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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243화 (243/415)

243화. 술래잡기(2)

* * *

* * *

"…혹시 틈의 세계를 본 적 있습니까?"

마을로 향하는 숲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침묵이 그렇게 싫었는지 말을 걸 것처럼 보이지 않던 칼피오가 하벨에게 슬쩍 물었다.

하벨은 실실거리며 자신을 가리켰다.

"저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요?"

"싫어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하긴 그렇죠."

"그래서 틈의 세계를 본 적이 있습니까?"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칼피오는 왜인지 들떠 보였다.

"틈의 세계를 보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까?"

"그거 말고 틈의 세계가 열리면 그 속에 틈이 있잖습니까."

[오, 맞아. 거기 틈이 있어. 이 몸은 자세히 보지 못했어. 가까이 가기엔 너무 무섭잖아?]

아라가 칼피오의 말에 긍정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칼피오."

아라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릴 때쯤, 라르웬이 칼피오를 불렀다.

"또 그 소리야?"

라르웬의 미간이 구겨졌다.

설마하니 그 이야기를 하벨에게까지 꺼낼 줄은 몰랐다.

왠지 불안한 것도 한몫했고.

"그러니까요. 그만 좀 하세요. 저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란 말입니다."

엘란까지 괴로워하며 말하자 칼피오는 콧바람을 세게 내쉬었다.

"나 말 좀 하자."

"지금 잡담할 때가 아니잖아."

라르웬까지 말리자 하벨은 칼피오가 무슨 말을 할지 더욱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그렇게 말리고, 뜸을 들이는 겁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르웬이 고개를 가로저었고, 곧 칼피오를 언짢게 바라보았다.

"달님은 외부인이야. 쓸데없는 말로 마음을 흔드는 건 물론, 틈의 세계와 관련된 정보를 외부로 흘리는 건 규칙에 어긋날 텐데?"

"내 유일한 무용담인데 이렇게 입을 막는다고? 달님이 잠깐이나마 우리랑 함께할 텐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입도 무거워 보이고."

'…아. 무용담이라면 참기 어렵지.'

하벨은 그제야 왜 칼피오가 들떠 보였는지를 이해했다.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말했다면 오랜만에 자랑할 사람도 생겼겠다, 왜 신이 나지 않을까.

"말해 봐요. 무용담을 참을 수 있겠어요?"

하벨이 살살 긁자 칼피오는 으쓱거렸다.

"사람을 긁는 재주가 대단하십니다. 이거 참기가 좀 어려운데요?"

"저기 마을이 보이긴 한데, 이야기 하나쯤 들을 시간은 충분해 보입니다."

하벨은 손가락을 들어 언덕 아래에 보이는 마을을 가리켰다.

마을에는 페트리오가 미리 준비한 가면단 일원이 있었다.

자신은 그저 누군가를 찾는 척하며 미리 준비된 가면단들과 함께 검은 달이 있는 지부 중 이곳과 가장 가까운 곳까지 동행할 생각이었다.

그 후에 가면단들은 물러가는 척하고, 다시 자신과 합류해 지부를 털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겠지.

'어차피 지금 클로저들은 검은 달을 홀리는 미끼로 필요하니까.'

하벨은 지금도 마법사들의 손에 하나씩 무너지고 있는 검은 달의 지부를 얼른 보고 싶어졌다.

암살자가 강한 순간은 표적이 방심했을 때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 습격은 자신들이 벌였고 마법사들이 가진 힘은 언제나 강했다.

얼마나 화려하게 부숴버리는지 기대 중이었다.

"틈의 세계에는 말이지."

"칼피오."

칼리오가 입을 열자마자 라르웬이 다시금 칼피오를 말렸다.

'왜 저러지?'

하벨은 이상하다 싶었다.

마치 자신에게 이 이야기를 절대로 들려줄 수 없다는 어떤 각오마저 엿보일 정도이지 않은가.

[루룸.]

아라가 머뭇거리다 루룸을 불렀다.

[미안해, 아라야. 라르웬이 싫다면 나도 알려줄 마음은 없어. 이건 라르웬의 문제니까.]

루룸은 실망한 표정을 짓는 아라를 쓰다듬어주었다.

"…알았어, 알았어.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오늘따라 너 좀 과해."

칼피오는 라르웬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며 뒷덜미를 긁었다.

비록 달님을 데려온 건 라르웬이었지만,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은 듯한 모습에 한편으로 안심이 됐다.

혹시나 달님하고 라르웬이 사전에 어떤 계략을 꾸미거나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으면 어쩌나 싶었다.

"덕분에 살았네요, 라르웬 형님."

엘란이 안도하며 숨을 내쉬었다.

그는 곧 하벨을 보며 씩 웃었다.

"그 이야기라면 차라리 안 듣는 게 나아요. 나중에 칼피오 씨한테 그 말을 듣게 된다면 라르웬 형님한테 고마워할걸요?"

"이제 저에 대한 의심이 좀 가셨습니까?"

하벨은 자신에게 친근한 척 구는 엘란을 자연스럽게 받아주었다.

"…그런, 음, 미안하게 됐습니다. 아까 브란스 형님이 하신 말처럼 클로저들에게 습격이라는 게 흔한 일이 아니어서요."

"그렇죠. 보통은 틈의 세계가 나타난 뒤에 이를 수습하는 쪽으로 일을 하잖아요."

"예. 틈의 세계는 언제, 어떻게 나오는지 예측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지금도 나올 수 있고요."

엘란은 측은함이 담긴 표정을 지었지만, 적어도 하벨 자신의 눈에는 연기하는 게 똑똑히 보였다.

"그렇죠. 지금도 나올 수 있겠죠."

하벨은 대답하며 문득 라르웬이 꺼낸 말을 떠올렸다.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틈의 세계가 네 주변으로 열린 것 같아.

틈의 세계가 자신의 주변에서 열린다는 그 말. 다시 떠올려도 찝찝했다.

"예. 지금도 말이에요."

일순간 엘란의 눈동자에 어린 어떤 기대에 하벨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이 무척 간절해 보였으니.

'미친놈이네, 저거.'

하벨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 * *

[우와아……!]

아라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했다.

마을 광장에 어딜 보아도 꽃무늬가 가득한 등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가게 앞에 달린 등도, 사람들이 손에 쥔 등에도 커다란 꽃밭처럼 보여 너무 예뻤다.

하벨은 때마침 소소한 축제가 열린 마을의 모습에 칼리우스가 눈에 밟혔다.

어떤 마을에서 가면단과 합류할지는 페트리오와 정했지만,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건 몰랐다.

―거기가 좋겠습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배치할 자신도 있고요.

왜 페트리오가 자신만만했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용용이를 데려올 걸 그랬나. 엄청 좋아했을 텐데.'

아마 칼리우스라면 마을 광장 구석에 가만히 서서 사람들이 환히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덩달아 활짝 웃고 있을 테지.

[용용이가 왔으면 엄청 좋아했을 텐데.]

아라가 자신이 생각했던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엄청 좋아했겠지. 아라 너도 그렇고, 용용이도 마을 가는 걸 되게 좋아하잖아?]

루룸이 꺼낸 말에 아라는 잠깐 시무룩해졌다.

이렇게 즐겁고 예쁜 걸 자신만 보다니.

[대장, 있잖아……. 축제는 보통 막 며칠씩 하곤 하니까 이번 일이 끝나면 나중에 용용이랑 같이 오고 싶어. 그래도 돼?]

아라는 여러 꽃무늬로 칠해진 등을 살짝 건드리며 조심스레 하벨을 바라보았다.

하벨은 주변을 살핀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자신도 그럴 생각이었다.

[안녕. 예쁜 리본이네.]

불쑥 등장한 정령이 아라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도 축제 구경하러 왔어?]

정령의 물음에 아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으응. 축제를 구경하러 온 건 아니야. 이 몸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여기에 왔어.]

[중요한 일?]

[응. 아주아주 중요한 일이야. 그런데 진짜 등이 예쁘다.]

아라의 두 눈이 감기자 정령은 이빨을 내보이며 웃었다.

[혹시 그거 알아? 이 등에 그려진 무늬는 매년 다르다? 몇 년간은 부정한 것들 때문에 오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사라졌어. 그래서 나도 마지막으로 보러 왔어.]

정령이 아라처럼 꽃무늬가 가득 들어간 등을 건드리며 활짝 웃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하벨을 바라보는 정령의 눈에 묘한 불쾌감이 어렸다.

[으음.]

불쾌함과 좋은 냄새가 뒤섞인 이상한 인간이었다.

[그건 대장이 없애줬어!]

정령의 눈을 본 아라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대장이라고? …설마 저 인간이 말이야?]

[맞아! 대장은 하벨 티에라야. 들어봤지?]

[……!]

정령의 눈빛이 그제야 달라졌다.

[하, 하벨… 티에라라고? 그러고 보니… 저 가면.]

정령은 자신의 입을 가렸다.

하벨 티에라한테 불쾌하면서도 불길함이 풍긴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자신이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

[…미안해. 미안해, 하벨. 너도 축제를 보러 왔을 텐데. 나 때문에 기분이 안 나빴으면 좋겠어.]

정령은 당장 하벨한테 사과했다.

하벨 티에라가 자신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걸 모르는 정령들이 어디 있을까.

―하벨이 우리를 위해 애를 쓴 만큼 우리도 하벨한테 잘해야 해. 다들 알고 있잖아? 우리를 이렇게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정령사가 정말 드물다는 걸.

모처럼 희망이 생겨났다. 하벨 티에라가 밟아온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당장 부정한 것들이 사라진 오늘처럼.

―하벨은 있지, 아주 예뻐. 푸르른 바다를 닮았어. 가끔 달 문양이 가득 들어간 가면을 쓰고 돌아다녀. 하벨한테는 으음, 이상하게도 생소한 불쾌함과 불길함을 풍기니까, 이걸 언급하지 말기. 꼭 기억해. 꼬옥.

원래는 아니었지만, 며칠 전부터 정령들끼리 어쩌다 마주하면 서로에게 어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전해주는 절차가 생겨났다.

그중, 가장 처음 들은 말은 바로 저 사실이었을 텐데.

"괜찮아."

라르웬이 정령을 보며 하벨 대신 말을 꺼내주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하벨이 자신의 동생이라는 걸 마음껏 자랑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렸다.

[…하벨.]

정령이 슬쩍 하벨을 불렀다.

하벨의 시선이 닿자 정령은 말을 이어갔다.

[부정한 것들을 없애줘서 고마워. 정령들이 모인 그곳으로 가기 전에 축제를 보고 싶었거든.]

정령은 그대로 하벨에게 달려들어 그를 안았다.

살짝 거리감 있을 때 느꼈던 불길함이 싹 사라지고 바다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어?]

정령은 깜짝 놀랐다. 이대로 계속 안고 싶을 정도로 너무 포근하지 않은가.

정령이 하벨에게 얼굴을 비볐다.

찌르르.

하벨은 정령과의 교감은 물론,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활짝 웃었다.

이런 자신의 감정을 느꼈을까, 정령 역시 해맑게 웃으며 다시금 자신을 안아줬다.

[이, 이 몸도 대장을 안을 거야!]

꼬리를 바짝 세운 아라는 아랫입술을 바짝 올리며 반대쪽에서 하벨을 안았다.

하벨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대장은 이 몸 거야, 라는 아라의 간절함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반드시 도우러 갈게. 아, 저기 간판이 분홍색인 가게 보여? 저기 설탕으로 만든 것들이 엄청 맛있나 봐. 인간들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칭찬하더라고.]

정령이 알려준 정보에 하벨은 벌써 입안에 침이 고이는 기분을 느꼈다.

'간판이 분홍색인 가게.'

하벨은 자신에게서 떨어져 손을 흔드는 정령을 본 뒤에야 다시 발걸음 속도를 높였다.

"우선 나눠서 움직이는 게 어떻습니까?"

광장을 무작정 걷다 말고 칼피오가 제안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벨은 사전에 약속된 장소에서 물건을 옮겨 담는 척하는 가면단을 보며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신을 눈치채자마자 물건을 옮기던 누군가가 가면을 대놓고 꺼내 보이고는 걸어가고 있었다.

"제일 빠른 방법이 저기에 있는데요. 잠깐 갔다 오겠습니다."

하벨이 돈주머니를 꺼내 흔들었다.

찰랑.

동전이 부딪치는 소리에 엘란과 칼피오가 눈을 크게 떴다.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벨은 슬쩍 돈주머니를 열었다. 안에는 죄다 금화가 가득했다.

[우오오오오옵!]

아라가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돈주머니로 달려들자 루룸이 필사적으로 아라를 붙잡았다.

[진정해! 진정하라고, 아라야!]

꽈악.

하벨은 속으로 깜짝 놀라며 돈주머니를 닫았다.

[…어업!]

아라가 뒤늦게 정신을 차려선 꼬리를 꽉 쥐었다.

[이, 이 몸한테도 아주 멋진 금화가 있어. 지금은 꺼낼 수 없지만.]

아라의 눈동자가 자꾸만 돈주머니를 향했다.

일부만 돈이지 나머지는 아라한테 주려고 산 초콜릿이었다.

아라를 위한 금화는 제작 주문했기에 아직 오기엔 시간이 걸렸다.

물론 아라에게 말한 적은 없었고.

"제가 돈이 많거든요. 혹시 돈을 걱정하셨나요?"

하벨이 실실거리자 칼피오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내내 클로저를 만나고 싶었고, 이렇게 함께했으니 왜 기쁘지 않겠습니까?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냅니다."

하벨은 천연덕스럽게 다시금 돈주머니를 흔들며 가면단에게 다가갔다.

대화하는 척하다 하벨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준비는 됐나?"

"물론입니다. 모든 준비는 마친 상태입니다."

"좀도둑이 나한테 남긴 말은?"

"다치지 말고, 앞에서 움직이지 말고, 전부 잘 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 말을 남기셨습니다."

[우와. 좀도둑이 진짜 바르고 고운 말만 남겼어.]

아라가 반가워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저게 뭐야?'

하벨은 잠깐 멍한 느낌에 가만히 있었다.

저 말을 설마하니 가면단 일원을 통해 들을 줄이야. 그 말을 전달한 페트리오는 지금 얼마나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 눈에 훤했다.

'다들 안 데려오길 잘했네.'

하벨은 안도했다.

"돈 주셔야죠."

가면단의 재촉에 하벨은 그제야 금화를 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먼저 움직이겠습니다."

금화를 받은 가면단은 하벨에게 고개를 숙인 뒤에 빠르게 철수했고, 하벨은 라르웬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됐습니까?"

짐을 싣던 마차가 금방이라도 출발하려고 하자 라르웬이 물었다.

"역시 돈이 좋긴 좋네요. 잘 해결됐습니다. 숲에서 합류하기로 했고, 이제 돌아가면 됩니다."

하벨이 한 걸음 떼다 말고 문득 정령이 꺼냈던 말이 떠올랐다.

"아. 그전에 잠깐 저기에 들렀다 가도 되겠습니다?"

하벨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가게 간판 색이 분홍으로 가득했다.

[그럴 줄 알았어.]

[이 몸도 그렇게 생각했어.]

루룸과 아라가 낄낄 웃었고, 라르웬은 자연스럽게 움직일 뻔한 발을 멈추고 물었다.

"저기를요?"

"왠지 맛있는 게 가득한 가게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좋아요."

엘란이 하벨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거리 간격을 재는 것처럼 느껴져 찝찝했으나, 하벨은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며 가게만 바라보았다.

'저곳에 그렇게 맛있는 게 많다고?'

소곤소곤.

갑자기 물이 웅성거렸다.

화르르륵!

잠깐 꺼졌던 랜턴에 검은 불꽃이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하벨은 깊게 경계하며 엘란을 바라보았다.

'놈이…….'

아니. 엘란이 아니었다.

쩌어억.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소리.

그리고 익숙한 모습에 하벨은 단번에 얼굴이 구겨지는 걸 느꼈다.

'…틈의 세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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