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307화 (307/415)

307화. 부서트리고, 부러트리고(3)

* * *

"도련님."

카샬이 하벨을 말렸다.

마법사의 탑을 베어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저러다 셴이 먼저 기절할 것만 같았다.

하벨은 더 몰아붙이려다가 천천히 무릎을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나하고 뭐가 하고 싶어서 기사들을 오지 못하게 부른 거예요?"

하벨이 싱긋 웃자 셴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혹시 시렌 뒤를 이어보고 싶어서요?"

시렌이라는 말이 하벨에게 튀어나오자 셴은 깜짝 놀랐다.

시렌은 에르티안 왕국에 있는 마법사 협회의 진짜 협회장이었고, 세뇌라는 아주 강력한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도 세뇌에 걸릴 뻔했지만, 시렌은 자신을 세뇌하지 않았다.

―내가 왜 너를 세뇌하지 않는 줄 아니?

자신을 멍청하게 바라보며 비웃었던 시렌의 미소가 잊히질 않았다.

―협회장은 말이야. 으스대는 자리가 아니라 모든 마법사를 위한 자리야. 그러니 내가 온 거란다. 협회장이라는 자리를 가르쳐주러, 애송아.

거만한 태도에도 자신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시렌의 눈들이 협회 소속 마법사들 속에 숨어 자신을 감시하고 있었을 테니.

"…세, 세뇌를 당하신 게 아닙니까?"

셴이 조심스레 물었다.

세뇌를 안다는 건 세뇌에 걸린 게 아니었다.

"내가요?"

하벨은 새삼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셴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셴을 지배하겠다는 칼리우스를 말렸다. 다 쓸 때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런 반응도 보지 못했겠지.

"되게 웃기는 소리 하네요. 어쨌든, 말해봐요. 왜 나만 부른 거죠?"

하벨이 물어도 셴이 입을 꾹 다물었다. 가만히 보고 있던 레디나가 손가락으로 셴을 건드렸다.

허억.

단지 손길만 스쳤을 뿐인데 셴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식은땀을 뚝뚝 흘렸다.

아직도 찔린 어깨가 욱신거려왔으니.

"…호, 혹시 오미너스를 아십니까?"

"계속해보세요."

하벨은 재촉했다.

"시렌은… 오미너스를 무기화하려고 했습니다. 만약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걸, 직접 사용해서……."

빠악!

레디나가 갑자기 셴의 뒤통수를 때렸다.

하벨의 시선이 닿자 레디나는 콧바람을 세게 내쉬었다.

"너무 짜증 나서 그랬어요. 이 정도는 괜찮죠?"

"물론이지. 짜증 날 때마다 때려도 돼."

"네. 너무 좋은데요?"

레디나가 웃자 셴은 커다랗게 뜬 눈동자를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흔들렸다.

"…도련님. 이건 거대 정화 장치와 무조건 이어져 있겠네요."

카샬이 이를 갈며 하벨에게 슬쩍 말했다.

"물론이지."

"그럼 제가 먼저 찾고 있을게요."

헤레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에 있던 모든 서랍이 열리고, 그 속에 있던 서류가 휘날렸다.

[우와아아…….]

아라가 입을 벌렸고, 하벨은 그 속에 손가락을 슬쩍 넣었다.

[으에에…….]

아라의 고개가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다가 눈을 크게 떴다.

불의 냄새가 났다.

[후! 후! 불은 안 돼. 여기서 불 금지야!]

'불이라고?'

하벨은 그 말에 셴을 바라보았다.

미묘하지만, 분명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마법이 걸려 있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랬다면 칼리우스가 더 빨리 알아봤을 테니까.

하벨은 방금 일은 흘리며 물었다. 어차피 아무 일도 아닌 게 되지 않았던가.

"어쨌든, 오미너스의 무기화 말입니다. 그걸 왜 당신이 하는 거죠? 협회장이잖아요?"

"협회장이라고 같은 협회장이 아닙니다. 시렌이… 시켰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나, 나를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셴은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주변으로 시선을 두었다.

하벨은 셴이 느끼는 두려움과 오미너스의 무기화 역시 이해하고 있었다.

하벨 티에라가 회귀하기 전 기억을 통해 직접 보지 않았던가.

―전하께서 소규모 전쟁에 오미너스를 쓸 셈인데, 방금 말했듯이 조종이 잘 안 돼. 이번에도 얼마나 또 죽을까? 얼마나 죽어야 네가 마법사 협회로 찾아올 수 있을까?

시렌에게 세뇌를 당한 헤일리스가 헤레스를 협박하면서 이미 전쟁에서 오미너스가 사용됐다는 걸 알려주었다.

'뭐, 시렌은 이제 죽었지만.'

시렌이 죽었기에 마법사 협회에서 들어서면서부터 랜턴이 작동하지 않았다.

"레바놈 저하 알죠?"

하벨의 입에서 레바놈이 나오자 갑자기 랜턴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레바놈이 카샬의 뺨을 때린 일로 하벨 티에라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그럴 만하지.'

자신 역시 화가 났으니.

하지만 하벨은 지금 그 사실보다 셴의 반응을 바라보았다.

흔들렸고, 부정해보려고 입을 열지만, 다시 흔들리고 곧 입을 다물었다.

대체 왜 그 말을 언급하냐는 눈빛에 하벨은 싱긋 웃었다.

"이유가 뭐겠어요?"

툭.

하벨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다.

"알고 왔으니까, 그렇죠."

그 말에 셴이 부르르 떨었다.

'…알고 있다니. 알고 온 거라니.'

저 말 자체가 머릿속을 헤집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금 전부터 휘날리던 종이들이 갑자기 소리를 멈추자 셴은 너무 놀라 딸꾹질을 내뱉었다.

히끅.

함정일 수도 있었다.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고자 소리를 멈췄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히끅.

'하지만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인데!'

셴의 눈이 커졌다.

만약에 사실이라면 큰일이 나는 쪽은 분명히 자신일 텐데.

"레바놈! 이름이 보여!"

칼리우스가 소리쳤다.

저 말에 셴은 비를 홀딱 맞은 사람처럼 처량한 표정으로 하벨을 내려다보았다.

"맞아요, 도련님. 레바놈과 놈이 계약서를 체결했네요. 서로 '도움'을 주기로요."

종이를 물끄러미 보던 헤레스가 조금 크게 말을 이었다.

저 도움이 무엇이겠는가.

하벨은 예상했지만, 일단 물었다.

"자, 선택의 기회를 줄게요."

하벨의 목소리가 너무도 부드러웠다.

바람을 따라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천사같이 살포시 감긴 눈웃음이 너무도 무서웠다.

감히 이런 자를 자신이 이용하려고 했다는 것부터가 불경스럽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대로 죽는 게 나아요? 아니면 개처럼 납작 엎드리더라도 일단 목숨이라도 붙어 있는 게 나아요?"

셴은 당장 무릎을 꿇었다.

무얼 망설이겠는가.

"…살려주십시오."

셴은 말을 토해냈다.

"레바놈이 곧 있으면 때가 되니, 마법사들을 이끌고 왕실로 와 자신을 도우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미너스는 왜 빠트려요? 진짜 살고 싶은 거 맞아요?"

"…수, 수도에 있는 거대 정화 장치에."

"거기에 있어요?"

하벨은 하나씩 이어지는 상황이 보이자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레바놈 목적이야 이미 눈치챘지.'

레바놈은 외척이 마법사 협회와 손을 잡은 사건으로 드란트의 미움을 사고 말았다.

첫째라는 그 강력한 위치마저 무너질 만큼 마법사 협회를 향한 드란트의 분노가 컸던 건지, 레바놈이 애초부터 왕의 재목이 아니었던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4 왕자가 죽었습니다. 이게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는 게 낫지 않습니까?

하벨은 페트리오가 했던 말을 잠깐 떠올랐다.

여전히 이 관계를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레바놈은 코스모피안 왕국의 왕이 될 수 없었고, 그는 되고자 했다.

'그때 누군가 손을 뻗어 온 거다. 탐욕스러운 누군가.'

하벨의 미간이 잠깐 좁아졌다.

'…누구겠는가.'

"예, 예! …수도에 있는 거대 정화 장치에 오미너스가 있습니다. 거기에 아직 미완성인 오미너스를 넣어두었습니다. 언제든지 푸, 풀 수 있게 말입니다."

"시렌이 줬어요?"

마치 정답을 알고 있는 하벨의 물음에 셴은 딸꾹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렌이 레바놈과 어울리라고 그랬나요?"

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레바놈을 살살 꼬드긴 자는 에른스트라고.

에른스트는 충실한 종에 가까운 시렌마저 믿지 못할 만큼 경계심이 강한 자일까.

아니면 그저 이 모든 걸 인형처럼 보고 있는 걸까.

'어쨌든, 시렌이 에른스트의 배신도 모른 채 여기를 실험 장소로 쓰려고 했네.'

하벨은 기가 차 웃음을 흘렸다.

시렌이 죽었음에도 계획은 아직도 흘러가다니.

'아직 하나가 더 남았는데.'

레놀드 왕국에 마법사 협회가 하나 있었다.

시렌을 죽이지 못했다면 더 큰 피해가 왔을지도 몰랐다.

하벨은 입술을 잠깐 깨물다 셴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 다른 날카로운 눈빛에 셴은 시선조차 마주하지 못했다.

"줏대도 없는 한 왕자가 있어."

하벨은 말을 편안하게 놓았다.

"얘가 왕이 될 수 없는데 자꾸 왕이 되겠다고 나라까지 팔아먹었지 뭐야? 그런데 정신병까지 온 건지 몰라도 마치 자기가 왕이 된 것처럼 계획을 하나 꾸민 거야."

하벨은 지팡이를 들어 셴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셴은 수치스러움을 느낄 수 없이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줏대 없는 왕자가 이리저리 살피다가 자신처럼 줏대가 없는 멍청한 놈을 만났어. 이야기를 해보니까, 와. 서로 이익이 너무도 명확해. 왕자는 왕이 되고, 멍청한 놈은 더 많은 지원을 받아 말 그대로 마법사들의 왕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동화를 읽듯 하벨의 목소리는 밝고 경쾌했다.

"얼마나 기쁠까. 얼마나 희망에 찼을까. 줏대 없는 왕자가 잘된다면 앞으로 황금길이 이어져 있는데? 하지만 하나를 잊어버린 거지."

콰앙!

하벨은 지팡이로 땅을 세게 쳤다. 잔잔히 퍼져나가는 살기에 아라가 움찔거렸다.

"오미너스가 어떤 존재인지."

밝고 경쾌했던 하벨의 목소리가 찬찬히 잠겨갔다.

"오미너스를 풀어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셴을 바라보는 하벨은 그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매서워졌다.

"이걸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냥 신이 난 거지. 그렇지?"

"잘못……."

"아뇨! 그건 모를 수가 없습니다!"

헤레스가 언성을 높이며 셴을 노려보았다.

"그 불길함을 보았다면,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습니다! 세뇌에 걸린 것도 아닌 맨정신으로 그랬다면 저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어요!"

자신은 아직도 오미너스를 만든 그 사실을 이렇게나 후회하고 후회하는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하다니.

헤레스는 주먹을 꽉 쥔 손을 파르르 떨었다.

"언니. 흥분하지 마요. 저런 놈 때문에 언성을 올릴 필요가 전혀 없어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그어주면 저런 헛짓거리도 못 할 텐데."

레디나의 손가락이 셴의 등줄기를 타고 가자 그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 했습니다. 잘못……."

"아니야. 용서를 바라는 시기는 이미 넘어버렸어. 너는 그냥 오미너스를 없애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명령을 들어. 그냥 명령대로 하면 돼."

하벨은 자리에서 일어나 셴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살려줄게. 적어도 나는."

'나는'이라는 말에 셴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 다른 사람은?

셴은 말문을 잃었지만,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지금 살려주지 않으면 어떡하겠는가.

"그러니까, 이 사건은 네가 직접 대충 둘러대."

하벨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잔잔하게 부는 바람이 기분 좋았다.

이대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도 괜찮다 싶을 만큼 높이도 딱 맞았고.

"윗부분은 저기 바다에 빠져서 못 쓰겠지만, 뚜껑은 대충 만들면 될 거야. 그 정도 능력은 되잖아. 할 수 있지? 이대로 내버려 둬서 비가 오면 큰일이잖아?"

하벨이 묻자 셴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살려주려는 건지 아닌지 몰랐기에 셴은 하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벨은 셴을 쳐다보지 않고 칼리우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셴을 지배하고 싶어 보였다.

'아직도 용용이를 말려야 할까?'

이미 셴을 살려주기로 한 이상 지배하는 게 맞았다.

칼리우스에게 지배를 당한 마법사는 무언가 특별해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마나가 칼리우스에게 종속되어 그가 허락하지 않은 행동을 할 시에 마나가 사라진다고 했다.

마나가 사라지는 기간은 칼리우스가 정하기에 마법사에게 절대적인 힘을 누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셴이라면 좋은 미끼가 되어줄 수도 있겠는데.'

시렌처럼 야욕은 있으나, 힘과 머리가 미흡한 자. 미끼로 딱이었다.

셴은 길어지는 하벨의 미소에 갑자기 하벨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단검과 검이 셴의 목덜미를 향했다.

"쓸데없는 짓거리는 하지 마라."

카샬이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닙니다! 오미너스, 오미너스… 말입니다!"

셴이 목소리를 냈다.

"더 할 말이 남았어? 왜 내가 필요했는지 그런 거 말해주려고? 그런 이유라면 이미 알고 있어."

하벨은 손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물 마법사니까."

"그, 그게 아닙니다."

"그럼?"

"최근에 오미너스를… 준 적이 있습니다."

하벨은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미너스를 주다니.

"누구한테 오미너스를 줬다고?"

"모, 모릅니다. 그냥 시렌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어디로 보내는지, 누가 그랬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준 건… 분명합니다."

"수도에 있는 오미너스는 말고?"

"……예."

셴의 대답과 함께 하벨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막막함이 밀려와 자신을 휩쓸었지만, 하벨은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주목했다.

"수도에 있는 오미너스는 어디에 있는데?"

"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잘 들어, 셴."

"듣고 있습니다. 뭐, 뭐든 하겠습니다. 뭐든 하겠으니 그저 시켜만 주십시오!"

"여기는 마법 실험하다가 이렇게 날려 먹은 거야. 나는 거기에 휩쓸렸고. 그러니 왕실에서 조사가 오는 게 당연해. 그때 자료를 넘기는 척해. 진짜 자료는 내가 다 가져갈 테니까."

어차피 드란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편이 되어준다고 했다.

이곳에 있는 전리품은 다 자신의 것이었다. 드란트가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면 그럴 의도는 있으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하벨의 지시에 셴은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아, 아래쪽 방을 사용하십시오! 입단속도 철저히 시키고, 하벨 님이 있는 곳으로 자료를 제가 직접 다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좋아. 정답이야. 잘했네."

하벨은 셴을 개처럼 취급하며 그대로 돌아섰다.

탁.

지팡이를 짊는 소리에 셴은 계속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감히 올려다보지 못했다.

* * *

"…이제 쉬십시오, 도련님. 무리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카샬은 조금 전 헤레스에게 정화제가 든 주사를 맞는 걸 보았다.

헤레스가 하벨의 상태를 본 뒤 오미너스와 관련된 자료를 보러 갔고, 하벨의 지시로 여하가 같이 따라갔다.

"아니, 카샬. 아직 하나 더 남은 거 잊었어?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잖아?"

하벨은 장난기를 가득 담아 웃자 카샬이 흠칫거렸다.

"빈손이라뇨? 이미 화려하게 저질렀잖습니까. 이걸 가주님께 어떻게 보고 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태입니다?"

"에이, 아니지. 더 남았잖아? 여기서 꼭 해야 하는 일 말이야."

카샬의 시선이 칼리우스를 향했다.

아라는 분명히 하벨 옆에 있을 테고.

"이제 검은 달을 흔들 차례야. 그렇지?"

하벨이 당당하게 묻자 카샬은 눈을 떠서는 그를 빤히 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