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401화 (401/415)

401화. 드디어, 드디어!(3)

* * *

"…이게."

몇 번이나 헛바람을 삼키며 에른스트는 손끝을 부르르 떨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오미너스를 불렀을 때, 저 검고 검은 바다를 먹었을 텐데 대체 왜.

왜, 저딴 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는지부터에서 막혔다.

머리를 굴리려고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착하지, 에른스트? 아직 참아야 할 때인데."

23%.

하벨은 칼리우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에른스트를 비웃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네놈이……!"

에른스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정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화가 나?"

하벨이 태연하게 물었다.

팔짱을 끼다가 잠깐 손바닥을 내보였다.

"잠깐만 내가 맞춰볼게."

손을 내리고서는 턱을 붙잡듯 이리저리 움직이던 하벨이 손가락으로 에른스트를 가리켰다.

그 행동 하나하나가 그렇게 열이 받을 수가 없었다.

"마치 오래,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 계획 하나가 무너진 표정인데? 내 말이 맞아?"

잠깐 에른스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뒤통수가 따끔거렸다.

"…네놈, 설마 알고 있었나?"

에른스트는 그제야 하벨이 그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각인했다.

저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속이 뒤집히는 기분을 느꼈다.

"뭘?"

그래놓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저 태도에 에른스트는 당장 혀를 뽑아버리고 싶었다.

자신이 안일했다.

이를 인정하며 에른스트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내 계획을 애초에 알고 있었나?"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네가 나한테 말해줬어?"

"경고하지."

"또 뭘?"

"여기서 멈추거라."

"안 멈춘다면?"

"네놈에게 씻을 수 없는 절망을 안겨주겠노라 약속하지."

"한 가지 묻자. 대체 네가 말하는 절망이 뭘까?"

하벨은 에른스트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무너진 계획을 붙잡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저 모습이 하벨은 웃겼다.

"말해봐. 응?"

도발하는 말에 에른스트는 혀를 할짝댔다.

'저 가면을 쓴 놈을 죽인다면, 그렇게 된다면…….'

생각이 복잡해졌다.

대체 어떻게 해야 세계의 간섭을 무시한 채로 행동할 수 있을까.

조금씩 다가오는 저놈의 목을 비틀되, 간섭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흙탕에 빠진 기분이라 모든 게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에른스트."

놈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절망하고 있어? 혹시 아직 모자란 걸까 궁금해서."

"절망이라면 아직 충분하지 않아서 말이야."

"다행이다."

하벨이 웃었다. 안도에 찬 감정이 흘러나왔다.

"아직 멀어서. 이 정도에, 고작 하나가 사라진 것만으로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잖아?"

"네놈… 대체 정체가 뭐지?"

"궁금해?"

하벨은 키득거렸다.

손을 뻗어 아래를 가리켜보았다.

"꿇어."

웃음소리 사이로 분노가 섞였다.

"그리고 빌어."

증오가 튀어나왔다.

너무도 노골적인 그 감정에 에른스트는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리고 하벨은 에른스트를 위해 준비한 마지막 수를 숨겨야만 했다.

29%.

아직 절반이 채 차지 않았다.

에른스트를 위해 쳐놓은 물의 벽은 점점 더 단단해져 갔다.

폭풍 속 고요함 같았기에 하벨은 긴장감을 늦추질 않았다.

그저 이대로 시간이 빨리 가길.

누구의 희생도 없이 에른스트만 사라지길.

그렇게 빌어봤지만, 시간이 움직였다.

'…그래. 그건 안 되는구나.'

바다를 지배했던 오염된 물이 사라지고 있는 게 보였다.

이제 에른스트가 준비한 가장 큰 두 번째가 사라지고 있었다.

'모두한테 준비하라고 해.'

하벨이 물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제, 진짜 시작인 거죠?

물은 하벨의 감정을 느꼈다.

'그래.'

에른스트가 참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었으니.

'이제 시작된 거야.'

놈이 마지막으로 꺼낼 건 틈의 세계와 본인의 힘이었다.

오히려 이렇게나 시간을 벌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빡빡하게 움직였으면 어려웠을 테니까.

하벨은 에른스트가 말을 꺼내기 전에 입을 다물었다.

30%.

"…하."

에른스트가 꺼낸 한숨과 함께 침묵이 시작됐다.

놈은 생각했고, 하벨은 기다렸다.

31%.

에른스트는 다시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너는… 내게 이 사실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박한지 모르겠지."

하벨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 절박함이 얼마나 간절한지 보고자 했다.

"내가 방금 너한테 했던 발언과 행동은 모두 과했다고 생각한다."

에른스트는 뒤로 물러나며 성질을 굽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달 무늬 가득 들어간 가면 놈을 죽이고 신이 될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건드릴수록 불리한 건 자신이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길었던가.

갑자기 나타난 저 존재가 대체 누구인지 무엇인지 왜 저러는지 모르는 이상 애초에 자신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네가 바라는 걸 다 이뤄줄 테니, 제발 나를 그냥 보내줘."

이미 저 가면 쓴 놈이 가진 이동기술을 보았기에 도망쳐도 달아날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싸우고자 한다면 아슬아슬한 이 균형이 깨져 모든 게 끝날지도 몰랐다.

에른스트의 말이 귀에 닿질 않았기에 하벨은 잠깐 하늘을 바라보았다.

32%

어느덧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다가왔다.

바닷속에서 뻗어 나온 자신의 물이 에르티안 왕국에 있는 바다를 향해 달려왔으니.

하벨은 손아귀에서 물을 만들어냈다.

'아라에게 준비하라고 전해.'

물에게 지시하고는 하벨은 정령들의 힘을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에르스트는 죽지 않아.'

하지만 적어도 놈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에 독의 힘을 넣고, 번개를 넣었다.

파지지직.

하벨은 기다란 채찍을 만들었다.

닿는 것만으로도 땅이 녹아내릴 정도로 독성을 가졌다.

"에른스트."

하벨이 채찍을 크게 휘둘렀다.

촤르르르륵!

탁!

눈살을 찌푸리며 한 끗 차이로 피한 에른스트는 하벨을 노려보았다.

"내 너에게……."

쿠구구구궁!

하벨이 구른 발과 함께 땅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에른스트가 그 자리를 피하자마자 그의 발끝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화르르륵!

육체를 먹어가는 그 화염에 에른스트는 다급히 자신의 힘으로 화염을 먹어치우고야 말았다.

"에른스트."

하벨은 그저 에른스트의 이름을 불렀다.

콰르르릉!

벼락이 떨어졌다.

하나.

둘.

넷.

점점 몸집을 불려 나가는 낙뢰에 에른스트는 비로소 기척이 없다는 걸 알았다.

'정령의 힘이다.'

에른스트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촤르르륵!

하벨이 채찍이 휘두르지도 않았음에도 물로 된 저 채찍은 비정상적으로 에른스트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휘감겼다.

'지창아.'

하벨은 정령수를 이용해 독의 힘을 끌어내 나타난 삼지창을 움직였다.

푸욱!

삼지창이 에른스트의 허리에서 복부 쪽으로 관통했다.

피가 튀었지만, 하벨은 그대로 채찍을 당겼다.

드드드득!

무언가가 뜯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전에 하늘에서 일직선으로 내려온 바람이 에른스트의 팔을 잘라버렸다.

서걱!

그대로 자신 쪽으로 당겨서는 바닥에 나뒹구는 놈의 팔을 향해 물로 못을 박았다.

"에른스트."

하벨은 팔이 사라졌음에도 신음하나 흘리지 않는 에른스트의 모습에 동요하지 않았다.

놈은 그저 웃었다.

가소롭다는 듯이.

"기분이 좋은가?"

에른스트는 저항하는 걸 포기한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하벨은 정령수로 물을 만들고는 두 다리를 베어냈다.

"즐거운가?"

졸지에 땅에 떨어졌지만, 에른스트는 세계의 간섭 수치가 이상할 만큼 조금씩 내려가는 걸 보았다.

세계가 자신에게 눈을 돌리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순간, 저 가면 쓴 놈이 나머지 팔마저 베어내도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아프지도 않았으니까.

"에른스트."

가면 쓴 놈이 다시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조금 전과 다른 느낌이었다.

나풀거리며 피어난 힘이 무언가 이상할 정도로 역겨웠다.

콰앙!

손아귀에서 나타난 물이 거대한 말뚝이 되어 팔에 내리박혔다.

욱신.

에른스트는 갑자기 고통을 느꼈다.

콰앙!

물이 한쪽 다리를 내려찍으며 파고들었다.

고통이 더욱 커졌다.

치이이이익.

무언가 녹는 소리마저 들려오지 않는가.

웃음기로 가득하던 에른스트의 얼굴이 무너져내렸다.

무언가 이상했다.

콰앙!

또 다른 다리마저 물이 꿰뚫었다.

"에른스트."

어쩐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저 목소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들려왔다.

"너는 신이 되고자 오랜 시간 기다렸겠지. 아주 오랫동안."

말뚝 하나가 하벨의 손에 들렸다.

이게 아직도 어떤 의미인지 모르다니.

콰앙!

하벨은 에른스트의 손을 땅에다 박고는 손아귀에 검을 만들어내 에른스트에게 다가갔다.

주저 없이 베어버렸다.

치이이익!

목과 몸이 분리되자 에른스트는 처음으로 비명을 토했다.

"으윽."

하벨은 몸뚱어리를 걷어차서는 또 말뚝으로 박아버렸다.

이번에는 비명을 참으며 에른스트가 의심 어린 시선으로 하벨을 바라보았다.

"내가 너를 죽일 수 있게 둘러온 시간보다 더."

하벨의 목소리에 서늘함이 가득했으나, 에른스트는 눈 앞에 펼쳐진 저 바다를 바라보았다.

거무튀튀하던 바다가.

새카맣게 물들었던 바다가.

오염으로 가득 찬 바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왜.

어째서.

에른스트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에른스트."

하벨의 목소리에 에른스트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알겠지?"

장난기가 가득한 그 목소리에 에른스트의 눈동자에 증오가, 분노가, 씻을 수 없는 치욕이 하나씩 담겨 갔다.

설마 하며 부르기도 끔찍한 그 이름을 입에 담아보았다.

"…용왕."

설마.

설마 아니겠지.

에른스트는 멋대로 날뛰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래, 나야. 오랜만이지?"

하벨은 주저 없이 바다를 움직였다.

바다가 하벨의 손아귀에 몰려들었다.

"이 장면도 어디서 많이 봤을 테고."

"…웃기지 마!"

에른스트는 머리밖에 남지 않은 주제에 소리를 지르다 곧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용왕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을 마음이 없었다.

"용왕은 내가 죽였어! 갈기갈기 찢겨서……."

말을 터트리던 에른스트가 그대로 멈췄다.

지금 갈기갈기 찢긴 건 누구인가.

자신이었다.

그럼 왜 갈기갈기 찢었는가.

에른스트는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몰려든 바다가 포효하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다.

바다가 모습을 바꿨다.

거대한 화살 더미로 모습을 바꿔갔다.

하벨이 손을 휘저었다.

콰과과과곽!

하벨이 만든 물의 벽을 뚫고 에른스트에게 쏟아졌다.

위험했다.

'아니지.'

왜 위험한가.

파스스스스.

에른스트의 주변에 검은 연기로 휘감겼다.

바닥이, 앙증맞던 풀포기가 다 죽어가자 놈의 몸이 만들어지고, 팔과 다리가 빠르게 만들어지면서 손을 뻗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몰라도, 감히! 감히 나와 맞서겠다는……."

검은 연기가 금방이라도 하벨이 만든 물을 막을 것처럼 보였으나 오히려 물이 검은 연기를 죽이고 에른스트의 몸 전체를 꿰뚫었다.

파파파파파팟!

고슴도치가 된 모습에도 하벨이 신경 쓰는 건 칼리우스가 언급한 말이었다.

35%.

치이이이익.

꽂힌 만큼 에른스트의 몸이 녹아내렸다.

과거와 똑같이 놈은 녹았지만, 과거와 달리 놈은 도망쳐 뒤로 빠져 있었다.

물은 그 자리에 남은 검은 연기를 먹으며 뱀처럼 혀를 날름거렸다.

거센 숨을 몰아쉬는 놈의 꼴이 참 우스웠다.

'아직 내 물로 에른스트를 녹일 수 있다.'

하벨은 그 사실에 주목했다.

이것도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왜?"

에른스트의 눈동자에 의문이 가득했다.

왜 자신이 녹는지에 대한 의문인 게 분명했다.

부들부들 떠는 손을 바라보며 에른스트는 다시 시선을 올렸다.

"내가 용왕이니까."

용왕의 말과 함께 자신의 눈을 향해 물로 된 창끝이 보였다.

쉬이이익.

분명 떨쳐냈다고 생각한 무렵 물이 그물처럼 퍼졌다.

치이이익.

물에 닿자마자 녹았다.

또.

"왜 아직도 그 권능의 힘이 남아 있는 거지?"

에른스트는 또 주변으로 이동해서는 소리쳤다.

저 몸은 과거의 용왕이 아니었다. 그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신이 용왕에게 넘긴 권능 역시 사라져야 하는 게 맞을 텐데.

"네놈을 죽이러 돌아왔으니까!"

하벨이 물을 타고 에른스트의 앞으로 이동해 그의 허리를 갈라버렸다.

촤르르르륵.

무너져가는 시선 끝에 에른스트는 저물어져 가는 해를 보았다.

꼭 이제 끝이 다가옴을 알리며 자신을 비웃는 것 같지 않은가.

"…푸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마법사들이 배신했다.

오미너스가 사라졌다.

오염된 물 역시 사라져버리며 바다 역시 원래대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무엇이 남았는가.

'시엘느가 남았다.'

어떤 가능성이 있는가.

'내가 절망이 되면 된다.'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으니까.

틈의 세계.

에른스트의 몸에 연기가 휘감겼다.

눈가가 좁혀지는 사이에 갑자기 주먹 하나가 보였다.

콰아앙!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으며 부서지고, 또 부서지며 흙과 돌멩이가 얼굴을 갈아버리는 게 느껴졌다.

카카카칵!

"너는 신이 될 수 없다!"

저주처럼 들리는 저 말에 에른스트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동해 손을 뻗었다.

거지 같은 물이 뱀처럼 달려들어 입을 벌렸다.

"닥쳐."

에른스트가 있던 주변이 생명을 잃은 것처럼 바스러지며 그가 검은 연기를 뿌려댔다.

검은 연기에 닿는 무엇이든 죽어갔지만, 오직 저 물만큼은 닿을 수가 없었다.

에른스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푸른 빛이 하벨의 가면 너머로 비추었다.

"네놈이 날 죽인 후에 아주 많은 일을 했더라고."

손가락이 에른스트의 얼굴로 뻗어왔다.

번져가는 물줄기가 쏟아지자 에른스트는 뒷걸음질을 쳐야만 했다.

"고작 신이 되려는 그 이유로 이곳을 파괴해야 했나?"

"고작이라 지껄이지 마! 신이었던 적이 없는 주제에, 나를 능멸하지 말거라!"

크와아아악!

에른스트 주변에 퍼져간 검은 연기가 마치 짐승이 포효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에 막혀버렸다.

"…뭐어?"

에른스트는 놀라다 자신을 막은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또 물이었다.

물.

물!

증오스러운 물!

"헛수고하지 마라, 에른스트."

하벨은 에른스트가 쓰는 저 기술을 아예 차단할 기세로 물을 끌어왔다.

"너는 끝났다. 여기에 네가 신이 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끊어졌으니 이만 너의 끝을 받아들여."

"누구 마음대로 끝이라 지껄이는가. 끝은 네놈이 아니라 내가 결정한다. 나는 신이 될 것이다."

"그래서 신이 되었나?"

바닥에서 가득 끌고 온 물을 공중으로 흩트려 놓았다.

아주 작은 알갱이로 변한 물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네놈이 날 죽이고 신이 되었는가?"

하벨은 또 물었다.

"닥쳐."

허를 찌르는 말에 에른스트가 부들거렸다.

"너의 바람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가 죽었는가."

"닥치라고."

"이 수많은 죽음을 너는 감당할 수 있는가. 네가 신이 되어 세계를 재조립한 후에 되돌리면 그뿐이라 생각하는가?"

"닥치란 말이야!"

"그렇다면 너는 틀렸다."

쏴아아아!

하벨의 손짓에 위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마치 그의 눈물처럼 보였다.

"내가 네 야망도, 바람도 다 끝을 내주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