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07화 (107/200)

107화 지브롤터 공방전(2)

지브롤터 해안,

“프리드리히 빌헬름..... 굉침!”

“이런 빌어먹을!”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었다.

북독일 연방의 전함들은 원 역사에서라면 순양전함으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장갑이 얇은 게 특징.

그 대가로 고속성능을 얻었지만, 8인치 방호도 아슬아슬할 정도로 얇은 장갑이 결국 사단을 냈다.

16인치 포좌를 노리던 와중 12인치 포탄에 옆구리를 얻어맞은 프리드리히 빌헬름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면서 빠른 속도로 수중으로 빨려들어갔다.

“카이제린에서 신호! 기함 굉침, 지휘를 인계받겠답니다!”

“닥치고 뒤로 빠지라고 해!”

해안포 1문은 동급의 함포 3문에 상당한다.

즉 그들은 지금 16인치급의 고성능 전함 1척과 14인치급 전함 2척, 12인치급 구형전함 한 척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거기에 12인치급 박격포 20문이 더해졌다. 12인치보다는 못해도 이거에 맞아도 북독일 연방 전함에게는 차고 넘치도록 치명적이었다.

이 포격을 견딜 수 있는 건 우습게도 프랑스 해군의 전함뿐이었지만, 프랑스 해군의 전함은 단 한 척 뿐이었다.

“관측기에서 통보, 적 해안포 1개소 파괴! 불꽃이 보인답니다!”

“젠장, 이제 겨우?”

“데어플링어 침수 중! 역침수 실시한답니다!”

“카이제린 엔진 정지! 흑연이 관측됩니다!”

장갑이 얇은 순양전함을 포 구경 좀 크다고 해안포대 전면에 들이민 것부터가 실책이었다.

게다가 적이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뢰정 다수 접근 중!”

“격파해!”

“부포대 손상! 주포를 돌려야 합니다!”

“뭐?”

몇 시간 넘게 포격을 주고받은 전함들은 대공화기나 부포가 망가진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부포대를 발포 못하게 망가트리는 정도는 8인치급 포탄만으로도 충분했으니.

그러나 그걸 노리고 발진한 어뢰정들은 손상된 전함들에게 어뢰를 쏴댔다.

“카이제린 피탄! 기울어집니다!”

“데어플링어 피뢰! 2.. 아니, 3발!”

거기에 항공기들까지 날아들었다. 항공기가 전함을 귀찮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영국군은 지브롤터에 배치된 항공기들을 모조리 날렸고, 결국 포격 피해를 무릅쓰고 보조함들을 돌입시킨 뒤에야 어뢰정과 항공기들을 괴멸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처참했다.

북독일은 단 하루만에 전함 4척을 상실했다, 그 대가로 지브롤터와 세우타의 어뢰정과 항공기 세력은 씨가 말랐고, 강구트급 전함 3척도 지브롤터 해협 밑바닥의 수중으로 쳐박혔으며 주요 목표 51개소 중 29곳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하지만 전함 6척을 끌고 왔는데 최신형 전함으로만 골라서 4척을 상실했으니 북독일 연방 해군은 뒤로 빠져야 했다.

그 대신, 미 해군이 다음 날부터 개입해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대서양 방면 포대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미 해군은 역시 2척의 전함을 손실해야 했다, 지중해 방면 포대만 파괴된 탓에 대서양 방면에서 날아드는 화력은 그리 많이 줄어든 게 아니었던 탓이었고, 대량의 기뢰도 매설되어 있던 탓이었다.

그러나 그 희생으로 17개소의 적 포대를 완파했고, 남은 5개소 역시 6일째에 전멸당했다.

하지만 작전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상륙전을 통해 완전히 지브롤터를 장악해야만 작전이 끝나는 것이었고, 4개국은 이를 위한 해병대 역시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개전 7일째, 상륙작전이 시작되었다.

***

-콰아앙!

포탄이 터졌다. 그 지독한 포격에도 살아남은 4인치 포 3문이 발악을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3인치 포 6문과 37mm 대공포대 6개소도 불을 뿜기 시작했다.

대공포들이 위치한 곳은 당연히 고지대, 고지대에 배치된 대공포들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상륙병력에게 포격을 가했고, 해안가에 은폐되어 있던 3인치 포들도 보트들을 향한 직접사격을 가해왔다.

“갈겨! 갈기라고!”

“아군 전차가 파괴되었습니다!”

“망할, 놈들이 야포를 직사로 쏘고 있어!”

“적 대공포좌 파괴!”

벌써 상륙이 시작되고 나서 대공포좌만 4개를 파괴했다, 하지만 3인치 포가 매복하고 저격을 감행해대는 탓에 전차만 벌써 두 대가 완파된 상태였다.

“돌격! 적 대전차포를 파괴해야 한다!”

-콰앙!

한 대의 전차가 또 격파되었다, 그 대신 그 전차는 적 대전차포 진지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여기는 안톤! 여기는 안톤! 적 대전차포 진지 5개소 잔존 확인! 다수의 적 야포가 우리 쪽을 향해 포격을 가해오고 있다! 대응 바란다!”

-여기는 리마, 러시아 해군 전함과 영국 해군 전함이 접근 중인 관계로 해안에 남아 있던 전함들이 전 함 외양으로 이동한 상태이며, 아군과 너무 가까워서 오폭 우려가 나오는 관계로..

“망할 어떻게 좀 해 봐! 전차가 터지면 우리도 다 죽는다고!”

-구축함대를 이용한 직사포격을 시도할 예정이다. 엄폐하라.

“뭐? 언제?”

그 순간, 폭음이 울렸다. 120mm 포탄이 떨어졌고, 야포들이 산산조각났다. 찌그러진 포신과 시체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열두 차례의 일제포격에 4인치 포 3문 전부와 대전차포 진지 5개소가 모조리 무력화되었다, 완전히 땅을 갈아엎은 포격이 끝나자, 전차들이 앞으로 나섰다.

살아남은 대공포대 2곳에서 12문에 달하는 맥심 대공포들이 포탄을 날려대며 적의 접근을 저지하려 했지만, 탄약이 거의 고갈된 데다 전차의 장갑을 뚫을 수 없었기에 그저 발악에 불과했다.

워낙 점령해야 할 면적 자체가 적었기에 일단 상륙에 성공하자 전세는 확 기울어졌다.

“해병대가 선두에 선다! 이지 중대 돌격!”

대대장의 외침에 미 해병대원들은 각자 총기를 잡고 돌격에 나섰다. 카빈과 패터슨의 탄환들이 이미 한 줌밖에 남지 않은 적들을 상대로 밀어닥쳤고, 한 줌밖에 남지 않았던 영국군은 그대로 밀려나갔다.

그 뒤를 이어 북독일군과 오스트리아-헝가리군 역시 달려나갔다. 프랑스군은 해군과 기갑부대 외의 병력을 투입하지 않았기에 굳이 달려나갈 것도 없이 이미 선두에 서 있었고, 몇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마지막 유니언 잭이 피로 물든 깃대에서 내려지고, 그 자리에 4개국의 깃발이 세워졌다.

하지만 먼 바다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

미 해군의 뉴욕급 전함은 그야말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구의 빛이 아닌, 화재의 빛이었다.

미 해군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낸 전함이었던 뉴욕급 전함의 단점, 함 전체에 탄약고가 걸쳐져 있다는 결점이 또 다시 드러난 것이었다.

그런 결점을 가진 대가는 잔혹했다.

-콰콰콰콰쾅!

연쇄폭발과 전복, 순식간에 붉은 배를 내보이며 전복된 텍사스는 빠르게 물 속으로 가라앉아 흔적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배 한 척, USS 뉴욕 역시 상황이 좋지가 않았다.

“빌어먹을, 우리가 뭐가 그렇게 거슬리다고 저렇게 죽이려고 달려들어!”

러시아 해군의 전함 키예프의 포탄은 함장이 저주를 퍼붓든 말든 뉴욕을 향해 날아들었다.

뉴욕을 구원하기 위해 다급하게 달려온 브레스트급 호놀롤루의 포격은 무시하다시피 하면서였다.

이미 협차당한 이상, 냉정히 말해 뉴욕의 운명은 끝났다, 이제 매 포격이 랜덤뽑기가 된 것이었다.

그 끝은 의외로 빠르게 왔다.

-콰아아앙!

대폭발이 후방 포탑을 덮쳤다.

그러나 함장이 그것을 느낄 일은 없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16인치 철갑탄이 함교를 포함한 상부구조물을 관통해버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뉴욕은 전투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바로 다음 사격에서 16인치 포탄이 함의 시타델을 관통하는 순간까지도, 뉴욕은 14인치 포탄을 어떻게든 날려대면서 키예프의 공격에 저항하고 있었다.

뉴욕이 굉침하자 이젠 정말 1대 1이라는 듯 호놀롤루와 키예프의 포신이 서로를 향했다.

두 전함 모두 16인치의 포를 달고 있었다.

키예프는 포탑이 하나 더 있어 12문의 16인치 포, 호놀롤루는 9문의 16인치 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둘의 성능을 가르는 요인은 하나 더 있었다.

항공전함과 일반 전함. 이로 인해 한참 차이나는 배수량.

그리고, 프랑스 해군은 이 전함의 약점을 너무나도 뻔히 알고 있었다.

그 직후 포성이 울렸다.

이미 피탄당해 함재기 이착함 능력을 상실한 키예프는 12발의 16인치 포탄을 쏘아올렸다.

“원탄!”

“우리는 근탄입니다.”

“원탄이지만 계속 사격이 조밀해진다.”

함장은 곧장 명령을 내렸다.

“고폭탄으로 전환한다.”

“예?”

“비행갑판 타격을 노린다. 적함 상부 구조물을 노려, 아무리 봐도 철갑탄으로는 관통력이 과해서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람되오나 함장님, 그러면 탄도 특성이 완전히 틀려져서 처음부터 조준을 해야 합니다!”

포술장이 비명을 질렀지만, 함장도 완강했다.

“그럼 제대로 피해도 못 주는 포탄을 계속 쏘자는 건가? 잔말 말고 탄종 전환해.”

“.....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포성이 울렸다.

“근탄입니다!”

“원탄입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적함이 근탄을 내고 아군함이 원탄을 냈다.

“포술장, 2탄 내로 협차 가능하겠나?”

“씨발, 지가 해보라지.”

“뭐라고?”

“..... 해보겠습니다!”

아직 희망은 있었다. 적함의 포격이 묘하게 느렸다. 숙련도 문제인지 기기 고장인지는 몰랐지만, 아군이 3발을 쏠 때 2발을 쏘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포탄이 또 발사되었다.

“..... 근탄입니다!”

“협차 당했습니다!”

“제기랄. 피해는?”

“함선 하부에 침수가 약간 있습니다만 아직 괜찮습니다!”

브레스트급 전함은 여러모로 실험적인 전함이었다. 그 중에는 터보 일렉트릭 추진체계의 적용도 있었다.

기존의 증기터빈에 비해 단점도 있었지만, 전기모터를 사용한다는 특성상 출력 조절이 자유자재였던지라 역추진도 유연하게 가능했고, 이를 활용하면 제자리 선회도 가능할 정도로 조함에 유연성이 있었다.

게다가 대어뢰 방어력이 높고, 선박의 진동문제를 줄여 함포사격 시의 명중률과 속도 역시 우수해진다.

그리고, 포탄이 다시 착수했다.

“협차!”

“이쪽도 협차입니다!”

이제부터는 운의 싸움이다.

그리고, 훨씬 더 거대한 키예프는 이 확률의 싸움에서 언제나 약자의 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포화가 네 번 정도 더 교차한 순간, 적 전함에서 섬광이 피어올랐다.

“명중.... 아니.”

16인치 고폭탄은 얇디 얇은 비행갑판 장갑을 뚫고들어가 항공유에 불을 댕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염이 함내 대부분의 구획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번 더 떨어진 고폭탄은 함선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콰콰콰콰쾅!

격납고 전체의 유폭은, 전함 부분의 시타델도 견디기 어려웠다, 탄약고가 화재에 노출되었고, 그 결과 역시 뻔했다.

연쇄폭발이 일어난 뒤, 남아 있는 것은 유령선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너덜너덜해져 있는 키예프였다.

천천히 멈춰 선 키예프를 향해 구축함 몇 척이 다가서기 시작했다.

물기둥이 두 차례 솟자,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기울어진 거함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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