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톨레도 회담(2)
“먼저, 본국과 미합중국을 제외하고 태평양 전선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해주고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의 헌신에 보답해야 합니다.”
인도에서 미얀마, 태국, 라오스, 베트남, 윈난성,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부터 뉴기니까지, 필리핀을 제외한 이 섬 지역들은 네덜란드의 식민령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독립 못 시켜 줄 건 없다.
저 양반 심사를 한껏 망쳐주고 나서 말이다.
동남아를 셋으로 쪼개서 하나는 이스라엘의 입에 넣어준다. 이스라엘이 얼마나 지랄맞고 폐쇄적인 국가인지 아는 입장에서는 FDR의 얼굴에 미미하게 금이 가는 게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신 연방 조약에 이들이 동의한다면, 예, 이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약속할 수 있겠죠.”
어차피 이 동네는 못 지킨다. 영연방에라도 남아 주면 감지덕지지.
그리고 마지막 하나, 필리핀.
“필리핀은 순수히 미합중국의 관할입니다, 저희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대만과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프랑스 식민지들은 안 건든다, 이들은 해외 영토나, 연방 가맹국 등의 형태로 남을 거다.
그리고 대망의 두근두근 중국 쪼개기!
21세기의 중국 영토에서 티베트, 신장, 내몽골, 윈난성은 다 뜯긴 상태이니 여기서 좀 더 뜯어 보겠습니다.
“역사적으로 암도와 캄 지역은 티베트의 일부였으니 티베트가 가입한 고려연방에 그 권리가 있을 것입니다.”
이걸 떼어냄으로써 중국의 영토는 요동 뗀 한나라 시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그걸 세 조각 낸다.
삼국지 한다고 생각하고, 쓰촨성과 그 인근을 묶어서 한 덩어리, 화북 중심으로 한 덩어리, 남부를 다시 한 덩어리.
좀 더 찢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FDR이 총력을 다해서 저지할 거다.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독일이 신성로마제국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듯이, 뭐든 적당히 쪼개야 한다. 대충 위촉오 판도 파쿠리면 적당하겠지.
물론 실제론 여럿 손질이 들어갔다. 유관장 삼형제가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도원결의하던 시절과 지금은 중국 영토의 개발도 자체가 다르니 국력을 비슷하게 맞춰주려면 당연히 손질이 들어가야지.
“중화민국이 일으킨 전쟁의 이유는 단순합니다. 중화사상 때문이죠, 천하대세 합구필본, 잘라놔도 하나로 자꾸 되돌아가려는 성질도, 타국에 내정간섭을 서슴지 않다가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일으킨 것도 전부 자신들이 세계에서 제일 잘났다는 글러먹은 사상 때문입니다.”
프랑스인이 할 말은 아닌가, 하여튼.
“그런 관계로 중화민국은 하나로 남아서는 안 됩니다. 저들은 인구수로 밀어붙이는 데에 이골이 난 자들입니다. 반드시 쪼개져야 합니다.”
어차피 중국 본토 진공에 프랑스가 참가하는 순간 중국 대륙 곳곳에서 전술핵이 터져나가겠지만 그래도 중국 쪼개서 나쁠 건 없다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
“국가는 이렇게 셋으로 나누고, 삼국은 모두 연방제를 채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사시에 더 잘게 쪼개기가 쉽지.
“한족이라는 이름의 민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민족들을 억지로 한 개의 카테고리 내에 묶기 위해 만든 것이 한족이니, 중국 내의 민족 숫자만큼 연방의 소속국들도 늘어나야 합니다.”
“그렇다면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옳겠습니까?”
“당연히 이 시대에 가장 성공적인 연방국가인 미합중국의 사례를 본받아 주는 스스로 무장할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외교권을 제외한 모든 권리를 주가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뭐, 거긴 주방위군이 아니라 군벌이 되겠지만.
권법이 아니라 총과 총알로 비무하는 무협지를 개막시켜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팔대세가 구파일방이 누구누구더라....... 내가 무협 끈은 짧은지라 잘 모르겠다.
대충 중국 분할안을 다 제시하고 FDR에게 내밀자 FDR의 표정은 매우 부드러웠다.
아주,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대충 알 거 같다. 지금 열 좀 받으셨구만.
기쁜 일이다.
우리가 인구랑 생산력이 딸리지 가오가 없냐.
***
현재, 프랑스 제국에서 황제가 전권을 공식적으로 쥐고 있는 건 군권과 외교권이다.
그러나 그것도 슬슬 반납해야 할 것 같다. 따라가기가 힘들 지경이니까.
대충 외교전이 벌어지면 이런 레퍼토리로 돌아간다.
러시아 공화국과 고려연방을 참전시키는 문제로 양국의 외무장관이 날아와 회담에 참여했다.
대충 핵심만 추리면.
“고려야 고려야, 니들 자꾸 중국과 소련 사이 만남의 광장이 되어 병력 통행 물자 통행 묵인해주고 물자 파는 거 알거든? 그런데 지금 선전포고하면 중앙아시아가 다 니꺼가 될 수 있어, 전쟁 낄래 말래?”
“아니 시발 우리는 지금 국민 단합도 안 되어 있고 국내 정치도 개국한 지 이제 갓 10년 된 국가라 어질어질해요, 전쟁할 처지가 아니거든요? 우리도 연합국이랑 척지기는 싫은데 진짜 전쟁나면 우리 순식간에 망합니다, 사정 좀 봐주십쇼, 예? 아니면 최소한 중국이나 소련 중 하나는 탈락시킨 다음에.....”
“중앙아시아 안 가지고 싶어? 진짜?”
“시발 국토가 통째로 쌈싸먹힐 판이라니까요 지정학적으로.”
“지원 팍팍 해주면 어떰?”
“잠깐만 기다려보셈, 청구서 작성해올 테니까.”
“시발 이건 해도 너무 많잖아.”
“이거 다 주려면 중국 본토 상륙 작전 절대 제시간에 못할 거 같은데?”
“물자 대주는 건 미국인데 이건 순 프랑스 독일만 좋은 거 아냐. 이래서야 본말전도지.”
“그럼 좀 깎으면 안 될까?”
“절대 안 됨, 이거 없으면 우리나라 방위 자체가 안 됨. 국민개병제도 겨우 시행한 판이고 군대 숙련도도 엉망이고..... 무기, 군사고문단, 물자 등등 지금 남아도는 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님, 한 300만 대군쯤 우리나라에 파견해준다고 보장해주든가.”
“좋아, 지원해줄게, 대신 한 번에 주긴 그렇고 할부로 주면....”
“현찰박치기 외에는 취급 안 함.”
여기서 러시아 공화국이 끼어들어서 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 물자 우리 주라.”
“???”
“우리는 저 수정주의자 새끼들 조질 준비 다 돼있음, 물자만 주면 발칸으로 100만 대군을....”
“우리가 아무리 아쉬워도 빨갱이들에게 그 많은 물자를 주자고? 우리 독일인 200만을 더 전장에 끌어내는 한이 있어도 그건 안 돼!”
“님들 아쉬운 입장 맞으세요?”
“아무튼 안 됨, 할아버지랑 돌아가신 아돌프 히틀러 명예당수의 명예를 걸고 안 됨, 꼬우면 뒤지시든가.”
여기서 아일랜드와 덴마크도 끼어들었다.
“참전하면 우리한테도 물자 줘.”
“니들은 왜 끼어드냐?”
“혈맹 프랑스를 돕겠음, 아무튼 잉글랜드인들의 민족국가가 세워지는 꼬라지는 면했으니 책임은 면피했고.”
“저놈들이 중립 지키다가 갑자기 저 지랄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좀 알아와봐.”
얼마 뒤, 정보부장이 찾아와서 보고를 올렸다.
“알아냈습니다.”
“저놈들 왜 저러냐?”
“저 새끼들도 브리튼 못 지키는 건 알고 있어서 정권 내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 이러고 있는데 그거 공표되면 나라 뒤집어질 거 같아서 일단 당장 나라 엎어버릴 위협요소들을 외국으로 내보내고 싶은 모양이던데요? 전쟁 참전하면 수습도 되고.”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그래, 받아주자. 지금 한 명이 아쉬운 판인데. 근데 이 새끼들 나중에 승전국 명패 달고 다시 전쟁 일으키면 어쩌지. 아니 시발 도버 해협에는 영토도 없는 놈들이 무슨 국명을 알비온으로 갈아치우려고 하고 있어. 그리고 덴마크 그 내부총질한 놈들 진짜, 괘씸죄다, 그냥 물러날 거라면 몰라도 잉글랜드 병합하고 싶으면 아이슬란드랑 그린란드 독립 인정하라고 해, 그 두 군데 떼어서 독립국으로 만들겠음.”
“아, 근데 맨 섬 처우 결정 안 되지 않았음?”
“그렇긴 한데? 사실 맨 섬이라고 해 봤자 그 조그만한 거 굳이 여기서 따져야 하냐?”
“그 조그마한 섬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는 거지?”
“또 뭔 짓을 하려고?”
“우리 독일이 지금 체계가 굉장히 애매해, 전쟁 끝나면 SS를 국방군으로 전환해서 기존 국방군 조직은 신병조직과 훈련에만 투입하고 국민군 체제를 완성할 거임.”
“근데.”
“하지만 그러려면 숙군이 불가피함, 힘러 이하 SS 핵심 세력들은 국민군보다는 당군에 더 가깝거든. 근데 이번에 힘러가 전쟁 끝나면 적당한 데서 SS가 주도하는 SS 기사단국을 세워서 공산주의와의 성전을 대비하고 있겠다고 했거든?”
“뭔 지랄.... 큼, 그래서?”
“맨 군도 걔들한테 떼어주면 안 될까? 니들도 그랬잖아, 어디로 굴러가든 별로 상관 없는 땅이라고.”
“시발 이건 무슨..... 맨 SS 기사단국이라고?”
“아일랜드와 브리튼 간의 중립국감시위원회 역할도 겸하고. 옛날 몰타 기사단처럼 빨갱이를 제외한 상대와의 전쟁은 아예 못하게 묶어놓을 거임. 평화유지군 임무라면 모를까. 유럽연방이 정식 출범하는 대로 독일과의 모든 연결고리를 끊을 거고, 초대 기사단장은 하인리히 힘러가 맡을 거임. 브리튼 국가들과 아일랜드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도 기사단이 할 거임.”
“으음.... 나치를 국내에 놔두는 것보다는 나으려나. 어차피 그 섬 생산력 상태로는 어디 가서 전쟁 일으키지도 못할 텐데. 좋아, 콜.”
“우리 덴마크-노르웨이 연합왕국은 지금까지 성실하게 물자 공급하고 항구 제공하고 한 것에 대한 대가로 프랑스랑 독일에 요구사항 있음.”
“말해봐.”
“호콘 7세 폐하께서 노르웨이의 왕위를 대국적인 결단으로 내려놓으셨으니 그 보상을 해주고 싶음, 그런 관계로 전쟁이 끝나서 발트 연합 공국이 독립하면 그 초대 대공 자리를 보상으로 드리고 싶음.”
“맡겨놨냐.”
“니들도 어차피 자기 사촌이나 친척들 왕위 한 자리씩 나눠줄 거잖아, 나폴레옹 시절에 그랬듯이, 만약 그렇게 해 주면 우리도 유럽연합에 가입은 못해도 협력을 아끼지 않겠음, 상호방위조약 어떰? 님들도 솔직히 북방 항로 막히면 귀찮아지잖아, 그래서 스칸다나비아가 두 번이나 전쟁에 휘말린 거고.”
“입헌군주제고 군주는 국가원수일 뿐 아무런 정식 권한도 없다는 전제를 걸면 봐드리겠음.”
“콜.”
대충 이런 꼬라지였다.
결국 이 씨름 끝에 나온 결과물을 보면 다음과 같았다.
- 우리는 모든 추축국이 조건 없이 항복하기 전까지는 전쟁을 끝내지 않는다. 개별 협상도 결코 없다.
- 우리는 영토욕 때문에 전쟁하는 거 절대 아니다. 이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다.
- 태평양 전쟁의 모든 책임은 중화사상에 미친 짱깨들에 있다. 전쟁 끝나고 전범재판할 거고 중화사상은 불온사상이니 영구히 단절시켜버릴 거다.
- 러시아 공화국과 고려 연방은 지금이라도 빨리 참전 안하면 국물도 없다.
-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도나우 연방이란 이름으로 복원되어 유럽의 옛 질서를 다시 찾을 것이다.
-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는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연방을 창설하기로 합의하였다.
- 브리튼 섬에서의 유혈사태를 중단하고 정의를 위해 아일랜드는 브리튼 섬에서 철수한다. 대신 아일랜드인의 우려를 인정해 잉글랜드는 덴마크의 감시를 받는다, 우리가 먹을 거 아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콘월은 아일랜드와 함께 알비온 연합을 결성하여 민족 간의 동등한 권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비공식적인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핀란드는 스웨덴 거다. 국경은 조정해서 오네가에서 오네가 호, 스비리 강, 라도가 호, 네바 강까지 이어지는 국경을 새로 가진다. 발트 연합 공국의 국경을 조정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둘이서 나눠가지게 하고 발트 해와 스칸다나비아에서 소련을 축출한다.
- 벨라루스, 폴란드, 우크라이나, 캅카스는 독립국을 세울 수 있다.
-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불가리아는 러시아 공화국에 넘긴다
-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프리모리예는 고려 연방에 넘긴다.
- 루마니아 지역은 우크라이나에 합친다.
-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의 지역은 신생 도나우 연방에 넘어간다.
- 스위스 왕국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통치를 인정한다. 다만 도나우 연방은 바이에른을 독일에 넘겨준 비텔스바흐 거다.
- 이스라엘은 인도차이나 반도를 가져간다.
- 인도네시아는 여러 조건 하에 필리핀처럼 독립할 수 있다. 뉴기니는 인도네시아의 일부로 퉁쳐서 같이 독립시키겠음.
- 중국은 역사적으로 티베트의 영토였던 지역 일부를 고려연방에 할양하고 셋으로 찢는다. 그 셋으로 찢은 거에서 다시 연방제로 해서 더 잘게 쪼개놓는다.
- 맨 섬에 SS 기사단국의 설립을 허가한다. 대신 SS 지휘부는 유럽연방이 출범하는 즉시 본국과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하며, 공산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의 전쟁행위를 금지하고 아일랜드와 브리튼 섬 내의 세력들 간의 평화유지군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해야 한다.
아무리 봐도 미친 것 같은 합의안이지만, 서로의 밀고 당기는 아가리 파이팅 끝에 서로가 고자킥은 날리지 않는 선에서 동의할 수 있었던 한도가 저 정도였으니, 사람 미칠 노릇이었다.
아무래도 이 짓도 더는 못해먹겠다. 외교권도 내각에 넘기고 은퇴 준비나 해야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