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무제한 잠수함 작전(1)
이스라엘 공화국은 매우 긴 국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스라엘 공화국을 육로로 공격하자면 현실적인 공격로는 많지 않다.
산맥과 강.
이스라엘의 국경선이다.
그러니 일반적으로는 강이나, 산맥이 끊긴 곳, 혹은 아예 북쪽으로 빙 우회해서 공격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도저도 안 되면 상륙작전이라도 하든가.
반대로 말하자면, 이스라엘군 역시 영국을 공격하기 위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콰앙!
야포가 이스라엘군 전차에 명중탄을 냈다.
그 대가로 수많은 야포들과 영국군의 탱켓들이 잔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젠장! 저놈이 마지막이었는데 부서지면 어쩌자는 거야!”
4대 남아 있던 전차 하나는 대전차수류탄에 박살났고, 두 대는 야포에 맞았고, 한 대는 지뢰를 밟아서 산산조각났다.
이제 이스라엘 보병들을 기다리는 운명은 하나였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영국군의 맥심 기관총이 불을 내뿜었고, 이스라엘군 보병들은 피떡이 되어 나뒹굴었다.
“12시 방향 기관총좌! 누가 어떻게든 해 봐!”
“이런 씨발....”
기관총좌 앞으로 달려들거나, 아니면 여기서 죽음을 기다리거나.
도망가면 더 쉽게 잡힌다. 그걸 아는 보병들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죽느니 싸우다 죽는다! 돌격!”
엄폐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 병사의 머리가 부서지고 내용물이 튀었다.
그리고 그 뒤로 병사들이 달려나왔다.
생각하면 죽는다.
생각하는 놈이 제일 먼저 죽고, 망설이는 놈이 그 다음으로 죽는다.
살아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저 싸울 수밖에 없었다.
***
-타앙!
총성이 울리자 병사들이 죄다 엎드린다.
“아악! 아아악!”
한 명은 빼고, 그는 쓰러져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의무병! 의무병!”
“젠장, 어딜 맞은 거지?”
“3시 방향!”
-탕! 탕탕탕!
잠시 뒤, 마구잡이로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러나, 반격탄은 날아들지 않았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한참 고함을 지른 뒤에야 총성이 멎었다.
그제서야 총격의 원인과, 세 명 발생한 사상자의 원인이 밝혀졌다.
두 명은 아군 오사, 그리고 처음 죽어버린 불운한 전우는 지뢰.
지뢰의 폭발음이 아니라 총성이었지만, 그 원인은 간단했다.
땅 속에 묻혀 있던 지뢰는 조그마한 나무통과 총알 한 발, 기타 이런저런 물체들로 급조된 총알 발사형 지뢰였던 것이다.
일종의 급조 총기라고 할 만한 지뢰가 땅 속에서 터지면서 발사된 탄환은 오른쪽 발뒤꿈치에서부터 다리 위로 파고들며 엉덩이까지 올라갔고, 위생병이 뭔 짓을 하든 간에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다. 실제로 아주 잠깐 동안만 숨이 붙어있었기에.
그리고 어둠 속에서 그림자를 적으로 착각한 병사가 발포하면서 탄약을 대량으로 낭비하고, 위치는 들키고, 아군 피해까지 두 명 나왔다.
그리고 그 대가는 이제 치르게 될 터였다.
목숨으로.
-콰앙!
박격포탄이 소대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산산조각난 시체와 파편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갔고, 그 직후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상대의 위치를 파악한 스웨덴 보병들이 영국군을 포위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영국인들은 실수의 대가를 생명으로 치렀다.
한바탕 총격을 퍼부은 스웨덴군은 유유히 철수했다.
무기도, 탄약도 부족했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그들은 싸웠다.
믿을 수 없는 외국 군대에만 조국의 운명을 맡겨놓을 수 없었기에, 동원령과 별개로 스칸다나비아인들은 총칼을 들고 전선으로 나서고 있었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조국을 위해서.
***
런던. 영국. 해군성.
“제해권 확보는 이제 불가능해졌습니다. 프랑스는 우리에게 상륙할 여력이 없지만, 우리 역시 프랑스를 해상봉쇄하기는커녕 프랑스군의 통상파괴를 막을 여력도 없습니다.”
“빌어먹을 개구리 놈들을 미국 자본가들이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특히....”
JP모건, 그 망할 작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 그들 때문이었겠지?”
“화이트 스타 라인의 빚을 프랑스가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은 타이타닉 침몰 사건.
타이타닉호에는 미국의 정계와 재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능력이 있는 인물들이 대거 탑승하고 있었고, 이들은 주저 없이 달려와 그들을 구해낸 프랑스 제국에게 깊은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당장 지금 영국 해협 어디쯤에 가라앉아 있을 로렌 함에는 타이타닉의 생존자들이 선물한 기념물이 침몰하는 순간까지도 남아 있었을 정도였다.
자신들의 생명을 구해 준 로렌이 선전포고도 없이 비열한 기습에 침몰했다는 사실을 안 그들은 마침 프랑스가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하자 여러 경로로 미국 정계와 재계에 압박을 넣었다.
그리고 JP모건은 그 타이타닉을 운영하던 회사인 화이트 스타 라인의 소유주다.
화이트 스타 라인은 원 역사에서는 타이타닉 호의 침몰과 이로 인해 내야 했던 보상금 등으로 인해 파산해버렸지만, 대부분이 승객이 구조된 덕에, 그리고 프랑스 측에서 흘러들어온 자금 지원으로 연명했다.
그 대가를 프랑스가 요구했다면 어떨까.
“미국 언론에서는 우리를 연일 악마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을 구한 프랑스인들과 그 프랑스인들의 등을 찌른 영국인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젠장, 우리가 저놈들과 언제 아군이었나? 등에 칼을 꽃게?”
그래, 꼭두새벽에 선전포고 직후 공격을 퍼부은 건 국제법 위반까지는 아니어도 비열한 행동이었음은 명백하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적대관계도 아닌데 등에 칼을 꽃는다는 표현은 어폐가 좀 있지 않은가.
“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중들이 뭘 믿는지가 중요하죠.”
그리고 미국은 그 대중들의 여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공화국이다.
중간선거가 코앞인 상태에서는 더더욱.
미국인들은 참전을 원하지는 않지만, 프랑스인들에게 물건을 파는 건 문제삼지 않았다.
그리고 프랑스의 순양함들은 대서양을 돌아다니면서 영국 상선에 대한 통상파괴를 이어갔고, 미국은 이를 방관했다.
“게다가 아일랜드가 우리 수송선들의 정보를 프랑스에 넘기고 있다는 확증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일랜드를 침공할 수는 없다. 육군이 증발한 상태에서 침공해봤자 뭘 하는가. 대부분의 병력이 노르웨이에서 고립되고 인도에서도 이스라엘군에게 박살난 마당에 말이다.
어째 영국이 프랑스에게 해상봉쇄를 당하는 꼴이었고, 영국은 미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수송선단을 차단할 능력이 없었다.
“프랑스와 독일은 동맹을 맺으며 서로의 부족점을 완전히 보완했고, 미국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그나마 남은 문제점들도 봉합했습니다.”
“전함들의 수리는?”
“최소 6개월입니다. 무슨 수를 써도 더 단축시킬 수 없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이대로 프랑스인들에게 여유를 준다면 6개월 뒤에는 프랑스인들이 런던에 상륙작전을 준비할 수도 있어, 저들의 전함 피해가 크다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의 해군까지 합류하면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아직 지브롤터 기지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브롤터와 수에즈가 있는 한 지중해의 함대가 대서양으로 나올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프랑스군은 영국의 기습에 대서양의 전함 상당수를 잃었음에도 지중해의 브르타뉴급을 대서양으로 재배치하지도,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전함을 빌려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자명했다. 영국이 참전한 이상, 나갈 길이 모조리 막혀버린 것이었다.
모조리.
같은 이유로 프랑스인들은 인도의 유대인들에게 유의미한 지원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지중해에 선박을 띄우더라도 수에즈 운하를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최소한 아프리카 식민지에서는 영국군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프로이센 식민지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탈리아 반도에 대한 통제권 역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거의 절반 이상 상실한 상황이었기에 보급도 여의치 않았다. 수에즈 운하를 뺏길 걱정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따.
“...... 전함을 쓸 수 없다면 보조함들을 이용한 통상파괴는 불가능한가?”
“순양함 이하 함급에서는 우리 함선이 프랑스의 순양함들에 비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게 현실입니다. 프랑스는 대규모 선단에 순양함 호위를 반드시 붙이고요, 별다른 수단이 없습니다만......”
“잠수함.”
“예?”
“잠수함을 이용한 통상파괴 한 번 검토해보게.”
“잠수함도 마찬가지입니다. 군함이라면 모를까 민간 상선을 상대로 부상한 후 통신을 보내 퇴선 요구 후 격침을 하기 전에 프랑스 해군 구축함이나 순양함에게 박살날 겁니다.”
“생략하면?”
“예?”
“그 과정 다 생략하면 어떤가, 어차피 국제법 어긴 마당에 한두 개쯤 더 어기면 어떤가.”
“그렇다면 공격 성공률과 생존률이야 크게 높아지겠습니다만..... 프랑스로 가는 상선이 프랑스나 독일 상선만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중립국 상선이라도 전쟁수역에 들어오면 침몰시키는 건 합법이다. 알지 않나?”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대통령인 윌슨이 공약으로 뭘 내걸었는가? 미국인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아, 전쟁 끝나고 보상해주면 되네, 전쟁 끝나면.”
그런 것 치고는 멕시코는 잘만 침공했지만, 거기야 제놈들 앞마당이라고 주장하니 좀 다를 순 있겠지.
하지만 저들이, 유권자들이 대양 건너의 전쟁을 위해 표를 던질까? 프랑스에 대한 동정 여론이야 어쨌든 미국인들은 그 동정 여론을 위해 총을 들 정도의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그냥 프랑스인들의 편의를 조금 더 봐주는 정도, 그게 저들의 한계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대륙 밖으로 나갈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물론 캐나다 침공 같은 일이라도 일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그래서 지금 우리가 캐나다군을 빼오지 못하는 거고.”
그리고 영국은 명백히 할 말이 있다. 국제법을 어기고 특정 국가에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전쟁수역 기어들어온 배를 어떻게 중립이라고 볼 수 있는가? 사망자가 발생하더라도 그건 오롯이 본인의 책임이며, 중립적인 국가에서 재판을 하더라도 미국 측의 잘못이라는 판결 외의 판결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당장 로이드보험에서도 전쟁수역 안에서 침몰하는 배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나선 판인데 뭘.
물론 국제법을 어긴 시민이 타지에서 죽거나 아니면 재산피해를 봐서 그걸 명분으로 침공하는 사례는 제법 있다. 당장 아편전쟁부터 해서 많은 식민지가 그런 식으로 생겼다.
그런데 식민지가 될 국가를 침략하는 것과 엄연히 열강의 일원인 영국과 전쟁을 벌이는 게 정말 같다고 생각하나? 만에 하나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천하의 멍청이다.
“미국인들도 전쟁 끝나고 보상해주겠다고 하면 입 다물 걸세, 그러니까 잠수함대에 명령하도록, 이제부터 전쟁수역 내에 있는 모든 친프랑스, 친 독일적 행동을 하는 모든 선박은.....”
돌이킬 수 없는 명령이 내려졌다.
“무차별, 무경고 격침시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