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302화 (302/415)

302화. 좋은 날

* * *

* * *

"…부르셨습니까, 전하?"

하벨은 드란트를 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드란트 앞에 서 있던 라르웬이 슬쩍 고개를 돌려 하벨과 넬시아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기사가 들어와 드란트에게 은밀히 무언가를 보고하고 간 후였다.

―레바놈이 하벨 방에 들어가서 설쳐댔대. 몸싸움이 벌어졌나 봐.

물론, 자신은 루룸이 슬쩍 알려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버렸지만.

'레바놈이 하벨에게 작업질할 거라 생각해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누님이 그렇게 달려갔는데.'

라르웬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벨이 알아서 처리했다고 해도 일단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레바놈이 그렇게 짜증 날 수가 없었다.

"이곳에 그대가 오기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미리 들었네. 내 아들이 그대에게 행패를 부렸으니 내 아버지로서 이를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네."

드란트는 레바놈을 대신해 사과했다.

"아닙니다, 이미 계약서에 쓰지 않았습니까?"

하벨은 레바놈을 팔아치운 일을 꺼냈고, 드란트는 표정 하나 달라지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는 받아주게."

"그렇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벨은 드란트에게 고개를 숙인 뒤에 그를 불렀다.

"전하."

"말하게."

"레바놈 저하의……."

"됐네. 호칭은 필요 없으니."

"알겠습니다."

하벨의 대답을 들으며 드란트는 미간을 살짝 눌렀다.

계약서를 쓴 후에 넬시아에게서 증거를 받았다.

잠깐 살펴도 뒷덜미를 붙잡을 일들이 너무나도 가득했다.

특히나 눈에 띄는 건 레바놈이 자신의 비밀 조직을 사조직처럼 이용했다는 부분이었다.

비밀 조직이기에 이름도 기록되지 않은 그냥 'Z'라 부르는 자를 이용해 에르티안 왕국의 선왕을 죽였다는 사실이 그 자료에 명백하게 적혀 있었다.

'레놀드 왕국에서 시킨다고 그걸 그대로 해버리는 이 멍청한…….'

드란트는 아직도 이가 갈렸다.

나중에 레놀드 왕국에서 발뺌할 걸 대비해 돈을 받았다는 증거와 레놀드 왕실의 인장이 찍힌 계약서가 있었다.

다만, 이 도장은 레놀드의 왕이 가진 인장이 아니었다.

왕자와 공주들이 임시로 사용하는 인장에 가까웠으며 이게 레놀드 왕국에서 벌어졌다는 걸 증명할 수는 있지만, 왕의 주도하에 벌어졌다는 것까지는 알 수 없는 증거였다.

그래서 골칫거리였고, 드란트는 하벨의 영리함을 확실히 알았다.

결과물은 주되, 나머지는 자신보고 알아서 해보라는 게 아닌가.

'첫째가 레놀드 왕국과 손을 잡았다는 걸 증거로서는 충분하나, 여기서 더 나아갈 수가 없으니.'

드란트는 그 누구보다 레바놈을 알고 있었다.

포악하며 본인의 이득만 아는 망나니일 뿐 절대로 왕이 될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내 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드란트의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여기서 국익을 생각해 레바놈과 레놀드 왕국의 관계를 보다 더 자세히 캐려면 역시 레바놈을 잡아들이는 방법뿐이었고.

그러려면 자신이 정당하게 레바놈을 붙잡을 증거가 하나가 더 있어야 했다.

'이 증거만으로는 자신의 수족인 푸렐 텔르나를 제물로 바쳐서라도 빠져나오겠지.'

드란트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레바놈이 하벨과 몸싸움을 벌였다고 하니 하벨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내 이번 일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말해 보거라."

드란트가 부드러이 말을 건넸지만, 하벨은 속내가 너무도 잘 보였다.

이 사태를 이용하고 싶은 거겠지.

"전하. 제 손에 전하께서 가지고 싶은 게 있습니다. 증거는 곧 드릴 테니, 하나 더 받겠습니다."

하벨 역시 일부러 빙그르르 돌아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차피 서로의 속내는 거의 다 나와 이미 정답을 펼쳐서 말하는 분위기였으니.

그렇다면 뭐든 뜯어내야지.

"하나더라니?"

드란트는 입안이 말라가는 걸 느꼈다.

어설픈 설득은 이미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다.

"원래라면 전하께서 레바놈을 어떻게 체포하든 믿고 맡기려고 했습니다. 그게 당연하고,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레바놈의 아버지이잖습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드란트는 하벨이 무슨 생각을 하든, 그의 목소리에 흐르는 분노를 처음으로 느꼈다.

고위 귀족들에게 모욕을 받아도 분노 한 번 드러내지 않았던 하벨이 레바놈이 다녀간 뒤로 달라졌다니.

"제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여긴 특히나 그럴 일이 많네요. 제 사람까지 건드리고 말입니다."

지키고자 했으면 끝까지 지켜야지.

하벨은 목에 힘을 주었다.

"방금 저와 제 집사를 모욕한 일은 레바놈 뒤에 누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레놀드 왕국을 제외하더라고 레바놈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푸렐 텔르나를 포함한 귀족들이 얽혀 있을 겁니다."

드란트는 하벨의 가설을 들으며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꽤 그럴듯한 소리가 이어지지 않았는가. 진실에 가까워질 정도로.

"이참에 전하께서 땅을 새로 파시는 게 어떠십니까? 지금 무척 골치 아프시잖습니까."

하벨은 드란트를 살살 긁었다.

굳이 깊게 들어가지 않아도 지금 코스모피안 왕국은 아주 크게 휘청거리고 있었다.

이럴 때야말로 죄를 하나로 모을 구심점이 필요했다.

내부의 분노를 외부로 터트리는 방법, 동시에 현 사태에서 시선을 돌릴 방법.

"레놀드 왕국이 코스모피안 왕국을 먼저 공격했으니 반격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레놀드 왕국과 사이가 좋은 편도 아니었으니 이 정도는 무슨 상관일까.

"어떠십니까?"

"무얼 원하는가?"

드란트는 저 나불거리는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마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생각한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해결 방법이 나왔으니.

현 귀족들을 레놀드 왕국과 공조한 사실을 들먹여 죽여 내부에 구심점을 만들고, 외부로는 레놀드 왕국에 에르티안 왕국의 선왕 시해 사건까지 엮어 에르티안 왕국에 발생한 폭파 사건을 덮어버리는 일을.

물론, 코스모피안 왕국 역시 비난을 각오해야겠지만, 적어도 혼자 받는 비난을 나눠서 받으니 훨씬 낫지 않은가.

'게다가 그 방법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증거를 손에 넣었다고 하는데 무얼 망설이겠는가.'

드란트는 입꼬리를 강하게 눌렀다.

"제가 절 비난했던 귀족들의 명단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 안에 적힌 누구든, 죄목이 무엇이 되었든 교수대로 올리거나 재산을 압류하는 처벌을 해주십시오."

하벨은 여하를 통해 귀족들의 명단을 만들었다.

모든 귀족을 처벌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평소 행실을 생각한다면 드란트가 아주 잘 쓰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네놈들을 내버려 둘 거라 생각했는가.'

하벨은 자신을 비난한 것들을 잊지 않았다. 이참에 같이 작살을 내버려야지.

"그 속에 레바놈이 포함된 것인가?"

드란트는 구태여 하벨에게 받은 명단을 보지 않았다.

지금 레놀드 왕국 사태에 얽히기만 해도 단두대에 보낼 수 있으니.

썩 불리한 것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이참에 무너진 왕권도 회복할 기회가 아닌가.

하벨을 보는 드란트의 시선에 흥미가 더욱 짙어졌다.

처음에는 코스모피안 왕국을 뽑아 먹을 자로 보였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오히려 복덩어리가 아닌가.

"그거야 이전 계약서에 이미 적지 않았습니까? 저는 전하를 신뢰합니다."

하벨이 꺼내는 말에 드란트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귀족들이 알량하게 꺼내는 말에 불과하겠지만, 하벨의 말은 다르게 들렸다.

이게 이렇게 좋은 말일 줄이야.

"그럼 그대는 무얼 가지고 있는가?"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방금 암살당할 뻔했습니다."

"들었네. 이 역시 사과하지."

드란트의 시선이 넬시아를 향했다.

"하나,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넬시아 공에게 말해두었네.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그 부분은 방금 벌어진 일로 제가 정신이 없어 미쳐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넬시아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대답하며 레바놈의 일을 콕 집었다.

드란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미 많은 것들을 뜯어갔으면서 벌써 또 다른 걸 뜯어갈 준비를 하다니.'

넬시아는 당당히 이번 암살 사건과 관련해 보상을 요구했고, 자신은 이를 들어주었다.

'대체 티에라에서 무슨 교육을 하는 건지.'

치고 빠지는 걸 누구 하나 부족함 없이 잘하는 모양새에 부러움까지 들었다.

레바놈이 저랬다면, 아니 저 모습의 반의반만큼이나 보였어도 이렇게 손에 놓지 않았을 텐데.

속에서 여러 감정이 넘실거렸다.

레바놈이 아무리 밉다 한들, 제 자식인데 왜 쓰라리지 않을까.

"전하. 저는 이번 암살 사건의 범인을 알고 있습니다."

하벨의 말은 드란트를 감상에서 깨웠다. 이제 더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하벨이 '하나 더'를 언급했지만, 과연 하나만 가져갈지 몰랐다.

"범인을… 안다 하였는가? 혹, 이미 예측했단 말인가?"

드란트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만약 예측했다면 제가 전하께 말씀드렸을 겁니다. 그편이 덫을 치기에도 훨씬 간단하지 않습니까?"

"누구인지 밝히거라."

"푸렐 텔르나입니다. 그리고."

하벨이 말꼬리를 늘이자 드란트의 눈동자에 드러난 기대감이 더욱 짙어졌다.

하벨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레바놈입니다. 이거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허어."

드란트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금 레바놈을 잡기에 너무도 좋은 수단이지 않은가.

마치 하벨 티에라가 자작극이라도 벌인 것처럼.

"자작극일 리가 있겠습니까, 전하? 이곳에 와서 제가 일방적으로 얼마나 많이 당했습니까?"

하벨에게 속마음을 읽힌 듯해 드란트는 흠칫거렸다.

"그저 전하께서 저를 감시하듯 저 역시 푸렐 텔르나를 감시했을 뿐입니다."

애초에 왕자도 아닌 귀족을 감시했다고 하는데 드란트가 자신에게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사실 드란트는 감시와 관련해서 자신한테, 티에라 가문한테 함부로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아직이다, 드란트. 좋아하지 말거라.'

앞으로 한 발자국.

하벨은 자신의 영향력을 드러낼 수 있는 사건을 만들어 보이기로 했다.

에르티안 왕국보다 코스모피안 왕국에서 벌여야 더 크게 보일 테지.

"제가 무얼 했는지 감시와 조사를 하지 않겠다 약조하시면서 저를 보호해주시고, 조금 도와주신다면야 일 처리가 좀 더 확실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 또한 요구인가."

"예."

"하면 그대 역시 새로 체결할 계약서에 적거라. 코스모피안 왕국에 그 어떤 해를 입히지 않겠노라고."

"티에라 가문에서는 이와 관련해 정화제를 걸겠습니다."

넬시아가 끼어들었다.

자신한테는 이 정도의 권한은 있었으니.

"…정화제를 건다고 했더냐?"

드란트는 지금 넬시아의 무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려 정화제이지 않은가.

'좋은 지원입니다, 누님.'

하벨은 흡족함을 삼키며 다시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저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십시오."

"무엇을 위한 당위성인가?"

드란트의 눈빛에 이전과 같은 분노는 없었다.

그저 짙은 호기심과 어디 한 번 들어볼까 하는 여유가 섞여 있었다.

"마법사의 탑을 부수기 위한 당위성입니다."

하벨 역시 드란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미 마법사의 탑이 나온 순간부터 드란트는 저리 좋아하고 있으니.

"이미 마법사의 탑을 부수기로 약속했지만, 그때 전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기억하십니까?"

애초에 뒤처리는 하벨 자신이 하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기억하네. 이 부분은 계약서에 적지 않았지."

"하여 요구하는 겁니다."

"무엇을 내게 요구하는 것인가?"

"저는 곧 마법사 협회에 방문할 겁니다. 이는 당연한 행동이지요. 저는 물 마법사가 아니겠습니까?"

"인정하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오직 제 주장에 힘을 실어주십시오. 어떻게든 말입니다."

"…그대는 물 마법사이지 않은가?"

"전하."

하벨의 목소리가 더욱 묵직해지자 드란트 역시 신중히 바라보았다.

"이는 동맹이 체결되었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벨은 그 말을 끝으로 잠깐 침묵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애를 태우는 건지, 드란트는 팔걸이를 꽉 쥐었다.

"거대 정화 장치가 오염된 일은 마법사들의 짓입니다. 이제 제가 왜 이런 제안을 전하께 드리는지……."

콰앙!

드란트는 순간 솟구치는 분노를 이겨내지 못했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

"이는 사실입니다. 이미 에르티안 왕국에서도 벌어진 일입니다. 하여 제가 처리할 수 있다고 전하께 말씀드린 겁니다. 이 일은 티에라 가문에서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짓입니다!"

처음으로 하벨이 언성을 높였다. 단지 목소리만 올라간 게 아니었다.

하벨의 눈동자에 깃든 짙은 분노에 드란트는 그의 진심을 느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하."

하벨은 고개를 숙이며 많은 증거를 두고 '부탁'이라는 말을 꺼냈다.

드란트는 새삼스럽다 싶었다.

"부디, 세상에 퍼진 오염을 막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이제야 드란트는 왜 하벨이 자신에게 마법사의 탑은 물론, 거대 정화 장치를 언급했는지를 이해했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저 간절함이 마음에 와닿았다.

결국, 크게 보자면 하벨은 오염을 위해 자신을 흔든 셈이었으니까.

"…그대는 혹 영향력이 필요한 건가?"

드란트는 하벨이 그리고자 하는 방향을 알아채서는 물었다.

"맞습니다. 제 영향력이 늘어나야 이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더 커질 테니까요."

"좋네."

드란트는 팔걸이를 쥐었던 손을 풀었다.

"나는 왕으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코스모피안 왕국을 위해 이득을 따져야 하는 게 옳으나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고 판단했다네."

말과 함께 드란트는 엉덩이를 떼며 일어났다.

"오염은 가속화되어가고, 이 물의 오염이 결국 내 백성들에게 돌아갈 텐데 이를 어찌 두겠는가. 내 아직은 무엇이 옳은지 판단 못 할 정도로 이득에 눈이 멀진 않았다네."

"예. 저 역시 전하를 믿기에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하벨은 알고 있었다.

설령 드란트가 분노에 눈이 멀었든, 순간 솟구친 화에 일을 저질렀든 결국 이성적으로 판단해 레바놈을 내치지 않았던가.

"그대가 내게 내어준 것들이 있다면 이 나라의 상황을 바꿀 수 있으니 나 또한 손해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네."

드란트는 이미 하벨이 쥐여준 것들을 이용만 해도 충분하다 판단했다.

오히려 고마울 정도였다.

"내 집을 고쳐준다고 그대가 나서는데 내가 왜 거절하겠는가."

드란트는 하벨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뒷감당을 해줄 테니, 계약서대로 이행하고 오게나."

드란트가 목소리에 힘을 주자 하벨은 씩 웃었다.

분명히 뒷감당을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바라던 바입니다. 제가 하는 그 모든 건 코스모피안 왕국에 이득을 주지, 결코 손해는 없을 겁니다."

적어도 그건 확실했다. 거짓말이 아니었으니.

* * *

하벨은 여전히 아득한 높이에 있는 마법사의 탑을 바라보았다.

방향이 바다 쪽에 있어 반으로 쫙 쪼개버린다면 예쁘게 무너지는 건 확실했다.

"아라야. 마법사의 탑이 부서지기에 딱 좋은 날씨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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