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06화 (106/200)

106화 지브롤터 공방전(1)

프랑스 해군 항공모함 잔 다르크, 지중해.

브리핑실에 모여 앉은 조종사들 앞에 선 비행대장이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이다, 수중침투대의 얼간이들이 적 어뢰정에 조기에 발각되어 탈출하는 바람에 몰타의 적 기지의 경계가 더욱 강화되었고, 이로 인해 추가로 병력을 투입하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눈곱만큼도 ‘좋은’ 소식이 아님에도 좋은 소식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 특유의 허세였다.

그러나 그 허세가 도움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 얼간이들이 식충이 짓만 한 건 아쉽게도 아니다. 그 상황에서도 기어코 전함 두 척의 함저에 폭탄을 설치했고, 한 척은 해체된 건지 아니면 폭탄이 고장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멀쩡했다. 아니면 얼간이들이 폭탄을 설치만 해 놓고 멍청하게도 시한신관을 세팅하지 않았거나 애초에 엉뚱한 배에 폭탄을 달았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한 척은 제대로 터졌고, 그놈은 현재 착저한 상태다, 전열에 복귀하려면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올해 내에는 불가능하겠지.”

“그런 관계로, 우리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왔다, 기뻐하라, 제군들.”

전투기와 뇌격기 조종사들은 조용히 설명을 들었다.

급강하폭격기는 아직 기술적 문제로 개발되지 않은 탓에 항공모함의 대함 공격 수단은 뇌격기뿐이었다.

“룹(loup : 프랑스어로 늑대, 프랑스 해군 항공대의 전투기) 편대는 콕세어(corsair : 프랑스어로 해적, 프랑스 해군 항공대의 뇌격기) 편대를 엄호한다, 콕세어 2개 대함대대 24기를 룹 1개 방공대대 24기가 엄호한다.”

전투기와 뇌격기의 편제는 다르다. 전투기 1개 대대는 24기지만 뇌격기 1개 대대는 12기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조차도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임무에 따라 증강되거나 축소된다.

물론 뇌격기는 2인승인지라 대대를 구성하는 인원 수는 동일하다.

“우리는 육항대 놈들과는 다르다, 그 많은 소티를 가지고도 전함 하나 제대로 침몰시키지 못하고 되려 다수가 요격당하는가 하면 아군 함선의 희생을 내야 했던 그 멍청이들과 우리가 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보여주자! 우리가 지중해가 아니라 북해에 있었더라면 이미 영국 해군은 저승길에 올랐으리라는 걸 보여주는 거다!”

항공기만을 이용해 주력함을 공격하는 임무다.

그 주력함이 항구에 있다고는 하지만, 만약 격침시킨다면, 역사상 첫 대함 공격으로 전함을 격침시켰다는 영예를 얻게 되리라.

간신히 운빨로 어뢰 한 방 먹여서 스크류를 날려버려서 발을 묶은 것과는 전혀 다르게, 오롯이 항공력만으로 전함이 침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예!

이곳에 있는 모두는 결국 해군 항공이 해군의 미래가 되리라는 확신을 가진 자들이었고, 그렇기에 저돌적이었다.

“모두 행운을 빈다, 이상!”

***

뇌격기의 프로펠러가 굉음을 냈다. 시끄럽기로 유명한 동축반전로터가 굉음을 울렸다.

19세기 말엽부터 연구된 이 구동방식을 일반 항공기에 적용한다는 아이디어를 누군가가 냈고, 이를 통해 2인승에 20mm 기관포 4정, 어뢰 1발로 중무장한 공격기가 등장했다.

“장! 또 토하진 마라!”

“언제 적 이야기를 하십니까?”

후방사수는 낄낄대면서 20mm 2연장 포탑에 착석했다.

“후방 포탑 이상 무!”

“이쪽도 이상 무. 날아보자고.”

한편, 부산을 떠는 건 전투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방기관포 이상 무!”

“주익 내측 기관포 점검 끝났습니다! 탄약 가득 채웠습니다!”

세 개의 날개를 가진 프로펠러가 털털거리면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전투기와 뇌격기들은 하나둘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몰타의 새벽은 폭음으로 시작되었다.

-애애애애애앵!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대공포탄이 하늘을 갈랐다.

첫 일격에 파괴당한 유류저장고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지상을 밝히고, 대공포대에서 쏘아올린 조명탄이 하늘을 밝혔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불벼락이 쏟아졌다.

“적습! 적습!”

“서치라이트 켜! 왜 늦어지는 거야!”

“발전실이 손상되었습니다. 지금 응급복구중입니다!”

지팡이를 휘두른 제독은 다급히 쌍안경으로 하늘을 보았다. 그때, 조명탄의 빛에 한 개 편대가 뇌격 코스로 접근해오는 게 보였다.

“저기! 저쪽에 적기들이다!”

늦었다. 대공포좌도 뇌격기들을 보았는지 열심히 대공사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적기는 어뢰를 투발했고 흰 줄기들이 전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직후 화염이 치솟았다. 어뢰를 발사한 뇌격기가 대공포에 피격되어 수면으로 추락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어뢰가 멈추지는 않았다. 도리어 어뢰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리를 들이박았다.

-콰아아앙!

“상트페테르부르크 피격!”

“모스크바도 맞았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키예프가 열심히 대공사격을 가하는 게 보였고, 적기 한 대가 거기에 피격되어 산산조각나는 게 보였지만, 그것뿐이었다.

“요격기 이륙이 왜 늦어지는 거야!”

“비행장과 통신이 안 됩니다!”

“빌어먹을!”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미 상공을 휘저은 적기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비행장이 항공기를 이륙시키지 않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비행장에도 폭탄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날이 밝았을 때, 그들이 얻은 유일한 전과는 적기 두 대의 격추였다, 그러나 그 대가로 영국군과 러시아군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했다.

러시아 해군의 구축함 두 척과 기타 함선 네 척이 침몰했고, 어제 새벽의 수중침투팀에게 전함 1척이 착저한 걸로 모자라 전함 두 척이 좌초 및 침수되었다.

몰타 기지의 격납고에도 폭탄이 떨어져 가용 기체의 4분의 3이 소실되고 유류 탱크가 통째로 박살나서 기능을 영구적으로 상실해버렸다.

그런 피해를 입으면서 격추된 적기는 단 두 대뿐이었다.

“...... 그래도 키예프가 남아 있으니 다행이군요.”

“다행? 지금 자네 다행이라고 했나!”

고함이 터져나왔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4개월, 모스크바는 2개월 이상의 수리를 필요로 하네! 근데 다행? 다행이라고?”

“실언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독, 그렇게 화내 봐야 현실이 변하지는 않소, 지금은 실언이 문제가 아니라 지중해의 제해권 문제를 논해야 할 상황이오.”

“지중해의 제해권을 잃는다면 큰일나는 건 우리가 아니오, 당신들이지, 저들이 갈리폴리에라도 상륙할 것 같소?”

“저들이 적극적으로 교전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이번 공습을 감행한 이유를 생각해보자는 거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요?”

“저들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고, 이번 공습이 그 사전작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요.”

“사전작업이라, 그럼 어디를 노리겠소?”

“하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한 장교가 입을 열었다.

“알렉산더, 말해보게.”

“지금 동원 가능한 모든 함선을 지브롤터로 보내야 합니다.”

***

지브롤터.

유럽 각국은 모두 통신체계도, 지휘체계도 다르다. 당연히 호흡을 맞춰본 경험도 없다.

그런 입장에서, 4개국 연합함대라는 상황은 굉장히, 굉장히 최고 사령부 입장에서는 악몽같은 상황이다.

북독일 연방 해군의 전함 6척,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전함 8척, 미 해군 전함 4척, 프랑스 해군 전함 1척.

사용되는 언어만 셋이고, 통신규약은 넷이며, 계급체계고 뭐고 죄다 달라서 상하관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각 함대의 제독들은 지휘권도 쉽사리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브레스트급 전함 3척을 지상지원, 기지방어 등의 이유로 후방에 남겨놓고 온 프랑스군조차도 자국군에 대한 지휘권은 놓으려 들지 않았으니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주력함을 끌고 온 북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미국의 눈치싸움은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았다.

실질적인 주력은 북독일 연방이었지만 머릿수는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제일 많았고, 미국과 프랑스도 자존심을 세워대니 지휘체계 확보부터가 개판이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전함의 성능이 뒤떨어지는 판이고, 식민지 촌놈들에게 지휘권을주고 싶은 유럽 제독은 하나도 없었기에 결국 지휘권은 북독일 연방의 히퍼 제독에게 넘어갔다.

그런 싸움 끝에 간신히 협상을 끝낸 4개국 연합함대의 앞에는 막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우선 영국 본토에서 다급히 출격한 것으로 알려진 숫자 미상의 전함과 순양함.

그리고 3척의 강구트급 전함과 몰타에서 출격한 러시아 지중해 함대.

마지막으로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지브롤터 요새 그 자체였다.

“지브롤터 요새의 방호 능력은 미지수지만, 거기에 장비된 해안포들의 수는 우리 스파이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파악되어 왔습니다.”

정확히는 지브롤터와 세우타의 방어였다.

16인치 포 4문, 14인치 포 5문, 12인치 포 2문, 12인치 박격포 20문, 8인치 포 60문, 7인치 포 2문, 6인치 포 24문, 5인치 포 20문, 4인치 포 36문, 3인치 포 36문, 기타 잡다한 구경의 대공포 32문.

지브롤터와 세우타의 면적이 각각 6.7 제곱킬로미터와 18,5 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과할 정도의 화력 밀도였다.

“하지만 두 지역을 모두 공격해서, 장악해야 합니다.”

“가장 위협적인 16인치 포는 2연장 형식으로 두 곳에 나뉘어 배치되어 있습니다. 14인치 포는 2연장으로 한 곳, 3연장으로 한 곳이며, 12인치는 2연장 한 곳입니다. 전부 전함의 포탑을 이식한 형식입니다.”

“박격포는?”

“포대형입니다. 장거리 포격을 정확하게 맞출 수만 있으면 단숨에 격파가 가능합니다. 다만 명중 자체가 쉽지는 않습니다.”

“8인치 포가 실질적인 주력이겠지.”

“순양함도 피격되면 치명적입니다. 전함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으며, 대부분 포곽형입니다. 아군 포격에 대한 막대한 내성이 있습니다.”

“수를 앞세워서 막으려는 거겠지, 포곽형 요새포는 선회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6문씩 분산되어 10개소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반드시 파괴해야 하는 지점들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었다.

“7인치 포는 열차포 형태입니다. 여러 포좌들을 빠르게 돌아다니면서 포격을 가하기에 위치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2문뿐이니 다행이죠.”

“주의해야 할 대상은 6인치급까지네, 그 이하는 구축함보다 못하니까.”

“6인치 포좌는 역시 1개 중대 6문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4개소입니다.”

“그럼 반드시 파괴해야 하는 타겟이 41곳인가?”

“5인치급 포도 파괴하면 좋습니다. 이들은 총 20문이 연장포탑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구축함의 함포를 떼어내 장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4인치와 3인치, 잡다한 대공포는 전부 제외했습니다.”

3인치 포로는 상륙정이나 겨우 잡는다. 있을 만한 위치도 해안 주위일 게 뻔하고, 4인치 포도 함선 잡으려고 배치한 게 아니라 상륙부대에게 포격 갈기려고 보유한 것일 터.

대공포는 끽해야 기관포니 반드시 격파해야 하는 곳이 51곳.

거기에 러시아와 영국 전함부대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훈에 따르면, 대구경 함포를 사용해야만 대구경 해얀요새들을 격파할 수 있소, 게다가 적 포대 다수과 포곽식인 게 확인된 현재, 북독일 연방의 18인치급 포는 놀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화력이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과 미합중국이 각각 지중해와 대서양 방면에서의 적 증원을 경계하고, 프랑스군과 북독일군이 요새를 공략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다들 상당한 고속성능을 가지고 있으니 유사시에는 바로 교전을 중단하고 지원에 임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이군요.”

어차피 서로 손발 안 맞는 거, 국가별로 역할을 분담하자는 제안에 각국 제독들은 바로 찬성했다.

누구도 서로의 지휘를 받고 싶지 않았기에, 지휘를 받는 게 비합리적일 정도로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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