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화. 부서트리고, 부러트리고(2)
* * *
제 눈에 벽에 그려진 수백, 수천 개의 마법이 보였다.
에르티안 왕국에 있던 마법사 협회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마법들처럼 보였지만, 저것들 역시 날을 세운 짐승이 아닌가.
'하지만 무슨 상관이람.'
모두 다 베어버리면 그만인 것을.
저주가 발동되지 않자 모든 게 편했다.
몸이. 내쉬는 숨결이. 물이 제 손에 들어와 꿈틀거리는 그 모든 감각이.
어쩌면 지금 저주가 아주 조금 발동됐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하벨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 충만함을 결코 손에서 놓을 생각이 없었다.
하벨은 한 발자국 내디뎠다.
살짝 검을 움직여봤지만, 이미 벽을 꿰뚫은 검이 '끼긱'거리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벨은 뒤를 잠깐 쳐다보았다.
물의 검에 뚫린 벽에 마법이 하나씩 망가지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정도는 문제없다.'
검을 쥔 손을 등 뒤부터 시작해 어깨에서부터 팔로 차례대로 힘을 주며 오른쪽으로 크고, 길게 휘둘렀다.
쉬이이익!
불안했던 출발과 달리 매끄러운 얼음 위를 스르르 걷듯 물의 검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검에 닿는 탑의 벽이든, 방의 벽이든, 장식품이든 모든 것이 강한 물살이 일어난 것처럼 거칠게 나아가는 물의 검 앞에서 잘려나갔다.
제 눈을 때리던, 마법사의 마법사의 탑이 가진 상징이자 마법사들의 자존심이었던 수많은 마법이 바람 앞 촛불처럼 처량하게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하벨은 입꼬리를 올리며 마지막까지 팔에, 다리에, 어깨에 힘을 멈추질 않았다.
잠깐 목구멍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지만, 하벨은 꽉 삼키며 호흡을 끊지 않고 이어갔다.
쿵쿵.
몇 초 안 걸리는 그 순간이 되게 느리게 보이며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기분이 좋았다.
탑이 베어나가는 감각이, 마법이 사라지는 풍경이, 시곗바늘이 된 것처럼 아주 크게 휘둘러지는 그 감각 전부가.
검을 쥔 하벨의 손이 등 뒤에서 가슴팍 부근을 넘어 오른쪽까지 옆구리까지 길게 향했을 때, 바람이 얼굴을 간질였다.
"…하."
그제야 하벨은 멈췄던 숨을 내쉰 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우오오옵……!]
아라가 소리쳤다.
[베었어! 대장이 진짜 마법사의 탑을 베어냈어!]
하벨이 검을 휘둘렀을 때 느꼈던 그 감각을 아라도 느꼈다.
모든 걸 베어버리는 깔끔한 검의 궤적을 따라 상쾌함마저 몰려오지 않았던가.
손바닥에서 뭔가 찌릿한 감각이 같이 올라왔다.
'이 몸은 한 번 더 느껴보고 싶어.'
푸쉬쉬.
동이 난 정령수와 함께 아라는 갑자기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줄어들더니 평소처럼 돌아왔다.
[…아앗.]
아라는 이전처럼 크게 보이는 하벨을 바라보며 살짝 울먹였다.
"실망하지 마, 아라야. 오늘 이건 내가 한 게 아니라, 너와 내가 한 거야, 아라야."
아라는 살살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들려오는 하벨의 목소리에 실망을 뒤로하고 그를 당장 안았다.
[응!]
너와 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말인지 몰랐다.
'도련님께서… 진짜 베어냈어. 정말로.'
헤레스는 귀를 깊게 기울이지 않아도 점점 크게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경악했다.
여기에 새겨진 방어 마법이 몇 개인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발동되지 않았다.
'다, 전부 다 베어내셨다는 건가? 정말?'
헤레스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하벨은 물의 검을 거두고는 손가락을 들었다.
물이 모여 손바닥을 이뤘다.
하벨은 검지만 남기고 주먹을 쥐었다. 칼리우스의 눈동자가 덩달아 반짝거렸다.
"안녕. 거지 같은 탑아."
하벨은 실실거리며 마법사의 탑을 꾸욱 눌렀다.
휘이이이이잉!
요란한 바람 소리와 함께 하벨의 머리카락이 거칠게 휘날렸고, 찬찬히 햇살이 드리우며 마법사의 탑이 넘어갔다.
[넘어간다, 넘어간다!]
아라는 설렘을 담아 소리쳤다.
"…미친."
카샬이 입을 벌렸다.
"진짜로… 해내셨다니."
믿을 수 없는 풍경을 보며 카샬은 앞으로 하벨이 얼마나 더 큰 사고를 칠 생각인지 몰라 두려움이 몰려왔다.
무슨 나무꾼이 되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큰 탑을 물로 된 검으로 가볍게 도려내다시피 베어내질 않았는가.
탑을 이루는 기둥 절반을 무너트렸으니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의 검이 가지는 절삭력에 놀라워해야 하는지, 탑의 무게 중심을 정확히 읽어낸 관찰력에 놀라워해야 하는지, 아니면 대검보다 더 크고 긴 검을 휘두른 하벨의 몸에 놀라워해야 하는지.
카샬은 이 모든 게 말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끼기기기긱.
탑이 넘어가자 베어질 때와 다른 처량한 소리가 울렸다.
절반이 잘려나간 탑은 나무가 무너지는 것처럼 스르르 뒤로 넘어가자 하벨은 바로 헤레스와 용용이를 보았다.
"아. 내가 베기 전에 물어보는 걸 깜박했는데, 이쪽 맞은 거지?"
"아, 아닙니다! 조금 더 오른쪽입니다."
헤레스는 하벨에게 손수건을 내밀며 동시에 숨을 참아 마법사의 탑을 붙잡았다.
그녀의 얼굴에 핏줄이 바로 곤두서는 것도 모자라 온몸이 덜덜 떨렸다.
"내, 내가 이어서 할게, 헤레스!"
칼리우스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마나로 마법의 탑 위쪽을 붙잡았다. 무너져가는 그대로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여기 맞아?"
칼리우스가 묻자 헤레스의 고개가 좌우로 움직였다.
조금 더.
조금 더.
헤레스의 고개가 끄덕이자 칼리우스는 그대로 손을 뗐다.
"진짜로 넘어가요!"
레디나가 해맑게 소리쳤다.
헤레스가 몸을 부르르 떨다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하아."
숨을 몇 번이나 내쉬다가 하벨의 상태를 살폈다.
정화 장치에 물거품이 올라오기 전 상태 같았다.
헤레스가 주사기를 꺼낼 때쯤, 발소리가 우르르 들려왔다.
다다다!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그제야 이 층에 있던 마법사들이 부랴부랴 튀어나왔다.
점점 햇살이 내리쬐는 범위가 넓어져 가며 하늘이 보이는 모습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법사의 탑이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
대체 누가.
대체 어떻게.
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그저 숨을 쉬고, 들이마시고, 흐르려는 침을 삼키는 게 전부였다.
"이,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목에 금목걸이를 달고, 팔에도 주렁주렁 보석이 박힌 팔찌를 낀 중년 남자였다.
'협회장이네.'
하벨은 저 남자를 보는 순간, 그냥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남자를 보자마자 레디나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하벨 뒤로 자연스럽게 다가와 언제든 저놈을 물고 놓아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게 지금!"
남자는 다시금 소리를 질렀다.
누가 무슨 상황이라고 말해도 들리지 않을 만큼 공황이 몰려올 지경이었다.
"…그 소리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하벨은 목과 미간에 힘을 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표정 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하벨의 물음에 남자는 도리어 당황했다.
"…예?"
"전부 다 함정이었습니까?"
[…와아.]
얼른 하벨의 망토 뒤에 숨었던 아라가 입을 크게 벌렸다.
[이, 이 몸도 깜빡 속을 뻔했어! 대장, 엄청나.]
"함정… 이라뇨?"
남자는 괜히 속이 뜨끔거려 말을 더듬었다.
"왜 내가 올라오자마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단 말입니까!"
적절한 분노, 정확함과 막힘이 없는 발음에 남자는 어리벙벙하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걸 자신이 어떻게 알겠는가.
자신이 마법사들에게 요구한 건 하나였다.
하벨 티에라를 데리고 오라는 지시.
남자는 그제야 자신에게 분노하는 저 소년이 하벨 티에라임을 알아차렸다.
비로소 하나씩 보이자 남자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부터 했다.
외부에서 이 모습을 어떻게 보겠는가.
하벨 티에라가 왔고, 마법사의 탑이 부서졌다.
어떤 불길한 징조라고 볼 수도 있었고, 마법사 협회에서 아주 큰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으며 나아가 내부에 작은 전쟁이 벌어졌노라고 해석할 수도 있었다.
'…하필.'
남자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하필 하벨 티에라가 네가 올라온 순간에 말이야.'
그 사실이 너무도 수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이밍이 꼭 자신의 목을 조르려고 일부러 마련한 함정 같아 보였다.
하지만 단 하나가 걸렸다.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많은 마법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마법 전부를 벨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애초에 과연 맞긴 한 걸까.
"왜 아무 말이 없습니까?"
하벨이 닦달했고, 카샬이 맞장구를 쳤다.
"왜 말이 없겠습니까? 사실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어서 가시지요, 도련님. 여기는 위험합니다."
"여기 협회장이 누구인지 몰라도 똑똑히 전하십시오. 이 일은 내 반드시 드란트 전하께 알려 죗값을 갚게 할 겁니다."
'…드란트 전하?'
하벨이 언급한 왕의 이름에 남자는 잠깐 하벨을 빤히 보았다.
너무도 빨리, 갑자기 흐르는 상황에 남자는 기껏 세워두었던 이성의 탑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콰아아아앙!
그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렸다.
와르르 무너지는 마법사의 탑이 보이자 무너진 이성의 탑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끼아아아!]
아라가 너무 흥분하며 소리쳤다.
뚜껑이 완전히 벗겨지는 드러나는 하늘이 너무 예뻤고, 찰팍하면서 바다가 요동치는 것도 신기했다.
"…잡으세요."
마법사의 탑이 부서졌다.
그 사실 하나에 남자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분명히 함정에 걸렸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이라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저 하벨 티에라를 잡아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잡아서 이 상황을 뒤바꾸어 놓아야 했다.
그 정도로 가치 있는 자가 아닌가.
"뭐합니까? 당장 잡으세요! 잡으라고! 하벨 티에라를 잡으란 말입니다!"
남자의 언성이 올라가자 마법사들이 움직였다.
빠악!
하지만 당장 누군가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부터 들려왔다.
"죽여도 되오?"
여하가 하벨에게 묻자, 하벨은 정화제를 맞으며 다시 물었다.
"죽이고 싶어?"
"아무 생각 없소. 하지만 되도록 죽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긴 하오. 나와 원한 관계가 없으니 말이오."
방금 마법사의 탑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았으니 여하는 막연한 신기함에 분노 같은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먼저 시작한 쪽은 저쪽이니까."
하벨이 남자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타닷!
바닥을 차는 발소리가 하벨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가만히 있으십시오.
카샬의 말이 하벨의 귓가를 찔러왔다.
스걱!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와 함께 마법사의 팔 한 짝이 날아갔다.
"…으아아악!"
비명이 퍼지고, 카샬은 마법사의 발을 걷어차 눕힌 뒤에 등을 세게 밟았다.
콰드드득.
등뼈가 부러진 듯한 고통에 마법사는 비명을 지르다 그만 기절했다.
"죽이기 싫다면 그냥 적당히 어디 못 쓰게 만들면 그뿐이야. 기억해."
카샬은 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며 여하를 바라보았다.
"알겠소. 기억하겠소."
여하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잡으러 달려드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용맹한 불꽃 호랑이를 주먹으로 그냥 쳐버렸다.
"…뭐어?"
마법사는 당황했고, 이를 지켜보던 남자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분명 오러도 없는 맨손으로 마법을 부숴버리다니.
여하는 주변의 시선에 상관없다는 듯 묵묵히 마법사에게 다가가 놈의 배에 주먹을 박았다.
퍽!
절로 배 쪽으로 몸이 접히자 여하는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해 턱뼈를 부숴버렸다.
빠악!
"이제 그만해."
칼리우스가 입을 열자 마법사들의 마나가 바로 흐트러졌다.
"…뭐?"
"너희한테 마나는 허락하지 않겠어. 여기에 있는 누구든 이제 마나를 못 쓸 거야."
용의 이름으로.
칼리우스는 그 뒷말은 삼키며 바로 헤레스를 보았다.
"…헤레스만 빼고."
헤레스는 언제가 예외였다. 그녀는 언제나 상냥했고, 그래서 좋았다.
헤레스가 가볍게 웃자 칼리우스 역시 활짝 웃었다.
"도련님께서는 지금 웃지 마세요."
하지만 헤레스는 하벨한테만큼은 엄격했기에 칼리우스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리며 마법사를 보았다.
모두가 당황했고, 이어 하벨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칼리우스는 키득거렸다.
"아니, 나는……."
"도련님. 이건 예상하셨잖습니까? 아시죠?"
헤레스는 하벨의 억울함을 이해했으나, 이해와 하벨의 상태는 별개였다.
헤레스의 시선이 엘라힘에게 닿자 그는 바로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하벨 공은 괜찮으니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에 하벨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이미 말이 나오기 전에 자신이 손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자연스럽게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저들은 가정하지 않았다. 바로 확인하고 확인받아야 안심했다.
'그럴 만도 해.'
엘라힘은 저들이 왜 하벨을 걱정하는지 오늘 일을 통해 단번에 이해했다.
'왜 저렇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을 날리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질 않은가.
마치 본인의 몸이 튼튼하고 믿는 사람처럼.
"…그런데 말입니다, 하벨 공."
엘라힘은 깨달음과 별개로 지금 벌어지는 사태에 주목하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세요?"
하벨이 바로 물었다. 지금 헤레스에게 조곤조곤 혼이 나는 것보다 나았다.
왜인지 몰라도 아라 역시 자신의 어깨에 앉아서 잘못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니.
"쫓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엘라힘이 손가락을 가리키자 하벨은 고개를 돌렸다.
방금 칼리우스가 저들에게 명령하지 않았던가. 아무도 마나를 쓰지 못한다고.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마법사들의 모습에 하벨은 활짝 웃었다.
"안 쫓아도 괜찮아요. 지금 내내 기다렸을 거예요."
무엇이?
엘라힘이 입을 열기 전에 앞서 도망가던 마법사들의 몸이 무너져내렸다.
마치 소리도, 모습도 없는 들짐승에게 공격당한 듯 한 명씩 땅에 구르고 쓰러지고, 모두가 다리를 붙잡으며 비명을 호소했다.
은밀하게.
어떤 기척도 없이.
남자의 뒤에서 나온 레디나는 거침없이 단검을 그의 어깨에 박아넣었다.
"끄아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다 데굴데굴 구르며 남자의 시선 끝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기쁜지 해맑게 웃고 있었지만, 남자는 저 미소가 너무도 무서웠다.
콱!
레디나는 발로 남자의 목을 누르며 힘차게 소리쳤다.
"잡았어요, 도련님!"
"봤나요, 신관님?"
하벨은 자랑스러움을 담아 엘라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어, 음, 어……."
엘라힘은 입가를 쓸었다.
시엘느 밖의 세계란 원래 이런 것일까.
엘라힘은 그냥 생각하는 걸 포기해버렸다.
* * *
"자, 이름이 뭐예요?"
하벨은 뒤에 선 레디나를 의식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협회장을 바라보았다.
소파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부드러웠기에 하벨 역시 편안하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협회장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냥 이 모든 게 너무나도 두려웠다.
"셰, 셴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협회장은 말을 더듬었고, 하벨은 뚜껑이 열려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씩 웃었다.
"좋아요, 셴. 날이 참 좋죠?"
하벨은 자신이 베어버린 마법사의 탑을 가리켰다.
이건 봐도 봐도 예술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