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화. 신난다(2)
* * *
그란덴은 이를 악물었다.
당장 자신을 향해 병신이라 욕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너무도 단순한 사건이었다.
검은 달이 세상의 '악'을 멸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전 수장 크리샤는 후원이라는 개념의 돈을 받았고, 그 돈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레이엘느가 도중에 그 후원금을 가로챘으니 검은 달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크리샤는……."
그란덴은 레디나를 가엾게 바라보며 자신을 향한 끔찍함에 몸을 떨었다.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저들은 모두 크리샤를 따랐던 이들이며 어떻게 해서든 검은 달을 지키고자 잔류를 선택해준 이들이었다.
"네가 범인이라는 걸 알았을 거다. 하지만 너를 믿고 기다렸겠지. …믿음의 대가가 이런 결과를 벌인 것도 모르고."
그란덴은 크리샤가 짓던 마지막 미소가 떠올라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 괜찮아질 거야.
그런 의미가 섞여 있지 않았나 싶었다.
"들었지, 레이엘느? 이래서 네가 죽는 거야. 나는 크리샤. 이 검은 달의 진짜 수장의 딸이니까."
레디나가 부서진 레이엘느의 검을 쥐었다.
자신의 검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는 비록 적이지만, '너의 죽음을 내가 감당한다'라는 의미가 섞여 최소한의 예의를 차린 행동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검이 아닌 적이 쓰던 검으로 죽인다는 건 그 예의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걸 의미했다.
"…가엾다, 레디나. 네가 과연 저들을 믿을 수 있을까?"
그 의미를 알아챈 레이엘느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겨우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저들은 너의 엄마를 배신했어. 배신만 했겠어? 죽이는 데 도움을 줬어. 내 밑에서 얼마나 일했는지 알아? 저놈들은 살려고 너한테 붙었겠지. 고작 그것밖에 되지 않는 사이야. 이걸 믿는다고? 푸하……."
하벨은 가득 벌린 놈의 입에 흙을 가득 뿌려주었다.
"웃지 마. 너는 웃을 자격도 없어."
흙을 뱉어봤자 하벨은 그냥 흙으로 놈의 얼굴을 잡고 입이 벌어지도록 억지로 쥐었다.
"두려워해. 불안해해. 곧 마지막이 찾아오니까."
레이엘느는 하벨의 말과 함께 정말로 죽음이 다가옴을 느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의 모든 걸 망쳐버린 저 새끼가 대체 누구인지.
대체 어떻게 레디나가 달님을 만나게 되었는지.
레디나가 가져간 임무는 하나였다.
하벨 티에라를 죽이는 임무.
레이엘느의 눈이 커졌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금방 답이 나오지 않던가.
'…하벨 티에라.'
놈이 달님이었다.
놈이 자신의 모든 걸 망쳐버린 악마였다.
하벨은 레이엘느의 눈빛을 읽고 활짝 웃었다.
가면이라서 어차피 보이지 않겠지만, 그대로 꼭 웃어주고 싶었다.
"그러게 왜 날 건드렸어? 내 목에 그 거지 같은 검만 들이밀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잖아."
눈을 떴을 때부터 시작된 암살이 여기까지 자신을 밀고 왔다.
얽히고 얽힌 관계에서 두 번째를 차지할 만큼 엄청 큰일이라는 건 분명했다.
"명색에 암살자가 사람을 막 죽이면 그게 암살자라고 할 수 있어? 그냥 살인자잖아, 이 병신아?"
하벨이 키득거렸다.
암살자한테 암살하지 말라는 건 웃기긴 하지만, 사람을 구분하는 눈조차 없다니.
"그래서 네가 죽는 거고, 그래서 네가 패배한 거야."
하벨은 레디나를 보았다.
레이엘느의 입안에 흙더미가 가득하니 이제 충분했다.
"고마워요. 마침 저 입 좀 틀어막아 줬으면 했는데요."
레디나는 만족하며 레이엘느의 부서진 검을 역으로 바꿔 잡았다.
"자, 다들 나가주실래요? 잠깐이면 돼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레디나는 이게 마지막 말이라는 걸 알았다.
죽음이라는 존재를 옆에 끼고 살았으니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 털어버리고 싶었다.
더는 무엇도 레이엘느에게 사로잡히고 싶지 않았다.
레디나는 그란덴이 반란에 가담한 검은 달 일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자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레디나. 다 막았어."
소리를 막았다는 말에 레디나는 이제 하나씩 내려놓으려고 했다.
"레이엘느. 네 딸은 안 죽여. 너랑 똑같은 역겨운 인간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레디나는 레이엘느의 딸이 몇 살인지 몰랐다.
하지만 시엘느와 얽혀 있으니 아마도 아픈 게 아닐까 싶었다.
레이엘느의 눈동자에 잠깐 기대감이 어렸다.
정말로 죽이지 않을 거냐는 물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레디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날 키워준 건 고마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만약에 길거리에 버려졌다면 나는 달님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어릴 때 엄마를 죽였다는 이 죄책감에 정신이 나가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 했던 살인에 쾌감을 느끼면서 더 암살자라는 존재에 매달린 걸지도 몰랐다.
"달님."
레디나가 입을 열자 하벨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냥 편안하게 말해도 돼. 저놈은 내가 누구인지 다 눈치챘으니까."
"그럼 도련님."
레디나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 레디나."
"저요, 믿기지 않겠지만, 누굴 죽이는 걸 싫어해요."
그 죄책감이 덜어지는 것도 잠시였다. 누군가를 죽이니 죄책감은 점점 더 쌓일 뿐이었다.
"…그래서 힘들었어요."
레디나가 손을 바라보았다.
하나씩 털고 있어도 이미 더럽혀진 손은 똑같았다.
"피로 더럽혀진 손에 악취가 진동하고, 피에 절인 몸이 너무도 무거웠어요. 누군가를 죽이면 죽일수록 생을 끓는 그 감각이 무서웠어요."
레디나는 잠깐 눈을 깊게 감았다가 떴다.
"자칫하면 모든 게 삼켜져 버릴 것만 같아서 그냥 죽어버릴까 하다가 이대로 죽으면 엄마를 만났을 때 저보고 밉다고 다신 보지 않을까 봐 무서워서 그러지 못했어요. 전 엄마한테 미움받는 게 진짜 무섭거든요."
레디나는 피식 웃었다.
참 어린아이 같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카샬의 마음을 이해해요. 왜 그 먼 곳을 도망쳐야만 했을까 생각하다가 엄마를 떠올리니 바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저도 여기를 도망치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목소리에 점점 섞인 레디나의 웃음과 달리 그녀의 눈꼬리가 내려가고 있었다.
"저는 도망치지 못했어요. 레이엘느가 어릴 때부터 저한테 꺼냈던, 검은 달이 곧 엄마라는 말이 떠올라서 버리지 못했어요. 이미 한 번 버……."
"안 버렸어. 너는 절대 버린 적 없어."
단호한 하벨의 말에 레디나는 다시 배시시 웃었다.
저렇게 말해주니까 왜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사실이든 아니든 저 말만으로 큰 위로가 되었으니.
"그냥 모든 게 너덜너덜해졌을 때, 하벨 티에라, 도련님을 죽이라는 임무가 내려왔어요."
레디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딱했어요."
"딱했다고?"
"저랑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가 닮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랬어요."
그때 느낀 마음을 무어라 표현하면 좋을까.
레디나는 그 임무를 무조건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 행동이었다.
제일 소중한 존재를 만나버렸으니까.
"됐어. 생각할 필요 없어."
하벨은 가면을 잠깐 벗고 활짝 웃었다.
"지금은 너만 생각해, 레디나. 뒤에서 지켜봐 줄게."
누군가 레디나가 하는 복수의 끝을 본다면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레디나가 자주 농담 삼아 자신을 신이라 말했지만, 오늘은 정말 신이 될 생각이었으니.
"와아, 너무 좋은데요?"
레디나는 마음이 든든했다.
신이 뒤에서 지켜봐 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고개를 돌린 레디나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손에 쥔 검이 강하게 들어간 힘으로 잠깐 떨렸다.
"레이엘느. 너는 지금 얼마나 비참할까. 저기 싸구려 술이나 마시며 신세 한탄하던 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까."
레디나는 굴러다니는 병을 보며 비웃었다.
하필 먹어도 싸구려라니.
어쩜 저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그래서 고마워. 네가 죽음으로서 나는 드디어 이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해."
콰직!
레디나는 레이엘느의 새끼손가락을 자르며 방실방실 웃었다.
"이제 됐어요, 칼리우스 님. 이제 밖에 사람을 불러야 하거든요. 아, 칼리우스 님은 밖에 나가 있어도 괜찮아요. 좀 잔인할 거예요."
"괘… 괜찮아! 나는 레디나가 레이엘느한테 무슨 행동을 해도 옳다고 생각해! 레디나의 모든 걸 뺏어버렸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레디나가 더는 슬프지 않았으면 해."
칼리우스가 목에 힘을 주며 꺼낸 저 말에 레디나는 기뻤다.
자신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이 가득 담긴 저 눈이 너무 예뻐서 기뻤다.
"저는 지금 기뻐요. 하나씩 털어냈거든요. 이제 마지막만 남았어요."
레디나가 쥔 부러진 검이 망설임 없이 다른 손가락으로 향했다.
푸욱!
선명하게 튀는 피를 보자 하벨이 레이엘느의 몸에 나오는 피를 막았다.
칼리우스는 하벨 앞에 섰다.
소리를 듣기엔 아직 무서워서 자신하고 하벨의 품에 매달린 아라의 귀를 막고, 하벨을 바라보았다.
안심하라며 웃는 하벨의 미소를 이어 그가 다시 가면을 쓰며 목소리를 냈다.
"들어와도 됩니다."
밖에 잠깐 나갔던 그란덴과 검은 달 일원들이 들어왔다.
그란덴은 야수의 눈빛을 한 레디나의 모습을 보며 움찔거렸다.
"이 멱을 따면 내가 수장이에요. 그렇죠?"
레디나의 눈빛이 휘었지만, 아무도 저 표정을 가볍게 보는 이는 없었다.
짐승이라 불려도 될 만큼 하나하나가 날이 서 있었다.
"그래."
그란델의 대답과 함께 레디나의 손이 움직였다.
레이엘느의 눈빛이 간절해졌다.
그만두라고.
"싫은데."
레디나는 키득거리며 암살자로서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되는 손가락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하지만 피가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엘느가 비명을 질렀다.
어떤 고통에서도 참고 인내하며 죽기 전까지 표적을 없애야 한다고 배우고 자라왔던 레이엘느가 손가락을 모조리 잃어버리자 그 세뇌마저 사라져버렸다.
그란덴은 저 모습에 흔들렸지만, 레디나를 막을 수 없었다.
이건 의식에 가까웠으니까.
자신을 배신하면 이렇게 죽는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본보기에 가까웠다.
"잘 봤어요?"
레디나는 웃으며 검을 멈추질 않았다.
저들은 이제 자신의 부하가 될 사람들이 아닌가.
암살자에게 통하는 건 힘이었다.
조곤조곤한 말보다 그저 휘두르는 검이 더 도움이 되는 곳이었다.
손가락을 다 자른 레디나의 눈에 희열이 가득 찼다.
가슴팍을 향해 부러진 검을 찔렀다.
그대로 바람의 힘을 이용해 살갗만 벗겼다.
십자가 모양으로 생살을 자름에도 레이엘느가 이제껏 배워왔던 것들이 손쉽게 기절을 허용하지 않았다.
레디나가 베어냈던 부분의 살을 뜯자 심장이 뛰고 있는 게 보였다.
팔딱팔딱.
"레이엘느가 저를 무서워하는 게 보이나요?"
레디나는 검은 달을 바라보았다.
"…보입니다."
그란덴은 고개를 숙였다.
"보이나요?"
레디나의 시선이 뒤쪽에 선 검은 달을 향했다.
"보입니다."
같은 암살자라고 해도 소름 끼치는 행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날 배신하면 이렇게 죽는 거야. 반드시 기억해."
휘리릭.
레디나가 손에 쥔 부러진 검이 손아귀에서 빙그르르 돌았고, 그 끝이 심장을 터트렸다.
하지만 피가 튀지 않았다.
레디나는 하벨을 바라보며 검을 빼서는 레이엘느의 목을 찔렀다.
그대로 검에 바람의 힘을 실어서는 잘라냈다.
"이제 됐어요."
레이엘느의 목을 든 레디나가 하벨을 향해 말했다.
하벨이 틀어막았던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레디나는 피를 맞으며 배신을 선택한 검은 달 일원에게 다가갔다.
탁.
레이엘느의 목을 던졌다.
데구루루 돌아가는 모습에 레디나는 키득거리며 질문했다.
"내가 이제 누구지?"
"…검은 달의 수장입니다."
"그래. 이제 내가 검은 달의 수장이야."
레디나는 레이엘느의 검을 손에서 놓았다.
탁.
떨어진 검을 레디나가 밟으며 그녀의 눈이 휘었다.
"전부 소집해, 그란덴. 오늘부터 검은 달은 새롭게 떠오르는 달이 될 테니까."
* * *
"…많이 기다렸어요? 살짝 늦어졌는데요, 괜찮아요?"
하벨은 물의 길에서 나오면서 먼저 시엘느에서 기다리고 있던 엘라힘에게 사과했다.
"아닙니다. 차분히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괜찮았습니다."
엘라힘은 신성 국가 시엘느의 위상이자 전부인 은으로 된 성을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랬는데 어떻게 된 걸까.
어떻게 그렇게 타락해버린 걸까.
―잘 들으세요, 신관님. 에르티안 왕국하고, 레놀드 왕국에 벌어진 두 폭발에 관여한 곳은 시엘느입니다.
너무도 끔찍한 소리를 하벨에게 듣고 그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안녕, 엘라힘.]
아라가 손을 흔들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성의 꼭대기였다.
아래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여 꼬리를 흔들다 멈칫거렸다.
[여긴, 어, 좀 이상해.]
아라는 힘껏 흔든 앞발마저 내렸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이상했다.
"이상하다고?"
하벨이 아라를 보자 아라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되게 포근해. 그런데 날카로워. 찔리면 아플 만큼. 그리고 음, 뭔가가 되게 화가 났어.]
당장 하벨의 옷자락에 매달려 아라는 눈을 조심스레 굴렸다.
"저기 봐, 달님. 저기에 마법이 있어."
칼리우스가 바로 옆, 거대한 석상을 가리켰다.
"저게 시엘느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늘을 가리킨 손가락 부분이 항상 반짝거렸죠. 하지만 신의 목소리가 끊어진 이후로 어쩔 수 없이 마법에 의존해 빛을 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곳이 신의 은총이 닿지 않는 유일한 부분입니다."
엘라힘은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움으로 물들어갔다.
"신의 목소리가 들렸을 땐, 이곳에 항상 신의 은총이 깔려있었습니다. 이제는 드문드문 깔린 게 전부죠."
"하지만 여기가 신의 은총이 없어 제일 안전하다면서요?"
하벨이 물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현재 자신이 밟고 있는 건물은 교황청이라고 했다. 석상이 있는 부분은 가장 꼭대기라 아래에서 위를 볼 때, 석상의 상체 부분이 보이도록 지어져 자신들이 서 있어도 볼 수 없다고 엘라힘이 알려주었다.
"맞습니다. 지금은 마법으로 유지가 되고 있으니까요. 신의 은총을 깔아두지 않는 곳 중 가장 확실한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엘라힘은 석상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씁쓸함을 담았다.
적어도 신에게서 힘을 받았을 때는 나라 전체를 신의 은총으로 감쌀 만큼 신관의 힘이 강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고마워요, 신관님."
하벨은 엘라힘을 보며 활짝 웃었다.
검은 달로 향하기 전에 당당하게 시엘느 내부로 잠입하려고 했던 자신의 작전을 말린 건 다름 아닌 엘라힘이었다.
―안 됩니다, 하벨 공. 신의 은총은 마법이든 정령의 힘이든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엘느 근처에 정령님들이 없을 겁니다. 이질적인, 다른 어떤 힘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게 바로 신의 은총입니다.
"무엇이 고맙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요. 이거랑 다른 사실을 알려준 것도요."
"저는 오히려 걱정입니다."
엘라힘은 이대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벨한테 묻고 싶은 말이 꼭 있었다.
이 교황청에 들어가려면 신의 은총이 필요하기에 자신과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걱정이요?"
"만약에 가면을 벗어야 한다면 벗으실 수 있습니까?"
신관들이 자신을 본다면 바로 옆에 있는 하벨을 하벨이라 알아챌 가능성이 너무도 컸다.
하벨이라면 이 사실을 분명히 생각했기에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