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101화 (101/200)

101화 스칸다나비아 전역(3)

런던, 해군성.

“상황은?”

“최악에서 두 발짝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우선 낭보로는 적 낭트급 하나를 오슬로 전대에서 격침시켰습니다. 단독행동을 하던 적함과 교전 도중 적함의 탄약고가 유폭했답니다.”

“그건 낭보고, 비보는?”

“엘리자베스가 뇌격기에 당해 앉은뱅이가 되었습니다. 엠퍼러 오브 인디아는 귀항하던 와중 적 전함과 조우, 교전을 개시했습니다.”

“제기랄.”

“적 전함 2척이 엘리자베스 인근에 접근했고, 포격전이 진행 중입니다.”

“그게 어떻게 성립하지? 엘리자베스의 사거리와 위력 모두 브레스트급 정도는 끌고 와야 그럭저럭 맞대응이 가능할 텐데.”

“엘리자베스의 포탑은 전방집중형입니다. 적함은 엘리자베스의 후미에서 포격을 가하고 있고, 엘리자베스는 제자리 선회를 진행하면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체 보고에 따르면 스크류와 키가 완전히 파괴되어서 예비부품 없이는 수리가 불가능하답니다.”

“호위함대는?”

“전멸입니다. 즉시 지원을 보내야 합니다.”

“....... 인근의 함선은?”

“모을 수 있는 데까지 모았습니다.”

***

영국 해군 잠수함 트라이벌. 북해.

잠망경으로 보는 물 바깥 세상은 지옥이었다.

HMS 엘리자베스는 후미만 집요하게 노려대는 적함을 상대로 후미 일제사를 가해대고 있었지만, 사격각 자체가 한정되었다.

측면으로 포격을 가하는 프랑스 해군이 슬쩍 전진하기만 해도 선회가 불가능한 엘리자베스는 함교에 방해되어서 제대로 된 일제사를 가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협차가 날 리 만무했다.

“인근에 구축함은 안 보입니다.”

“목표는 적 리옹급이다. 놈들이 우리를 눈치 못 채고 있으니 어뢰를 집중사격하면 충분히 격침시킬 수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프랑스 해군의 전함 근처에 부상한 트라이벌은 어뢰를 장전했다.

이곳이 상대를 노리기도 좋고, 적이 아군 오사를 우려해 바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위치였다. 어차피 파도도 심하고 날도 어두워져 가는 탓에 적함은 트라이벌을 쉽게 발견하지 못할 터였다.

트라이벌의 함장의 목소리에 함교는 조용해졌다.

“우리가 엘리자베스를 구한다.”

“발사 준비 완료!”

“발사 직후 바로 2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알겠습니다!”

“발사!”

어뢰 여섯 발이 발사관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즉시 재장전을 마친 트라이벌은 빠르게 2탄을 쏠 준비를 했다.

“장전 완료! 발사!”

“제독님! 놈이 눈치챘습니다!”

“적함 접근 중! 당장 잠항해야 합니다! 함장님!”

그러나 함장은 잠항을 명령하지 않았다.

“함장님!”

“나도 안다!”

함장의 목소리에, 부장은 함장을 바라보았다.

‘그게 함장님의 결정입니까.’

‘단순한 산수문제일 뿐이네.’

리옹급의 함 측면에서 물기둥이 여러 개 솟는 게 보였다. 저 정도면 침몰, 최소한 대파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달려든 전함의 함수가 잠수함을 무자비하게 깔아뭉개 으스러트리고 두 동강을 냈다.

***

“다 끝났군.”

샤를은 함교에서 침몰하는 엘리자베스를 보았다.

전혀 뜻밖의 기습에 제법 피해를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

단신으로 탈출하고 있던 킹 에드워드 7세급을 격침시키고 합류한 그들은 잠수함 공격에 침몰하고 있는 아군 전함 한 척을 보고, 다른 전함들과 합세해 공격했다.

마지막 발악을 펼치던 엘리자베스의 사거리에 부주의하게 들어간 전함 한 척이 그 자리에서 9발의 18인치 포탄을 뒤집어쓴 뒤 전복되며 굉침당하는 피해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결국 엘리자베스는 모든 포탑이 파괴되고 침묵했다.

“엘리자베스 격침, 생존자들이 퇴함하고 있습니다.”

“정말 해상에서는 포의 구경과 군함의 크기가 모든 걸 결정하는군요.”

드골이 질린 듯이 말했다.

엘리자베스급 전함은 프랑스의 모든 전함보다 크다, 당연히 방어력도 단단하고, 18인치 포탄의 위력은 이루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포탄이 장거리에서 깔짝대듯 쏘는 걸로는 장갑을 뚫을 수가 없어서 근거리까지 접근해야 했고, 덕분에 재수없게 일제사 한 번에 전함 한 척이 박살날 거리까지 접근했다가 손실하지 않아도 되는 전함을 손실했고 함내에 있던 수천 명도 물귀신이 되었다.

“어쩌겠는가. 아버지가 그렇게 양보하시면서 해군 조약을 맺지 않으셨으면 저들은 이것보다 더 많은 전함을 건조했을 걸세.”

사실 영국보다는 미국을 노린 조약이었다. 프랑스 해군은 더 이상의 전함을 감당할 인원도, 인프라도 없었고, 예산은 이미 한계였다.

무슨 미국이나 영국처럼 해군에 몰빵할 수 있는 국가도 아니었던 프랑스는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 해군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의도는 좋았고, 당시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더라도, 결과가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 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 영국의 해상봉쇄는 끝입니다. 저놈들도 이제 항구에 틀어박혀서 해안포에나 의지해 버티는 신세가 되겠죠.”

맞는 말이다.

이제 엘리자베스급이라는 전함은 하늘 아래 없다. 전부 물 속으로 가라앉았으니.

그리고 프랑스군은 아직 전력을 보존한 반면, 영국군은 이제 프랑스군의 상륙을 저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판이었다.

스칸다나비아에서의 완패는 확정이다, 영국은 프랑스 해군을 상대로 내놓을 수 있는 전가의 보도를 잃었다. 이는 단순히 격침된 전함 수가 3대 2라거나 하는 식으로 정신승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하나씩 격침된 로렌급, 리옹급, 톨롱급은 어차피 구형이고, 브레스트급 1척만 대서양으로 빼돌려도 수리 중이거나 현역인 영국 해군의 모든 함선은 무의미해진다.

막말로 해안포와 기뢰 외에는 프랑스의 영국 본토 상륙을 막을 수단도 없다.

“스웨덴으로.”

물론, 그 시기와 방식은 아버지가 정하실 일이다.

언젠가는 런던 브릿지를 무너트리고, 런던 전체를 싹 태워버려야겠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다.

“원래 목적지로 가자.”

이곳은 단순히 엘리자베스급만의 무덤이 아닌, 영국 노르웨이 침공군 전체의 사형 선고가 이뤄진 곳이기도 했다.

이제 영국의 해상봉쇄도, 영국의 보급선도, 영국 육군 그 자체도.

이곳, 노르웨이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

스웨덴, 예테보리.

“오랜만이네, 처남, 굉장히 오랜만인데?”

“오랜만에 뵙습니다, 매형.”

구스타프 아돌프 왕세자는 사람 좋게 웃으면서 그를 반겨주었다.

“샤를!”

“누님?”

그리고 빡 소리가 울렸다.

“어윽!”

방심하고 있다가 맞은 거라 억 소리가 절로 났다. 간신히 무릎을 꿇지 않고 버틴 샤를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누나를 보았다.

“니가 여길 왜 와?”

“아버지가 보내셨거든요?”

“그래? 그런데 그럼 하나 묻자, 왜 바로 안 왔어?”

“예?”

“전함에 직접 타고, 적 전함이랑 포격전까지 벌이고 왔다며!”

“그, 일단 오해를 좀 정정하셔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전함들이 한 건 항공대가 반병신 만들어놓은 거 설거지만 하는 거였거든요? 게다가 저희 함선들은 늦게 도착해서 한 것도 없었....”

“없기는 개뿔이! 전함 두 척이 폭침해서 생존자 하나 없이 전멸했다고 하더구만!”

소식이 되게 빠르네 싶다가도 지금 스웨덴이 전쟁 중이라는 걸 깨닫자 이해가 갔다.

“그건 운이 나빴죠, 하나는 적 함선이 공격할 수 있는 범위가 한계가 있는데 사격 범위 안으로 잘못 들어갔다가, 그리고 다른 한 척은 전투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잠수함 접근을 몰라서 당했고요.”

“어쨌든 간에 위험한 짓 한 거 맞잖아. 포탄 한 발도 안 맞았어?”

“18인치 포탄을 맞았으면 지금 제 등 뒤에 있는 전함이 자력으로 입항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 흠, 그래, 포탄 맞은 것 같지는 않네, 아무튼 간에 그래도 조심하라고, 난 결혼했고, 어머니 아버지에게는 너랑 네 동생뿐이야.”

“엘리자베스가 기어나왔다는데 그 기회를 어떻게 놓칩니까, 아버지도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격침하라고 하셨고요, 이 타이밍에 기어나올 줄은 몰라서 그게 애매하게 꼬였습니다만... 원래는 참가 안 하고 바로 왔어야 하는데 갈아탈 시간이 없었습니다.”

“네가 안 내린 게 아니라?”

“크흠, 좀 믿어주십시오, 4개 사단을 끌고 온 동생에게.”

“지금 죄다 자급자족하는 초거대 포로수용소 신세기는 하지만 노르웨이에 있는 적 병력이 13개 사단인 건 알지? 노르웨이 왕실은 이미 탈출해서 여기 와 있어, 노르웨이 전역은 이미 점령당했다고 봐야 해.”

“몰아내면 됩니다.”

“노르웨이군은 3개 사단 병력밖에 살아남지 못했어, 그리고 알다시피 독일 해군은 지금 발트해에서 열심히 바닷물에 삽질하는 중이고.”

“러시아 발트함대의 위치를 아직도 특정하지 못했네, 우리를 공격하러 올 거라는 것 하나만 명확해, 프로이센 항구도시들을 공격하려 한다면 진작 프로이센 전함들에게 발각당했을 테니까.”

매형의 말에 샤를은 인상을 찌푸렸다.

“대응책은 없습니까?”

“프로이센 놈들은 함대를 안 내주려고 해, 망할 놈들이, 그나마 남은 전함들도 죄다 초계로 돌려버렸으니 사실상 우리 해안은 우리가 지켜야 할 판이야,”

“보유한 군함 전체를 고틀란트 인근에 집결시켰네, 순양함도 절반 넘게 구식이긴 하지만 총 5척이 있고, 구축함과 어뢰정 등도 있으니 어떻게든 해 봐야지.”

해안경비정과 소해정, 기뢰부설함 등 싸울 수 있는 함선은 모조리 끌어내다시피 했다.

물론 적 함대는 막강하다. 구형이라지만 장갑순양함과 방호순양함만 16척,

발트 함대 최강의 전력인 포템킨급 장갑순양함과 오로라에 대항할 만한 함선은 전군에 단 2척뿐이었다.

한 마디로 엘리자베스급 같은 게임 체인저도 없는데 수에서도, 배수량에서도 밀린다.

“발트함대는 보트니아 만에는 확실히 없네, 그리고 프로이센 연안에도 없고, 핀란드만에서 나오는 건 관측됐지, 그럼 어디 있겠나?”

“리가 만.”

“우리도 그렇게 보고 있네. 그래서 고틀란트 북쪽에 함대가 결집해 있지, 스톡홀름을 지키려고.”

스톡홀름이 무너지면 스웨덴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국토의 대부분이 적의 손에 들어간 상태야, 불행하게도.”

스웨덴은 군대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북방전쟁 당시 스웨덴의 강성함은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로 변한 지 오래였다.

작정하고 침공해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이만큼이나 항전한 게 대단한 일일 정도였다.

“소톡홀름, 예테브리, 웁살라, 말뫼, 헬싱보리 등은 아직 보존하고 있지만 그 북쪽은 거의 붕괴했어, 웁살라가 현재 최전선이야.”

누나의 답에 한숨이 나왔다.

“웁살라가 무너지면.”

“놈들이 멜라렌 호에 도달하고, 스톡홀름이 위험해져, 반대로 제해권을 잃으면 스톡홀름은 날아가는 거나 다름없고.”

“보유한 함선은 어떻게 됩니까?”

“순양함이 5척에 구축함 11척, 모니터함 3척, 해방함 3척, 어뢰정 25척, 경비정 12척, 기뢰부설함 4척, 무장어선 7척 정도네.”

왕세자가 말을 마치자마자 왕세자비가 말했다.

“샤를, 전함 한 척만 지원해줘, 한 척만 윌란드 섬에 배치하면 적 함대를 괴멸시킬 수 있다고.”

“프랑스 해군은 이틀간 전함 3척을 더 잃었습니다. 대서양에 프랑스 해군이 보유한 전함은 이제 3척뿐이에요, 독일 해군은 전함을 6척이나 보유하고 있는데.....”

“그 새끼들은 자기 영토 보호한다고 기어나올 생각을 안 한다니까?”

“그 허가를 내릴 수 있는 건 아버지뿐이에요, 전 권한이 없습니다.”

“오, 샤를, 제발.”

“누님,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아버지에게 외교 창구를 통해서 요청해 보세요,”

“거절당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니.”

“그럼 저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지금 제가 타고 온 것도 보급만 끝나면 바로 북해로 나가서 한 판 붙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프랑스 제국이야 아쉬운 게 없다. 러시아 해군이 북해로 나가는 건 어불성설이고 나오더라도 손쉽게 격멸할 수 있다.

프로이센이야 영토가 해상에서 공격만 안 당하면 그만이니, 동맹국이 발트 해에 관심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아쉬운 건 스웨덴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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