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보나파르트-41화 (41/200)

41화 개전(2)

대영제국의 수도, 해가 뜨지 않는 도시 런던은 대혼란에 빠져 있었다.

“프랑스군이 온다!”

도버 해협을 날아와서 폭탄 몇 발을 대충 던지고 날아간 전투기 몇 대는 혼란을 극대화했다.

게다가 왕립해군이 패배했다는 소식이 흘러나가고, 왕실과 내각이 다급하게 런던을 빠져나가는 모습에 왕립해군의 전멸을 확신한 런던 시민들은 앞다투어 런던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리고, 프랑스 해군의 비행선들의 등장은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프랑스 해군의 비행선 당통 호.

“함장님, 런던 상공에 곧 도착합니다.”

“알고 있네, 저기 보이는군.”

영국에는 방공군이 없다.

당연하다, 대공포도, 심지어 전투기도 만들어지지 않은 시대다. 세계에서 전투기라는 개념을 실용화한 국가는 프랑스밖에 없다.

복엽기들은 영국, 북독일 연방, 이탈리아, 이중제국 등에도 있었지만, 그걸 제식화한 물건이 없다는 게 정확했다. 이 시대의 전투기라고 해 봤자 아무 대량생산되는 비행기에 기관총만 달아도 충분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날아들었다. 대포는 부각이 안 닿지만 해안에 배치된 맥심 기관총 몇 정이 비행선을 향해 불을 뿜었다.

아마 구경이 좀 더 컸다면 위협적이었겠지만, 그들을 향해 날아드는 총탄은 그들이 위치한 고도까지 날아왔을 때는 이미 운동에너지를 죄다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프랑스의 비행선들은 거기에 대해 화끈하게 대답해줬다.

“투하!”

포병용 대구경 포탄을 개조해 날개 등을 단 항공 폭탄을 든 수병들이 끙끙거리면서 해치로 포탄을 가져갔다.

자동 투하장치 같은 건 당연히 없었고, 폭탄을 굴려서 떨어트려야 했다.

아예 수류탄에 날개랑 충격신관 달아서 쓰는 육군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비행선의 이륙중량에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콰쾅! 콰콰쾅!

해안가에서 발포되던 맥심 기관총좌의 부근에 포탄이 떨어졌다. 그곳뿐 아니라 해안포들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함포 사격을 막을 수 있도록 유개호에 들어가 있는 해안포가 많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는 무리였지만, 충격을 주기는 충분했다.

***

버킹엄 궁전, 런던.

“폐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애든버러로 가는 열차가 역에서 대기하고 있고, 로열 패밀리의 대부분이 이미 탑승했습니다.”

“왕실은 캐나다로 보내라.”

“폐하?”

“지상에서 우리가 프랑스군을 막을 수 있는가.”

“.........”

총리, 세실 로즈는 입을 다물었다. 그로써도 확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믿고 있던 로열 네이비가 전멸당한 이상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봐야 했다.

“짐은 본토에서 프랑스군을 붙들겠다. 에드워드와 앨버트를 캐나다로 탈출시키고, 무사히 도착하는 즉시 대관식을 치르도록 명하라.”

“하지만 폐하.....”

“지상군으로 막을 수 없다면, 짐이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가서 북독일 연방과 이탈리아군에게 프랑스의 동부 영토를 공격하도록 요청하라, 본토가 점령당했다 한들 인도를 비롯해 대영제국의 자치령들이 남아 있는 한, 대영제국은 계속 싸울 수 있다. 아우스터리츠에서 패배했을지언정, 워털루에서 승리했듯이.”

홈 플릿이 프랑스의 기습으로 치명타를 입었더라도, 대영제국에는 도합하면 100척이 넘는 전함들이 있었고, 이들 대부분은 식민지에 분산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서는 잔 다르크급은 고작 다섯, 그 다섯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프랑스 식민지를 전부 지킬 수는 없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싸우면 결국 프랑스도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그들도 코앞의 브리튼이 아니라 캐나다까지 쫓아갈 수는 없을 테니까.

***

런던 앞바다.

-콰앙!

포탄이 날아들어 수송선 인근에 물보라를 튀겼다. 전함들이 그렇게 포탄을 해안가에 퍼부었는데도 살아남은 해안포가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루이, 마퇴유!”

“이등병... 우욱!”

“새꺄! 토하지 마! 토하면 너 바다에 던져버릴 줄 알아!”

15발짜리 탄창이 꽃힌 브라우닝 소총을 든 병사는 비틀거렸다. 분대당 몇 명씩은 자동화기로 개조된 브라우닝 소총에 15발짜리 탄창을 받았고, 나머지는 반자동에 5발짜리 탄창을 꽃고 있었다.

소대 단위로는 역시 브라우닝 박사가 수류탄을 더 멀리 날리기 위해 개발한 신개념 무기, 유탄발사기가 한 정씩 배치되어 있었고, 거기에 중기관총과 경기관총 등을 감안하면 프랑스군의 화력은 전 세계적으로 비할 데가 없었다.

게다가 영국 상륙 병력은 당연히 대육군에서도 정예 중 정예만 모아 만든 병력, 당연히 신무기들을 몰아받는 게 당연했다.

-콰앙!

계속해서 포탄이 수송선으로 떨어졌다. 프랑스군이 바리바리 싸들고 온 일회용 로켓포에서 수많은 로켓들이 수송선에서 발사되어 해안을 초토화시켰지만, 그 로켓들도 기관총 진지를 쑥밭으로 만들었을지언정 해안포 요새를 부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함들의 맹포격과 연막 살포가 해안포들의 명중률에는 심대한 타격을 주었고, 결코 적지 않은 수송선들이 영국 해안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내려! 내려!”

전속력으로 돌격해 들이박다시피 한 수송선, 그리고 그 수송선이 가득 싣고 있는 보트에 미리 타고 있던 병사들이 보트째로 바다에 집어던져졌다.

여기서부터는 알아서 노를 저어서 해안까지 가야 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그 지독한 포격에도 아직 살아남은 기관총 진지가 있었고, 맥심 기관총 몇 정이 접근해오던 보트들을 안에 있던 프랑스군과 함께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보트들의 선두는 해안에 닿아 바위나 기타 잔해들을 방패로 삼아 기관총을 상대로 엄폐했다.

“샤를! 유탄발사기!”

유탄발사기를 등에서 내린 샤를 상병은 탄창을 결합하고 조준경을 들여다보았다.

조준, 발사.

-텅!

고속으로 직사된 유탄, 사실 25mm 고폭탄의 약장탄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핸드 캐논의 포탄은 그대로 기관총 진지 하나를 날려버렸다.

“됐다! 다음은 저쪽 옆!”

-텅!

두 번째 폭음이 울렸고, 맥심 기관총 한 정이 또 침묵했다. 파편을 뒤집어쓴 운용병들이 즉사한 것이었다.

“움직여!”

“비바 라 프랑스!”

“비바 라 프랑스!”

함성과 함께 병사들이 달려나갔다. 저 너머에 붉은 옷을 입은 레드코트 두 명이 보였다.

-타타타타타타타!

그리고 한 병사가 브라우닝 자동소총의 15발짜리 탄창을 그 두 명에게 싸그리 비워버렸다. 다른 병사들도 거의 반사적으로 총질을 했고, 두 병사는 한가득 뒤집어쓴 탄환에 개구리 튀어오르듯 튀어오르더니 뒤로 자빠져 감전된 듯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 붉은 군복에 붉은 피가 번지든 말든 그들이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돌격 앞으로!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돌격!”

런던으로, 런던으로!

나폴레옹 1세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 중 누가 그 외침에 가슴이 떨리지 않겠는가!

“돌격! 프랑스 만세! 나폴레옹 만세! 혁명 만세!”

어떤 병사는 본인이 나폴레옹 1세 시절의 제국 근위대라도 된 것마냥 악을 써 댔다.

사실, 다른 이들도 제각기 극도로 흥분해 있었으니 누구를 욕할 처지도 아니었다.

“해안포를 제압해! 저걸 때려부숴야 우리 전우들이 상륙할 수 있다!”

***

북독일 연방, 프로이센 왕국, 베를린.

“지금 뭐라고 했나?”

“런던이 위기입니다, 대영제국의 내각은 이미 스코틀랜드로 도주했다는 소식입니다. 영국 대사가 즉시 동부에서 공세를 개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답니다.”

“로열 네이비는?”

“..... 괴멸당했답니다. 전쟁 초 기습에 당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기습에 그 많은 병력이 당하다니! 전쟁이 날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그게 말이 되는가?”

빌헬름 2세는 너무 기가 막혀서 입을 딱 벌렸다. 융커들도 얼떨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슐리펜 장군.”

“예, 폐하.”

“즉시 알자스-로렌에 대한 공격을 가할 수 있겠소?”

“프랑스군은 알자스-로렌을 이미 철저히 요새화했습니다. 알자스-로렌으로 직공하는 방법은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스당 방면의 중부전선에 프랑스군 수십만이 집결해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 대신 우발계획을 발동시켜 벨기에를 통해 파리를 공격하는 것을 제안드립니다.”

“벨기에?”

“예, 폐하, 우익에 전력을 집중해 파리를 북부에서 포위한 다음 프랑스군을 섬멸하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이탈리아가 잡고 늘어질 것이고, 러시아군은 발칸과 오스만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틈을 타서 프랑스를 제압해야 합니다.”

참모총장의 답에 빌헬름 2세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렇게 단시간 내에 프랑스군을 제압할 수 있나?”

“프랑스에게 배후를 내주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무엇보다 영국이 이 시점에 프랑스에 항복하면 그때는 진짜 끝장입니다. 독일 제국 혼자서 유럽 전체와 전쟁을 벌여야 할지 모릅니다.”

“외무장관.”

“예, 폐하.”

“벨기에의 국경개방을 받아내시오, 영국 대사와 함께 가서 벨기에 정부에 당장 국경 열라고 하시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알겠습니다.”

영국과 독일이 복날 개 쳐맞듯 두들겨맞고 패전국이 되어 쭈구리 신세가 된다면 벨기에도 죽은 목숨이다. 최악은 그대로 합병이고, 최소한 남부 왈롱은 바쳐야 목숨 부지라도 할 수 있으리라. 벨기에 정부가 상식이 있다면 당연히 국경을 열리라.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내각은 조용했다.

“런던이 무너졌습니다. 왕립해군의 함대는 뿔뿔이 흩어져 각 식민지로 살기 위해 도주하고 잇고, 빅토리아 여왕은 협상을 애걸하고 있습니다.”

개전한 지 단 사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누가 봐도 프랑스는 전쟁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고, 허를 찔린 영국은 무너지고 있었다.

“왕대비 마마, 즉시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편에 서지 않으면 공격당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전쟁은 이미 프랑스가 이겼습니다.”

“프랑스는 이미 식민지를 대가로 아시아 해협식민지를 봉쇄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들어줍시다. 식민지를 약속대로 받아낸다면 손해는 아닙니다.”

네덜란드가 우물쭈물하고 있었던 것은 영국과의 관계 때문이었는데, 영국이 개전 극초반에 판다 꼴이 되어서 줄행랑치고 있는 판에 괜히 간을 더 보려고 했다가는 침공당하는 수가 있엇다.

13살에 불과한 빌헬미나 여왕의 섭정, 엠마 왕대비는 이마를 눌렀다.

“이건 왕실에게 들어온 비공식적 제안이지만, 내각과 논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묻고자 하오.”

“말씀하십시오.”

“프랑스 제국의 나폴레옹 4세가 자신의 동생인 루이 나폴레옹과 빌헬미나와의 약혼을 제안했소.”

즉각 내각의 고위 관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선왕 빌럼 3세와 엠마 왕대비만 해도 41살 차이였기에 루이 나폴레옹의 나이는 본인만 좋다면 큰 문제까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진짜 문제는 그 뒷면에 숨겨진 저의였다.

누가 봐도 프랑스가 대승을 거둔 직후 이런 제안을 들이민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우리랑 같이 갈 거냐, 전쟁할 거냐.’

“프랑스가 이로 인해 네덜란드의 내정에 간섭할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하기는 했으나, 믿을 수 있을지는....”

“우선 프랑스 대사에게 연락해서 이미 진행 중인 식민지 협상부터 타결시키기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적어도 프랑스의 침공은 억제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낫겠소. 빌헬미나의 문제는... 시간을 조금 끌어보는 게 좋겠구려.”

섭정, 엠마 왕대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전령이 급한 보고를 전했다.

“각하!”

“무슨 일인가?”

“벨기에가 국경을 열었습니다. 프로이센군이 벨기에를 통해 프랑스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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