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56화 (156/200)

156화 전환점(5)

고려군의 무기체계는 상당히 중구난방이었다.

기본이 되는 보병화기만 해도 기병대는 자체 개발한 독자 개발한 11식 볼트액션 카빈 소총, 보병은 독일제 게베어 1898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개량을 해서 만든 13식 볼트액션 소총과 65발짜리 드럼 탄창을 단 파콰르 반자동소총을 개조한 26식 경기관총. 기타 각종 수입화기 등.

그나마 해군의 경우는 12인치 연장 함포 1문, 233mm 단장포 1문, 152mm 함포 12문, 57mm 포 12문, 18인치 어뢰발사관 4기로 무장한 전드레드노트급 석탄 전함, 문자 그대로 구닥다리 전함인 선양함 한 척이 한동안 유일한 주력함이었지만, 참전 이후 선양함이 중국군의 공격으로 격침당한 대신 유럽에서 무기를 받아쓴 덕에 무기체계가 완전히 일원화될 수 있었지만, 육군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지금이야 어찌어찌 중앙집권화가 되어 국민군으로 전환되었지만, 과거 고려군은 문자 그대로 군벌 연합체였다.

황실 외에는 구심점이 없던 군벌 연합체였던 백군. 그리고 역시 군벌 연합체에 가까운 현지인 저항세력들.

이 둘의 타협으로 오늘날의 연방이 만들어졌지만, 이들의 무기체계는 당연히 다양했고 이걸 다 퇴역시키고 무기체계를 통일하는 등의 일을 할 만큼 연방이 여유가 넘치는 나라는 아니었다.

해군이야 선양함이 기타 수반함들과 함께 격침된 이후 프랑스 해군이 공여한 210mm 속사포 3연장 4기와 미제 5인치 양용포를 장착한 아우스터리츠급 초중순양함들 및 군사고문단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다시 창설하다시피 했으니 이야기가 달랐지만.

그러나, 그런 보급 체계 상의 난맥이 그들의 진격을 가로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삼족오를 군기로 삼은 제1기병사단은 폴란드계와 러시아 코사크 기병들을 혼성편제한 백군의 제2기병사단을 모체로 한 부대였다.

사람들은 전부 동양인으로 바뀌었을지언정 그들의 군모는 차프카였고, 기병창과 기병도 역시 부대 내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대전차포, 야포, 탱켓, 13식 소총을 개조한 대전차 소총과 11식 기병총, 26식 경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한 기계화부대이기도 했다.

20세기에 부활한 개마무사, 철기병들은 더 이상 갑옷을 입지 않지만 대신 전차를 운용하고, 기병창 대신 대전차 소총으로 무장한 채 극동 소련군을 유린했다.

정예부대는 싹 서쪽으로 빠졌다가 소멸하고 한 줌밖에 남지 않은 소련군은 맥심 기관총 등으로 저항했지만 그들을 막을 수준은 아니었다.

“컥!”

보급창을 향해 달려오는 고구려 기병대를 본 소련 경계병이 비상을 알리고 사격을 가했지만, 곧장 역저격이 날아들었다.

카빈 소총으로 단번에 기관총 사수의 목을 맞춰 즉사시킨 기병은 급히 문 밖으로 몰려나오는 적병들과 마주했고, 좁은 공간으로 기관단총과 경기관총의 포화가 날아들었다.

하나뿐인 출입구로 나오다가 벌집이 되어 쓰러진 적병들 앞에서 뛰어내린 기병들은 자신들의 정식 병과인 승마보병의 역할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대위님! 여기 서류가 있습니다!”

서류를 태우려는 참이었는지 불을 붙이려 시도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지휘관으로 보이는 장교와 사병 두 사람이 시체가 되어 있었다.

아직 식지 않은 권총을 든 부하의 모습을 보니 대충 상황은 짐작이 되었다.

“잘했다,”

피가 묻은 서류를 편 대위는 도로 서류를 품 안에 쑤셔넣었다.

“뭐라 쓰여 있습니까?”

“나도 노어(러시아어)는 읽을 줄 모른다. 이따 복귀해서 임 하사에게 보여주면 읽을 수 있겠지. 노획한 물자는?”

“탄약과 무기류, 연료, 식량, 각종 기계부품 등입니다.”

“무기류 중에 우리가 쓸 만한 거 있나?”

보급이 끊어진 건 아니지만 유사시 쓸 수 있는 노획무기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76mm 구경의 경야포들과 대공포, 각종 기관총과 소총, 기관단총 등이 많습니다.”

“식량과 연료는 항상 부족한 거니 최대한 가져가자고, 탄약은...... 폭파시키자니 아쉽고 가져가자니 거추장스럽고 쓸 데는 별로 없는데.”

지금 영 애매한 게 탄약이다.

탄약 보급이 안 오는 건 아닌데, 불량 탄약이 제법 있어서 군수부의 장교와 부사관들은 이런 놈들을 골라내는 게 일이었다.

심지어 몇몇 부사관들은 그런 불량 탄약을 분해해서 쓸 수 있는 탄으로 재조립하기도 했다.

화약, 뇌관, 탄피, 탄두 등을 분해하는 작업은 위험천만하지만, 보급이 끊어지면 그렇게라도 해서 버텨야 했다.

이런 변방 지역에서는 보급대가 늦어지는 일은 흔하고, 보급받은 양보다 소모되는 물자가 많은 경우는 전시에는 흔해빠진 일이니까.

***

상하이, 중화민국.

중화민국 최대의 항구도시 중 하나인 상하이는 군인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그 배들마다 중국군과 무기, 물자들이 가득히 실렸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정크들은 엔진과 돛을 이용해 소비에트 연방의 큐슈 인민 공화국까지 갈 예정이었다.

거기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하바롭스크에서 열차에 타고 모스크바까지 간다.

물론 배를 타는 게 아니라 육로를 이용하거나, 하다못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입항하면 훨씬 난이도가 쉬워지겠지만 블라디보스토크는 개전 이후부터 고려군에게 공격당하는 판이었고, 육로를 사용할 수가 없었기에 선택지가 없는 셈이었다.

현재, 중화민국이 보유한 선박은 거의가 목재가 아니면 콘크리트 재질이었다.

미군은 지속적으로 해군과 육군 병력을 동원한 공습을 가하고 있었고, 적의 산업능력을 효과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는 제철소는 주요 표적이었다.

소련의 도움을 받아 중국은 제철소 다수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소련이 전쟁에 휘말리고 양국 간의 통로가 끊어진 탓에 제철소가 완파되어도 수리할 방법이 없었고, 이는 중국 전역에서 철강의 부족을 야기했다.

간신히 중국인들 스스로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철은 탄소 함량이 너무 높아 도무지 쓸 만한 물건이 나오지를 않았고, 대륙 전체에서 인력들을 긁어모아 어떻게든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일부 철강을 확보했지만 그걸로 당장 필요한 대규모 수송선과 군함들을 확보하기는 택도 없었다.

그리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철 대신 콘크리트를 이용해 배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총알구멍이 나도 대충 모르타르로 메우면 되고 어중간한 사격도 잘 견뎌내는 특성에 감탄한 중화민국 수뇌부는 목조선과 함께 콘크리트 군함들을 대량 건조했다.

물론 이 콘크리트 군함은 같은 무게의 일반 군함보다 많이 무거웠기에 제대로 된 장비를 탑재할 수는 없었지만, 중국군은 2천 톤이 안 되는 콘크리트 선박에 12인치 무반동포와 3인치 함포, 어뢰발사관 등을 장착한 군함을 양산해 미 해군과 물량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개함 성능은 미군에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중국 해군은 순양함 이하급은 단 한 방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12인치 무반동포에 머릿수 등으로 밀어붙여 가면서 아직 상하이-큐슈 항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소련 기술자의 조언을 받아 잠수정까지 콘크리트로 만들어 통상파괴전을 시도했으며, 이들 잠수함의 대부분은 다시 항구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일부 전과를 내기도 했다.

“공습이다!”

순간,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미군의 미첼 폭격기는 저공비행을 하며 적 병력을 향해 기관총을 쐈다.

곧장 줄을 서서 탑승하던 부두는 피바다가 되었고, 75mm 포탄과 폭탄 몇 발이 수송선 주변에 물기둥을 만들었다.

목재로 만들어진 전투기 몇 대가 이륙했지만, 폭격기를 격추하는 게 아니라 폭격기에게 잡힐 판이었다.

선수에 한자로 231이라고 적힌 배 한 척은 미군의 폭탄을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뒤늦게 불을 뿜어대기 시작한 대공포들은 모조리 신관이 너무 높은 고도로 세팅된 탓에 빗나갔고, 미군은 단 한 대의 손실도 없이 유유히 탄약과 포탄을 마저 퍼붓고 철수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시 모여들었다.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다.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든, 그들은 적응했다.

그저 사신의 낫이 노릴 다음 희생자가 자신이 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그들은 계속해서 살아갔다.

***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

“중국의 위장모함의 공격이 세 달째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중국 위장모함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위장모함.

조금 쉽게 말해 상선으로 위장하고 안에 캐터펄트를 숨겨놓은 배다.

당연히 화물칸에는 중국제 자폭공격기가 가득 차 있다.

사실 유인 순항미사일이나 대함미사일을 잠수함 대신 위장상선에 싣고 가서 공격하는 전법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중국군의 자폭공격은 하와이를 넘어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에서도 벌어진 바가 있었고, 민간 상선으로 위장한 중국군의 테러 행위에 분노한 미국은 행정명령을 내려 모든 중국계 미국인을 수용소로 끌고 간 후 태평양에서 돌아다니는 모든 상선들을 검문했다.

불심검문에 걸린 중국 해군과 미 해안경비대 간의 교전에서 희생된 해안경비대 장병도 결코 적지 않았고, 아예 캐터펄트 없이 수상기로 개조한 자폭기들을 물 위에서 띄우는 방식으로 미 해군을 공격해왔다.

결국 미군은 아예 프랑스 식민당국과 협력해 막대한 규모의 함대를 동원, 태평양 전역을 봉쇄하고 지나가는 선박들에 포를 겨눈 채 해병대를 승선시켜 검문하고, 중국 내 모든 항구를 집중폭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그리고 이 전법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다른 게 아니라, 중국 내에서 띄울 배 자체가 남아나지를 않았기에.

콘크리트 선박은 함형에서부터 티가 확 나고, 미 해군과 실질적으로 미 해군 수송선인 미국 상선단의 일부 함선을 제외하고는 태평양에서 콘크리트 선박을 운용하는 세력은 중국뿐이니 이들 함선을 대서양으로 옮겨버리는 것만으로도 콘크리트 선박은 전부 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중국에서 배를 만들 철이 바닥나자 이런 원정자폭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동남아시아 방면에만 접근하면 하늘을 가득 메우는 자폭공격기 편대와 그걸 엄호하는 전투기들을 볼 수 있지만, 적어도 미국 본토나 주요 거점들에 자폭공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미군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프랑스와의 합작으로 개발된 신무기, 테리어와 탈로스가 조만간 일선에 투입될 겁니다. 적 공격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겠죠.”

“난 그 장비가 아직 못 미덥네, 탈로스는 너무 커서 중순양함쯤 되어야 간신히 달 수 있지 않나, 테리어는 사거리가 짧고.”

프랑스가 개발한 원시적 대공미사일에 대전차 성형작약탄을 장착한 것이 프랑스군이 처음 개발한 대전차미사일이었고, 벨라루스 전역에서 공격헬기에 이를 장착해 대전차 임무에서 재미를 보자 미군은 프랑스와 협력해 방어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장거리 대공포의 명중률은 굉장히 낮아서 적을 쫓아내거나 편대를 흩어지게 만들어 공격 위력을 낮추는 게 의의일 정도인데 그걸 높은 확률로 격추로 바꿀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니까.

물론 이 대공미사일은 개발 자체가 난제였다. 프랑스 공군이 운용하는 적외선 대공미사일은 해와 적기를 구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사거리도 길지 않았다.

한편 처음에는 대공미사일의 탄두를 바꾼 것에서 시작한 대전차미사일은 지상에 붙어 있는 적 전차를 적외선 미사일로는 쉽게 격파하지 못해 유선유도로 유도장치를 전환했지만, 덕분에 미사일을 쏘고 한동안 호버링하는 공격헬기들은 소련군의 대공사격에 쉽게 불덩어리가 되어 파리를 질려버리게 한 손실률로 되돌아왔다.

결국 뭔가 바꿔야 한다고 판단한 프랑스군과 미군은 급히 합작에 들어가 자국 내 최고의 기술자들을 모아 좀 쓸만한 신형 대공미사일을 공동개발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일단 남중국해와 필리핀 해에서 확실한 제공권을 확보해야만 타이완의 완전탈환과, 상륙작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타이완은 북부지역 일부가 탈환되기는 하였으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일단 대규모 병력 상륙은 중국군의 쉴새없는 자살돌격 탓에 해군의 피해가 막심해진 탓에 중단해야 했고, 북부 지역만을 탈환한 채 중무장한 함대가 전해주는 보급물자를 받아먹으며, 중국 남부를 폭격하는 비행장 유지에나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자폭공격을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저지하지 않으면 중국 남부 상륙에 선행되어야 하는 타이완 탈환 자체가 난국이 될 판국이니 미군이 신병기 개발에 적극적인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이 첫 실전이 될 겁니다. 이놈들이 제 몫을 웬만큼 해 줘야만 어떻게든 타이완을 올해 내에 탈환할 각이 나올 텐데 말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