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화. 부탁할게
* * *
"내가 신이 되면 된다."
"그래서?"
신이 난 에른스트와 달리 자신의 목소리는 계속 무미건조했다.
어쩌면 실망감이 앞섰을 수도 있었다.
"새로운 신이 되면 세계를 다시 재조립할 권한을 가지게 되지. 내가 재조립 시 너의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살리겠다 약속하지."
"재조립?"
자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어딜 들어도 불쾌하게 다가왔으니.
"불필요한 것들을 빼는 과정일 뿐이니 경계하지 말거라. 바다의 수호자인 너는 이곳에 있되, 세계가 조금 달라지는 것뿐이다."
"신이 되고 나서 네가 약속을 깨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신이 된 뒤에도 내뱉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 오히려 신이 된 뒤에 더 많은 제약이 따르지. 이제 안심이 되는가? 널 버리고, 네 슬픔을 위로해주지 못하는 너의 신보다 내가 낫지 않은가. …가엾은 것."
에른스트는 정말로 자신을 위해주는 것처럼 안쓰러움을 담았다.
'저 혀 놀림 대체 몇이나 나락으로 만들었는가.'
하벨은 기겁했다.
"네가 어떻게 신이 될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은 에른스트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애초에 자신의 공격에도 무너지는 놈이 어떻게 신이 된다는 건지.
조금이나마 타올랐던 희망의 불꽃이 빠르게 꺼져가고 있었다.
죽은 자는 살아날 수 없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들려고 했다.
"내가 신이었다!"
에른스트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다급하게 소리쳤고, 자신은 손을 내렸다.
"신이었다? 네놈이?"
의아함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에른스트에게 향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말을 이어갔다.
이런 굴욕쯤은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기에 다시 신이 될 수 있다. 나를 신으로 만들어다오. 그렇다면 바다의 수호자인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세계의 재조립 과정에서 다 들어주마."
에른스트는 대단한 걸 말하는 모양새를 뽐내며 말 한마디에 열과 혼을 다 쏟아부었다.
"한 번 가본 길을 다시 가는 건 아주 쉽지 않은가. 자, 이제 의문이 해결됐겠지?"
"…그럼."
자신의 목소리에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네놈이 나를 조롱하러 왔다는 걸 알았다."
"…무슨 소리야?"
에른스트는 놀라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다 말해줬잖아. 다… 알려줬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
"신이었던 자가, 이미 쫓겨났던 적이 있는 네놈이 다시 신이 되어 무얼 하겠는가."
"쫓겨난 게 아니라, 그 가증스러운 새끼한테 속았다고! 내 세계를 빼앗겨버렸어! 내가 만든 이들이 그 새끼한테 속아서 나를 내쫓았는데 나보고 어쩌란 거야? 응?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했는데?"
"그걸로 이미 자격이 없질 않은가."
자신은 힘을 천천히 움직였다.
건방졌다.
쫓겨난 신 주제에.
대수롭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한 일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자신을 알고 있다는 점이 더 수상했다.
"자격이 없어? 내가……?"
에른스트는 격분했다.
놈을 둘러싼 물로 된 수만 개의 검이 보이질 않는 모양이었다.
"네놈이 다시 신이 되어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텐데.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구나."
자신은 이제 떨어진 흥미를 유지할 마음이 없었다.
손을 움직였다.
물로 된 수만 개의 검 중 앞줄이 에른스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투투투투투투!
그 숫자만으로도 에른스트가 무얼 할 수 없을 만큼의 양이었다.
뚫리고, 또 뚫리고.
관통된 부분이 녹아내리자 에른스트가 비명을 토했다.
"…으어어억!"
일부러 다리 부분을 노렸기에 다리가 모조리 녹아내리자 놈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래도 놈은 죽지 않았다.
손을 뻗으며 자신을 향해 내밀었다.
"한 번만… 기회를 줘."
자신은 또 손을 움직였다.
두 줄이 동시에 에른스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몸통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녹아내려도 놈은 또 살아 있었다.
징그럽게.
'저 상태로도 살아 있다니.'
하벨은 제 눈을 의심했다.
에른스트는 그냥 다른 생명체라고 보는 게 맞았다.
"…날 죽이지 마, 제발."
"아니. 넌 죽어야 한다."
"…내가, 내가 왜?"
"너는 네 손으로 만들어진 자에게 버려졌다. 그 사실만으로 네가 어떤 존재였는지 파악할 수 있지."
"억울해."
에른스트는 웃었다.
"억울하구나."
그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놈이 땅에다가 얼굴을 처박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놈의 몸이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뭐?'
하벨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에른스트에게 닿았던 땅은 썩었고, 놈이 재생되고 있는 모습은 바닷속에서 보았던 장면과 무엇이 다를까.
"마지막으로 물으마."
에른스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았다. 섬뜩한 눈빛이었다.
"다시는 너에게 제안할 일이 없다. 내 제안을 받아들일 텐가?"
"거절한다."
"좋아."
에른스트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의 주변에 공기가 역해졌다.
팔과 다리가 생기며 웃음소리가 짙어졌다.
"내가 뺏어버리겠다. 네 몸뚱어리를 내가 가지겠다 이 말이야!"
에른스트가 달려들었다. 네 발로 다가오는 꼴이 짐승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빨랐다.
찰싹!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자신은 바다로 놈을 쳐 바닥에 처박으면서 동시에 꿰뚫었다.
아무것도 닿지 못하게.
"끄아아아악!"
"너는 저급하구나."
"닥쳐!"
"네 존재는 모든 걸 삼킬 만큼 불길하다."
"이 세계의 신이야말로 없어져야 할 존재다!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체를 버리다니! 버릴 거라면 내게 줘! 나한테 달라고!"
"죽어라."
자신은 저 존재가 자연을 먹는다는 걸 알았기에 자신이 만든 물로 감싼 뒤 물속에서 수 천마리의 상어 떼와 같은 공격을 일으켰다.
백상아리처럼 날을 세운 물이 에른스트를 뜯어먹었다.
"내 너를 기억했다아!"
에른스트가 갈기갈기 찢기면서도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내 다시 돌아오겠다! 돌아와 너의 앞에 서서 널 죽이겠다! 약속하마……!"
'여기였다.'
―그래서 이렇게 네 앞에 섰잖아. 봐, 약속은 지켰어.
'그래서 에른스트가 내게 그렇게 말했던 거라니.'
하벨은 여기서부터 더 주목했다.
대체 에른스트가 어떻게 살아 있었는지 봐야 했다.
"아니. 나는 그래선 안 된다."
자신은 그 말을 남기고 에른스트가 죽을 때까지 계속 에른스트를 먹어치웠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확인한 후에 물을 거뒀다.
'……!'
하벨은 그때는 자신이 보지 못한 부분을 이제야 보고 말았다.
정말 짧지만, 곁눈질에 가까울 정도로 찰나였지만, 자신이 움직였던 바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때 검은 연기가 잠깐 보였다.
'…이때다.'
하벨은 비로소 알았다.
이건 실수라고 볼 수 없었다.
물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에른스트의 존재가 미약했기에, 이 정도로 생존력이 좋은지 몰랐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신은 방심하지도 않았고, 에른스트를 죽일 만큼 공격하기도 했다.
'에른스트는… 죽일 수가 없다.'
하벨은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저렇게까지 했음에도 에른스트는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죽지 않는 자라고 말하는 게 옳았다.
에른스트는 신이었던 자였기에 다르다는 걸 알았다.
이제 칼리우스가 가진 힘이 더욱 필요해질 때였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
실패를 통해 하벨은 사실을 알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바다에 파도가 치다 다시 모든 게 고요해졌다.
자신은 언제 힘을 썼냐는 듯 원래 자리로 가 다시 앉았다.
처음부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저 멈췄던 눈을 다시 맞으며 고요하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슬픔이 물결을 따라 일렁거렸다.
그 누구도 자신의 눈물을 막지 못했다.
* * *
헤레스가 미끄러지듯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영혼이 뽑혀 저 멀리 나갈 것만 같았다.
"…하."
하지만 헤레스는 긴 숨을 토하다가 멈췄다.
하벨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근새근.
안정적으로 내쉬는 그 숨소리에 이제야 손끝이 떨렸다.
고개를 들어 하벨을 봐야 하건만, 헤레스는 안도감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으흑."
헤레스는 울음을 토해내며 손바닥이 축축해지고 말았다.
조금 전, 물의 길이 열리며 피투성이에 가까운 하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식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피가 부족해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박동 역시 덩달아 떨어져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직전이었다.
뇌가 정지한다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그때 알아버렸다.
바닷속에서 가겠다는 하벨의 말에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자신은 그저 희망만 가득 담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멍청아! 멍청아아!'
더 준비해야만 했다.
더 많이.
토닥토닥.
엘라힘이 헤레스를 토닥이며 빛을 은은하게 보내주었다.
"고생 많았어요, 헤레스 씨."
"…아뇨. 더 준비해야 했어요."
헤레스는 자신의 안일함을 깊게 후회했다.
"하마터면 진짜 큰일이 날 뻔했어요. 신관님이 없으셨다면, 아라 님이 없으셨다면……."
뒷말을 이어가기도 벅찰 말이 헤레스의 입에서 튀어나올 뻔했다.
푸른 기가 목까지 번져 하벨의 몸에 있는 푸른 돌이 증식해 모든 걸 멈춰 세우지 않았던가.
신의 은총을 쏟아부어 장기가 멈추지 않게 한 뒤, 하벨을 위해 가져왔던 정화제를 다 들이부었다.
그것도 부족해 아라가 티에라 가문에서 정화제를 가져오고, 반영구 정화제를 옆에다가 몇 개를 두었는지 몰랐다.
"헤레스 씨가 계셨기에 하벨 공께서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침착한 태도를 내보이나, 사실 엘라힘의 목소리도 떨려왔다.
"시엘느를 대표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엘라힘은 말하다 말고 도중에 울컥했다.
엘라힘 자신이 한 거라고는 옆에서 신의 은총을 쏟아붓는 일뿐이었다.
물의 저주는 신의 은총으로 치료할 수 없기에 헤레스가 모든 걸 담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엘라힘은 하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몇 개의 정화제를 달아놨는지 몰랐다.
정화제가 담긴 팩을 또 몇 개나 몸에 붙였는지 몰랐다.
"저는… 이만 나가겠습니다. 이 이상 머물러 있으면 에른스트가 의심할지도 모르니까요."
엘라힘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하벨을 이해 치료와 기도라는 시간으로 종종 들리곤 했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오래 이곳에 머물러 불안했다.
"죄송하지만, 카샬 씨를… 불러주실래요?"
헤레스는 눈물을 닦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여전히 후들거렸기에 엘라힘의 도움을 받아 의자에 겨우 앉았다.
"예. 불러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신관님."
헤레스가 겨우 웃지만, 눈가가 몹시 빨개져 있었다.
하벨의 상태가 엉망진창인 것도 마음이 아팠지만, 더 마음이 아팠던 건 그가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도 아무것도 못 했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도련님."
헤레스가 하벨의 손을 붙잡았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더 강하게 말리지 못한 일이 후회되고, 미안했다.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얼마나 버티고, 또 버텼을까.
아픔을 참느라 입술과 손바닥에 상처가 난 건 알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헤레스는 다시 눈물을 훔쳤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카샬이 걸어들어오며 헤레스에게 말했다.
"들으셨어요?"
"애초에 맹독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신 분은 도련님입니다. 하지만 다 떠나서 제 잘못입니다. 제가 더 말리지 못했습니다."
―카샬. 네 마음이 어떤지 알아. 날 왜 말리는지도 알고, 바닷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내 몸이 걸레짝이 될 것도 알아.
필사적으로 말리는 자신의 말에 조용히 하벨이 입을 열었다.
잔잔한 연주가 깔린 것처럼 말이 가슴을 두드렸다.
어쩌면 그 연주가 조금은 슬프게 들렸을지도 몰랐다.
―알지만, 내가 가야 해. 그렇게 될 걸 알지만, 내가 가야만 해. 나도 왜 내가 해야 하는 건지 솔직히 싫어. 그래도 내가 해야 해.
그렇게 싫으면 그냥 다 놓으면 안 되냐는 자신의 말에 하벨은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물은, 바다는 내 가족이야. 함께 태어났고, 함께 살아갔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나는 바다가 괴로워하는 꼴은 더는 못 봐. 그러니까 가는 거야.
다시 고개를 올려 자신을 바라본 하벨의 시선이 잊히질 않았다.
모두를 위해 나설 때마다 하벨이 짓던 강인한 눈빛이었으니까.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카샬은 웃긴 변명이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 말했다.
"저도 도련님께 도움을 받았잖습니까. 그래서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절 도와줄 때 짓던 그 눈빛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무척 분했습니다."
"저도 그래요."
헤레스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방긋 웃었다.
"구원… 받았어요."
하벨이 자신에게 해준 게 구원이 아니면 뭐가 구원일까.
"슬프네요. …아주 슬퍼요. 도련님께서 이렇게 다치지 전에 뭐라도 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까지예요."
"이미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모르십니까?"
"…모르겠어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헤레스는 안경을 올리며 하벨을 바라보았다.
이게 엄청난 일인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이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와락.
갑자기 폭신함이 몰려와 헤레스의 눈이 커졌다.
"…아라 님?"
[절대 아니야, 헤레스! 이 몸은 헤레스가 너무너무 자랑스러운데? 헤레스가 아니었으면 대장은 진짜 죽을 뻔했어! 바다가 이 몸한테 생명의 불꽃이 꺼져간다고 말해줬단 말이야.]
아라가 헤레스에게 얼굴을 비볐다.
아라의 눈물이 헤레스에게 묻어났다. 아라가 무어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감정이 느껴졌다.
[대장은 지금 괜찮은 거야? 응? 이 몸은 너무 슬퍼서, 계속 울었어. 이 몸이 더 빨리 이안의 힘을 흡수했으면 대장이 지금보다 더 괜찮을 텐데, 그런 생각만 계속…….]
"괜찮아요, 아라 님."
토닥토닥.
헤레스는 아라를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
"도련님께서는 이제 안정기에 접어드셨어요. 이제 큰일이 날 일은 없어요."
"들으셨습니까, 아라 님?"
카샬은 아라를 바라보았다.
저 작은 정령이 얼마나 울었는지 몰랐다.
자신은 집사이기에 밖에서 보는 눈도 있어 밥을 전해주러 간다는 핑계로 이곳을 계속 들락날락했다.
진짜 이곳까지 온 건 아니지만, 칼리우스가 소리를 차단해도 가슴이 얼마나 아팠던가.
아라와 칼리우스의 애절한 표정을 보며 일부러 저 안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다.
연극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라르웬과 넬시아의 마음은 또 얼마나 미어질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칼리우스의 얼굴이 보였다.
벌써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나, 들어가도 돼?"
"네, 들어오세요. 그렇지 않아도 카샬 씨한테 도련님은 이제 괜찮으니까 모두한테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말을……."
카샬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하벨이 눈을 떴다.
이렇게 뜰 수 없을 텐데, 뜨고 말았다.
"도련님. 주무세요. 의식을 억지로 붙잡지 마세요."
헤레스가 간절하게 말했다.
이건 지금 하벨의 몸으로 불가능했음에도 눈을 떴다.
화르르륵.
랜턴에 하얀 불꽃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