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45화 (145/200)

145화 바르바로사(3)

솔직하게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먼저 헤르만 괴링, 독일 대통령. 독일군 참모총장 하인리히 힘러.

그리고 아돌프 갈란트 독일 공군 총사령관, 에리히 레더 독일 해군 총사령관, 그리고 육군 총사령관 발터 모델.

그리고 프랑스 쪽으로는 앙리 지로 육군 총사령관, 라울 마그랭베르느레 육군 참모장, 해군 참모총장 에밀 뮈즐리에가 있다.

“미국인들이 참전하였으니, 승리의 추는 우리에게 더욱 크게 기울었소.”

나는 애써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에르빈 롬멜 장군은 단치히를 눈앞에 두었으나, 바르샤바 방면에 대규모 적 병력의 집결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 규모는 약 2개 야전군 40만 내외로 추측됩니다.”

“아직 미국인들의 지원이 간절할 정도로 몰리지는 않았습니다. 저들의 물자지원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은 동의하나, 필수적이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구매해 개조한 아흐트-아흐트 셔먼은 성공적인 첫 전투를 치렀으며, 전량 롬멜 장군 휘하로 재배치되었습니다. KV전차와의 교전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냈으며.....”

“다만, 성능상 티그레 전차에 비해 유의미한 우위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티그레 역시 그..... 88mm 셔먼에 비해 큰 장점은 없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티그레 전차의 생산라인은 조만간 폐쇄될 예정이고, 38식 전차가 그 자리를 대체할 걸세.”

38식인 이유는 원래 이 전차가 1938년에 배치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죽을힘을 다해 당기고 있지만.

“30톤급 전차로 주포 구경은 90mm로 줄었지만 관통력은 더 우수해졌네, 승무원은 4명.”

110mm 주포가 너무 커서 티그레 전차에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 것에 대한 학습으로 신형 전차는 이 때문에 포 구경을 줄였지만 위력은 더 나아졌다.

“다만, 티그레 전차가 생산라인을 닫고 38식 전차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네, 알고 있겠지만.”

“물론입니다, 따라서 저희 군에서는 미국에서 수입한 셔먼 전차로 이 공백기를 대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산상 아무리 빨리 전환해도 티그레 전차가 전량 소모되기 전에 라인 전환을 완료하기는 극히 어렵.....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공백을 독일군이 메워주는 것이 요체입니다.”

“우리 독일군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소.”

장군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괴링은 큰소리를 쳤다.

“프랑스의 전우들이 새로운 무기로 무장하고 올 동안 그 공백을 메워주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오, 대독일국은 상처받고, 대독일의 문명은 파괴되고, 대독일의 시민들이 고통받았을지언정, 대독일은 결코 저 야만스러운 슬라브인들을 상대로 패배하지 않소!”

딱 저 마인드로 독소전쟁 개전했다가 쳐맞고 망한 거 아니었나 싶지만 관두자, 여기서는 소련에 대한 랜드리스 따위 없을 테니까.

랜드리스가 없어도 소련이 독일을 밀어낼 ‘수’는 있었다는 게 21세기의 정설이지만, 그렇다고 베를린까지 역으로 진공해서 승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게 통념이다.

그렇다면 정말 그럴지 어디 한 번 실험해봐야지.

물론 우리는 나치......와 손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간에 인종절멸전이 아니라 항복을 받아내고 소련을 해체하는 게 목표니까.

여기서 소련은 그야말로 철권을 휘두르고 있었다.

-세르비아인들이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해 ‘반항적’이라고 선언된 뒤 세르비아 인구 거의 전부가 러시아 내륙 깊숙이 끌려갔다.

-크로아티아인들을 비롯해 소련 치하에 있는 발칸의 거의 모든 주민들이 이송되고 있고, 그 자리에는 핀란드인들이 이주되었다.

-핀란드에 벨라루스인들이 대규모로 이주되었다.

-일본에 우크라이나인들이 대거 이주되었다, 기존의 일본인들은 발트 지역으로 이주되고 있다.

-발트 지역의 주민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고, 중앙아시아의 민족들이 우크라이나로 끌려가고 있다.

이놈의 소련 공산당과 스탈린은 민족들 이주시키는 데에 재미 들렸는지 강제이주를 통해 한 국가에 해당하는 곳의 인종 구성을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다.

아마 이대로 소련이 해체되면 동북아시아에는 뜬금없이 백인 인구가 90% 이상 되는 국가가 튀어나오고 반대로 동유럽과 북유럽에는 황인 인구가 90% 넘어가는 국가들이 튀어나오고 가관일 거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우리 앞에 튀어나오는 적군이 러시아어가 아니라 일본어를 쓰거나 몽골어, 카자흐스탄어 등을 쓰는 경우도 그만큼 많았기에 졸지에 우리 육군의 정보장교들은 포로심문을 위해서라도 다국어 능력자들이 필요해지는 사소한 문제 역시 발생했다.

그런데, 그 철권을 휘두르는 배경인 소련군이 박살이 나고 소련 정부의 통제력이 무너진다면?

붕괴, 소멸, 파괴.

뭐라고 하든 좋다.

소련은 유지되지 못한다. 아니, 반드시 무너져내린다.

그리고 한동안 지옥이 그들을 기다리리라.

“따라서 우리의 목적은 모스크바를 함락하고 소비에트 연방의 항복을 완전히 받아내는 것이 될 것이오.”

“모스크바에 핵을 투하한다고 해서 그들이 항복할 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 의견 하나가 나왔다.

“저들은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화민국과 동맹했습니다. 저들이 시베리아로 후퇴한 뒤 중화민국을 통해 대규모의 인력과 장비를 공급받아 우리 군에 맞서려고 하면 전쟁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건 중화민국과 소련이 국경을 맞대고 있을 때나 가능한 전제 아닌가.”

나는 즉각 부정했다.

“지금 러시아 제국, 아니, 고려연방은 당장은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이미 군이 국경에 배치되고 있네.”

물론 그 국경이 좀 심하게 길기는 하지만.

“고려연방 입장에서 중국군이 자국 영토를 통과하도록 허가하겠는가? 뭘 믿고?”

“해로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해로라, 해로로 몇 명이나 투입이 가능할 것 같나? 100만? 200만?”

우리 앞에 놓인 건 사실상의 독소전이고, 100만 200만이 가볍게 취급될 수밖에 없는 전장이다.

그리고 소련과 중국 양자 모두의 처참한 해상 수송 능력을 감안했을 때,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에서 싸우면서 중국이 해로로 수송할 수 있는 병력은 많을 수가 없다.

미군이 제해권을 잡으면 아예 불가능해질 거고.

그러니만큼 시베리아에서 몰려올 중국군을 우려하느니 차라리 저놈들이 우크라이나 논밭에서 캐낼 이반들을 걱정하는 게 현실적이겠지.

“독일을 탈환하고, 폴란드 평원으로 진격해 폴란드도 무너트리고, 모스크바까지, 적들이 항복하는 그 순간까지 공세를 지속해야 한다.”

젠장, 왜 말하는 게 히틀러처럼 되어 가냐. 우리랑 히틀러는 사정이 전혀 다르긴 하다만.

무엇보다 우리는 모스크바의 저항이 심하다 싶으면 핵을 갈겨줄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설마 미국도 아닌 소련이 그 짧은 사이 핵을 만들겠냐.

저놈들도 원 역사에서는 몇 년 걸렸는데, 지금 랜드리스도 없이 모든 자원을 총력전에 투입해야 하는 대전쟁에서 한가하게 핵무기 만들고 있을 틈은 아마 없을 거다.

“아시아 전선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여유 되는 대로 해군력과 사단들을 투입하고, 이스라엘에게 참전 요구해.”

독립시켜줬으면 솔직히 뼛속까지 빼먹어야지, 대신 개평은 넉넉하게 쳐줄 거다. 네팔에 더해 인도차이나 반도에 영토 좀 주면 만족하려나.

남의 땅인 거? 그게 언제부터 중요했지?

“어차피 동남아시아 장악이 중국의 목표인 이상 이스라엘도 계속 안전할 거란 보장이 없다는 걸 강조하도록.”

“알겠습니다.”

***

중화민국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해상 전력이 빈약하다는 것.

온 아시아의 뜻있는 자들이 모여 열심히 개발한 끝에 여러 척의 군함을 건조하였으나, 전함은 단 한 척도 없고 항공모함도 제대로 된 물건들이 아닌 상선을 개조한 물건에 가까운 현실에서 제대로 된 해상 전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쟁을 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는 현실에서, 적들이 아무리 대부분 순양함 등이라고 해도 고전할 것은 뻔한 일.

이에 중화민국 정부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단순했다.

‘저 서역에서는 항공기를 이용한 공습으로 함선을 격침시킨다고 하였다.’

‘중화 인민이 못 해낼 게 뭐란 말인가?’

문제는, 항공기의 성능에 있었다.

프랑스에서 수십 년 전 만들어졌던 펄스제트 추진 항공기를 모방해낸 중국군은 이 전투기가 조종사의 양성은 쉽지만 민첩한 기동이 어려워 급강하폭격은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더 나은 항공기를 개발할 재간은 없으니 주로 뇌격기로 사용하고, 수평폭격을 가하고는 했지만 역시 부족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민족주의적 광기가 섞여들어갔다.

어차피 항공기의 성능상 미국의 프롭기에도 격추당하기 일쑤인 상황에서 명중률도 수평폭격의 한계와 어뢰의 성능 등의 문제로 절망적이니 차라리 함선에 들이받는 걸 전제로 폭격과 뇌격을 시행하자는 것이었다.

통상 공격으로는 어마어마한 소티와, 어마어마한 피해를 각오해야 했지만, 자폭공격을 하면 훨씬 적은 수의 항공기로도 같은 전과를 낼 수 있다. 조종사들은 반드시 죽게 되지만, 어차피 대륙에 넘쳐나는 게 사람이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결코 자살공격에 대해 거리낌이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애초에 옥쇄의 어원조차 중국이 아니었던가.

그러하였기에 중국군은 사소한 개조를 가한 항공기를 실전에 배치했고, 그 항공기들을 조종하기 위한 용맹한 ‘지원자’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했다.

“귀축 미불의 함대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물리칠 수 없으니, 옥은 부서져도 그 빛을 잃지 않고 대나무는 불탈지언정 그 마디가 휘어지지 않는 법, 와전(瓦全 : 기와처럼 무가치하게 목숨이나 건지는 것)하지 않고 용맹히 옥쇄할 지원자들을 모아 특수한 공격을 하겠다!”

물론, 그 지원을 거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개전 직후 동남아시아 전선에 급하게 투입된 미 해군 함대, 그 중에서도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엔터프라이즈의 승조원들이 처음 목도하게 되었다.

“저거 뭐야! 저거 뭐냐고!”

“쏴! 쏘라고!”

어느 순간, 접근해오던 적 항공기에서 뭔가가 분리되어 바다로 추락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뭔가가 날아들었다.

펄스제트 부스터를 분리하고 로켓 모터를 가동시킨 항공기는 로켓의 추진력에 힘입어 시속 수백 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속도로 날아들었다.

수천 발의 대공포탄이 빗발치듯 날아들었지만, 그 모든 화망을 뚫어낸 유성은 그대로 항공모함의 갑판에 충돌해 대폭발을 일으켰다.

아니, 그거 한 대만이 아니었다.

수십, 수백 대의 자폭공격기들이 미 해군 함대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엇나가고 만 뒤틀린 중화 민족주의와 군벌들의 보신 심리가 화학적 결합을 일으켜 만들어진 광기가 태평양을 수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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