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44화 (144/200)

144화 바르바로사(2)

1936년 대선은 FDR의 승리였다.

뉴딜 연합은 승리를 거두었고, 기존의 고립주의에서 탈피해 유럽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고, 루즈벨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당연히 합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려 하는 원숭이들에 대한 경고장을 송달하는 일이었다.

루즈벨트 아래에서 국무장관으로 임명받은 코델 헐은 뭘로 보나 미국의 이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필리핀까지 먹으려고 드는 외교적 깡패들에게 정중한 청구서를 보내기로 했고, 역시 대만에 식민지를 둔 입장에서 중국인들이 굉장히 고까웠던 프랑스 역시 합심해서 청구서를 보냈다.

네덜란드 식민지에서 꺼지고, 엄연한 독립국인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침략을 중단하고 원래 국경으로 철수할 때까지 고철 수출 금지, 석유 수출 금지, 미국 내 중국 자금 동결이라는 3연타를 얻어맞은 난징은 그대로 뒤집어졌다.

“저들이 아편을 팔아먹을 권리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지도 어언 100년, 우리 중화인민은 참을 만큼 참았소!”

“소련은 우리 편이오! 남방 작전을 폅시다!”

“양이들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의 시간이 왔습니다!”

미국은 속 빈 강정이고 프랑스는 유럽에서 소련과 싸우느라 바쁘다.

설마 시베리아를 건너 여기까지 올 리도 없으니 프랑스와 미국의 식민지들을 싹 쓸어먹고 그 끝이 없다고 할 만한 중화의 인민들의 숫자에 힘입어 버티기만 하면 된다!

내각회의실은 누가 더 목청이 큰가 겨루는 대회장으로 변해버렸고, 프랑스와 미국에 대한 선전포고안 및 마닐라와 타이완에 대한 기습 안건 역시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통과되었다.

중화민국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순간이었다.

***

미합중국, 디트로이트.

“허, 성능 좋은 전차를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 독일에서 저희 전차를 구매하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성능이 좋은 것과 전차가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수만큼 있다는 건 다른 이야기니 말이오, 그래서 팔 거요, 말 거요?”

“물론 판매할 겁니다. 대금은.....”

“북독일 연방 국채로 치를 거요.”

물론, 이는 중립법 위반이 절대, 절대 아니다.

중립법은 ‘전쟁’을 하는 국가에 판매를 금지한 법인데, 지금 독일은 ‘내전’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튼 아니다.

애초에 루즈벨트 행정부는 중립법을 폐기할 태세가 만만이었기도 했다.

“다만 당신네들 물건 대신 우리가 보유한 8,8cm 대공포를 주포로 쓰는 포탑을 쓰겠소.”

탄약 호환 문제도 있었고, 미국제 전차의 알량한 주포 따위로는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양측의 전차들의 장갑이 강화된 탓이었다. 독일군도 기존의 대전차자주포에 10,5cm 야포까지 얹어 가며 화력강화를 꾀하는 판에 75mm 따위는 설 자리가 없었다.

8,8cm 대공포의 경우 모든 적 전차에 대한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장비였기에 독일군이 신형전차에 이 주포를 달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미국제 전차에 그걸 달려고 하면 포미가 포탑 뒤쪽 내벽에 거의 맞닿을 판이 되는 등 개판이 나는 탓에 기껏 뽑은 전차를 대전차 자주포로 굴려야 할 판이었지만, 애초에 대전차자주포를 전쟁 초반부터 잘 써먹은 나치 독일군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초도물량만 460대의 신형 M4 전차를 공급받기로 계약한 독일 국방무관은 한숨을 내쉬며 동쪽을 바라보았다.

이곳 미국에서조차 전쟁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판이었다. 적들에게 짓밟히고 있을 본국이 우려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대서양 건너에 있는 그로써는 지금 보내주는 전차들이 전선을 땜질이라도 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

프랑스 총독부 소재지인 타이베이는 평화로웠다.

유럽의 전쟁 때문에 주력함이 전부 철수해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태평양 식민지를 노릴 정도의 미친놈들은 없다.

핵무기라는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줬는데도 이빨을 들이미는 저능아가 있겠는가? 물론 핵무기 따위 두렵지 않다며, 쑥대밭이 된 뒤에도 자신들은 아이를 낳고 길러낼 것이라며 큰소리를 뻥뻥 치는 야만스러운 유색인종 놈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놈들도 제 모가지는 아까울 텐데.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항공기들을 본 순간에도, 공격이라 여긴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침 그날은 현지 항공대가 훈련이 예정된 날이기도 했기에, 좀 훈련을 일찍 시작했거니 하며 방공포병들도 긴장을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폭탄이 항만 인근에서 터졌을 때, 그리고 그 뒤로 수십 수백 발의 폭탄이 떨어지고, 어뢰들이 항만에 정박한 순양함들을 노리기 시작했을 때.

그들 모두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1937년 3월 30일 일요일 오전 6시, 평화롭게 하루를 시작하려 했던 타이베이는 순식간에 지옥도로 변했다.

아니, 타이베이만이 아니었다.

마닐라, 홍콩, 싱가포르 등등 모든 주요 항구와 군사적 요충지는 공격 대상이 되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칭키다! 칭키 항공기다!”

“대공사격! 대공포 꺼내! 씨발! 움직여 굼벵이들아!”

“탄약고 열쇠! 열쇠 가져와! 당직 총기함 문 따! 당장!”

순양함들이 폭발한다.

어뢰가 사신의 낫처럼 군함들을 동강내 가라앉힌다.

“전 승조원 퇴함! 퇴함해! 그냥 뛰어내려!”

“우리 공군은 어디 있는 거야!”

수백 기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지상을 불바다로 만드는 동안, 지상군은 저 애미없는 놈들을 격추시켜 줄 항공기들을 간절하게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있어야 할 격납고와 주기장 역시 불타오르고 있었다.

“출격! 출격해!”

“탄약 없어도 일단 띄우고 본다! 앉아 있으면 죽기밖에 더 해? 일단 띄워! 한 대라도 띄우라고!”

프랑스군의 구식 쉬라이크 전투기들이 이륙하려는 차에 불덩이로 화하고, 폭탄에 적중당한 탄약고가 유폭해 거대한 버섯구름을 만들어내었다.

바다에 넓게 흩뿌려진 등유는 불이 붙어 바다를 불태우고 있었다.

극소수의 전투기만이 간신히 이륙했지만, 이들도 이내 수에 밀려 격추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들이 물러가려는 찰나, 두 번째 제파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

미국, 워싱턴 D.C. 해군부.

인파의 파도를 해치고 나아가던 어니스트 킹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았다.

“필리핀에서 적 상륙함대 확인!”

“국무부에서 연락입니다! 타이완, 홍콩 등에 동시다발적 공격이......”

“팔라완에서 급전! 적 포격 개시!”

“루손에 대규모 중국군이 확인되었습니다!”

“톈진 조계지에서 긴급통신! 포위당했답니다! 항복해도 되냐고 묻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전역이 공격받고 있었다.

“이 개자식들.”

킹의 입에서 험한 욕설이 나왔다.

필리핀에서 입은 해군 병력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도 않았다.

“육군부, 당장 육군부 연결해! 그리고 당장 백악관에 연락하고! 아니, 내가 직접 가지, 제기랄.”

***

파리, 프랑스.

“타이완을 비롯해 주요 식민지들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그런가.”

“황제 폐하, 현 상황은.....”

“이렇게 될 줄 몰랐나?”

“아닙니다.”

황제 폐하의 위대한 혜안을 불신한 이들은 많았다.

설마 선전포고도 하지 않고 기습하겠는가.

설마 그 정도의 힘의 격차를 보고도 덤비겠는가.

설마, 설마, 설마.

그리고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황제를 감히 의심했던 불충한 자들은 이 시점에서 그저 대가리를 박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이 시점에서 주력 부대를 태평양으로 집중할 걸세.”

간단한 논리다. 미국은 물자 지원이나 하면 충분할 뿐, 그 이상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오합지졸 미 육군이 와 봤자 시간이 필요하다며 드러눕기밖에 더 하겠는가.

소련과 미국 간에 아직 선전포고가 교환되지도 않았고 말이다.

물론 소련 입장에서 중국과 관계를 끊기는 껄끄러울 터,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 상부상조 중인 소련을 가만히 놔둘 수도 없을 거다.

미국의 참전은 이미 확정된 거나 다름없는 셈.

그리고, 우리의 승리 역시 확정되었다.

***

“부통령, 그리고 상하원 의장과 의원 여러분.”

“앞으로 치욕의 날로 기억될 어제, 1937년 3월 30일, 미합중국은 중화민국 해군과 항공대로부터 고의적이고 기습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평화 상태에 있었으며, 중국의 요청에 따라 인도차이나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주석과 대화 중에 있었지만, 실제로는, 중국 항공대가 미국령인 실론 섬을 공습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주미 중국 대사와 그의 동료는 우리의 국무장관에게 미국 정부의 최근 서한에 대한 공식 답변을 보냈습니다.”

“이 회신에는 더 이상의 외교적인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전쟁 또는 무력 행사에 대한 암시나 위협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고의적으로 평화의 지속을 희망한다는 거짓된 발언과 표현으로 미국을 기만해왔습니다.”

“필리핀에 있었던 어제의 공격은 미 해군과 육군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게다가, 태평양 공해상에 있던 미 함선들이 어뢰 공격을 당했다는 보고도 들어왔습니다.”

“어제, 중국 정부는 홍콩을 공격했습니다, 어젯밤, 중국군은 대만을 공격했습니다. 어젯밤, 중국군은 필리핀을 공격했습니다. 어젯밤, 중국군은 괌을 공격했습니다. 어젯밤, 중국군은 웨이크 섬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중국군은 하와이 제도를 공격했습니다.”

“그러므로 중국군은 태평양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기습을 가해온 것이며, 어제와 오늘의 행동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국민들의 의견은 확고하고, 이 사태가 그들의 생명과 안전에 미칠 영향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육해군의 최고 명령권자로써 국가방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즉각적으로 수행할 것을 명령하였으며, 이 조치는 우리에게 가해진 침략의 성격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사전모의된 침략을 극복해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든 간에, 정당한 권리를 가진 미국 국민들은 궁극적인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미합중국 의회와 시민 여러분들은 이런 비열한 배반에 굴복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그 어떤 협잡이나 위협도 우리를 꺾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1937년 3월 30일 일요일, 중화민국의 저열하고 일방적이며 비열한 기습공격이 개시된 시점에서! 미합중국과 중화민국이 전쟁 상태에 돌입하였음을 선언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는 바입니다!”

취임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루즈벨트의 노호성이 의회를 뒤흔든다.

일제히 쏟아지는 기립박수가 의회의 여론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이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1차대전기의 반대투표로 반전주의의 상징이 되어 바로 지난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나왔던 자넷 렌킨 전 의원은 중국과의 개전에도 반대했으며, 전 대통령 윌레스는 중국과의 개전은 찬성했지만 대소 개전에 반대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두 사람은 맹비난을 받아야 했고, 대중 개전과 대소 개전은 거의 반대 없이 승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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