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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237화 (237/415)

237화. 토닥토닥(2)

* * *

라르웬도 그렇고 넬시아까지 퍽 진지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러 왔길래 이렇게 진지합니까?"

하벨이 장난스레 묻자 라르웬은 그의 상태부터 바라보다 부드럽게 말했다.

"성질 안 낼게. 약속해, 막내야."

"……."

하벨은 라르웬답지 않은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세상에.

라르웬이 성질을 내지 않다니.

"어디… 아프십니까? 그게 아니면 왜 그런 겁니까?"

"네가 마법사 협회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데 내가 성질을 내면 되겠어?"

"기특하네, 라르웬."

넬시아가 라르웬의 말에 싱긋 웃었다.

라르웬은 콧바람을 내쉬다 팔짱을 꼈다.

"누님. 이건 기특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지. 잘했어, 하벨. 진짜 잘했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칭찬에 하벨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에 쥐었다.

"머리카락… 안 잡습니까?"

"지금 머리카락을 잡아서 뭐하게? 이미 일은 저질러놨으면서. 기왕 저지르는 일, 화끈하게도 처리했다며?"

"그렇긴 한데……."

"미안해, 하벨. 갑자기 이렇게 나와서 얼마나 당황했을까."

넬시아가 미안함을 드러내며 하벨을 보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사실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너를 혼내려고 온 게 아니야. 오히려 사과하러 왔다는 게 맞겠지."

넬시아가 하벨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하벨. 이번 마법사 협회 일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너한테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형님이랑 누님이 왕실을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도움이 필요했다면 내가 먼저 도와달라고 말했을 거예요."

넬시아는 자신들을 감싸는 하벨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얼굴이… 많이 상했네."

"많이 상한 수준이 아니지.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잖아?"

라르웬이 한마디 거들자 넬시아는 가볍게 웃었다.

"우린 네가 마법사 협회를 습격했고, 성공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

"아. 그럼 마법사 협회를 차지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듣고 싶어서 찾아왔습니까?"

하벨의 물음에 라르웬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막내 너한테 미안하고, 네가 걱정스러워서. 아무래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테니까. 그래서 보낸 거였어."

"그건 그렇죠."

이미 자신이 마법사의 탑에 떨어진 걸 그들이 보고 말았다. 여기서 무슨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어쩐지 숙연해진 하벨의 표정에 라르웬이 넌지시 물었다.

"방금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더라. 무슨 일이 있었지?"

"…있었어요."

하벨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힘들었겠네."

속삭이듯 들려오는 넬시아의 말에 하벨은 이상했다.

속이 이상해졌다.

마치 룬델하고 통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눈치를 살피다 천장을 바라보았다.

"…몸을 돌려줄 방법을 찾으러 갔어요."

"그래."

라르웬은 왜 그랬냐고 다그치지 않고 가만히 들었다.

차마 자신들을 보지 못하는 하벨의 시선에 넬시아는 자신이 하벨에게 퍼부었던 그 말이 생각이나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와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지만 그 이유로 마법사 협회를 무너트린다는 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유에 가까웠다.

자신이 하벨을 저렇게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을까.

넬시아는 마음이 아팠다.

"없었어요. …어디에도 방법이 없었어요."

점점 기어가는 듯한 하벨의 목소리에 넬시아는 잠깐 손에 힘이 들어갔고 라르웬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막내야."

"나는… 이 몸을 돌려주려고 했어요. 정말로요."

"알아. 아니까 괜찮아."

일그러지는 하벨의 표정에 라르웬은 그가 너무도 안쓰러웠다.

정말 왜 이렇게 꼬여버린 걸까.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이 어그러짐에 가장 많은 상처를 받은 건 하벨일 텐데.

"너는 진짜 최선을 다했어, 하벨아."

라르웬은 살짝 실소가 나왔다.

"일찌감치 놔버린 나보다, 훨씬 더."

"아뇨. 놔버린 게 아니라 오해가 생겼을 뿐입니다. 몰랐잖아요."

하벨은 자책하는 라르웬을 말렸다.

"그것도 못 할 짓이었지. 너한테도, 셋째한테도."

라르웬이 입에 담은 말에 하벨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왜 그렇게 봐? 셋째가 널 불렀으니, 네가 막내잖아. 순서대로 해야지. 혹시 그게 불만이라면 그러게 더 빨리 우리 곁을 찾아오지 그랬어?"

키득거리는 그 웃음에도 하벨은 오히려 얼굴을 더욱 일그러트릴 뿐이었다.

"이틀 전에 아버지하고 이야기를 나눴어. 널 막내라고 하고 싶다고. 물론, 네가 승낙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지만, 나는 찬성했어."

넬시아는 하벨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셋째의 자리도 그대로 있고, 막내도 생기는 셈이니 자신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왜… 대체 왜 날 가족이라고 받아주는 겁니까?"

하벨은 의문을 정말 가득 담겼다.

이 집 사람들은 정말 이상했다. 자신이 이상한 자들을 많이 봤다고 자부했지만, 제일 이상했다.

"네가 남이라서? 아니면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아서?"

라르웬이 던진 말에 하벨은 입을 벙긋하지 못했다.

어느 쪽도 맞는 말이 아닌가.

물론, 남을 가족이라 받아들이는 자들을 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상황만큼 이렇게 꼬이진 않았다.

"막내야. 셋째도 내 진짜 동생이 아니라는 걸 아버지한테 들었잖아?"

이틀 전에 룬델과 통화하면서 하벨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는 걸 알았다.

하벨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예상하니 걱정이 밀려와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연락하다 말고 갑자기 울컥해 '미친놈아'라는 말을 꺼내고 말았는데.

―…하지만 그것만큼은 아직 말하지 말아 주렴. 이미 하벨이 가진 죄책감이 너무도 크구나. 그 죄책감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줄어들 때까지 기다려주겠더냐? 나는 말이다, 라르웬. 내 아들을 더는 잃고 싶지 않단다.

뒤이어 룬델이 꺼낸 말을 떠올리며 라르웬은 더욱 차분해졌다.

슬픔을 수치로 나타낼 수 없지만, 누가 가장 마음이 아프겠는가.

"들었… 습니다."

하벨이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자 넬시아가 안쓰러움을 삼키며 말했다.

"네가 밀어낸 게 아니야. 몇 번을 말해도 그래. 그러니까, 괜찮아. 네가 좋다면 우리한테 다가와도 돼."

"그래. 우리는 널 가슴으로 받을 준비가 됐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거였어."

라르웬도 넬시아도 눈동자에 어떤 기대를 품었다.

하벨은 그 눈빛이 너무도 무서웠다.

누군가 친 울타리 안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두려웠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또 잃어버린다면.

또 자신만 남는다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몰려와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럼 하벨 티에라는요? 진짜… 포기하실 겁니까?"

딱!

이마에서 느껴진 따끔한 감각에 하벨은 멍한 눈으로 라르웬을 보았다.

평소와 달리 라르웬의 눈동자에는 참았던 슬픔이 넘실거리는 것 같았다.

"포기가 아니야. 몇 번이나 말하지만, 포기가 아니라고."

라르웬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정말 나랑 아버지가 아무런 방법을 찾지 않은 것 같아?"

"찾고… 있었습니까?"

"그래. 왜 찾지 않겠어? 간절했어. 너만큼이나 간절했단 말이야. 내가 아버지를 대신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묻고, 찾고 정령들에게 물어보고 별짓을 다 했는데 없었어."

"왜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하벨의 언성이 올라갔다.

혼자 찾는 것보다 같이 찾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좌절감이 덜했을지도 몰랐다.

"그걸 너한테 어떻게 말해? 셋째가 돌아오면 너는?"

라르웬은 당장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언성을 높이지 않으려 이를 악물며 말을 이어나갔다.

"셋째가 돌아오면 네가 사라지잖아……?"

자신도 말하면서 기가 차는지 라르웬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건 내가 용납 못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용납할 수 없어."

"그게 왜 말이 되지 않습니까? 내가 가는 게……."

꽈악.

하벨은 손등에 느껴지는 압박에 시선을 돌려서 넬시아를 보았다.

"셋째는… 못된 동생이야. 어느 날, 훌쩍 찾아왔고, 이젠 훌쩍 떠났잖아? 분명 말렸겠지만, 그래도 어떤 이유로 떠나야 한다는 걸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보다 덜 슬플 텐데."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넬시아는 시선을 올려 눈을 마주쳤다.

애써 미소를 짓는지 입꼬리를 부들거렸다.

팔찌에 달린 랜턴이 천천히 흔들렸다.

"미안해, 하벨. 내 말 때문이지? 내가 했던 말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 마. 내가 셋째한테 잘못한 게 많아서 그랬어. 너한테 화풀이한 거고, 그래서 온갖 상처 줄 말을 꺼냈던 거야."

"그건 괜찮습니다. 더한 말도 들어도 됩니다. 하지만 내가 가야 하벨 티에라가 돌아올 수 있다면 그래야 합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내 말이 심했지만, 그렇다고 네가 셋째를 대신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어지는 건 아니야."

넬시아는 셋째와 똑같은 얼굴을 하지만, 전혀 다른 표정을 하는 모습에 다른 사람임을 다시금 확신했다.

후회는 한 번으로 충분했다.

"너는 충분히 고통받았고, 더는 희생하지 마.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러니까 설령 방법을 찾았을지라도 널 희생한다는 전제가 있었다면 나도 말렸을 거야."

"하지만… 하벨 티에라는 형님과 누님을 위해 절 이 몸으로 불렀습니다."

하벨은 목이 바짝 타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일 수밖에 없었다.

"하벨 티에라는 자신을 희생했다고요."

"어떤 이유라도 누군가를 희생시킬 행복이라면 없는 게 나아. 그게 설령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말이야."

넬시아는 웃음기를 지우고 과감하게 말을 내려놓았다.

셋째가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아직도 몰랐다.

몰랐지만, 넬시아는 모든 걸 희생하고 있는 하벨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고마워, 하벨. 셋째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해줘서."

화르르륵.

랜턴에 빛이 켜졌다가 사라졌다.

무슨 의미일까.

하벨은 이상하게도 지금 자리가 점점 편해졌다.

"막내야."

라르웬이 조용히 하벨을 불렀다.

"…예."

"네 죄책감은 오늘 이 자리에서 던져버려. 하지만이라는 말도 쓰지 말고, 안 된다는 말도 하지 마."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야."

"내가…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래. 넌 그래도 돼."

몇 번이고 이어진 라르웬의 말에 하벨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

또 이 말을 듣고야 말았다.

가슴이 너무도 일렁거려왔다.

"막내야."

"예."

하벨이 울먹이며 대답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혹시 너는 셋째를 만난 적이 있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하벨은 그 물음에 그저 라르웬을 바라보았다.

"만약 만날 수 있다면 나 대신 꼭 때려줘라. 그렇게 안 봤는데 의리가 너무 없네. 무슨 작별인사도 없이 가는지."

깜빡깜빡.

랜턴에 빛이 켜졌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많이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그 말도 꼭 전해줘. 그땐 내가 어렸다고 해도 셋째는 더 어렸는데, 형다운 노릇도 제대로 못 했으니까. 이게 대체 뭐가 어렵다고."

라르웬은 자기 스스로를 비웃었다.

"철없고, 모자란 형이라서 미안하다고 전해주면 좋겠어."

흔들흔들.

또 랜턴에 불이 흔들렸다.

"…하벨. 어쩌면 부담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내 말도 전해줄래?"

하벨은 넬시아의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덩달아 랜턴의 빛이 더욱 흔들렸다.

"널 원망했지만, 그보다 더 좋아했다고. 나한테 꼭 보물처럼 소중했다고. 내가 잘못한 게 너무 많아서. 널… 죽이려 했던 그 기억 때문에 무서워서 더 다가가지 못했다고."

점점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모습에 하벨은 넬시아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넬시아는 따스한 손길을 맞으며 겨우 뒷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전해줄래?"

"전할게요. 형님 말도 누님 말도 꼭 전할게요."

사실 하벨 티에라가 모든 걸 듣고 있었다.

그래서 하벨은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잘 듣고 있는가, 하벨 티에라?'

하벨은 랜턴을 보았다.

'저들은 너를 정말 사랑했다.'

아주 많이.

정말 많이.

하벨은 파르르 떨리는 랜턴의 불꽃이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휴. 말이 길어졌지만, 꼭 하고 싶었어. 이제 엉뚱한 곳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좌절하지 말라고. 이 말이 너한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어쩐지 라르웬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 같았다.

"형님."

"알아, 막내야. 네가 느낄 그 감정이 한 번에 벗겨지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너를 받아들일 거고, 너도 이제 그만 편해지면 좋겠다."

라르웬은 손을 내밀었다.

일그러졌던 하벨의 미간이 천천히 퍼졌다.

"가주님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그래.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야. 물론, 어렵겠지. 우리하고 말을 나눈 것처럼 아니, 더 많이 아버지하고 말을 나눠야 할 거야."

하벨은 물끄러미 라르웬이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당장 잡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저 손은 룬델에게 모든 걸 다 말한 뒤에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요."

그렇기에 하벨은 두 사람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손을 잡지 않았지만, 두 손을 꼭 쥔 것처럼 손아귀에 무언가 가득한 기분마저 들었다.

한 번도 아니고, 무수히 많은 손길을 내뻗는데 이걸 어떻게 외면할까.

"그래. 나도 고마워. 진심으로."

라르웬은 하벨의 마음을 생각해 손을 내렸다.

이는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니.

그저 자신들을 보고 환하게 웃는 미소면 충분했다.

하벨이 자신들을 위해, 셋째를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와……. 술이 고프네. 이걸 맨정신으로 말했다니."

라르웬은 그제야 술이 땡기기 시작했다.

솔직히 맨정신으로 꺼내기에 낯간지러운 말이었다.

"그렇지. 나는 이미 닭살이 돋아났어."

넬시아는 차분히 자신의 소매를 걷었다.

우르르 올라온 닭살이 보였다.

"푸하핫. 겨우 이 말로 닭살이 돋았어?"

라르웬이 웃자 넬시아는 당장 그의 소매를 들췄다.

"나랑 똑같네, 라르웬?"

넬시아의 입꼬리가 길어지자 라르웬은 괜히 민망해 말을 돌렸다.

"크흠. 마, 막내야. 너는 어디에서 왔는데?"

"몰라요. 의식을 들 때, 그저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었어요."

"바다… 라고?"

넬시아가 놀라며 물었다.

"나는 용왕이거든요. 모든 물과 바다의 지배자였죠."

"으음. 용… 왕이라 되게 생소한 말인데. 원래는 나보다 나이가 많겠네? 나한테 누나라고 부르는 거 괜찮겠어?"

"나이는 많아요. 훨씬 많이요. 카샬한테 놀림당하는 게 싫어서 아라한테도, 모두한테도 그렇게 말했는데요, 사실 아니에요."

"아니라니?"

라르웬이 물었다.

"나머지는 그저… 음. 어쨌든, 내 나이니까 내가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하는 건 15년쯤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라면?"

"모르는 게 좋을 텐데요?"

라르웬의 물음에 하벨은 미소를 길게 늘어트렸다.

"그래. 그래 보이네. 아주 수상해. 찝찝함을 느낄 바에야 그냥 49일 차라고 생각해야겠네."

"어쩐지 처음 볼 때보다 많이 자랐더라니."

넬시아가 던지는 말에 하벨은 기겁했다.

곧 그녀의 웃음이 터졌고, 라르웬마저 낄낄거렸다.

'…망할, 카샬. 네가 쏜 화살이 여기서도 터지다니.'

하벨은 입술을 꽉 깨물며 손을 뻗었다.

이게 무슨 신호인지 몰라 라르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법사 협회가 무너졌으니 이제 클로저 차례가 아닙니까? 같이 손잡고 검은 달을 무너트릴 시간입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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