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266화 (266/415)

266화. 불길한 틈의 세계

* * *

"…허어."

바안은 찻잔을 꽉 쥐었다.

"갑자기 하벨 공께서… 하. 난이도를 너무 높이 올리시는데요? 지금 두통이 옵니다."

"그게 왕이신 전하께서 떠맡으셔야 할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벨은 바로 자신을 가리켰다.

"제가 이 나라의 위협이 될 수 있는, 마법사 협회와."

―도련님!

어제 갑자기 뛰어나온 레디나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몹시 기쁜 얼굴로, 아주 즐거운 소식을 가져왔다.

―방금 제가 마지막 지부장의 목을 베고 오는 길이에요. 도망간 몇 놈이 있지만, 나머지는 크라마가 추적하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도련님. 이게 기적이라는 걸까요? 세상이 너무 아름다운데요?

"검은 달까지 부쉈잖습니까."

하벨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제 이 에르티안 왕국에 남은 건 간부를 제외하면 없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암살자 지부는 없앤다고 아예 사라질 것도 아니니 머리를 쳐야만 했다.

검은 달의 수장으로 향하는 그 끈이 생긴 셈이었다.

"…하벨 공께서는 정말."

바안은 찻잔을 꾹 잡으며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세계의 멸망을 유도하는 자가 누구인지 밝혀졌고, 놈이 손에 쥔 게 무엇인지 알게 된 이상, 우선 적이 손에 쥔 것부터 부수는 게 먼저였다.

그걸 하벨이 먼저 해낸 것이다.

"정말 더 자신만만하셔도 됩니다. 오늘 다시 하벨 공이 에르티안 왕국을 위해 한 일이 가슴에 와닿았네요. 대체 공을 위해 뭘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그럼 휴식하라는 명령은……."

[아앗! 그건 안 돼!]

"그건 안 됩니다!"

아라와 바안이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예. 그냥 던져봤습니다."

하벨은 괜히 심술이 나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

'치사하게. 해준 게 많으면 그 명령이나 취소하지.'

"준비는 확실히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바안은 한껏 높아졌던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하벨을 지그시 보았다.

"그러니까, 제발 쉬세요. 다시금 말하지만, 명령입니다."

"그게……."

똑똑똑!

다급한 음성과 함께 카샬이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바안이 카샬을 재촉하자 그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왕실 기사가 전하를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 하세요."

묵직한 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전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왕실 기사가 바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보고하세요."

바안의 허락이 떨어지자 왕실 기사가 입을 열었다.

"대략 2시간 전, 레놀드 왕궁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왕자와 공주가 그 폭발에 휘말려 죽었고, 왕성의 피해 역시 상당하다고 합니다. 범인은 현재 모르며 그 폭발이……."

보고를 이어나가던 기사가 도중에 멈추자 아라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그 폭발이 왜요?"

바안이 되묻자 그제야 기사가 무겁던 입을 열었다.

"이번에 발생한 폭발 사건과 비슷한 폭발로 보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가보세요. 고생하셨어요."

바안은 기사를 물리며 잠깐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두통이 재차 몰려오는 것 같았다.

"미친……."

습관적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바안은 흠칫 놀라며 하벨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좋게 흘러가진 않네요. 범인이 하필 레놀드 왕국을 건드리다니."

아직도 폭파 사건의 범인이 코스모피안 왕국이라도 알려진 이상, 그들에게 너무도 분리한 상황이 또 발생하고 말았다.

"네. 만약에 레놀드에서 코스모피안 왕국이 범인이라는 말을 한다면. 에른스트의 말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제가 해외 나가는 걸 조금 더 서두르셔야겠습니다. 조만간 동맹국 하나가 날아갈 판이니까요."

하벨은 이불을 꽉 쥐었다.

전쟁이 터질 수도 있는 사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만약 전하의 말씀대로 또 범인이 코스모피안 왕국이 된다면 코스모피안 왕국 내부에 반드시 암살 사건과 폭파 사건, 이 둘을 엮을 수 있는 범인이 있을 겁니다."

―일단 코스모피안 왕국의 비밀 조직 중 이번 사건과 얽혀 있는 조직은 첫째 왕자, 레바놈 코스모피안과 얽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왕자, 레바놈 코스모피안."

―그리고 왕자 수족인 푸렐 텔르나가 이를 관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수족인 귀족 푸렐 텔르나."

하벨은 바안이 알려줬던 사실을 언급했고, 바안은 그런 하벨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이 둘이 범인임이 유력하니 지금 게리온, 그자의 도움이 필요할 때입니다."

코스모피안 왕국의 측근이자 현재 사절단의 대표, 그가 게리온이었다.

* * *

"…푸하핫!"

라르웬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설마하니 휴식하라는 명령이 떨어질 줄이야.

[그렇게 재밌어?]

루룸이 묻자 라르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넌 진짜 최고야, 막내야! 이런 명령은 처음일걸?"

"나는 하나도 안 기쁩니다. 전혀요. 오히려 다시 전하께 돌려주고 싶어요."

"큽……."

카샬 역시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헤레스 역시 왜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지 몰랐다.

"아니. 다들 왜 이렇게 웃어? 이게 그렇게 웃겨?"

하벨은 얼굴을 왈칵 구겼다.

아니, 지금 열심히 돌아다니는 칼리우스만이 웃지 않았다.

"카샬 넌 일 안 해? 지금 용용이만 돌아다니고 있잖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도련님. 선배는 이미 다 했고, 나는 지금 열심히 하고 있어!"

칼리우스가 잠깐 걸음을 멈추고 하벨을 보며 활짝 웃었다.

"보셨죠? 칼리우스는 착실한 시종의 길을 밟고 있습니다."

카샬이 얄밉게 말하자 하벨은 고개를 내리며 아라와 눈이 마주쳤다.

[이, 이 몸은 안 웃었어.]

아라는 활짝 드러낸 이를 앞발로 가렸다.

"너도 웃는 거 다 들었어, 아라야."

하벨의 말에 아라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바안 전하께서는 훌륭한 왕이셔. 그렇게 생각하지, 카샬?"

라르웬이 여전히 통쾌함을 드러내자 카샬은 허리를 숙인 채로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물론입니다. 전 평생 그렇게 현명하신 왕은 처음 봅니다. 정말로 닮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벨은 그 모습에 다시금 억울했다.

"아니. 내가 뭘……."

"드디어, 도련님께서도 쉬는 날이 돌아오시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하벨은 헤레스의 말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잘못한 게 많으니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도 바로 들어가기 마련이었다.

"제가 정말, 매번 도련님께서 돌아오실 때마다 가슴이 떨려서 이젠 전날 밤부터 잠이 오질 않아요."

[어엇. 이 몸이 자장자장 해줄까?]

아라가 헤레스를 토닥여주자 그녀는 활짝 웃었다.

"고마워요, 아라 님."

"미안해, 헤레스."

하벨은 순순히 사과했다.

요새 그럴 일이 많았던 건 사실이었고, 매번 자신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헤레스였다.

"아니에요, 도련님. 화도 나고 엄청 속상하고, 때로는 그냥 묶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헤레스가 도중에 방긋 웃었다.

"도련님께서 무얼 하고자 하는지 알았는데 어떻게 이 이상 말리겠어요? 이제는 그냥 제발 두 팔, 두 다리가 무사하시고, 어디 뚫린 곳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아예 해탈해버린 헤레스의 표정에 하벨은 고개를 내리며 밀려드는 머쓱함에 괜히 아라를 만지작거렸다.

"그, 오늘부터 쉬러 가잖아?"

"아, 그래요. 제게 희망이라는 게 남아 있었네요. 하아, 이게 행복이라는 거겠죠?"

방긋 웃는 헤레스는 조용히 안경을 올리며 하벨을 압박했다.

"이제 쉬시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겠죠? 상처가 마저 아물 시간도 있을 테고, 더는 피가 부족할 일도 없을 테고, 그리고……."

"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헤레스. 다음번에는 무조건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올게."

하벨이 살려달라며 말하는 소리에 헤레스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젠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도련님께 걸린 저주는 칼리우스 님마저 해체할 수 없으니까요. 의학적으로는 당연히 안 되고요."

"그건 맞아. 도련님이 저주라기에 다시 새롭게 접근해서 풀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어려워. 태어나서 처음 봤어."

칼리우스가 쪼르르 다가왔다.

"그럼, 용용이하고 헤레스가 하는 말은 뼛속까지 깊게 새겨들어, 막내야."

라르웬이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며 하벨을 지그시 보았다. 하벨은 곧바로 시선을 살짝 흘렸다.

"하,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어. 이건 헤레스가 해결하는 오미너스처럼 내가 풀어야 할, 숙제야!"

칼리우스는 두 주먹에 손을 꽉 쥐었다.

헤레스가 요새 풀고 있는 오미너스를 둘러싼 마법 역시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벨의 몸에 걸린 저 침식은 그것보다 더 어려웠다.

"아. 말이 나온 김에 해도 될까요?"

헤레스가 그제야 밝게 웃었다.

"어떤 말을 하려는 거야?"

괜히 여러 가지가 찔리기에 하벨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헤레스는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강하게 말했다.

"오미너스를 중화시킬 방법을 찾았어요."

"뭐?"

"물론, 아직 완벽한 건 아닌데요. 그래도 도련님께 제일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헤레스가 눈웃음을 짓자 그제야 안경에 가려진 그녀의 눈 그림자가 보였다.

"칼리우스 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아니야. 나는 한 거 없어. 헤레스가 여기랑 여기를 이으면 되냐고 물어봐서 그러면 된다고 말해줬을 뿐이야."

칼리우스가 헤레스의 말을 부정했다.

"오미너스는 내가 봐도 엄청 복잡했어. 원리와 구조를 모르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던데? 아니. 헤레스가 어……. 그거 뭘 펼쳤다고 하지?"

말하는 도중에 칼리우스의 손이 허우적거렸다. 손가락으로 열심히 네모를 만들며 도움을 요청했다.

[네모!]

아라가 힘차게 말하자 칼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그런 거야!"

[책? 책상, 방패!]

"아니."

"도면……?"

[도면.]

하벨과 루룸이 동시에 내민 정답에 칼리우스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응응! 응응! 헤레스가 도면을 만들었어. 이제 헤레스는 하나씩 채워나가면 돼! 나는 도련님이 걸린 저주의 도면을 만들어나갈 거고."

"예. 정확한 비유입니다. 이제 이 도면을 채우고 정확한지 아닌지 비교해야 하는 일이 남았지만요."

"엄청 대단한데, 헤레스?"

하벨은 헤레스를 치켜세우다 곧 고민에 빠졌다.

"그러면 이걸 음, 또 누가 도울 수 있으려나. 크라마도 마법사들을……."

"마법사 협회에 도움을 받을 거예요."

헤레스가 당당하게 말하자 하벨은 그대로 살짝 굳어졌다.

목구멍까지 괜찮냐는 말이 치밀어 올랐다.

"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그곳은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헤레스는 차분히 말을 꺼냈다.

그곳은 이제 예전에 마법사 협회가 아니었다.

며칠 전, 수도에 있는 한 가게에서 잠깐 헤일리스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불렀기에 고민하고 고민하다 하벨의 상태가 안정화된 후에 찾아갔다.

―미안합니다. …제가 미안해요. 몇 번을 말씀드려도 미안합니다.

헤일리스는 자신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몰랐다.

처음으로 헤일리스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역시 세뇌에 당했을 텐데.

―마법사 협회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근원은 오미너스입니다. 저 역시 너무도 증오스러운 존재입니다. 헤레스 씨. 이걸 없애기 위해서 마법사 협회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

세뇌 전과 너무도 다른 헤일리스의 부탁에 헤레스는 비로소 모든 게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자신은 기꺼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헤일리스 씨가 약속해줬거든요. 반드시 오미너스를 이 세상에서 지우겠다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믿어보려고요. 예전에 마법사 협회도 아니고, 도련님께서 바꾸신 곳이잖아요?"

헤레스는 하벨을 보며 웃었다.

하벨이 전부 바꿔버렸다. 모든 걸.

"그래서 말인데요, 도련님."

헤레스는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역시 마법사의 탑은 부러져야 아름답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렇지?"

하벨이 씩 웃었다.

"다음에는 같이 부러트리자. 몇 개 남았는지 몰라도 아직 남았잖아?"

"두 개 정도 남아 있습니다. 코스모피안 왕국과 레놀드 왕국입니다."

"두 개라고? 생각보다 적네?"

"네. 등록되지 않은 마법사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마법사가 생각보다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죠? 어쨌든, 에르티안 왕국에 있는 마법사 협회가 제일 커요. 도련님께서는 아주 훌륭한 일을 해내신 겁니다."

헤레스는 하벨이 해낸 일을 더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령들의 마음을 돌린 것도 하벨이었고.

마법사 협회에 반감을 품은 마법사들을 모은 크라마를 설득한 것도 하벨이었으며.

한때는 나라마저 뒤흔들던 몰락한 페트리오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 역시 하벨이었다.

"…그래도 다시는 최상층으로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카샬이 한마디 얹자 갑자기 아라가 울먹였다.

[이 몸은… 거기가 싫어. 엄청 싫어.]

"그래. 나도 네가 최상층으로 가는 건 반대야."

라르웬까지 웃음을 싹 지웠다.

하벨은 분위기가 가라앉자 어쩔 줄 몰랐다.

'카샬 너는 왜 그걸 건드려서는.'

똑똑.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하벨은 눈을 크게 떴다.

'레디나다!'

레디나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드르륵.

카트를 밀고 레디나가 걸어왔다.

"자, 다들 간식 먹고 하세요. 아가씨도 왔어요."

"레디나! 누님!"

하벨의 목소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무슨 일 있었어요?"

레디나는 의아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았고, 넬시아는 자신을 반기는 하벨의 행동에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미안. 이렇게 나를 기다릴 줄 알았으면 좀 더 대신들의 입을 틀어막았어야 했는데."

개같은 대신들.

넬시아는 다시금 생각하니 열이 받았다. 무슨 사사건건 시비인지.

"진짜 누님이 있어서 진짜 다행이야. 나는 그놈들 상대하고 있자니 책상을 다 쪼개버리고 싶다니까."

라르웬은 숨 막히고 질척거리는 회의를 알기에 몸서리를 쳤고, 루룸은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번에 그랬잖아? 나는 되게 재밌던데.]

"그럼 안 되는 거야, 라르웬. 내가 없으면 네가 처리해야지. 하벨이 나서게 할 거야?"

넬시아가 따끔히 라르웬을 혼냈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해외에 나가는 문제로 말싸움하는 거잖습니까? 사실 웃기긴 했습니다. 내 이야기인데 날 빼다뇨. 개같은 대신들을 처박을 자신 있습니다. 이참에 그냥 내가 갈게요. 말로 뺨을 맞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도록 하죠."

하벨이 즐거워하자 라르웬은 얼굴을 구겼다.

"어우, 그냥 내가 할게. 너를 풀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네."

"현명한 선택이야, 라르웬."

넬시아는 조금씩 하벨을 알아갔다.

하벨은 망아지였다.

절대로 고삐를 풀어서는 안 되는 망아지.

"누님."

하벨이 실실 웃으며 넬시아를 불렀다.

"그래."

"방금 전하한테 휴가 명령받아서 내 땅으로 갈까 하는데 같이 가요. 혹시 시간 되나요?"

하벨이 조금은 수줍은 듯이 말하자 넬시아는 조금 전 생각을 바꿨다.

하벨은 귀여운 망아지였다.

"그럼. 되고말고."

고삐가 필요한, 귀여운 망아지.

넬시아가 활짝 웃었다.

* * *

"…형님도 간다고요?"

하벨은 마차에 올라타기 전에 라르웬을 보았다.

배웅이 아니라니.

어제까지 그런 말이 없었을 텐데.

"왜요?"

하벨은 라르웬을 의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날뛰는지 아닌지 보러오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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