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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352화 (352/415)

352화. 깜짝 놀랐다(2)

* * *

"하나, 세상에 위기가 닥쳐야 합니다."

조건을 언급하며 엘라힘의 손가락이 하나 접혔다.

"물의 오염이란 재해가 이미 닥쳤죠. 틈의 세계도 있고요."

하벨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엘라힘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나, 서로를 향한 갈등이 극에 달아야 합니다."

"이건 누군가 계속 부추기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광이 될 뻔한 바안을 자신이 막지 않았던가.

'이런 말 들으니 괜히 좀 불안한데. 오늘 한 번 더 말해야겠네.'

하벨은 바안이 마음에 걸렸기에 잠깐 생각하다 이어 들리는 말에 다시 엘라힘을 바라보았다.

"하나, 신을 소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최소한의 조건이란 신이 이 땅에 내려올 수 있게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말합니다. 저희는 그 역할을 '믿음'이라 부릅니다."

"신성 국가 시엘느가 그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예. 맞습니다. 신을 모시는 신관만이 신이 이 땅에 내려올 수 있게 방향을 알려줄 수 있죠. 이 방향이 있는 이유는 신이 이 땅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방어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하벨은 엘라힘이 처음 꺼냈던 '신은 무능하다'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그리고 제가 아는 마지막 조건이 바로 절망감입니다."

엘라힘이 마저 꺼낸 말에 하벨은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그건 세상의 위기와 맞닿는 부분이 아닙니까?"

"비슷하나 다릅니다. 세상에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면 신이 강림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오. 맞아. 신은 우리를 도와주러 내려온 건데 도움이 필요 없으면 애초에 오지 않을 수 있어."

칼리우스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이걸 시엘느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겁니까?"

하벨은 쿠키를 손에 쥐었다.

"맞습니다. 시엘느 뒤에 하벨 공께서 말씀하신 에른스트가 있겠죠. 저희가 이 일을 주도한다는 사실에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목적이 결코 세상의 멸망과 닿아 있지 않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엘라힘은 밀려오는 미안함에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

시엘느에 있는 신관 누구도 세상의 멸망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두려운 건 신과의 목소리가 끊어져 정말로 세상의 멸망이 찾아오는 일이었다.

무엇이 옳은지 아닌지 모르기에 그 혼란함에 신을 소환하려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신관님. 나는 저들을 설득해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아시다시피 오미너스 때문입니다."

오도독.

하벨은 쿠키를 먹으며 태연하게 말문을 열었다.

신의 은총이 오미너스를 돌처럼 굳힌다는 걸 알면서도 이걸 어떻게 버리겠는가.

하지만 시엘느의 잘못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자 엘라힘은 오히려 더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저희를… 원망하십니까?"

"아뇨."

"왜 원망하지 않으십니까?"

하벨과 같이 다니면서 엘라힘은 여러 가지를 보았다.

정확히 다 안다고 할 수 없겠지만, 하벨은 신의 아들이었으며 세상과 관련해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건 분명했다.

"속은 자가 나쁜 건 아니잖습니까. 방향이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 이를 인정하고 다시 고쳐나가도록 온몸을 희생하면 됩니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다는 걸 알려줬음에도 이를 부정한다면 나는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가벼운 목소리에서 흘러나온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밀려드는 중압감은 몹시 컸다.

"…물론입니다. 그때는 저도 용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의지가 가득한 엘라힘의 눈동자에 하벨은 활짝 웃었다.

어딘가 마냥 기뻐 보이는 미소는 아니었다.

"신관님."

"예, 하벨 공."

하벨의 목소리가 무거워지자 덩달아 엘라힘 역시 목소리를 낮췄다.

"신은… 정말로 있습니까?"

수없이 하벨에게 부정당해왔지만, 그는 또 그 말을 꺼냈고 엘라힘은 기꺼이 고개를 숙였다.

"있습니다. 신께서는 계십니다."

"그럼, 나하고 일하나 해요."

"일… 이라뇨?"

"솔직히 시엘느에 있는 모든 신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법입니까?"

"신을 이용하겠습니다."

장난기가 가득한 하벨의 미소와 함께 엘라힘은 눈을 잠깐 깜박거렸다.

자칫하면 신성 모독이라 할 수 있지만, 엘라힘은 오히려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신이시여. 당신의 아들이, 드디어 당신의 존재를 인정했나 봅니다.'

하벨에게 신의 은총을 사용할 때마다 끊어졌던 신의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때마다 꺼내는 말은 무언가 낀 것처럼 뿌옇고, 탁해 있었지만, 그것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신은 하벨에게 몹시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딱 한마디가 간절하게 들려왔다.

―부탁하네.

제발, 무슨 일이 있어도 하벨을 도와달라 부탁했다.

그 말속에 모든 게 담겨 있었기에 엘라힘은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예. 무엇이든 이용하십시오. 저는 시엘느를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됐습니다."

하벨 공을 위해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엘라힘은 뒷말을 삼켰고, 칼리우스가 순간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누가 와."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카샬이 발걸음을 옮기며 문으로 향했다.

신을 이용하겠다니. 이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머리를 환기할 필요가 있었다.

카샬이 문을 열자 정령 기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카샬의 물음에 정령 기사가 입을 열었다.

"막내 왕자, 샤넬리움 레놀드 저하께서 만남을 청하셨습니다."

"…아직 전하를 뵙기 전이 아닙니까?"

왕도 보지 못했는데 왕자가 먼저 온다는 건 상당한 무례가 아니고 뭐겠는가.

"전하의 허락을 맡았다는 내용이 담긴 이 서류도 함께 챙겨오셨습니다."

정령 기사가 내민 종이를 보자 정말로 왕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카샬은 다시 하벨에게 돌아갔다.

"왜 그래 카샬?"

"샤넬리움 레놀드 저하께서 만남을 요청하셨습니다."

'…샬룸이네.'

하벨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방긋 웃었다.

"잠깐만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궁금했다.

* * *

"…예상하셨습니까?"

하벨의 반응이 미적지근 하자 샬룸은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뇨. 놀랐습니다, 샤넬리움 레놀드 저하."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세요. 미안합니다.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속였죠. 이미. 그러니 괜찮습니다."

하벨이 능글거리며 싱긋 웃자 샤넬리움은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찻잔을 쥐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음. 이래서 전하의 허락을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받고 찾아뵌 겁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저하께서 제게 사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저는 귀족도 아니니 이렇게 찾아오실 이유가 없지요."

"물 마법사가 아닙니까? 이것만으로도 내가 찾아올 이유로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아니라 바안 전하를 찾아뵙는 게 먼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속인 걸 사과하려면 자신이 아니라 바안한테 먼저 해라.

오도독.

태연하게 하벨이 쿠키를 물자 샤넬리움은 가볍게 웃었다.

"공이 바안 전하의 대리인이 아닙니까."

오도독.

흐트러지지 않은 채 말을 꺼낸 샤넬리움처럼 하벨 역시 쿠키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코스모피안 왕국에 뿌려둔 사람이 많나 봅니다?"

"내가 하벨 공께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물 마법사라서요?"

"예. 하벨 공께서 앞으로 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무척 기대되는 바람에 이것저것 신경 썼습니다."

"그걸 다른 말로 감시라고 하죠."

하벨이 싱긋 웃자, 샤넬리움 역시 미소를 내보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하벨 공께서 내게 중요한 사람임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뇨. 저는 이런 거 싫은데요?"

칼같이 잘라내는 하벨의 단호함에 샤넬리움은 웃음을 터트렸다.

"저하께서는 웃는 지점이 이상하십니다."

"아, 실례했습니다."

"감시부터 사과해주시죠. 기분 나쁩니다. 제가 저하를 감시하면 좋겠습니까?"

"이유가 있습니다."

"질질 끌지 마시고 말씀하시죠. 저는 좋고 싫음이 제법 명확합니다."

"저는 범인을 압니다."

샤넬리움이 자신감 있게 말문을 열었다. 너무도 당당한 태도에 하벨은 미심쩍었다.

"범인이라뇨?"

"혹 내가 그대에게 보낸 편지를 기억합니까?"

'…아.'

하벨은 그제야 자신이 느낀 위화감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아무리 다른 일이 연달아 겹쳤고, 레놀드 왕국에 도착해서 무날과 태련이를 만났다고 하지만, 어떻게 레놀드 왕국에 벌어진 큰 사건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기억이 없을 만했다.

레놀드 왕국에서 제일 처음 느꼈던 부분이 바로 예의 바르다, 친절하다, 왜 자신들을 이렇게 환영할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얼마 전에 폭발 사건의 여파가 일어났다고 보기에 너무 활기차지 않았던가.

그래서 몰랐다.

"기억합니다."

자신이 레놀드 왕국에 도착해서 느낀 점이 바로 이거였다.

너무 활기찼다. 마치 누군가 활기차게 행동하도록 옆에서 부추기기라도 한 것처럼.

하벨은 밀려오는 의문을 꺼내지 않은 채 되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찾았습니까? 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하신 겁니까?"

"다 하벨 공 덕입니다."

"…예?"

갑자기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지자 하벨은 당황했다.

"범인은 코스모피안 왕국입니다."

샤넬리움은 확신을 담았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하마터면 진짜 목구멍 너머로 말이 나올 뻔했기에 하벨은 헛웃음마저 삼키며 여전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공께서 때마침 코스모피안 왕국에 들려주셨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이번에 폭파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목격자를 찾았고, 그 사람 덕에 일이 한층 수월하게 흘러갔습니다."

'거짓으로 꾸며내기 가장 쉬운 길을 선택했다 이거지?'

하벨은 심각한 표정을 여전히 지으며 속으로는 웃었다.

목격자.

저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애초에 알 방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목격자를 통해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추가 증인이 필요하며 나아가 증거 역시 확보해야만 했다.

자신만 해도 코스모피안 왕국의 왕인 드란트의 마음을 돌리고자 더 확실한 증거들을 얼마나 갖다 바쳤던가.

이 사건이 더욱더 확실해지려면 코스모피안 왕국과 서로 연결되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레놀드 왕국은 이미 하나를 쥐고 있었다.

'…레바놈이 작성했던 계약서.'

계약서는 사실상 일방적으로 레바놈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알지만, 레바놈은 레놀드 왕의 도장이 아니더라도 레놀드 왕국과 엮었다는 걸 어떻게든 노리려고 체결한 게 틀림없었다.

'이렇게 발목이 붙잡힐 줄은 몰랐겠지. 멍청한 놈.'

샤넬리움이 레바놈과 계약서를 작성한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벨은 조용히 속으로 날짜를 셌다.

'레바놈이 사라지기 전까지 약속됐던 날짜가 하루에서 이틀 정도 남았다.'

그전까지 레바놈 앞으로 온 모든 쪽지나 편지를 드란트가 대신해 보내고 있으니 아직은 레바놈이 코스모피안 왕국에서 잘 살아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벨 공께서… 하."

샤넬리움은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내가 목격자가 말한 사실을 쫓다가 하벨 공께서 코스모피안 왕국에서 모진 대우를 받으셨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위해서 외면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코스모피안 왕국에 있을 동안 내부에 어떤 움직임도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애초에 자신은 처음부터 드란트와 손을 잡았다.

드란트가 누굴 쳐내야 할지 고민하면서 왕실 내부를 더 살폈을 테니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었다면 말을 해줬을 텐데.

'애초에 왕실에서 벌어진 게 아니었나?'

그렇다면 드란트는 물론 자신도 알아내는 건 어려웠다.

"범인은 나를 눈치채고 이미 다른 증거는 이미 없앴더군요. 하지만 딱 하나가 남았습니다."

샤넬리움이 품을 뒤지면서 꺼낸 건 계약서처럼 보이는 종이였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하벨은 종이를 보며 레바놈을 떠올렸다.

"설마 우리 왕국에 있던 귀족과 코스모피안 왕국의 왕자가 결탁할 줄이야."

"…예?"

하벨은 진심으로 놀란 반응이 튀어나왔다.

사건이 정말 이렇게 튈 줄이야.

"범인은… 바로 레바놈 코스모피안입니다."

샤넬리움은 다시 착잡함을 드러냈다.

'너냐? 네가 레바놈을 버리는 패로 던져두고 모든 책임과 죄를 짊어지게 한 뒤에 죽이려는 게?'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했지만, 하벨은 샤넬리움을 의심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샤넬리움이 추가로 꺼낸 말에 하벨은 한쪽 눈썹을 올렸다.

"이곳 마법사 협회를 부서트려야 합니다."

"그게… 또 무슨 말씀입니까?"

느닷없이 방향이 뒤바뀌었다.

갑자기 마법사 협회를 부서트려야 한다니.

"혹시 오미너스라는 걸 들어보셨습니까?"

이어진 샤넬리움의 말에 하벨은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오… 미너스요?"

일단은 모르는 척 반응하면서 샤넬리움의 반응을 살폈다.

진짜로 알고 있는 건지. 그렇다면 이걸 왜 자신에게 말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샤넬리움의 표정이 굳어지자 하벨은 뒷말을 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드란트가 곧 코스모피안 왕국에 있는 마법사의 탑이 왜 부서졌는지에 대한 사실을 언급할 테니 하벨도 그에 맞춰서 '오미너스를 실험하다가 마법사의 탑이 부서졌다'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역시 코스모피안 왕국에도 그랬습니까?"

한숨이 뒤섞인 샤넬리움의 표정에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암담함까지 엿보였다.

하벨은 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말을 꺼냈다.

"그렇다는 말은 이곳 마법사 협회도 그렇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겠습니까?"

샤넬리움은 컵 손잡이를 꽉 쥐었다.

무언가를 오해하는 눈초리에도 하벨은 무언가를 수긍하는 듯 유자차가 든 컵을 만지작거렸다.

"이곳 마법사 협회에서 오미너스라는 끔찍한 존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걸 없애러 병력을 모으고 있었고, 하벨 공께서 때마침 도착해주셨습니다."

'우연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하벨은 웃겼지만, 심각한 표정을 유지했다.

"도와주십시오, 하벨 공. 코스모피안 왕국에서 하벨 공께서 하셨던 것처럼 이곳 마법사 협회를 무너트려 오미너스를 없애야 합니다."

너무도 심각하게 꺼낸 샤넬리움의 말에 하벨은 눈을 깜박거렸다.

'…뭔 개소리야?'

참신한 개소리가 아닌가.

마법사의 탑을 무너트린 건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니었다.

그렇게 코스모피안 왕국의 마법사 협회장인 셴하고 입을 맞추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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