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넬시아가 왔다(3)
* * *
하벨은 갑작스러운 만남에 잠깐 숨을 멈췄다.
'넬시아… 라니. 갑자기? 아니지. 넬시아가 온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하벨의 눈동자가 넬시아 옆으로 움직였다.
다람쥐를 닮은 정령이 아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음……. 정령은 맞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조그맣지?]
아라를 툭툭 건드리던 정령은 꼬리로 자신의 코를 가리며 인상을 썼다.
[냄새가 옅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불쾌하단 말이지. 어떻게 저렇게 쟤 어깨에서 태평하게 잘 수가 있는지 신기하네.]
하벨은 일부러 머리를 긁는 척 손을 올리며 정령을 쳐버렸다.
넬시아와 함께 하는 정령이라면 하벨 티에라가 정령을 보지 못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저렇게 치졸한 행동을 보이는데 왜 자신이 참아야 하겠는가.
[…아니?]
정령은 갑자기 얻어맞자 황당한 얼굴로 하벨을 쳐다보았다.
'쳐다보면 뭘 어떡할 건가? 지금은 그냥 실수처럼 보일 뿐인데.'
하벨은 조금 전과 달라지지 않는 표정으로 넬시아를 쳐다보았다.
"아……. 반갑습니다, 아가씨. 이렇게 불쑥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카샬이 넬시아를 향해 고개를 숙이자 하벨은 그제야 넬시아라는 걸 확신했다.
"반가워, 카샬. 온다는 말은 이미 아버지께 했는데 혹시 듣지 못했어?"
넬시아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아뇨.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래. 내 마음이 조금 급했어도 이렇게 일찍 도착할 줄은 몰랐거든. 다음에는 더 제대로 연락할게."
넬시아는 다시 하벨을 바라보았다.
비로소 그녀의 시선이 제대로 보였다.
마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듯 시선 하나하나가 깊었다.
유능한 사냥꾼을 만난 기분인지는 몰라도 라르웬이나 룬델이 보여준 시선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벨. 갑작스럽겠지만, 한 가지 물을게."
"얼마든지요."
하벨은 차분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과연 넬시아가 자신을 얼마나 꿰뚫어 볼지도 왠지 기대됐다.
"우리가 걱정할 걸 알면서 왜 산에 올랐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해줘."
조곤조곤 이어졌지만, 어쩐지 넬시아가 화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살짝 권위적인 듯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을 이해하고자 애를 쓰는 것 역시 보였다.
"모릅니다."
하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벨 티에라가 왜 산에 올랐는지 짐작만 할 뿐, 정확한 이유는 자신도 궁금했다.
"하벨. 모른다는 말로 피하지 말고,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해줘야지."
"모르는 걸 어떻게 말합니까? 애초에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닌 걸 아는데요."
"아가씨."
카샬이 도중에 끼어들자 넬시아의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졌다.
"카샬."
"예, 아가씨."
"네가 평소에 예의를 가볍게 여긴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끼어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련님께서는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십니다. 쓰러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요."
넬시아는 그 말에 하벨이 내린 마차를 바라보았다.
평소에 외출은 잘 하지도 않는 하벨이 어딘가에 갔다 오는 길이라는 걸 이제야 알아챘다.
"알려줘서 고마워, 카샬. 하마터면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네."
넬시아는 조금 전보다 가볍되,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하벨.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러니? 오늘따라 날 너무 낯설어하는 게 아닌가 싶어."
"나는 하벨이 아니니까요."
"……?"
넬시아는 하벨이 던진 말에 무표정한 채로 가만히 있다가 하벨의 시선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새로운 장난에 또 맞장구를 쳐주질 못했네."
넬시아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하벨이 물러나지 않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어렸다.
하벨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또 갑자기 몰아붙였어. 널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네가 산에 올랐다는 사실을 들어 마음이 너무 조급했나 봐."
아무래도 룬델이 넬시아에게 하벨 티에라가 눈이 덮인 산에 올랐다는 말을 지금까지 하지 않은 듯했다.
"음……. 내가 아직도 어렵니?"
그 말을 듣자 하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정작 하벨 티에라를 어려워하는 건 넬시아처럼 보이는데?'
하벨은 그제야 넬시아가 룬델과 라르웬이랑 어딘가 다르게 느껴진 건 이 거리감 때문이라는 걸 알아챘다.
자신의 눈에도 보이는 거리감이 상당했다.
넬시아가 하벨 티에라에게 대하는 거의 모든 게 억지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어색했고.
"못 보던 얼굴이 많네."
넬시아의 시선이 잠깐 뒤를 향했다.
헤레스와 그녀의 옆에 꼭 붙은 칼리우스, 그리고 방긋 웃는 레디나를 보고 있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너는 방으로 먼저 돌아가 나는 아버지께 먼저 들렀다가 너한테 갈 거니까."
나름 다정하게 대하려는 건 알겠지만, 하벨은 이상하게도 넬시아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정함마저 억지로 흉내 내는 것 같았으니.
* * *
"…누님?"
라르웬은 룬델의 집무실에 들어가려고 문을 열다 말고 그대로 멈췄다.
룬델 옆에 있는 사람은 넬시아이지 않은가.
"오랜만이야, 라르웬."
넬시아는 라르웬에게 잠깐 시선을 주다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무슨 일이더냐, 라르웬?"
룬델의 물음에 라르웬은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만, 라르웬. 아버지께 들어가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게 먼저잖아."
나지막하나 묘하게 날이 선 넬시아의 말투에 라르웬은 씩 웃었다.
"깐깐한 건 여전하네."
"너도 여전하네, 라르웬. 주변에서 우리를 물어뜯으려고 어떻게든 혈안이 되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다니 말이야."
"그래서 나는 클로저가 됐는데? 정령사 가문의 둘째 아들이지만, 사실상 클로저 활동 이외에 외부 활동도 거의 없어서 솔직히 하벨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라는 거 알잖아?"
라르웬의 시선이 가늘어지다 말고 세렌의 뒤를 쫓아다니는 다람쥐 형상을 한 정령이 자신의 앞으로 지나갔다.
"너도 참 여전하네, 톰톰아."
[그러니까. 세렌이 뭐가 좋다고.]
루룸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세렌 근처에 맴도는 톰톰은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지 않은가.
[그만 좀 쫓아오라고, 망할 톰톰!]
세렌의 날카로운 소리에도 톰톰은 방긋 웃을 뿐이었다.
[아니,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는데 그렇게 싫어?]
[어.]
세렌이 딱 잘라 말하자 톰톰은 금세 시무룩함을 비추며 힘없이 넬시아에게 걸어갔다.
[아! 딱 아라를 쫓는 세렌이네.]
루룸은 그제야 흡족해하며 라르웬의 머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시끄러워! 나랑 톰톰을 같이 보지 말란 말이야!]
푸흡.
라르웬은 루룸을 째려보는 세렌의 반응에 겨우 웃음을 참았다.
"어쨌든, 아버지."
라르웬은 벌써 환하게 웃고 있는 룬델을 보며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모인 건 오랜만이니 룬델이 기뻐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렇게 찾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틈의 세계가 이곳 에르티안 왕국 중 티에라 가문 근처에 거의 연속해서 몰렸다는 사실이 클로저에서 공식적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잠깐만.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잖아."
"지금 나랑 아버지랑 말하고 있는데, 누님? 나한테 허락을 구하는 게 먼저잖아?"
라르웬은 조금 전 넬시아가 지적한 부분을 건드리자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라르웬은 금세 키득거렸다.
"에이, 농담이잖아. 밖에서는 그렇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굴더니 집에서는 왜 그렇게 쉽게 시무룩한 건데?"
"그 사람들은 내 가족이 아니잖아? 방금 내가 내뱉은 말을 지키지도 못했고."
가족을 상처입히는 일은 더는 없었으면 했기에 넬시아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이제 물어도 될까?"
"농담이라니까. 그냥 툭 치고 들어와."
넬시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자 라르웬은 그제야 그녀가 조금은 편해졌다는 걸 알아챘다.
간만에 집에 왔고, 넬시아는 원래 집을 좋아하지 않으니 지금도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할까.
"어쨌든, 아까 나한테 물은 말에 대답하자면……."
라르웬은 잠깐 말을 끊었다.
룬델과 넬시아의 시선에 궁금증이 어리자 그제야 만족하며 말을 꺼냈다.
바로 이런 시선이었다.
"당연하게도 이전에도 이런 적은 없었어. 어디서든 균등하게, 비슷하게. 그게 틈의 세계였지. 그런데 한 달 전부터 이쪽에 몰려 있더라고."
라르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넬시아에서 룬델을 향했다.
"그래서 조사를 위해 클로저들이 이곳을 찾아올 겁니다. 아마 바안 전하께 말씀은 드렸을 테지만, 아버지께는……."
"잠깐만. 다시 말을 끊어서 미안한데, 라르웬."
넬시아는 라르웬이 바안을 부르는 호칭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바안 저하가 아니라 '전하'를 사용하는 거야?"
설마.
넬시아는 짐작한 게 맞냐는 듯 그들을 쳐다보았다.
라르웬은 망설였고, 루룸은 시선을 외면했으며 톰톰에 쫓겨 지쳤던 세렌마저 괜히 깃털을 정리하는 척했다.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 진정하거라."
룬델은 우선 넬시아를 말렸다.
예상한 것과 사실이라고 말을 듣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라르웬. 클로저에서 곧 나한테 양해를 부탁하는 말이 올 거라는 소리더냐?"
룬델은 라르웬에게 다시 물었다.
"맞습니다. 아무래도 이 일대에 가장 큰 분이 아버지가 아닙니까?"
"라르웬, 이건 반드시 명심하거라. 정령들이 없으면 우리도 없는 거란다."
룬델이 꺼낸 말에 세렌은 곧 날아와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역시! 이래서 룬델이 좋다니까. 요새 네 흰머리가 자꾸 늘어서 속상한데. 좀 쉬면 안 될까? 넬시아도 왔잖아.]
"미안, 세렌."
넬시아는 세렌을 향해 단호히 말했다.
"내가 좀 큰 사건을 들고 왔어."
[…밉다, 진짜. 다 미워. 다 룬델만 괴롭혀! 룬델은 대체 언제 쉴 수 있는 건데?]
세렌이 부리를 탁탁 부딪치자 톰톰이 슬쩍 세렌 옆으로 다가갔다.
세렌은 날개로 톰톰을 밀쳤다.
[그만 좀 오라니까. 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야.]
[그냥 위로해주려고 했는데. 하……. 오늘 진짜 왜 이러냐. 아까는 하벨이 날 때리지 않나.]
"…하벨을 봤다고?"
라르웬이 눈을 살짝 뜨며 물었다.
"아버지를 만나러 오기 전에 만났어. 좀… 달려져 있더라. 뭔가 아주 달랐어."
넬시아가 찻잔에서 손을 떼 빤히 보았다.
오랜만에 하벨의 머리를 쓰다듬지 않았던가.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다.
하벨을 처음 볼 때가 괜스레 생각이 날 정도였다.
"누님. 그, 있잖아. 혹시 하벨이 자기가 하벨이 아니라고 말했어?"
라르웬은 설마하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 아버지.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라르웬은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 * *
"…하아."
카샬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와 다른 깊은 한숨이었기에 하벨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방금 넬시아를 만나지 않았던가. 그것 때문에 그럴까.
"왜 그래?"
"오랜만에 긴장해서 그럽니다."
"줘봐."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가 애지중지하는 온도계 말이야."
카샬은 온도계를 꺼내 넘기는 척하다 하벨에게 사용했다.
삑.
삐삑.
"열이 좀 떨어지셨네요. 하지만 아직도 미열이 있습니다."
"아니, 아까 헤레스가 쟀잖아."
하벨은 없는 안경을 올리는 흉내를 내며 말을 꺼냈다.
"'도련님. 오늘부터 침대와 한 몸이 되셔야 합니다' 이랬잖아."
"기억하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네가 이러는 거 혹시 넬시아 때문이야? 뭔가 어렵긴 하더라."
하벨은 침대에 찹쌀떡처럼 퍼진 아라의 볼을 쿡쿡 누르며 물었다.
새근새근 참 잘도 잔다 싶었다.
"예. 맞습니다. 어딘가 어려운 분이죠."
"아니. 하벨 티에라를 되게 어려워하던데?"
"도련님을 왜요?"
카샬이 의문을 가지자 하벨은 기가 찼다.
그걸 자신이 어떻게 알겠는가.
"카샬."
"예, 도련님."
"이제 툭 까놓고 말해보자. 내가 하벨 티에라보다 더 모시기 쉽지?"
"아뇨. 도련님이 더 어렵습니다. 그건 맹세코 사실입니다."
"내가 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전 도련님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 지금 기분이 좋으시구나. 이런 말씀을 하시면 지금 언짢으시구나. 이렇게요."
옛 추억을 떠올리는지 카샬의 목소리는 살짝 잠겨갔다.
"혹시나 내가 원망스러우면 언제든 말해."
"아뇨. 원망스럽지 않습니다."
―카샬. 은혜 갚는 거라면 이제 충분해. 넌 이미 날 위해 많은 것들을 해줬으니까. 여길 떠나고 싶으면 그래도 돼.
일단 명목상이라도 하벨 티에라한테 직접 은혜를 갚았다는 소리는 들었으니까.
'마음의 짐이라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깊게 고민했고, 자신은 떠나지 않기로 했다.
이 티에라 가문은 이제 자신의 고향이었고, 집을 떠나 어디로 가겠는가.
"엄청… 사이가 좋았다고 하던데?"
하벨이 아라를 보는 척 시선을 슬쩍 내리자 카샬은 코웃음을 가볍게 쳤다.
"누가 그럽니까?"
"네가 그, 뭐야. 목숨을 구해줬다느니, 은혜를 갚아야 한다느니. 그렇게 말했잖아?"
"예. 그렇게 말씀드렸죠. 그런데 사이가 좋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기분을 예측하긴 쉬웠지만, 속내를 잘 숨기는 분이셨거든요. 뭐, 절 그래도 좋게 보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은 있습니다."
"어쩌면 확실한 건 아닐 수 있는데 하벨 티에라는 널… 되게 믿었어."
하벨 티에라의 기억을 아주 조금 엿봤지만, 그때 자신이 느꼈던 카샬을 향한 믿음은 진심이었다.
카샬이 하벨 티에라에게 무언가를 숨겼을 때 깊은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그랬습니까?"
카샬의 눈이 살짝 휘었다.
"…다행이네요."
궁금한 게 많을 텐데도 카샬은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살짝 웃다가 갑자기 문으로 향했다.
"누군데?"
"발소리를 들으면 뻔하죠. 둘째 도련님이십니다."
똑똑.
밖에서 울리는 다급한 소리에 카샬은 이미 문을 열었다.
"막내야!"
"쉬잇."
하벨은 손가락을 입술에 올렸다.
"아라 지금 자요."
"아라가 자는 게 지금, 아니, 자는 것도 중요한데, 너 누님을 만났다며?"
"네."
"네가 하벨 티에라가 아니라는 것도 말했다며?"
"잘 들으셨네요. 방금 넬시아를 보러 갔다 온 겁니까?"
하벨은 라르웬을 향해 물으며 루룸에게 손을 흔들었다.
루룸은 코웃음을 쳤다.
[넌 진짜, 참 천연덕스럽다.]
"하벨."
라르웬이 언성을 살짝 높였다.
"왜 그렇게 사납게 부르십니까?"
"나처럼 누님께 시간을 줘."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하벨의 말에 라르웬이 안도하던 차, 하벨은 뒷말을 이었다.
"하지만 진실은 밝히고 시작해야죠. 그렇지 않습니까?"
모름지기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