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166화 (166/415)

166화. 하얀 꽃송이

* * *

* * *

"…와."

고기를 입에 머금자마자 하벨의 눈이 커졌다.

"어제도 맛있었는데 오늘은 더 맛있네요?"

"너는 진짜 한결같아서 좋네."

라르웬은 그 모습에 실실 웃음이 났다.

어제 일로 시무룩하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었다.

어제 넬시아를 다독인 후 서류 작업을 보는 건 심심하다며 아라한테 놀러 갔다 온 루룸을 추궁해 들었을 때도 하벨은 평소와 똑같다고 했다.

먹고 자고 놀고, 먹고 놀고 자고.

"더 먹을래?"

라르웬이 자기 앞에 놓인 고기를 가리키자 하벨은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많이 고팠더냐? 아침에 너무 기다리게 한 게 아닌지 모르겠구나."

이미 하벨의 앞에 그릇을 가져다 놓은 룬델이 미안함을 담아 그를 바라보았다.

하벨은 입안에 있는 음식을 삼킨 뒤에야 대답했다.

"카샬이 제가 굶어 죽을까 봐 식전에 수프를 줘서 괜찮았습니다. 하루를 통째로 굶은 적도 있고, 이틀도 굶어봤는데 이 정도 참는 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평생 음식을 먹은 적이 없다는 말을 꺼내려다 참으며 하벨은 신이 난 채로 포크와 나이프를 손에 쥐었다.

고기를 자르다 말고 넬시아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부터 계속 수프만 깔짝거리고 있지 않은가.

이 맛있는 걸 두고.

물론, 절대로 수프가 맛없다는 건 아니지만, 음식을 보기만 해도 포크가 저절로 움직일 텐데.

"혹시 배 안 고프십니까?"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물어보질 않아 하벨은 넬시아의 호칭을 생략하고 물었다.

"……?"

넬시아는 저 천연덕스러운 하벨의 물음에 잠깐 말문을 잃었다.

[쟤 진짜 이상해. 그렇지?]

톰톰이 넬시아의 귀에 속닥였다.

어제 하벨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았지만, 아무리 봐도 하벨은 이상했기에 톰톰은 계속 그를 경계했다.

넬시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산책은 언제나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조금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바로 말을 걸어오는 게 참 낯설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넬시아는 손에 쥔 숟가락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꼴 보기도 싫을 텐데.'

어젯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여전히 낯선 집이 더욱 낯설게 느껴져 차라리 모르던 여관에 들어가 잠이 들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동생은 자신이 싫어서 그렇게 도망쳐버렸는지.

그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 쉽게 몸을 내어준 건지.

이 사실을 다 알면서 아버지랑 라르웬은 어떻게 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비슷한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져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초콜릿을 깨물어 먹던 아라가 넬시아를 바라보다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이 먹던 초콜릿을 내밀었다.

넬시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정령이 초콜릿을 먹는 것도 신기한데, 그 초콜릿을 주고 있지 않은가.

[…있잖아.]

아라가 몸을 배배 꼬았다.

[어제는… 있잖아. 이 몸이 미안해.]

'나한테 사과한다고? 정령이?'

태생부터 콧대가 높은 정령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몸이 넬시아 말도 들어보지 않고 막 소리쳤어. 그건 이 몸이 잘못한 거야. 이 몸이 한 사과를… 받아주면 좋겠는데.]

초콜릿을 먹을 때 그렇게 신이 나 흔들던 꼬리마저 풀이 죽어서는 미안함에 고개가 땅을 향하자 말랑한 볼이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싶었다.

넬시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아라가 내민 초콜릿을 잡자 아라의 꼬리가 다시 살랑살랑 흔들렸다.

"고마워. 사과해줘서."

[헤헤. 이 몸이 더 고마워. 넬시아는 착해. 이 몸의 사과를 받아줬잖아?]

아라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넬시아에게 살포시 다가가 머리를 살짝 들이박았다.

"……?"

정령들의 촉감이 부드럽다는 건 알지만, 달랐다.

넬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아라의 볼을 찌르고 뒤늦게 깜짝 놀랐다.

아라는 성질은커녕 오히려 손을 가볍게 흔들며 당장 하벨에게 다가가 그를 꽉 안아주었다.

[이 몸이 사과하고 왔어! 잘했어, 대장?]

"그래, 잘했어. 착하네, 아라야."

방긋 웃는 하벨의 표정이 그제야 눈에 닿자 넬시아는 아라가 주었던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천천히 눈동자를 굴렸다.

'…하벨이 웃고 있어.'

넬시아는 수프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며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과 제대로 마주했다.

'아버지도, 라르웬도.'

전부 밥을 먹으며 웃고 있지 않던가.

어머니와 동생이 죽고 난 뒤에 머릿속에 전혀 그릴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왜 지금.

초콜릿이 썼다.

"수프도 엄청 맛있지만, 나중에 배가 고플 겁니다. 밥은 중요한 거니까, 드세요."

하벨은 자신이 아끼던 햄버그 스테이크를 넬시아에게 넘겼다.

아무래도 어제 일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넬시아가 잠을 설친 게 눈에 보여 안타깝기도 했다.

넬시아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왜 지금에서야.

넬시아는 자신의 입안에서 아직도 녹고 있는 초콜릿이 더욱 쓰게 느껴졌다.

'왜 지금에서야 진짜 가족 같은 모습이 그려지는 건데?'

언제 집에 이렇게 웃음이 가득 찼던가.

어쩌다 함께 이뤄졌던 식탁 자리에 라르웬은 무엇이 참기 힘든지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나고, 아버지는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지체할 수 없는 일에 미안함을 담아 떠났고, 자신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하벨을 바라보다 남아 달라던 눈빛을 외면한 채 식탁을 떠나지 않았던가.

그게 일상이었고.

그게 현실이었다.

"혹시 고기 싫어하십니까?"

하벨의 물음에 넬시아는 천천히 목구멍을 향해 치솟는 뜨거움을 느껴야 했다.

지금도 그래야만 했는데,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마음에 문을 두드렸다.

"그럼 역시 이게 좋습니까?"

하벨이 내민 건 수프였다.

같이 남아 있어 달라고 그 앳된 눈으로 바라보다 수줍게 수프를 내밀었던 동생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때 자신이 그 수프를 받았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넬시아는 그 마음에 하벨이 내민 그릇을 손에 쥐었다.

아무 의미 없이 그저 활짝 웃는 하벨의 미소에 넬시아는 잠깐 멍하니 바라보았다.

더는 흔들리고,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런 미래가… 그려졌겠구나.'

뚝뚝 떨어지는 넬시아의 눈물에 하벨은 그대로 멈췄다.

"수, 수프 싫어합니까?"

세상에.

수프를 싫어할 줄이야.

그럼 아까 먹은 건 대체 뭐람.

[아, 아니야. 이 몸이 준 초콜릿을 싫어하나 봐. 어떡해!]

하벨이 아라와 함께 허둥지둥하다 라르웬을 쳐다보았다.

라르웬은 말없이 넬시아를 바라보고 있었고, 하벨이 도와달라는 눈빛을 가득 담아 룬델을 바라보자 그는 자신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아니. 말 좀 해달라고!'

하벨은 마지막 끈을 손에 쥔 기분으로 톰톰을 쳐다보았다.

"혹시 넬시아가 수프를 싫어했어?"

[…너, 좋은 인간이었잖아.]

톰톰은 넬시아를 토닥거리며 말을 꺼냈다.

넬시아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녀와 어릴 때부터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기뻐하고 있었다.

"……?"

하벨은 눈을 깜박거렸다.

난데없이 뺨을 맞은 기분이었다.

"…고마워. 나한테 다른 미래를 보여줘서."

넬시아가 꺼낸 저 말이 무슨 말인지 하벨은 이해하지 못했다.

넬시아는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지만,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그날 이후로 동생이 자신에게 뭘 권하는 일은 없었다.

그때,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까.

자신한테 외면당하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 생각이 밀려와 이 슬픔을 참기가 어려웠다.

뚝.

"갑자기 미안. 죄송해요, 아버지."

넬시아는 울먹이며 숟가락을 쥐었다.

"어서, …식기 전에 먹어요."

부들거리는 숟가락으로 수프를 퍼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긴 수프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 * *

"…언니가 지금 도련님을 빤히 바라보고 있어요."

레디나가 하벨의 머리카락을 빗다 말고 속삭였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 알잖아, 헤레스?"

오늘 다시 왕실로 떠나야 했다.

에르티안 왕의 장례식이 열릴 예정이었고, 헤레스의 입김이 들어갔는지 조금 전 식사 자리에서 포탈을 타지 않고 왕실로 향한다고 룬델이 말해주었다.

"그건 알고 있어요. 그냥, 그냥 좀 분해서 그렇죠."

헤레스는 안경을 치켜올렸다.

"언니도 갈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레디나의 물음에 헤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다 준비해뒀어. 가주님께서 미리 말씀해주셨거든."

"나보다 먼저?"

하벨은 기가 찼다.

아들 어쩌고 말하더니, 순 거짓말이 아닌가.

"저도 오늘 도련님보다 먼저 들었습니다."

카샬이 씩 웃자 그의 옆에 있던 칼리우스도 덩달아 따라 씩 웃었다.

"나도! 나도 카샬, 아니 선배, 아니 집사님한테 들었어."

카샬은 그 말에 더욱 우쭐해서는 고른 옷을 내밀며 어제 하벨에게 전해야 했을 말을 꺼냈다.

"도련님께서 일찍 주무시기 전에 크라마가 새를 통해 페트리오가 보낸 편지를 물어왔습니다."

"저번에 장난 좀 쳤다고 바로 편지로 바꿀 줄은 몰랐는데."

하벨이 손을 내밀자 카샬은 편지를 내밀었다.

"다른 말은 없었어?"

"크라마가 아무리 새를 조종해도 앵무새도 아니고 어떻게 말을 하겠습니까?"

하벨은 편지를 열어보다 말고 활짝 웃었다.

"다음에 크라마를 만나면 그게 가능한지 물어봐야겠네."

꼭 말할 수 있는 새가 아니더라도 신비한 힘을 가진 마법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게 가능한 소리입……."

"가능해. 크라마라면 거기까지 할 수 있어."

칼리우스가 카샬의 말을 자르며 대답했다.

"봤지? 용용이가 가능하다잖아."

마나의 축복을 받은 유일한 용이 말씀하셨다.

하벨은 우쭐거리며 넌지시 헤레스도 바라보았다.

"칼리우스 님이 말씀하신 거라면 저도 가능할 거라 봅니다."

"됐지, 카샬? 세상에 불가능한 건 없어."

카샬의 미간에 한 줄짜리 주름이 새겨진 걸 보자 하벨은 그제야 만족하며 편지를 살폈다.

―노랑이가 몇 개의 저택을 소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택의 위치라고 추정되는 곳을 3개 정도 봤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됐는데 이건 직접 뵌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은 달을 노랑이라고 말하다니.'

하벨은 자신이랑 별 차이가 없는 이름 짓기 실력에 피식 웃었다.

―새들의 주인이 말하길, 거기 재주가 많은 사람이 있잖습니까?

크라마가 마법사 협회를 언급했다는 말이었다.

'진짜… 좀도둑. 너는 내가 어떤 이름을 짓든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 나보다 더 심각하네.'

―그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위치가 음. 아주 큰 거기 있잖습니까.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그냥 카샬한테 연락하기 싫어서 대충 갈겨 쓴 기분인데. 이 정도로 쓰면 내가 알아듣겠거니 하고 말이야.'

하벨은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푸핫. 페트리오가 이젠 뭐 그냥 막 나가기로 했나 봐요."

편지를 힐끔 보고 있던 레디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곧 하벨의 시선에 입을 다물었다.

"찔끔만 봤어요. 진짜로요."

―추신. 저번에 그 일은 심의 유감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실망했습니다. 그놈이랑 연락은 당분간 하지 않을 겁니다. 맹세코요.

하벨은 추신 부분은 대충 읽고 카샬에게 던졌다.

"이제 태워도 돼. 뒤에는 쓸데없는 말뿐이고."

페트리오가 보낸 편지를 요약하자면 이번에 검은 달 지부 사건으로 추가 지부의 위치와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고, 마법사 협회가 거대 정화 장치 쪽으로 움직인다는 말이었다.

[대장.]

하벨의 머리카락을 물고 있던 아라가 자신을 찌르는 레디나를 힐끔 보며 물었다.

"왜 그래, 아라야?"

[넬시아가 왜 운 거야? 이 몸은 아무래 생각해도 모르겠는데?]

아라는 그 사실이 여전히 궁금했다.

[대장이 수프를 준 게 그렇게 고마웠던 걸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하벨은 더는 캘 마음이 없었다.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망설이면서 원망이 섞여 있던 넬시아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으니까.

그 수프가 대체 뭐길래.

하벨은 레디나가 머리를 묶어주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요, 도련님."

"왜? 오늘은 검소하게 해야 하는 날이잖아? 그래서 시녀도 너밖에 없고."

"그래도 검은 리본 하나 있으면 좋잖아요."

레디나는 손에 잡은 리본을 흔들었다.

"필요 없어."

"도련님, 저는요. 어릴 때 인형 놀이 같은 거 해본 적이 없어요. 그 나이 때 바로 단검을 잡았거든요."

"내가 사줄게, 레디나. 무슨 인형이 좋은지 나하고 보러 가자."

헤레스가 바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을 꺼냈다.

"역시 언니밖에 없다니까요. 아, 도련님께서 얌전히 앉아주신다면 그때의 슬픔이 조금은 잦아들 것 같기도 한데요."

"치사하게 진짜."

하벨은 투덜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레디나가 콧노래를 불렀고, 아라는 여전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물고 있었다.

* * *

"…카샬?"

마차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룬델이 카샬을 부르자 그는 살짝 긴장하며 대답했다.

룬델의 시선이 정확히 하벨을 향하고 있지 않던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하벨이 무슨 사고를 친 걸까.

어젯밤, 자신이 마지막으로 하벨의 방을 들리고 묘하게 조용하다 싶었는데.

"예, 가주님."

"하벨의 모습이, 음, 수수함과 거리가 살짝 먼 것 같지 않은가."

"최대한 수수하게 했습니다. 장식품도 거의 하지 않았고요. 저기 딱 머리 장식이랑 브로치 하나뿐입니다."

"와. 같은 걸 먹는데, 치사하게 이러네. 그렇지 않습니까?"

라르웬이 뒤에서 하벨의 등을 살짝 치며 다가왔다.

누군 꾸며야 반짝거리고, 누군 내버려 둬도 반짝거리니.

"정말 장식품은 없구나. 이러면 어쩔 수 없지."

룬델은 곤란해 보이는 말과 달리 흐뭇함을 숨기지 못했다.

뭐가 그렇게 기쁜 건지 하벨은 의문을 느꼈다.

"하벨아."

룬델이 한 걸음 다가오자 하벨이 먼저 말했다.

"괜찮습니다. 원수도 아닌데 같이 타는 게 뭐가 그렇게 껄끄럽겠습니까?"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어서 가시죠. 자리를 비우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조마조마하실 텐데요."

하벨이 낄낄 웃으며 먼저 마차에 올랐다.

먼저 타고 있던 넬시아가 하벨을 바라보다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녕."

수줍게 꺼내는 저 말에 하벨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냥 편안하게 하시면 됩니다. 저, 보자… 오늘로 38일 정도 됐을 겁니다."

"38일이라니?"

"나이요."

넬시아는 천연덕스러운 하벨의 말에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곧 다시 고개를 창문으로 돌리긴 했지만,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우, 이 조합은 진짜 오랜만이네."

라르웬이 이어 하벨 옆에 탔고, 룬델마저 마차에 올라서야 마차 문이 닫혔다.

"기쁘구나."

화르르륵!

하벨은 룬델의 미소와 함께 갑자기 눈부시도록 하얗게 타오르는 랜턴의 불꽃에 깜짝 놀랐다.

'이… 조합이 세상의 멸망을 막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넬시아? 그것도 아니면…….'

하벨은 뭐가 됐든 넓은 마차가 꽉 차는 모습에 괜히 낯설었다.

마차가 움직이자 하벨의 시선이 창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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