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화. 불길한 틈의 세계(2)
* * *
잠깐 눈을 깜박이던 라르웬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신형 마차에 손을 대고는 힘겹게 소리를 죽이려 애를 썼다.
"뭐가 웃깁니까?"
하벨이 불만을 드러냄에도 라르웬은 여전히 웃음을 섞으며 대답했다.
"너도 네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으니 되게 웃기잖아."
"그건……."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그걸 들으러 왔어. 나머지는 뭐, 겸사겸사고."
변명 같지도 않은 라르웬의 말에 하벨은 지팡이를 짚은 채로 한참을 웃었다.
[그럼, 그럼 루룸도 같이 가는 거야?]
아라가 꼬리를 흔들며 라르웬과 루룸을 바라보았다.
[꼭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데. 사실 이제 왕실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거든.]
이전에는 막연한 압박이 느껴졌다면, 지금은 한결 부드러운 느낌이 감돌았다.
"아하. 무척 한가하신가 봅니다, 형님? 저야 어쩔 수 없이……."
하벨은 말하다 말고 순간 화가 울컥 올라왔다.
꼬맹이 바안에게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진짜 어쩔 수 없이 전하의 명령 때문에 쉬러 가는 건데 형님께서는 바쁘시잖습니까."
라르웬은 지금 클로저 일과 검은 달, 그리고 검은 달과 엮인 신성 국가 시엘느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못해 지끈거릴 텐데.
"그래. 바쁘지. 바쁜데도 내가 널 왜 따라가는지 알면서 이래?"
하벨 주변에 또 언제 틈의 세계가 열릴지 몰랐다.
라르웬이 칼리우스를 보자 그가 눈을 깜박거렸다.
하벨이 손가락을 비비자 칼리우스는 그제야 뭘 말하는 건지 알아차렸다.
소리를 막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주변에 무언가가 느껴지자 라르웬이 말을 꺼냈다.
"게다가 아주 잠깐이지만, 무려 왕실에 틈의 세계가 열렸어. 이걸 아는 건 나뿐이고."
곧 라르웬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 자리에 바안과 하벨이 있었다. 하지만 바안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그렇다면 하벨이 모든 걸 알고 있을 테지.
"이걸 설명해줄 수 있겠지?"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하벨이 살짝 무겁게 말하자 루룸이 흥미를 드러냈다.
[나, 이런 거 진짜 좋아하는데. 정 라르웬한테 말하기 어려우면 나한테 말해 봐. 내가 들어줄게.]
"그럼 너는 형님한테 말해버릴 거잖아. 넌, 형님을 엄청 좋아하니까."
[아니. 날 좋아하는 건 라르웬이야. 이만할 때부터 날 쫓아다녔다고.]
루룸은 코웃음을 치며 팔을 최대한 넓게 벌렸다.
[아차, 아라 넌 알고 있지?]
"아라는 몰라. 그때 자고 있었거든."
하벨이 실실 웃자 아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몸이 언제 잘 때를 말하는 거야?]
"어쨌든, 누님도 준비가 됐나요?"
하벨의 시선이 뒤쪽에서 걸어오는 넬시아를 향했다.
넬시아는 그 시선에 잠깐 주춤거렸고, 그녀의 어깨에서 꼬리를 핥던 톰톰은 기겁하며 뒤로 숨어버렸다.
"무슨 말을 했어? 준비 어쩌고 하는 입 모양은 보였는데."
"가주님하고 말을 나눴습니다. 전부 다요."
"뭐?"
라르웬이 깜짝 놀랐고, 넬시아는 굳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다 들었니?"
"네."
"…그럼, 그 일과 관련이 있는 거야?"
그 일, 틈의 세계.
넬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하벨은 안심하라는 듯 살포시 웃었다.
"맞아요."
시선을 아래로 떨군 넬시아는 눈을 질끈 감더니 천천히 눈을 뜨며 하벨과 마주했다.
솔직히 셋째가 있을 때도 언젠간 이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진실을 아버지께 들은 셋째가 어떤 반응을 할지, 자신에게 어떤 말을 퍼부을지 그게 무서워 셋째를 피하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괜찮았다.
넬시아는 일부러 목소리를 살짝 올리며 밝게 말했다.
"날이 춥네. 어서 출발하자."
하벨은 넬시아를 위해 우선 자리를 비켰다.
"누님이 준비됐다는데 나는 당연히 준비됐지."
라르웬까지 먼저 마차에 올라타자 하벨은 카샬, 레디나, 헤레스,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알려줄게. 내가 허락받은 선까지는."
저들에게도 당연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룬델의 허락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하벨 티에라와 엮어있지 않던가.
"…자, 잠시만요!"
하벨이 마차로 올라타던 순간, 어디선가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오자 카샬이 먼저 움직였다.
"…엘라힘 신관님입니다. 왕실 기사들과 함께 오네요."
카샬의 말에 하벨은 어리둥절했다.
엘라힘이 왜 갑자기 자신한테 오는 걸까.
'아직 시엘느에서 온 신관들 설득하려면 어려울……. 아.'
하벨은 곧 바안의 의도를 알았다.
지금 자신을 온갖 음흉한 이유로 배웅 온다는 이들을 싹 다 쳐낸 상황이었다.
그런 중에 티에라 가문 소속도 아닌 신성 국가 시엘느의 신관, 엘라힘이 오고 말았다.
엘라힘 옆에 이미 왕실 기사들이 있었고, 하필 자신이 요양이라는 핑계로 왕실을 벗어난 이때 왔다는 것 자체가 무얼 의미하겠는가.
'엘라힘과 에르티안 왕국 사이에 무언가 있고, 혼자 내 배웅을 할 정도로 친하다는 걸 알리자는 거지. 그렇지, 바안?'
친하지 않으면, 애초에 무슨 일로 얽히지 않았으면 이렇게 당당히 자신을 배웅하지 않았을 테니까.
"와. 저를 배웅해주러 왔습니까?"
그렇기에 하벨은 엘라힘을 정말 반겼다.
"이걸 전해주러 왔지만,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엘라힘이 숨을 가다듬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편지였다.
"…레놀드 왕국 인장입니다."
카샬이 옆에서 작게 말해주었다.
[레놀드? 레놀드 왕국에서 왜 대장한테 보내는 거야?]
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걸 전해주러 여기까지 오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요."
하벨은 시치미를 뚝 떼며 인장이 보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카샬에게 편지를 넘겼다.
"덕분에 몸이 정말 좋아졌어요. 이제 곧 뒤따라오실 거죠?"
엘라힘의 등장으로 자신을 보는 눈이 갑자기 늘어났기에 하벨은 마치 엘라힘과 자신 사이에 어떤 약속을 한 것처럼 꾸몄다.
"저를 치료해주신다는 말, 거짓말은 아니잖아요?"
"물론입니다. 저는 하벨 공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 신의 은총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하벨이 거짓이 아닌, 사실을 언급했기에 엘라힘 역시 진심으로 말할 수 있었고.
하벨은 한 발자국 엘라힘에게 나아가 작게 목소리를 냈다.
"조만간 전하께서 엘라힘 신관님이 절 구해줬다는 소문을 퍼트릴 겁니다."
"예?"
하벨은 엘라힘의 당황한 표정에 활짝 웃었다.
"일단 사실이잖습니까. 치료해주셨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꺼낸 말에 거짓은 없었다.
그걸 알지만, 엘라힘은 이를 어떻게 받아쳐야 하는지 표정을 관리하지 못했다.
하벨은 자연스럽게 엘라힘을 안았다.
"힘을 드리겠습니다. 본국에서도 죽지 않을 힘 말입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신관님을 고용하신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세요."
"감사… 합니다."
엘라힘은 그제야 감격에 찬 표정을 지었다. 멀리 봤을 때 대충 웃는 표정처럼 보이길 기대하며 한 발 뒤로 물러난 하벨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럼 나중에 봬요."
"나중에, 꼭, 꼭 뵀겠습니다."
엘라힘이 고개를 숙였다.
하벨은 손을 흔들어주고는 등을 돌릴 때쯤, 엘라힘이 다급히 그에게 걸어갔다.
하벨의 가슴팍에 이어지는 검은 연기가 보였다.
저걸 무시할 수 없었다.
"하벨 공."
"……?"
엘라힘이 손을 뻗어 하벨의 가슴에 올렸다. 그의 손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어어엇!]
아라가 깜짝 놀랐다.
"아플 겁니다. 용서하십시오."
팍.
엘라힘과 하벨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하벨의 눈동자가 커졌고, 엘라힘은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걱정하지 말거라.
분명 엘라힘이지만, 하벨은 그와 다른 누군가가 느껴졌다.
자신이 태어나 처음 느껴봤던 그 손길.
재수 없어.
하벨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벨에게 퍼져나가던 빛이 한순간 가슴팍으로 스며들자 마치 토닥이는 것만 같았다.
'여기는……. 용용이가 마법으로 침식을 막은 곳인데?'
"…어어."
칼리우스가 눈을 크게 뜨다 비틀거리는 하벨을 붙잡았다.
"지금 뭐……."
"쉿."
카샬이 언성을 높이자, 하벨은 그를 말렸고, 아라를 보았다.
"나오면 안 된다고… 말해줘."
[으, 으응!]
아라가 하벨에게 가다 말고 창문에 찰싹 붙었다.
[대장이 나오면 안 된대. 이유는, 어, 이 몸도 모르겠어!]
당당한 아라의 말에 하벨은 순간 피식거렸다.
"…많이 아프셨습니까?"
엘라힘이 걱정스레 묻자 하벨은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끼며 아예 활짝 웃었다.
"괜찮습니다. 방금은 통증은 평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그런데 뭐 하신 겁니까?"
"…치료였습니다. 조금 거친 치료죠."
"어떤 치료인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신관님?"
헤레스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하마터면 엘라힘의 멱살을 쥘 뻔했다.
"짙은 게 더 늘어나셨습니다. 이걸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그만 무례한 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뇨. 감사합니다.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이렇게 해주시니 늘 감사할 뿐입니다."
그제야 헤레스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아뇨. 저야말로 이번에 알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무능한지요."
엘라힘은 오히려 헤레스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즉위식 이후 하벨이 쓰러졌다.
그 소식에 그를 찾아갔지만, 신의 은총을 사용할 상태가 아니었다.
하벨의 몸은 이상할 정도로 좋아져 신의 은총을 쏟아부어도 티가 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헤레스의 손길이 닿자 치솟던 열도, 가쁘던 숨결도 차차 좋아지는 걸 보며 각자의 영역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엘라힘 신관님.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하벨이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예.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하벨은 엘라힘의 말을 들으며 조금 다급한 걸음으로 마차에 올랐고, 카샬이 손수건을 여러 개 꺼내 그에게 넘겼다.
문이 황급히 닫혔다.
하벨이 입가에 손수건을 대자 붉게 물들었다.
[왜, 왜 그러는 거야? 분명히 방금 치료를 받았는데?]
아라는 울상을 지으며 하벨의 등을 쓰다듬었다.
"…저놈이 너한테 뭘 한 거야?"
평소 조곤조곤하던 넬시아의 언성이 단번에 올라갔다.
방금 하벨의 부탁으로 가만히 있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하벨은 괜찮다는 의미로 손바닥을 내보였다.
"괜, 찮습니다. 침식된 부분이 자극되어서 그럽니다."
하벨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도 미리 말 좀 해주지.'
다음에 엘라힘을 보면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다. 기껏 해둔 연극이 엉망이 될 뻔하지 않았던가.
다시 마차 문이 열리자 하벨은 카샬에게 다른 손수건으로 감싸서 그에게 넘겼다.
"편지입니다."
"그래."
편지와 함께 약이 있자 하벨은 헤레스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카샬이 문을 닫았다.
하벨은 등받이에 기대 치솟는 화를 억지로 잠재우는 라르웬을 보며 말했다.
"화내지 마세요, 형님. 엘라힘 신관님은 정말로 나를 치료한 겁니다."
숨을 짧게 내쉰 하벨은 엘라힘이 넘긴 편지를 열었다.
"신관님이 너한테 준 거야?"
넬시아가 묻자 하벨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읽고 말해드릴게요."
―하벨 공. 저 샬룸입니다. 이렇게 편지로 적게 되어 몹시 긴장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줄부터 하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샬룸이 보냈다고?'
샬룸, 레놀드 왕국의 막내 왕자인 샤넬리움 레놀드였다.
얼마 전에 일어난 폭파 사건 때, 에르티안 왕국을 변호해주고자 레놀드 왕국으로 먼저 가지 않았던가.
―물 마법사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레놀드 왕국에 있는 모두가 몹시 기뻐하였습니다. 아니, 더 들떠서는 하벨 공을 만나고 싶어하더군요. 요새 부쩍 날이 추워져…….
하벨은 구구절절 이어진 사설을 대충 흘리고서는 본론을 읽었다.
―일단 좋은 소식을 말씀드리자면 설득은 성공했습니다. 레놀드 왕국이 에르티안 왕국을 상대로 폭파 사건을 들추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걸 해냈다고? 분명 실세는 아니라고 들었는데.'
뭔가 찝찝했다.
페트리오가 알던 소식이 바뀐 걸까. 아니면 샬룸이 레놀드 왕과 무언가 거래했을까.
―나쁜 소식으로 말하자면 레놀드 왕국에 폭파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원래라면 더 빨리 보내려고 했는데 어제 벌어진 폭파 사건에 편지가 다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조사 결과 에르티안 왕국에서 펼쳐진 폭발물과 유사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제 다급히 들었던 보고와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저는 이 폭파 사건이 결코 가벼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께서 오시는 날을 고대하며 여러 증거를 찾아놓고 있겠습니다. 하여 레놀드 왕국에서는 정식으로 하벨 공께 초대장을 보냅니다. 오시는 날짜는 편하실 대로 정해주시고 이쪽으로 답신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답신을 보낼 곳 역시 동봉했습니다.
하벨은 바로 편지 봉투 안을 살폈다.
'…진짜 초대장이 있잖아?'
어쩌면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었다.
바안이 준비가 일주일이 걸린다고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레놀드였으니까.
사실 말은 일주일이지만, 어쩌면 삼 주까지도 기다릴 수 있었다.
"너한테 초대장을 보냈다고? 레놀드에서?"
라르웬이 의심하며 손을 내밀었다.
편지와 초대장을 보여주자 넬시아와 함께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하벨은 괜히 웃음이 났다.
"그러니까요. 내가 좀 잘난 걸 알았나 봅니다. 뭐, 이 일은 뭐가 됐든지 간에 가볍게 시작할까요?"
이제는 말을 할 차례였다.
* * *
[…그, 그러니까 이곳이 원래 대장이 있던 곳인데, 대장이 죽어서…….]
아라는 갑자기 울먹였다.
[그래서… 하벨 티에라가 무슨 힘으로 대장을 빙의시켰는데, 그 협력자가 대장이 용왕이었을 때 가족이었던 '류아'라는 사람이고, 저기 왕실에서 정령들이 계속 싫어하던… 그 느낌이…….]
아라는 기어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대장의 몸이었다구……?]
"와. 똑똑한데 아라야?"
하벨은 감탄했다.
"…미쳤어, 진짜. 이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고? 너는 진짜, 진짜……."
라르웬 역시 눈시울을 붉히다 기어코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이미 넬시아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자신을 꼭 안아주었다.
"어떡해……. 이건, 이건 너무 잔인하잖아."
"괜찮아요. 내 머리는 류아가 가져갔거든요. 아,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긴 하네요."
하벨은 피시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하고 그만 웃었다.
"하벨."
그 모습마저 넬시아는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벨 티에라 역시 만만치 않아요. 누님과 형님들이 겪은 일들 역시요. 그 슬픔이 어떻게 내가 더 깊다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넌 그래도 돼!"
라르웬이 참다못해 소리쳤다.
솔직히 하벨이 겪은 일들의 일부만 모아도 책 여러 권은 나올 정도였다.
그걸 알면서도 평소처럼 웃고, 떠들다니.
막연하게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선을 넘어버렸다. 정말 제정신이긴 한 건지 걱정이 됐다.
"넌 그래도 된다고, 막내야."
"맞아. 너는……."
넬시아가 말을 멈추고 톰톰이 주는 정령수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였다.
쿠쿠쿠쿠!
땅이 일어나 마차를 감쌌다.
기기기기긱!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르웬이 루룸에게 정령수를 받아서는 넬시아와 시선을 마주했다.
넬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땅을 없애버리는 순간에 맞춰 라르웬이 문을 열고 놈을 향해 번개를 날렸다.
파지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