물론 대공미사일 체계 자체가 무식하게 커서 자리는 별로 없었지만.

미 해군 중순양함 알래스카가 미사일을 공중으로 쏘아보냈고, 순식간에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골드 편대 이함 완료!”

“레드 편대 이함 완료!”

“블루 편대 이함 진행중!”

정신없이 들어오는 보고를 받으며, 함장은 엔터프라이즈의 갑판이 견뎌줄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물론 수리를 받으면서 조치를 나름대로 취했다지만 믿음이 안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애초에 신형 전투기 자체가 급하게 개발된 거라서 몇 번 날려보지도 못하고 현장의 비명에 답하기 위해 긴급투입된 물건이기도 했다.

소문에 따르면 단 하룻밤만에 설계도가 그려졌다나 어쩐다나.

“제독님, 가용한 항공기 전기 이륙했습니다.”

“..... 그래.”

이제는 진짜 신에게 맡길 시간이었다.

얼마나 더 많은 피가 흐를 것인가.

몇 척이나 날아갈까.

전함을 비롯한 주력함들까지 진입했다가 용궁구경을 하는 판에 그 누구도 생환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저 이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 부여된 행운이 아직 다하지 않았기만을 빌어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홀시 제독님, 적 1파가 격퇴되었습니다.”

“어벤져 편대에 명령을 내려, 공습을 개시한다. 짱깨 놈들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중국어를 지옥에서만 쓰는 언어로 만들어버려.”

적들이 이륙할 활주로, 발사대, 격납고.

있을 만한 곳은 전부 파괴한다.

적들의 물량을 고려할 때, 이것이 미군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방책이었다.

그 명령이 전해지는 즉시 이등변삼각형 모양의 전익기들이 방향을 틀었다.

요크타운, 엔터프라이즈, 호넷, 와스프에서 이륙한 노스롭 어벤져 공격기들은 사전에 계획된 목표를 향해 비행했고, 대지상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들도 쏟아져나갔다.

최신 무기쳬계들이 총동원되는 전장인지라 온갖 사고가 빈발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단 하나 간단한 것이 있었으니, 교전수칙이었다.

무엇이든, 적에게 가치가 있다면 파괴한다. 흔적도 남기지 말고.

그것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