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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172화 (172/415)

172화. 아주 작은 틈부터

* * *

"물론입니다. 그 정보를 전해드리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페트리오는 말을 끝낸 뒤에 갑자기 느껴지는 포근함에 잠깐 말을 멈췄다.

이내 아라라는 걸 알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아라를 쓰다듬었다.

"대체 무슨 정보길래 그렇게 이름 짓는 실력이 형편없이 펼쳐진 편지에도 안 적어 놓은 거야?"

대놓고 찌르는 말에 페트리오는 가볍게 헛기침했다.

"이름 짓는 실력은… 아닙니다. 좀 급했습니다."

"연락용 아이템이 있잖아? 진짜 카샬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추신에 그렇게 쓰긴 했지만, 크라마의 실험에 휘말려서 부서졌습니다."

"실험?"

"그게 음. 동물 두 마리를 두고 동시에 바라보는 마법을 익힌다고 했는데, 실패한 나머지 동물들이 도망가고, 도망간 동물들을 같이 잡다 크라마가 제 연락용 아이템을 밟아버렸습니다."

페트리오는 그때를 떠올리는지 살짝 이를 악물었다.

연락할 일이 있어 연락용 아이템을 쥐고 있던 참이었다.

크라마가 자신을 밀쳤고, 밟기까지 하다니.

"나한테 청구하라고 했겠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걔가 좀 뺀질거리더라. 어쩔 수 없지. 나한테 청구해."

크라마를 처음 만났을 때 붙잡힌 상황에서도 잘도 입을 놀리는 모습에 바로 알아봤다.

간을 그냥 배 밖으로 내고 산다는 걸.

"이미 청구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너도 알고 보면 참 뺀질거리네."

하벨이 피식거리다 곧 떠오른 생각에 느긋하게 말을 꺼냈다.

"네 편지에 마법사 협회가 또 거대 정화 장치 쪽으로 움직인다고 했지만, 아까 봤지? 이제 당분간 잠잠할 거야."

자신이 물 마법사일 수 있다는 사실에 마법사 협회가 다른 나라들의 관심까지 받게 됐으니 당분간 무슨 짓거리를 벌이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쪽은 당분간 발만 걸치고 마법사 협회의 장로를 찾는데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마법사 협회의 장로라는 말에 페트리오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자 하벨은 침대에 걸터앉아 발을 천천히 흔들었다.

뭔가 수상했다.

평소의 페트리오와 다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는 그,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습니다."

페트리오가 꺼낸 말에 하벨의 미소가 길어졌다.

"뭐가?"

"도련님께서 하얀 꽃을 바치러 간 순간부터 쭉 이어진 행동 전부 말입니다."

"이미 다 말했잖아."

"정말 하실 거라는 걸 알고, 그럴 거라는 걸 예상했어도, 보는 내내 진짜 말리고 싶은 생각이 가슴팍 너머까지 올라왔습니다."

페트리오는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려는 듯이 꾹 참고, 또 참는 게 대놓고 표정에 보였다.

아까도 페트리오는 저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몸은 대장이 되게 멋졌어!]

배시시 웃는 아라의 따스한 미소에 하벨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일로 기뻐하지 마십시오, 도련님."

페트리오가 인상을 찌푸리자 하벨은 억울함을 드러냈다.

"아니야. 아라가 웃어서 그래."

[맞아. 이 몸이 웃었는데?]

아라가 페트리오의 볼을 콕콕 찌르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이지만, 하벨은 왠지 자신보다 아라의 신뢰도가 더 높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좀도둑, 혹시 네가 알아낸 정보 말이야. 클로저랑 관련 있어?"

마차를 탔을 때 라르웬에게 들었던 클로저들이 틈의 세계에 나타난 이상 현상을 조사하고자 온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

"도련님.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페트리오의 얼굴에 갑자기 그림자가 졌다.

"그래."

"독심술을 익히셨습니까?"

"…너, 카샬이랑 닮아가네."

"취소하겠습니다.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카샬이라는 말에 페트리오는 깊은 불쾌함을 얼굴에 드러내며 빠르게 말을 바꿨다.

"도련님께서 예상하셨던 그대로입니다. 노랑이, 아니, 검은 달이 클로저를 처리해 달라는 한 의뢰를 두고 의견을 나누던 기억을 봤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페트리오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하벨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검은 달이 망가졌다고 해도 클로저까지 건드리다니.

틈의 세계에 나오는 괴물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 텐데.

무려 죽지 않는 괴물이었다.

"받아들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의뢰를 두고 내부에서도 말이 오가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만약에 놈들이 저 의뢰를 받아들인다면……."

하벨은 뒷말을 아꼈다.

이 세계에서 재난이라 말할 수 있는 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물의 오염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틈의 세계였다.

물의 오염만큼이나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라르웬이 위험하잖아!]

조용히 눈동자를 굴리던 아라가 꼬리를 바짝 세우며 말하자 하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르웬도 신경 쓰였지만, 클로저들이 입은 타격만큼 죽지 않는 괴물이 날뛰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끔찍했다.

자신도 이미 세 번이나 마주하지 않았는가.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일단 형님께 경고는 해두는 게 좋겠네."

"제가 라르웬 님에게 가겠습니다. 이만 쉬시죠."

"아니야. 내가 전하는 게 나아. 너는 지금 얼른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 또 엄청 움직여야 할 텐데?"

"지금도 충분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움직일 일이 있는 겁니까?"

"좀도둑. 나한테 왜 숨기는지 모르겠지만, 이쯤에서는 이제 말해줘야지."

"…예?"

"잡았잖아, 장로 말이야."

하벨이 흔들던 다리를 멈추고 입꼬리를 길게 늘어트렸다.

편지에도 그렇게 적혀 있지 않고, 페트리오가 어떤 말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하벨은 그가 장로를 찾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러지 않고서야 장로에 혈안이 되어 있던 크라마가 한가롭게 실험을 할 이유가 없었고, 자신이 장로를 언급할 때 페트리오가 놀랄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게."

페트리오가 말을 더듬자 하벨은 사실이라는 걸 확신했다.

"페트리오. 나한테 변명하지 말고."

"변명이 아닙니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 도련님께 이득일까 고민… 했습니다."

페트리오는 고개를 숙이며 허벅지 위에 올려둔 손으로 옷자락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내게 이득이 될 거라."

하벨의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래서 잡았어?"

"잡… 았습니다."

"그리고?"

점차 페트리오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고 옷자락에 잡힌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정화제 사건 때 잡은 마법사들을 심문했습니다."

"또 다른 정보를 얻었구나?"

"…예. 이번에 잡은 장로 말고 다른 장로의 위치까지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방금이라도 그냥 꺼냈으면 될 텐데. 이것도 내 이득을 위해서라면 조금 실망이네."

"아,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

페트리오는 다급히 고개를 올려 하벨과 시선을 마주했다.

절로 입이 바짝 말라갔다.

"하지만… 주춤거려졌습니다. 도련님께서 지금 집중하셔야 하는 순간이 아닙니까. 무엇보다 아직 장로에게 아무것도 캐내지 못했습니다. 날뛰는 걸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상태라, 이걸 말씀드리면 도련님께서 움직이시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 평소 네 행동을 생각해보자면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야. 내가 당장 장로한테 갈 가능성도 컸을 테니까. 그런데 페트리오."

하벨의 눈이 살짝 가늘어지자 페트리오도 그를 안아주던 아라도 살짝 몸을 떨었다.

"그건 내 사냥감이라고 말했잖아."

분명 웃음기를 띰에도 가늘어진 하벨의 눈과 그에게서 피어오른 위압에 페트리오는 다급히 말을 꺼냈다.

왕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강한 압박에 심장이 저절로 뛰었다.

개구쟁이처럼 행동할 때가 많아 한 번씩 잊고 있었지만, 이게 하벨의 진짜 모습이었다.

자신이 진심으로 머리를 조아릴 유일한 사람.

"맹세코…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정말입니다, 도련님."

페트리오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고개를 숙이려고 하자 하벨이 이를 말렸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마운데 고개는 숙일 필요 없어. 오늘은 처음이잖아."

하벨은 그제야 다시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제야 페트리오도, 아라도 숨을 내쉬었다.

'시기가 좋다.'

하벨은 장로가 붙잡혔고, 다른 장로의 위치를 알아냈다는 그 정보가 정말 반가웠다.

마치 세계가 얼른 마법사 협회를 무너트리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나는 네가 날 시험하나 싶었지. 그래서 대체 어떤 시험인가 싶어서 너한테 직접 가서 물어보려고 했다니까?"

[어어, 이 몸이랑 물을 타고? 그때 달을 봤던 것처럼?]

아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벨에게 다가가자 하벨은 고개를 끄덕였고, 페트리오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감히 도련님을 어떻게 시험하겠습니까?"

"처음부터 했으면서 시치미는. 이것도 온순한 척이라는 걸 내가 모르겠어?"

"온순한 척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은 적어도 온순한 척하는 게 아닙니다."

"네가 알고 보면 제일 위험해."

[…진짜?]

아라가 눈을 크게 뜨자 하벨은 아라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참. 말이 나온 김에 바안 전하께도 경고했으니까 그쪽은 신경 꺼도 돼. 아, 이미 왕실을 경계하는 건 접었으려나."

태연하게 이어가는 하벨의 말에 페트리오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싱긋 웃었다.

모두 다 하벨이 꺼낸 말대로였으니.

역시 하벨은 자신이 가늠할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밖에 레디나가 서 있지?"

하벨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페트리오도 덩달아 일어났다.

"예. 카샬 대신 레디나가 서 있었습니다. 어디로 간 겁니까?"

"나도 몰라."

"도련님도 모른다고요? 이참에 월급을 확 깎으시죠."

"그럴까 싶네. 하지만 지금은."

하벨이 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요새 레디나가 헤레스하고 부쩍 친해지더니 오늘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몰라도 감시가 장난이 아니더라고."

"감시라뇨?"

페트리오는 어쩐지 기뻐 보이는 얼굴로 물었다.

"웃지 말고 봐봐. 나, 지금 좀 심각해."

하벨이 문 쪽으로 향하자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레디나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도련님. 오늘은 안 돼요. 저도 오늘은 눈감아드리는 거 못해요. 헤레스 언니가 진짜 엄청 부탁했다고요."

"무슨 말이야? 그냥 걸었는데?"

"도련님께서 그냥 걸으셨다고요? 그냥요?"

"그래."

"좋아요. 이건 모르는 척할게요. 그러니까 이제 침대로 돌아가 편히 쉬세요. 저녁 식사 후에 물 마법사 일로 불려가실 거잖아요."

레디나는 묘한 눈길로 하벨을 바라보다 조용히 문을 닫았다.

"봤지?"

하벨이 다가오자 페트리오는 당장이라도 레디나에게 잘했다며 칭찬해주고 싶은 표정을 했다.

참 얄미웠기에 하벨의 입꼬리가 덩달아 길어졌다.

"그러니까 비밀이야, 좀도둑."

"비밀… 이라뇨?"

"물론 모든 것들을 돌파한 건 아니지만, 나는 언제나 날 막은 모든 것들을 부숴버리려고 했거든."

하벨이 아라를 보자 아라는 금방 알아들어서는 물을 만들며 물었다.

[그러니까, 으음, 이 몸이 라르웬 옆에 연결하면 되는 거지?]

"그래, 아라야. 할 수 있겠지?"

[응! 이 몸은 이제 할 수 있어. 꼭 물이 아니더라도 땅하고 바람이 라르웬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걸?]

아라에게 리본이 생긴 뒤로 이동기를 쓰는 힘 역시 강해졌다.

위치 조절을 할 수 없던 아라를 도와주듯, 아라의 말을 빌리자면 물이 아니더라도 땅과 바람이 아라가 가고자 하는 곳을 알려준다고 했다.

아라가 원래 가졌어야 할 정령의 특성이 점점 살아나는 것 같았다.

"…도, 도련님?"

하벨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자 페트리오가 말을 더듬거리며 그를 말렸다.

"금방 올게, 좀도둑. 편하게 있어. 침대에 누워 있어도 되고. 엄청 푹신하더라."

하벨은 씩 웃으며 아라가 만든 물속으로 손을 뻗었다.

"자, 자, 잠시만요!"

페트리오가 소리쳤지만, 하벨은 이미 물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였다.

"…하."

페트리오는 눈 앞에 펼쳐진 일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짧게 숨을 내쉬었다.

눈도 깜빡하지 않았는데.

* * *

[…어어, 라르웬. 라르웬!]

카샬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루룸이 다급히 라르웬을 쳤다.

찰싹.

"가만히 있어봐. 지금……."

라르웬은 갑자기 자신의 옆에서 일어나는 물을 보더니 다급히 근처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아무도 쓰지 않는 방이었기에 하벨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자 라르웬은 안도했다.

하지만 곧 울컥해 소리쳤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다시 생각하니 너무도 기가 찼지만, 라르웬은 정말 힘겹게 목소리를 억눌렀다.

"네가 지금 정령사라는 사실을 동네방네 드러낼 셈이야? 곧 물 마법사를 가리는 자리가 만들어질 거잖아."

"아니, 제가 그렇게 생각이 없겠습니까?"

하벨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눈을 찌푸렸다.

"진짜 치사하게. 방에서 쉰다면서요. 나한테 그렇게 말했잖습니까."

"잠깐 밖에 나왔지!"

"나보고는 방에 콕 박혀 있으라고 하더니. 보세요, 형님. 큰일 날 뻔했잖습니까. 이 거짓말쟁이!"

"아니, 누가 거짓말을……."

라르웬은 급히 분노를 식혔다.

자신만 방 밖으로 나온 건 좀 치졸해 보이긴 했다.

"좋아,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이동기까지 쓰고 온 건대?"

[으음, 엄청 급한 일이야!]

아라가 밑밥을 깔자 하벨은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

"검은 달이 클로저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그럼 형님은 뭐 하시는 겁니까?"

[우린 카샬을 뒤를 쫓고 있었는데, 으음.]

루룸은 머뭇거리며 그대로 굳어진 라르웬을 바라보았다.

"하벨. 방금… 그게 무슨 말이야?"

라르웬은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말한 대로입니다."

"자세히 말해봐."

"지부를 습격했다가 좀도둑이 알아낸 정보입니다. 현재 검은 달에서 클로저를 암살하는 의뢰를 맡을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어 확실하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모르는 것보다 낫잖습니까."

"아니, 왜? 왜 우리를 노리는 건데?"

"그거야… 저도 모르죠. 그래도 이번 일로 한 가지 확실해진 게 있잖습니까? 클로저의 내부를 조금 더 살펴봐야 한다는 걸 말이죠."

라르웬은 숨을 길게 내쉬며 갑자기 닥쳐온 충격에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형님. 갑자기 카샬을 왜 쫓는 겁니까?"

[그러게. 카샬을 왜 쫓는 거야? 카샬이 라르웬을 놀렸어?]

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샬이 나를?"

라르웬은 잠깐 비웃음을 그려다 맥없이 입가를 만지작거렸다.

"누님한테 잠깐 들렸다가 너한테 가려던 차에 카샬이 누굴 만나는 걸 봤거든."

"아, 그래서 뒤를 쫓았습니까?"

하벨이 살짝 한심한 표정을 짓자 라르웬은 순간 욱했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카샬이 저럴 놈이 아니란 말이지."

"누굴 만나든 카샬은 어른입니다.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게 아니라면야 무슨 상관입니까?"

"지금 카샬이 널 보필하는 업무에서 벗어난 거잖아?"

"…어? 그건 그렇네요."

하벨은 그제야 라르웬이 무얼 지적하는지 알았다.

업무 시간에 사적인 볼일을 보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하벨은 괜히 배알이 뒤틀렸다.

"카샬이 왕실에서 아는 사람이 없는데 애초에 누굴 만나러 가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렇지 않아?"

"확실히 쫓을 만합니다."

하벨은 라르웬의 행동을 동의했다.

라르웬도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라면 괜히 호기심도 들었고.

"그럼, 이제 갑시다."

하벨이 문고리를 잡으려던 차 라르웬이 그의 망토를 당겼다.

"잠깐만."

"말로 하세요."

"별일 아닐 수도 있어."

"그러니까 더 궁금하죠."

하벨은 씩 웃으며 거침없이 문손잡이를 돌렸다.

"나는 전할 건 전했으니 카샬이 벌이는 비행이 무엇인지 확인할……."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

하벨은 갑자기 나온 카샬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졌고, 아라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으아아악! 카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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