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53화 (153/200)

153화 전환점(2)

“아일랜드 104중전차대대가 추가로 도착했습니다.”

아일랜드군이 한 번 참전하자, 군국주의 국가답게 대규모 병력이 쏟아져들어왔다.

“아일랜드군의 주력은 중전차부대입니다. MC-1과 MC-2 전차들이 주력이며.....”

MC전차.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 전차.

아일랜드의 실질적인 국부의 이름을 딸 만큼 이 전차들이 기대를 받고 있다는 의미였다.

MC-1은 4인승 전차로 120mm 대공포를 기반으로 만든 주포를 장착하고 있으며, 명중률이 뛰어났다. 프랑스의 전차 설계사상을 받아들여 전차장이 유사시 포탑의 제어권을 탈취하는 것 역시 가능하여 일종의 헌터-킬러 전법이 가능하기까지 했다.

전면장갑도 제법 두껍고, 미제 중전차와는 달리 측면장갑도 조금이나마 더 신경쓴 물건이기도 했다. MC-2는 MC-1의 차체에 7.2인치 포를 장착한 느리지만 튼튼한 구축전차였다.

문제는 둘 다 느려터졌다는 점이 있지만, 그러나 모델이 우려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아일랜드군의 숙련도 그 자체였다.

군부 독재를 거치면서 아일랜드군의 숙련도는 떨어졌다.

무기를 좋은 걸 들면 뭐하겠는가. 경험이 부족한데.

“차라리 작전 개시 초반부터 아일랜드군을 배속해줬다면 그들을 방어전에 투입하고 프랑스군과 독일군을 반격에 투입했을 텐데.”

이제 와서 뺄 수도 없다. 가장 중요한 지점에는 독일군과 프랑스군을 배치하고, 숫적 주력을 맡아줘야 할 아일랜드군이 잘 해주기를 빌 수밖에.

다행히 모델은 다음 날 들려온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프랑스 제국에서 르끌레르 장군 휘하 7군단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편성이 완료되었나?”

“예.”

“빌어먹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프랑스군의 최신형 전차들로 중무장한 최정예 기동군단인 7군단이 합류한다면 적의 섬멸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얼마나 걸리나?”

“이틀 내외입니다.”

“이틀, 이틀이라.”

“적의 공세역량 소진은 3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슬아슬하군, 도착하고, 재편하고 공격개시선까지 이동하는 데 하루 내외라.”

물론,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여기서는 프랑스군의 숙련도를 믿어볼 수밖에 없겠군.”

공격을 막아내고, 소진된 적이 후퇴할 때 후장을 털어버린다.

전통적인 전략이지만, 그 전략을 구현하는 건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곧이었다.

적의 공세는 돈좌되었다.

만일 적의 지휘관이 현명하다면 지금쯤 후퇴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투가 끝나기 전에는 승패를 확신할 수 없는 법, 모델은 지도를 바라보며 작전을 한 번 더 가다듬었다.

***

“서기장 동지.”

주코프는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

“후퇴를 허가해 주십시오.”

“적의 핵탄두는 고갈된 것이 분명하고, 적 역시 한계에 몰렸다고 한 것은 동지가 아니었나, 주코프 동지.”

“우리 군은 더욱 한계에 몰렸습니다. 서기장 동지.”

주코프는 스탈린, 그리고 그 스탈린 곁에서 간신배같은 웃음을 띈 베리야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말을 이었다.

“서기장 동지. 사실, 이미 늦었을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군이 공세역량을 완전히 상실하면, 적은 반드시 반격할 겁니다. 공수가 전환될 겁니다. 붉은 군대를 상대로 제국주의자들의 군대는 역돌격을 감행할 것이고. 후퇴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섬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돌격은 뒤로 돌격한다는 게 아닌, 상륙한 적의 배후에 상륙해서 공격하는 역상륙처럼 공격해오는 상대에게 역으로 돌격을 가해 분쇄해버린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번 겨울을 넘기면 제국주의자들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지겠지, 우리의 역량은 날로 감소하고 있지 않소. 게다가 저 고려연방이라는 구 차르의 잔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으니, 연방이 양면전선의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낮게 볼 수 없소.”

주코프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동남아시아. 태평양 전역.

인도네시아 지역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섬들이 있다.

그 섬들 중 하나에 상륙한 이스라엘 해병대는 소총을 지향했다.

이스라엘 해병대지만, 전형적인 유대인은 세 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인도인이었다.

“원주민 마을은 비었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없습니다.”

“함정인가?”

“아닙니다, 저도 그런 줄 알고 지뢰나 와이어 같은 게 설치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미친 척 하고 몸을 숨기고 있을 만한 장소들에 들어가기까지 했는데 동물 몇 마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뭐지.”

어이가 없었던 중위는 뒤통수를 긁었다.

“이놈들, 진짜 다 철수한 거 아닙니까?”

“그럼 정찰대의 통신 두절을 설명할 수 없네. 분명 적 진지가 있어, 그리고 우리 임무는 적 기지를 완전히 파괴하는 거고, 중국인들을 다 죽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는 파괴해야 하네, 그리고 저들이 섬을 빠져나갈 수단도 전부 파괴해야 하고.”

대화는 전부 영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로 안 하면 이놈들도 못 알아들으니까. 게다가 사실 이스라엘 유대인들도 출신이 워낙 다양한지라 그들의 최대 물주인 미국 유대계에 맞추어 영어를 공식 문서에 자주 사용하고 공식 석상에서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군이나 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쪽으로 통일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스라엘에서 유대인의 비중은 굉장히 적다.

물론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을 위한, 유대인들에 의한, 유대인의 국가다. 국교가 박혀 있지는 않지만, 뭄바이를 네오 예루살렘으로 개칭하기까지 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인구에 안 맞게 너무 과한 영토를 먹은 게 문제가 된 것이다. 차라리 독립 당시의 영토면 어찌어찌 유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파키스탄 지역 일부를 빼고는 인도 아대륙 전체를 먹어치우지 않았는가. 아무리 영국의 총독부 시스템을 응용해서 통치하고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영국은 저 너머에 훨씬 많은 사람이 사는 본토와, 군대가 있었지만 유대인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이스라엘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주 강도 높은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시인 지금은 더하다.

유대인 출신은 무조건 징병, 읽고 쓸 줄 알며 기초적인 산수를 할 줄 아는 유대인 태생은 전부 장교로 복무할 수 있다. 유대인들에게 돌아가는 여러 혜택에 수반하는 의무였다.

물론 그 유대인의 기준이 유대교 신자냐 아니냐 정도였고, 덕분에 지배층에 편입되기 위해 개종하는 야매 유대교 신자가 늘어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유대교도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 할 정도였다.

사병 계급은 당연히 인도인들이다. 이들은 남자들만 징병하지만, 유대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모조리 징병된다.

심지어 이스라엘 정부는 얼마 전에는 총동원령을 내려 ‘모든 신체건강한 유대인 태생의 15세 이상 65세 이하의 남성.’ ‘18세 이상 45세 이하의 모든 여성’을 징집했다.

이들은 모두 장교로 입대해 인도인 부하들을 거느린다.

애들은 전부 유대인 전통 방식으로 돌봐줄 테니 징집되지 않는 아주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 장애자들은 후방에 놔두고 전부 총 들고 전선에 나가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11세 이상의 18세 이하의 모든 남녀는 전부 이스라엘 소년단, 이스라엘 소녀단에 등록하라는 명령도 떨어졌다. 그 아래 나이의 소년소녀들도 일단 태어났다면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리라는 행정명령까지 내려졌다.

심지어 군을 면제받으려면 본인이 면제를 받을 만큼 심각한 육체적 문제가 있다는 것까지 증명해야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일단 감방에 쳐넣은 다음 총 한 자루 안 주고 형벌부대로 전선에 내몬다.

“정부에서는 소년소녀단은 전선의 병사들을 위문하는 데만 투입하고 전선에 투입되지는 않을 거라고 했지만, 열한 살짜리 애가 군복을 입고 대공포를 쏘는 걸 봤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돌고 있네. 걱정이 안 되겠나.”

스스로를 두 딸의 아버지라고 밝힌 중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나라는 미쳤어. 되도 않는 영토를 주워먹고는 그걸 억지로 유지하려니 탈이 난 거 아닌가.”

매일매일 이스라엘의 영광을 외쳐대지만 독일에서 살다 이민 온 그로써는 한숨만 나왔다.

그래서 이게 게토에서 사는 거랑 다른 게 도대체 뭔가?

유대인이라고 떵떵거리는 것? 안전을 이유로 유대인 거주구 밖으로 쉽게 나가지도 못하면서?

물론 그 유대인 거주구는 가장 목 좋고 살기 좋은 곳에 지어졌지만, 강도에 게릴라까지 위험이 너무 커서 무장하지 않고는 어딜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게 과연 진짜 이스라엘인들을 위한 나라인가.

“중위님은 애가 둘이라고 하셨죠?”

“큰애가 열세 살, 작은애가 열 살이네. 조금만 더 전쟁이 길어지면 그 애들도 전선으로 안 끌려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헤르만, 자네는 아들이 하나 있댔지?”

“예.”

“그 애까지 전선에 끌려나오기 전에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할 텐데 말이지, 허 참. 그런데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의무관은 어디 있나?”

“저기 뒤에서 쉬고 있습니다.”

“쯧.”

짜증스럽게 혀를 찬 중위는 권총을 점검했다.

“자네도 이렇게 열심히 따라오는데 뒤에서 뭘 하는 건지.”

둘 다 전쟁과는 별 상관없는 삶을 살았던지라 배가 제법 나왔지만, 헤르만 소위는 그래도 행군을 따라오려고는 해도 프리츠 저 작자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

총 맞으면 저런 놈에게 목숨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생존과 보신 의지가 불타오르는 사소한 순기능은 있었지만, 아무튼 마음에는 안 드는 양반이었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걸 보고도 안 구해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꼴보기 싫으니 빨리 전출이나 했으면 좋겠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때, 병사 하나가 다가왔다.

“중위님, 남서쪽에 불빛이 보입니다.”

“좋아, 그쪽으로 가 보지.”

한참을 수풀을 해치고 걸은 끝에, 그들은 현장을 목도했다.

“제기랄......”

“신께서 저들의 영혼을 지켜주시기를.”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오두막에는 처참하게 난자당한 정찰대의 시체가 있었다. 명백히 포로로 잡힌 뒤 처형된 모습이었다.

“개새끼들....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고.”

“저 안쪽에 적들이 더 있습니다.”

“좋아, 소대 사격 개시!”

명령이 떨어진 순간,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원주민 오두막들 사이에서 곳곳에서 중국군이 튀어나오고, 부두에 있던 중국식 정크선에서 자고 있던 중국군들이 기어나오는 걸 본 병사들은 사방에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쏴! 죽여!”

“돌격 앞으로!”

“나를 따르라!”

“삼민주의 만세! 중화민국 만세!”

“양이에게 죽음을!”

대도를 들고 달려드는 중국군을 향해 기관단총과 소총이 불을 뿜었다.

“마음에 드냐! 이 쓰레기 새끼들아!”

“엎어져! 기관총이다!”

“기관총 사수를 죽여! 죽이라고!”

“맞출 수가 없습니다!”

“나무판을 쏘면 될 거 아냐! 어차피 총알에 뚫리니까 쏴!”

“수류탄! 피해!”

“저 놈들 엔진을 가동하려고 한다! 막아!”

자동차 엔진을 달아놓은 정크선이 급하게 출항하려 했지만, 한 병사가 그 중국인을 쏘아서 쓰러트렸고, 다음 발에 엔진에 탄환이 박혔다. 망가트려 놨으니 시동을 걸지는 못할 터.

“오늘 이 섬을 소탕한다! 소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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