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409화 (에필로그) (409/415)

에필로그. 즐겁게.

* * *

[우오오오오오옵!]

아라가 꼬리를 흔들었다.

이쪽을 보아도, 저쪽을 보아도 너무 예쁘질 않은가.

[금화아아아! 이 몸이 제일 좋아하는 금화아!]

아라가 주먹에 힘을 꽈악 주며 가슴 안쪽으로 힘껏 당겨 부르르 떨었다.

[금화가아아아!]

"아라야……?"

하벨이 숨도 안 쉬고 내지르는 아라의 목소리에 금세 걱정이 됐다.

[이 몸의 금화야아아아!]

아라가 손을 하늘로 번쩍 올렸다.

입꼬리마저 천장에 닿을 것만 같고, 붕붕 흔들리는 꼬리를 타고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제야 하벨이 입꼬리를 올렸다.

"너무 늦게 줬나 모르겠네?"

하벨은 뜯긴 포장지와 금화를 담았던 용기를 잠깐 바라보았다.

아라가 고개를 몇 번이나 흔들었다.

[이 몸은 너무 좋아! 정말 좋아! 대장이 최고야! 대장이 제일 좋아!]

금화를 꼭 안고 병아리처럼 '삐약'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럽다가도 분명히 자신이 줬건만 금화가 아니꼬워 보였다.

"솔직히 말해봐, 아라야. 나보다 금화가 제일 좋지?"

하벨이 목소리를 낮추며 속닥거리자 아라는 잠깐 몸을 흔들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몸은 거짓말 안 해. 이 몸은 정말로 대장이 너무 좋아.]

아라는 금화를 꼬옥 안았다.

'내가 금화보다 조금 더, 아니, 아주 살짝 높나 보네?'

으흠.

하벨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몸은 대장이 이 몸을 위해 금화를 준비했을 줄은 정말 몰랐어. 그래서 너무 좋아.]

헤헤.

아라의 눈이 휘면서 짓는 눈웃음에 하벨은 화악 올라온 감정이 또 신기하게도 내려갔다.

"아라야. 나는 아라 널 위해서라면 다 사줄 수 있는데? 다음에……."

하벨은 말을 멈췄다. 아라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고 그림자가 졌다.

"나는 하벨 널 위해, 뭐든 사줄 수 있단다."

룬델의 목소리가 들리자 하벨은 움찔거리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안녕, 세렌!]

아라가 손을 흔들자 세렌이 얼른 아라에게 다가갔다.

[안녕, 아라야.]

세렌은 아라에게 한 뼘 떨어져 날갯짓하며 반가워했지만,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다 보였어요?"

하벨이 쪼그려 앉은 채로 다급히 정원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분명 아무도 없었다. 아니, 보일 리가 없을 텐데.

"정령들이 알려줬구나."

룬델은 가볍게 웃었다. 이런 귀여운 장난이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치사하게."

하벨은 눈을 가늘게 뜨며 모르는 척 둥둥 떠서는 멀어지는 정령들을 바라보았다.

[이 몸이 혼내줄까? 이 몸이 '떽'하고 해줄 수 있어.]

아라가 앞발을 허리춤에 올렸다. 힘껏 인상을 쓰나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하벨이 실실 웃으며 아라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많이 답답했더냐? 하지만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단다."

룬델이 하벨 옆으로 와 쪼그려 앉았다.

"에른스트한테 당했던 상처만 이상하게 늦게 나아요. 다른 상처는 벌써 다 나았는데 말이죠."

"하긴. 벌써 한 달이 지나지 않았더냐."

"벌써 그만큼 됐나요?"

하벨은 씁쓸함을 담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처가 한 달이 되었음에도 에른스트에게 뜯긴 그 상처는 아직 다 낫지 않았다.

특별히 저주나 마법이 걸린 게 아니었음에도 지지부진한 건 놈의 힘이 그만큼 강했다는 게 아니었을까.

"아버지. 저 오늘은 따로 갈 때가 있어요. 가도 되나요?"

"어딜 가려는 건지 말해주렴."

룬델이 부드러이 웃었다.

"그런데 지금 안 바쁘세요?"

"이제 정화제를 돌릴 필요가 없으니 한가해진 셈이지."

"제가 수입원을 잘라버렸으니……."

"하벨아."

"네?"

"그… 크흠, 나는 투자의 귀재란다."

"예?"

"이런 말을 꺼내기에 조금 쑥스럽긴 하나, 투자 수완이 좋단다. 먹고살 궁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음, 세렌이 장난삼아 내 손을 황금의 손이라 말하기도 하지."

룬델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몰라 하벨은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하렴. 그, 하벨 너는 특히 널 위해 사는 게 많이 없어서 혹시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 말을 꺼냈단다."

[…푸흡!]

세렌이 웃음을 흘렸다.

[왜 이렇게 말을 못 해? 하벨이 너 잡아먹는데? 다른 사람을 짓누르던 언변은 대체 어디 가고 바보만 남았대?]

"세렌!"

[요점은 하나야, 하벨. 룬델은 돈이 많아.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룬델을 바라보는 세렌의 시선은 손자의 재롱을 보는 듯 사랑스러움이 어려 있었다.

"저 가지고 싶은 게 있어요, 아버지."

하벨은 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룬델의 눈동자가 기쁨으로 물들어갔다.

"뭐가 가지고 싶더냐? 다 사주마."

"산이요."

"산……?"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게 튀어나오자 룬델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하벨은 웃었다.

"네. 산이요."

"그럼, 어떤 산을 원하더냐?"

룬델이 곧 차분해져서는 묻자 하벨은 손가락으로 산을 가리켰다.

티에라 가문에서 보이는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이었다.

[어어업! 저긴 되게 큰 산인데?]

아라가 산 크기를 보며 깜짝 놀랐다. 입이 떡 벌어지지 않았는가.

"사주마."

룬델이 활짝 웃다가 흠칫거렸다.

그림자가 졌다.

"…아버지. 막내야."

라르웬이 눈살을 찌푸렸고, 루룸은 실실 웃었다.

[여기서 뭐 해?]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얘 지금 빨빨 돌아다닌다고 다들 찾고 있는 거 아시잖아요."

"헤, 헤레스가요?"

하벨은 당황하며 물었다.

"다."

그 대답에 하벨은 미어캣처럼 다시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다가 빨리 자신의 옆을 가리켰다.

"빨리요. 빨리!"

뭐가 그렇게 급한지 모르겠지만, 라르웬은 얼떨결에 하벨 옆에 쪼그려 앉았다.

[안녕, 루룸!]

아라가 손을 흔들자 루룸이 아라와 세렌에게 다가왔다.

[너는 왜 와?]

세렌이 부리를 딱딱 부딪쳤다.

다 불만이었다. 루룸이 짓는 저 웃음까지. 겨우 아라랑 둘이 있게 됐는데.

[너는 맨날 아라 하고 붙어 있었잖아!]

[난 라르웬 따라 왔어. 왜? 질투가 나, 질투쟁이 세렌아?]

루룸이 낄낄 웃으며 아라에게 붙자 세렌이 날개를 파닥거렸다.

[이 몸은 세렌이랑 루룸을 다 좋아해에!]

아라가 루룸과 세렌을 번갈아 가며 껴안았다.

사이 좋은 모습을 보던 라르웬이 잠깐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나저나 여기서 두 사람 대체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내가 산을 가지고 싶다고 아버지한테 말했어요."

하벨이 속닥거리자 라르웬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산은 왜?"

"하벨 티에라가 달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이거 묻어주고 오게요."

하벨은 아직 빼지 않은 랜턴이 달린 팔찌를 흔들었다.

하벨에게 받은 금화를 루룸과 세렌에게도 자랑하던 아라가 슬쩍 룬델과 라르웬을 바라보았다.

혹시 다들 슬퍼할까 봐 걱정하는 아라의 눈빛에 하벨의 시선이 아라에게 향했다.

―저는요, 달을 보는 걸 좋아해요. 거기 있을 거예요. 용왕님께서 아라 님하고 밤놀이를 가다가 발견한 그 산에 찾아와서 제 욕을 하고 가면 됩니다. 아, 타르트는 사주세요. 제가 타르트를 좋아하거든요.

하벨은 하벨 티에라가 자신에게 했던 마지막 부탁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타르트 가져다주려고요. 좋아한대요."

"…그래."

룬델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슬픔이 묻어났지만, 깊진 않았다.

"무척 좋아했단다. 화를 내더라도 여러 종류의 타르트만 가져다줘도 정말 좋아했지."

"저도 좋아해요."

"넌 그냥 달달한 게 좋은 거잖아, 막내야."

라르웬이 코웃음을 쳤다.

"그거나, 그거나 똑같죠."

덩달아 하벨 역시 코웃음을 쳤다.

같이 유치해지는 기분에 라르웬은 말을 돌렸다.

"어쨌든, 산에 무덤을 만들겠다는 거 맞지?"

"…뭐라고 안 하네요?"

하벨은 슬쩍 라르웬과 룬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너한테? 우리가?"

오히려 라르웬이 기가 찬 듯이 반응하다가 곧 뒷말을 이었다.

"아니, 잘 생각해봐, 막내야."

"목소리 낮춰요. 나 지금 도망쳤다고요. 카샬이 지금쯤 엄청 화가 나 있을 거예요."

하벨이 파르르 떨며 말했다.

말을 잘 듣기로 카샬하고 헤레스하고 약속했지만, 한 달은 너무했다 싶었다.

그때, 마침 정령이 창문을 두드리며 말한 소리에 어떻게 마음이 끌리지 않을까.

―하벨, 금화 제작 다 됐대. 약속대로 알려주려고 왔어.

자신이 제일 먼저, 아라가 좋아할 하늘색 포장지로 포장해서 주고 싶었다.

내내 기다렸기에 더 반가웠다.

마침 오늘 이상할 만큼 분주해 빠져나갈 틈도 널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너는 지금 여기에 와 있어?"

라르웬은 또 기가 찼다.

대체 당돌한 건지, 간이 작은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아라한테 주고 싶었어요. 내내, 쭈욱 기다렸다고요."

하벨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라가 품에 안고 있는 금화를 가리켰다.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하벨 티에라에게 이 몸을 돌려주려고 발악할 때였기에.

하벨은 마지막 선물로 아라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저 금화를 받는 순간, 왜인지 몰라도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곳에 자신은 살아가며 아라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마음 역시 밀려와 코끝이 살짝 찡하게 울리지 않았는가.

[짜아안!]

금화에 아라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이 몸이 금화에 있어! 헤헤헤!]

아라가 금화를 돌리자 뒤에는 티에라 가문의 문장이 보이자 룬델은 뭔가 모를 뭉클함을 느꼈다.

곧 일렁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하벨은 고개를 잠깐 내렸다.

뭔가 멋쩍었다.

"…으음. 저 때는 아라가 정령왕인지도 몰랐어요. 다른 정령하고 다르다고 그래서, 아라한테 티에라 가문이라는 집이 있다고 알려주려고 만든 거였어요."

"그때라면 너도… 불안하지 않았더냐."

룬델이 묻자 하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는데, 그래도 여기가 좋았어요. 아라를 좋아해 주는 정령들이 여기엔 많았으니까요."

뭔가 말을 하는데 계속 쑥스러웠다. 진짜 별거 없는 말이었는데도, 새삼 과거가 된 기분이 몰려와 너무 이상했다.

라르웬이 하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특하네, 막내야."

"아니. 아니, 이건 이제 됐어요. 어쨌든, 무덤은 있어야 하잖아요."

말을 돌리려다 하벨은 곧 눈을 크게 떴다.

"아, 관도 사주세요. 두 개요."

"…왜 두 개더냐?"

룬델은 순간 멈칫거렸다. 하나라면 이해가 가나, 두 개는 대체 뭣 때문인지.

하벨은 손가락으로 바닥에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으음.

말꼬리를 늘이는 모습이 참 이상해 라르웬은 뭔가 긴장됐다.

"그러니까. 대체 왜 두 개인데?"

"제 육체가 지금 반쯤 부서진 오두막 앞에 있다는 걸 잊어버렸어요."

"……뭐어?"

라르웬은 깜짝 놀라다가 곧 밀려오는 황당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동그라미를 그리는 하벨의 손가락이 빨라졌다.

"잊을 수도 있……."

"다, 당장 가져오마!"

하벨은 갑자기 일어서는 룬델의 모습에 말도 끊고는 그를 붙잡았다.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어요! 물이 지키고 있을 거예요……!"

아마도?

하벨은 뒷말은 삼켰다.

물은 똑똑하니 알아서 하지 않았을까.

―…그럴 줄 알았어요.

―네. 저희가 잘 보관하고 있어요. 역시 깜박했죠?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물이 하벨의 볼을 꾸욱 찔렀다.

[이, 이, 이 몸이 가져올게! 이 몸이 어서 땅한테 말할게!]

아라가 뒤늦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울상을 지어서는 금화마저 떨어트리지 않았는가.

하벨은 얼른 금화를 주워 아라한테 건넸다. 아라는 금화를 안으며 걱정을 담아 바라보았다.

"물이 보관하고 있대. 들었지?"

[응!]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에요. 산에 무덤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만들래요? 전 생각한 게 있어요."

하벨은 근처 가지를 주워 바닥에 그림을 드렸다.

네모를 그리고, 그 가운데 십자가를 그렸다.

옆에 뭔가 동그라미 같은 모양에 라르웬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거 뭔데?"

"무덤이요."

"아니 이 동그라미 말이야."

"누가 봐도 꽃이요."

"…맞다. 너도 못 하는 게 있었지? 나도 깜박했네."

"아니, 형님은 얼마나 잘하시는데요?"

하벨이 기가 차 가지를 라르웬에게 넘겼다.

라르웬은 코웃음을 치며 바닥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점점 하벨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꽉 다문 입술이 올라갔다.

경건함 마저 느껴질 정도로 누가 보아도 잘 꾸며진 무덤이었다.

"봤어?"

라르웬은 대놓고 자랑했다.

"봤어, 막내야?"

하벨이 부들거리자 라르웬은 말을 계속 이어나가며 실실거렸다.

"이 정도는 그려야 형님 소리 들으니까, 전진하……."

라르웬이 말을 멈췄다.

이미 룬델의 고개를 돌아가 있었다. 뒤늦게 하벨이 슬쩍 고개를 돌리자 넬시아가 보였다.

"…하하."

룬델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거기 다들 쪼그려 앉아서 뭐 해요? 정원이 이렇게 넓은데요?"

넬시아의 표정은 밝았다.

세 명이 속닥거리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보고 싶었는데, 룬델의 눈치가 빨랐다.

[무덤을 뭘로 할지 정하고 있었는데, 라르웬이 그림을 너무 잘 그려!]

"…무덤?"

넬시아는 아라의 말에 다가가 그림을 보다 덩달아 쪼그려 앉았다.

당연하게 하벨은 건너뛰고 넬시아는 라르웬에게 물었다.

"이거 누구 무덤을 그린 거야?"

"셋째의 무덤이란다."

룬델의 대답에 넬시아는 잠깐 먹먹함을 그리다가 라르웬에게 손을 내밀었다.

"더 잘 그린 쪽 무덤으로 만드는 거 맞지?"

"…아니, 잠깐만."

라르웬이 기가 찬 표정을 지었지만, 넬시아는 주저 없이 그림을 그려나갔다.

[우, 우오오오옵!]

아라가 꼬리를 흔들며 눈을 반짝거렸다.

마치 무덤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들 정도의 그림이었다.

하벨은 자신이 그린 그림과 라르웬이 그린 그림, 그리고 넬시아가 그린 그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

곧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룬델이 하벨을 토닥거렸다.

"그, 라르웬도 잘 그리나, 넬시아는 예술 쪽에 정말 뛰어나단다."

그걸 왜 또 변명하듯이 꺼내는 건지.

하벨은 뭔가 더 분했다. 열심히 배워서 더 잘 그리면 되는 게 아닌가.

"라르웬."

넬시아가 조금은 우쭐거리며 라르웬을 불렀다.

"봤어?"

"아니이."

"봤어, 라르웬? 이 정도는 그려줘야 어디 가서 그림을 그린다고 말할 수 있어."

"진짜 치사하네. 이건 반칙……."

"누님 나, 그림 가르쳐주세요."

하벨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담아 넬시아를 바라보았다.

하벨이 그림을?

넬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그림은 음, 즐겁게 그리면 되는 거야. 그것보다 미안한데, 하벨."

넬시아는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켰고, 하벨은 눈을 크게 뜨며 조용히 옷에 달린 모자를 눌러썼다.

"…도련님."

헤레스는 안경을 올리며 하벨을 불렀다. 그가 어깨를 떠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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