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화. 차곡차곡(3)
* * *
"응. 금방 갔다 올게!"
칼리우스는 힘껏 대답한 뒤 문으로 걸어갔다.
하벨을 닮아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져 지금 몹시 기뻤다.
문을 살짝 열자마자 밖에 있는 사람을 보며 놀랐다.
"와. 진짜 셴이네? 무슨 일로 왔어?"
셴은 당장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는 당장 머리를 조아렸다.
"바, 반갑습니다!"
무슨 존재인지 몰라도 꼼짝도 하지 않던 마나가 칼리우스를 보자마자 너무도 반가워하는 게 느껴졌다.
'용… 일 리가 있나.'
셴은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올려서야 용건부터 말했다.
"조금 전에 하벨 티에라 님께 드리기로 한 자료를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 뵐 수 있을까요?"
"응. 도련님이 들어와도 된다고 그랬어."
칼리우스는 활짝 웃었다.
셴은 저 순진한 미소에 속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있잖아, 셴."
칼리우스는 안으로 들어오려던 셴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예, 예……?"
분명 조금 전과 똑같은 표정이건만, 셴은 숨이 살짝 막히는 분위기에 말을 더듬었다.
"나는 도련님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도련님이 이 이상 괴로운 것도 싫고. 그러니까 너는 도련님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해."
마치 거역할 수 없는 명령처럼 들려와 셴은 다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마음속에 들끓었던 분노마저 저 명령 같은 부탁에 사그라들었다.
"어서 들어와. 도련님이 기다리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칼리우스를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었다.
셴은 들어오기 전보다 더 많이 긴장하며 하벨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여유로운 저 미소에 셴은 심장이 다 벌렁거려왔다.
"저어……."
셴이 머뭇거리자, 하벨은 손부터 내밀었다. 셴이 무슨 말을 하든 자신에게 필요한 건 이 서류였으니.
"너는 이제 감시를 받을 거야. 이건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지?"
"…압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오늘 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을 물으러 왕실에서 찾아올 거야."
꿀꺽.
셴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곳에 하벨 티에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왕실이 개입할 수 있다는 덜미를 제공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처음… 부터였구나.'
셴은 그제야 자신이 처음부터 함정에 빠진 걸 알았다.
"하지만 안심해. 적어도 나는 널 살릴 거야. 그러기로 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 번도 아니라 여러 번이나 목숨을 부지했다는 사실을 듣자 셴은 그제야 안도했다.
"그러니까 오늘 벌어진 이 일은 실험의 실패이며 이를 시렌이 시켜서 했다고 말해야 해."
"…하지만 시렌은 공식으로 협회장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더 재밌잖아. 협회장도 아닌 자가 설치다니. 상당히 흥미를 끌 만한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너한테도 나쁘진 않은 결과일 거야."
"하지만 저는……."
"기억해, 셴."
서류를 읽어나가던 하벨의 손이 멈췄다.
"너는 나한테 목숨을 빚진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
입 닥쳐라.
의문을 품지 마라.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라.
그 모든 것이 하벨의 눈빛이 담겨 있었다.
"오늘 일은 시렌이 시킨 마법 실험의… 결과물입니다. 하벨 티에라, 당신은 그 실험에 휩쓸렸고, 이는 마법사 협회에서 벌어진 부주의임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시렌이라는 자 때문이었습니다."
셴은 협회장답게 적절한 이야기와 짜임새로 가득 찬 말을 꺼냈다.
여기서 이제 헤일리스가 저 말을 이어가면 그뿐이었다.
에르티안 왕국의 마법사 협회가 움직이기만 한다면 셴이 주장하는 저 말에 신뢰감은 저절로 올라갈 테니까.
"그래. 그거면 충분해. 나머지는 흘러가는 대로 두면 돼."
하벨의 손가락이 아래를 향했다.
"여기 마법사 협회는 이제부터 너의 집이 아니야. 널 위한 감옥이지. 그 사실은 잊지 마, 셴."
"…기억했습니다."
"그럼 가. 볼일은 이제 끝났으니까."
하벨은 셴을 물린 후에 다시 서류를 바라보았다.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에 아라가 크게 하품을 할 무렵, 하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와.'
시렌이 이곳 마법사 협회를 시켜서 드란트가 아끼던 4 왕자를 죽여버렸다.
4 왕자의 죽음은 이미 페트리오에게 듣긴 했지만,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해 넘겼다.
자신에게 있어 몇 년 전 이야기일 뿐이었으니.
'하지만 레바놈의 외척에게 먼저 접근한 건 마법사 협회였고, 드란트에게 슬쩍 증거를 넘긴 일 역시 마법사 협회가 먼저 벌인 일이라고?'
여기부터 레바놈과 드란트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분이었다.
레바놈은 4 왕자의 죽음과 아무 상관이 없었고, 그저 외척 세력이 벌인 일로 드란트에게 미움을 받았다고 생각했고, 드란트는 차마 레바놈을 대놓고 의심하지 못했지만, 속에서 생겨난 의심이 커져 점점 멀리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서 네놈이 접근한 거구나.'
에른스트.
놈이 레바놈의 슬픔과 분노, 허망함을 이용해 코스모피안 왕국을 뒤흔들려고 했다.
'내가 마법사 협회를 점령하지 않았다면 이 계획이 지금도 진행 중일 거라니.'
하.
하벨은 기가 찼다.
'에른스트.'
하벨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천천히 보거라. 내가 네놈의 손길이 닿은 것들을 어떻게 부서트리는지 말이다.'
* * *
"…흐음."
에른스트의 눈동자가 빙그르르 돌아갔다.
이상하게 조용하지 않은가.
'왜 레놀드로 바로 오지 않았던 거지?'
하벨 티에라를 기다렸다.
레놀드에 폭파 사건을 일으켰다면 더 빨리 올 거라 생각했다.
그야 그럴 것이 에른스트 왕국에서 벌어진 폭파 사건을 재현했으니까.
'코스모피안 왕국부터 들렸다는 사실이 의외였는데, 이제는 마법사의 탑이 갑자기 부서져?'
에른스튼는 차를 홀짝였다.
'네가 부순 거야, 하벨 티에라?'
물 마법사가 그렇게 강대했던가.
찻잔을 내려놓은 에른스트는 잠깐 생각하다가 곧 싱긋 웃었다.
'…아. 강대했었지.'
기억 속 저편에서 듣기조차 역겨운 '용왕'을 옹호하는 이들이 아니었던가.
―네놈이… 네놈이 그분을 잊게 내버려 둘 것 같은가! 지상은! 땅을 밟는 모든 자는, 용왕을 잊은 적이 없다! 이 힘도, 이 평화도 다 그분이 쥐여준 것이거늘. 어찌 잊을 수가 있는가……!
에른스트는 손가락을 들어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웃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아니. 너희는 이제 모르잖아? 용왕이 누구인지. 누구였는지.'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에른스트는 손깍지를 껴 배에 올리며 입을 크게 젖힐 만큼 물 마법사를 비웃었고, 용왕을 비웃었다.
물 마법사가 나타났다 한들, 물이 오염된 세상에서 얻어갈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상징성뿐이었다.
절대로 강해질 수가 없었다.
'만약에 마법사의 탑을 부서트린 게 네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에른스트는 조금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예민한 상황에서 걸리는 게 생겼으니까.
하지만 곧 에른스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더 좋은 생각이 났어.'
설령 이번 일이 하벨 티에라와 관련이 없다고 한들,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하벨 티에라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될 테니까.
'슬슬 오미너스의 존재를 알 때가 되었지? 아, 마침 말 하나가 필요 없어질 참인데 이참에 줘버려야겠네.'
코스모피안 왕국에 멍청하고 덜떨어진 개 한 마리가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마침 그 개가 하벨 티에라를 건드렸다는 소식도 들었고.
에른스트는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널 도와주마, 하벨 티에라.'
위대한 영웅이 되도록.
* * *
"…아버지!"
레바놈은 드란트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아버지. 제게 이러실 수 없습니다!"
"날 간절히 만나 할 말이 있다 들었거늘, 그 말을 하러 왔는가?"
"왜 제가 징계를 주시는 겁니까?"
"네가 무얼 잘못했는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저를 욕보인 건 하벨 티에라, 그 자식입니다! 아버지께서도 후에 기사들을 통해 들었지 않습니까? 절 향해 '쓰레기'라는 망발까지 하였습니다."
레바놈은 손을 벌벌 떨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모욕과 수치였다.
"이는 에르티안 왕국이 아니라 티에라 가문을 등에 업고 설치는 것입니다! 아버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겁니까? 티에라 가문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리 눈치를 봐야 하는 겁니까!"
"…레바놈."
드란트의 말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레바놈은 말을 멈추질 않았다.
"아버지. 이참에 티에라 가문을 가져야 합니다. 마침 지금 이 땅에 티에라가 세 명이 있지 않습니까?"
레바놈의 입꼬리가 높이 올라갔다.
드란트가 티에라를 가진다면 자신에게 너무도 유리하게 방향이 흐를 수가 있었다.
솔직히 티에라 가문의 중요성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하벨 티에라가 자신에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용서되는 건 아니었다.
'멍청한 놈들. 정화제를 값싸게 배포하는 멍청한 짓거리를 하니까 이렇게 적이 많은 거잖아.'
자신이 만약에 정화제를 가졌다면 절대로 이렇게 모두를 위한다는 핑계로 나눠주지 않았을 텐데.
우매한 백성들의 목숨줄을 잡고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세게 짓누르는 좋은 사료로 쓸 수 있는데.
하아.
드란트의 숨소리가 길게 들려오자 레바놈은 몸을 살짝 떨었다.
"지금 레바놈 너 때문에 일이 얼마나 꼬여버렸는지는 알고 지껄이는 것인가?"
"꼬였다뇨? 아버지. 제가 모욕을 당했습니다. 제가요! 이 일로 에르티안 왕국과 티에라 가문 모두 엮을 수 있단 말입니다."
"레바놈! 내 언제까지 네 오만한 행동에 눈을 감아줄 거라 생각하는가!"
드란트가 바로 언성을 높이자 레바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뭔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젠 지긋지긋하구나. 당장 나가거라."
"아버지. 왜… 그러십니까?"
레바놈은 입가를 잠깐 쓸어내리려다가 숨을 짧게 내쉬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드란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텅 비어 있진 않았는데.
"제가 요새 과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나, 지금 내부의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 이를 타파하고자 저 나름대로 열심히……."
"지금 '열심히'라고 하였는가?"
드란트는 레바놈이 너무도 가식적이라 느꼈다.
지금 자신의 손에 들어온 증거가 한 아름은 되거늘, 어떻게 뻔뻔하게도 입을 놀릴 수가 있는지.
"기사들이 말하길, 네가 일방적으로 하벨 티에라를 억압하고 폭언했다고 하더구나. 보는 이들이 많아. 이를 덮느라 내 무얼 내놓아야 할지 지금 너무도 고민이 깊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사들이."
꿀꺽.
레바놈이 마른침을 삼키며 현실을 부정하고자 다시 입을 열었다.
"기사들이, 제 기사들이 그렇게 말할 리가 없습니다."
드란트는 당장 손가락을 들었다.
"가거라. 이 이상 너를 볼 자신이 없다."
마치 낯선 이를 보는 드란트의 시선에 레바놈은 더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벽이 느껴졌으니.
당장 고개를 숙인 후에 밖으로 나갔다.
'…누구야.'
레바놈은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누가 그런 거야!'
푸렐 텔르나.
문득 그 이름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설마…….'
레바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놈이 자신을 배신할 리가. 이미 한배를 탔을 텐데.
레바놈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뭔가 이상해졌다.
갑자기 일방적으로 자신을 노리는 것처럼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귀족들도.
기사들까지.
마치 보이지 않던 큰 손이 개입이라도 한 것 같지 않은가.
* * *
"…도련님, 있잖습니까."
헤레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렇게 조심스러워? 나 계속 얌전히 있었는데?"
하벨은 유자차를 홀짝이며 헤레스를 보았다.
셴이 넘긴 서류를 여전히 바라보며 레디나가 준 디저트를 먹었다.
"그러게요? 도련님께서는 여기에 얌전히 있었어요."
레디나 역시 손에 쥔 서류를 잠깐 내리며 헤레스를 보았다.
[응응. 이 몸도 봤는데?]
등을 붙여 누워 있던 아라가 몸을 일으켜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뇨. 그 부분이 아니라 오미너스가… 수도 근처에 있다는 말을 도련님께서 들으셨잖습니까."
"아, 그거?"
하벨은 손에 쥔 케이크를 날름 삼키며 말했다.
"지금 갈 건데?"
"…미치셨습니까?"
방금까지 헤레스에게 안심하라고 말하려던 카샬이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딜 가신다고요?"
"오미너스를 없애러. 기왕 온 김에 다 하고 가는 거지. 그리고 레바놈을 잡으면 짠. 완전 짜릿하지 않겠어?"
하벨은 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할짝대며 말을 이었다.
"수도 근처에 오미너스가 몰려 있다잖아? 보러 가자, 헤레스."
"……."
헤레스는 흠칫 놀라며 입을 가렸다.
―완전히는 아니에요. 저는 완성본에 가까운 오미너스를 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한 번 본다면…….
그 말이 이렇게 눈처럼 굴러올 줄이야.
"하지만 해야 하는 거 맞잖아. 여기에서 오미너스와 관련된 실험 자료를 보고 더 그렇게 생각했을 거 아니야?"
"하지만 도련님께서 힘을 많이 쓰셨어요."
"아라랑 용용이가 도와줘서 상태는 괜찮은데? 진찰해봐서 알잖아."
하벨은 헤레스가 입을 다물자 곧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단 헤레스는 같이 가야 했고, 칼리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오미너스를 버틸 사람이 추가로 따라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하야."
하벨이 여하를 부르자 그는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오?"
"나랑 같이 가자."
"물론이오. 그런데 오미너스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오염된 물로 만들어진 존재야. 정말로 움직이거든."
여하가 자신의 말에 바로 얼굴을 굳혔다.
"마법사들의 짓이오? 그들이 기어코 끔찍한 곳까지 손을 댄 것이오? 그래서 바다도 그 모양으로……."
찰랑.
하벨은 여하에게 물을 튀겼다.
여하는 깜짝 놀라며 물이 튄 얼굴을 매만졌다.
"진정해, 여하야."
"…미안하오."
"네 마음은 이해해. 너는 바닷속에서 살았으니까. 하지만……."
"아뇨, 도련님. 이건 비난받아야 할 일이 맞습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할 사실이니까요."
헤레스는 여하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말을 먼저 해야 했는데. 여하는 바다에 살던 주민이 아닌가.
"제가… 만들었습니다. 제가, 오미너스를 만들었어요."
"그게 무슨……."
"아니. 정확히 하자고, 헤레스."
하벨이 딱 잘라 말했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여하를 향해 하벨은 사실을 언급했다.
"헤레스가 오미너스의 골격을 만든 건 맞아. 네가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건 비난을 벗어났소! 아니, 정도를 벗어났단 말이오!"
여하는 분노를 드러냈다. 헤레스가 물을 가지고 장난질한 게 아닌가.
"하지만 헤레스가 시작한 게 아니야. 그 골격을 가지고 현재 오미너스를 만든 것도, 이용한 건 마법사 협회였고, 나아가 에른스트가 벌인 일이니까."
"…에른스트?"
"기억해, 여하야."
하벨은 다시 포크를 쥐었다.
"인어족을 가둔 그 이상한 힘을 쓴 놈이 바로 에른스트야. 내가 쫓고 있고, 네가 쫓아야 할 놈이지."
하벨의 말에 여하는 숨을 짧게 골랐다.
"그게 정말이오?"
"물한테 물어봐. 아마 대답해줄 거야. 물이 거짓말을 못 하는 거 알지?"
그걸 닮아 정령들 역시 거짓말을 못 했지만.
하벨은 잠깐 시간을 준 뒤에 여하에게 손을 뻗었다.
"그래서 같이 갈래, 여하야?"
"가겠소."
여하는 하벨의 손을 잡았다.
다 사실인 걸 안 이상, 무얼 망설이겠는가.
결국, 그 거지 같은 놈이 벌인 일을 죄다 망가트리러 가는 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