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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130화 (130/415)

130화. 좀도둑, 도착!

* * *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룬델은 말을 꺼냈다.

"원래는… 전하를 보러 가야 했단다."

잠깐 자리에서 일어난 룬델은 책상 서랍을 열어 편지 한 장을 가져왔다.

왕실 문장이 찍힌 편지였다.

"전하께서 날 불렀다."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걸 예측하신 겁니까?"

하벨이 묻자 룬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모르겠구나.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만 이 편지에 적으셨단다."

천천히 편지를 쓰다듬는 룬델의 표정에 미안함이 어렸다.

"혹시… 사이가 각별했습니까?"

하벨은 머뭇거리다 물었다.

자신은 왕과 룬델의 관계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룬델의 표정에 묻어난 슬픔은 그저 가벼운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다.

"애잔하신 분이었지. 언제나 우리 티에라 가문에 미안해하셨단다."

[그러면 뭐 해? 결국, 룬델 네가 다 감당하고 있잖아.]

세렌은 고개를 홱 돌렸다.

에르티안 왕국의 힘이 약해지니 그 틈을 노려 티에라 가문을 차지하려고 달려든 이들이 얼마나 되던가.

그 여파가 하벨에게 튀었다.

룬델의 가장 소중한 보물 중 가장 쉽게 손을 뻗을 수 있는 존재였으니 얼마나 탐이 났을까.

그러게 자식들이 소중해도 티를 내지 말았어야지.

세렌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컥했다.

[지금 네가 얼마나 힘든데. 하벨까지 신경 쓴다고 흰머리만 늘어나고.]

천천히, 조금씩, 세렌의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그런데 또 일이 생겨버렸잖아. 이 망할 왕국! 진짜 싫어!]

가여운 룬델.

가주가 되기 전부터 자신들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정령님, 제가 약속 하나 할게요. 티에라 가문의 가주가 된다면 꼭. 반드시, 당신들을 위해 제 모든 걸 바치겠노라 맹세할게요. 그러니까 이름을 알려주실래요?

풋내기였을 때 했던 그 약속이 뭐라고.

'우리도 하벨을 외면해서…….'

세렌은 후회가 밀려왔다.

적어도 자신들이 하벨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룬델이 저렇게 더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하벨은. 하벨은…….'

하벨에게 뿜어져 나온, 지독하리만큼 거센 불길함은 금방이라도 자신들을 삼킬 것만 같았다.

분명 인간인데.

아직 작은 아이였는데.

마치 온몸으로 거대한 존재에게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그 불길함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힘겨웠다.

[하벨.]

세렌은 하벨을 불렀다.

하벨이 자라면서, 특히 하벨이 산에 오른 뒤, 그 불길함이 점점 옅어졌다.

"그래, 세렌."

하벨은 힘이 없는 세렌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룬델은 네가 구렁텅이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세렌."

룬델이 세렌의 말을 잘랐지만, 세렌은 말을 멈추질 않았다.

[마법사 협회가 있는 그 탑으로 갈 수 있는 모든 뱃길에 정령사들을 배치해두었어.]

하벨의 시선이 룬델에게 향했다.

룬델은 민망함이 섞인 표정을 짓다 살짝 시선을 내렸다.

[너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가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일의 뒤처리는 룬델이 모두 감당했어.]

"내가 그러겠다 말했어, 세렌. 이미 하벨하고 그렇게 약속했고. 그러니 애꿎은 시비는 그만둬."

[나 지금 시비 거는 거 아니야, 이 룬델 멍청아!]

세렌은 당장 날아가 룬델의 손가락을 찧었다.

누가 보면 자신이 맨날 시비를 거는 줄 알겠네.

[하벨, 솔직히 말해서 네가 이전 하벨이든 아니든 그건 나하고 아무 상관 없어. 내게 가장 소중한 건 룬델이야. 편애든 뭐든 맘대로 불러도 되는데 그래도 나한테 룬델이 소중해.]

세렌은 말을 끝낸 후에 하벨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 비장했지만, 새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하벨은 괜히 웃음이 났다.

"계속 말해봐."

[넌 룬델에게 갚아야 할 은혜가 있어. 그건 부정하지 않겠지?]

"세렌,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룬델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은 하벨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적어도 하벨과 자신 사이에 어떤 은원관계는 없었다.

"왜 네가 멋대로 날 대변하려고 하는 건데?"

[네가 말을 안 하니까! 이 멍청한 룬델아! 너는 죄다 참잖아! 맨날맨날 참기만 하잖아!]

세렌은 더는 이 답답함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하벨. 룬델의 꿈이 뭔지 알아?]

"세렌!"

룬델이 언성을 높였지만, 세렌은 하벨의 대답을 기다렸다.

"물의 오염이 사라지는 거. 이게 아닐까 싶은데."

[비슷해. 물의 오염이 사라진 뒤에 강이든 계곡이든 바다든, 그곳을 여행하는 게 꿈이야.]

세렌은 룬델을 위해 더 말하고 싶었지만, 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지금은 여기서 멈췄다.

[그러니까 하벨.]

방금 하벨이 가진 특별한 힘을 확인했다.

용왕이니 뭐니 하는 말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할 말이었다.

그저 하나만 이해했다.

지금 하벨이 특별하기에 반영구 정화제가 만들어졌다고.

'…염치없는 행동은 하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몇 번이고 룬델을 도와 물의 오염을 없애는데 집중해달라고 하고 싶지만, 자신은 이미 하벨을 외면했다.

그것도 수차례나.

[내가 너한테 염치가 없어서 다른 말은 꺼내지 못하지만, 룬델에게 은혜를 입은 너한테 이건 말할 수 있어.]

세렌은 고개를 떨구었다.

하벨이 다른 사람이 되었기에 이 부탁만은 언제가 되었든 꼭 하고 싶었다.

[…하벨 너는 룬델을 배신하지 마.]

룬델이 하벨이 지금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해도 어떻게 진짜 하벨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저 어마어마한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룬델은… 지금 엄청 불안하겠지. 엄청 불안할 수밖에 없어.'

만약에 지금 하벨이 룬델을 배신해버린다면 룬델은 분명히 무너져내릴지도 몰랐다.

세렌은 그게 너무 두려웠다.

"세렌."

하벨은 손가락으로 세렌의 목덜미를 쿡쿡 찔렀다.

세렌은 불안한 시선으로 하벨을 바라보았다.

"나도 염치라는 게 있어."

세렌을 말리던 룬델마저 하벨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하벨이 무슨 말을 꺼내는지 왜 궁금하지 않을까.

"물론 그걸 떠나서도 가주님을 배신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커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걸 계속 고민하고 있어."

"하벨아. 그 고민은 이제 접거라. 몇 번을 말해도 내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단다."

룬델은 저 말에 괜히 가슴이 아팠다.

지금 하벨은 진짜 하벨이 하는 일에 말려든 게 아닌가. 처음부터 원치 않은 일이었기에 그렇게 자신을 밝혔을 테지.

애초에 사과해야 할 사람은 자신인데.

'…몇 번을 생각해도 참 다정한 사람이다.'

하벨은 룬델을 향해 미소만 지었다.

여전히 쓰게 들리는 저 다정함에 마음이 짓눌릴 것만 같았다.

"언제가 되었든 내가 선택한 결과가 티에라 가문을 흔들지도 몰라. 물론, 티에라 가문을 생각하지 않고 결정한다는 말은 아니야."

다만, 하벨은 이제껏 하지 못했던 자신의 선택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다.

자신은 이 세계에서 용왕도 아니었으며 가주도 아니고, 그저 한 사람일 뿐이기에 그 자유를 누리길 원했다.

"그러니 너도 이해해줘, 세렌. 내가 날 위해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내가 그 정도의 아량도 없을 줄 알아? 지금 네가 이렇게 돌아다니고 사고친다고 내가 뭐라고 한 적 있어?]

세렌은 하벨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로 투덜거렸다.

"가끔 하잖아?"

하벨이 세렌을 건들자 세렌은 날개를 펼쳐 하벨의 손가락을 만졌다.

찌르르.

교감이 느껴졌다.

[그건 아주 가끔이지. 하지만 오늘은 고맙다고 말해줄게.]

세렌은 살짝 울먹였다.

다행이었다.

지금 하벨이 룬델을 배신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다행이라 눈앞이 흐려졌다.

세렌은 솟구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 살짝 열린 창문 너머로 움직였다.

"…지금 세렌이 운 겁니까?"

하벨은 얼떨떨함을 숨길 수 없었다.

분명 눈물을 뚝뚝 흘리지 않는가.

세렌이?

그 세렌이?

"평소에 말을 툭툭 내뱉어도 세렌은 마음이 참 여리단다."

룬델은 세렌이 날아간 곳을 바라보며 고마움이 묻어난 미소를 지었다.

"세렌이 말했던 걸 마음에 담지 않아도 된단다.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어. 내 가장 오래된 친우이기에 내 걱정이 많은 것뿐이니까."

"부담은 없습니다. 방금 세렌한테 말했던 그대로 저는 제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겠습니다."

하벨은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는 룬델의 태도에 씩 웃었다.

"언제든지 도와주셔도 됩니다. 이미 많이 도와주셨고요. 다만, 사냥감은 제겁니다. 그건 양보 못 합니다."

"확실히 기억하고 있으니 안심하렴."

"그래서 말입니다."

갑자기 하벨이 룬델을 살살 긁었다.

룬델은 장난기가 어린 하벨의 모습에 벌써 마음이 흔들렸다.

"물 마법사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얼마나 귀한 소식입니까?"

"안 됩니다, 도련님!"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카샬이 소리쳤다.

"왜 안 된다는 건데, 카샬?"

하벨이 입꼬리를 올렸다.

정령인 세렌마저 자신을 마법사라고 착각하지 않았는가.

"지금 물 마법사라고 속이고 마법사 협회에 들어가시겠단 말씀이 아닙니까?"

"꼭 지금은 아니지만, 맞았어. 눈치가 참 빨라."

"그게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 아십니까?"

카샬은 하벨을 설득하면서 동시에 룬델을 바라보았다.

제발 좀 말려보라고.

"하벨아."

룬델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도 카샬과 생각이 다르진 않단다."

"그냥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뛰어드는 것뿐입니다. 물론, 제가 놈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게 먼저일 테지만요."

"네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이해한단다. 마법사 협회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외부에서 정보를 얻는 게 얼마나 힘들더냐."

"맞습니다. 그래서 내부에 들어가 파괴할 겁니다."

"그 속에 있는 마법사 놈들이 다 네 적이라는 걸 인지하고 꺼내는 말이겠지?"

"물론입니다. 그걸 생각하지 않고 꺼냈으면 그야말로 무모한 게 아닙니까?"

"……."

룬델은 말을 삼켰다.

이미 마법사 협회 내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무모한 게 아닌가.

어디부터 지적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일단 나중에 한 번 더 생각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마법사 협회를 어떻게 박살 낼지는 조금 더 고민해도 괜찮았다.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으니.

하벨은 실실 웃으며 룬델에게 꺼냈던 암살자의 증거품을 가리켰다.

"어쨌든, 왕실에서 제대로 된 조사는 지금 불가능할 겁니다. 이 점 역시 증거품을 가져온 제가 바안 저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왕을 죽인 암살자를 내버려 두고 왔다.

바안에게 놈을 심문하되 살리라는 말 역시 남겼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증거 조사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가 있겠는가.

하벨은 볼일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려 다시 룬델을 바라보았다.

"가주님. 이제 세상의 흐름이 달라질 겁니다."

이제껏 티에라 가문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묵을 유지했다.

내분.

왕권을 잃고 귀족들의 발밑에 있던 이 에르티안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 때문이었다.

―그렇지. 내분이 일어나면 외부에서 좋다고 에르티안 왕국을 물어뜯을 테고, 외부의 힘이 강해진 만큼 우릴 손에 넣으려고 별 지랄을 다 떨 거야.

왜 티에라 가문이 침묵했는지 라르웬이 처음부터 알려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티에라 가문은 침묵을 깨고 칼을 뽑았다.

그 사건이 바로 피의 연회였다.

내분을 벌일 귀족들을 척살하는 일이었기에 룬델 역시 왕국을 위해 움직였다.

"네 말이 맞다, 하벨아. 침묵으로 평화를 유지할 방법은 이제 사라졌구나."

룬델은 씁쓸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제 왕이 죽었으니, 아직은 힘없는 바안을 쥐고 흔드는 것 자체가 내분을 향한 촛불이 될 테니까.

아무리 왕족파 귀족일지라도 저 밀려드는 권력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무엇이 하고 싶으십니까?"

하벨이 물었다.

조금 전과 다른 질문이었다.

"무얼 묻는 것이더냐?"

"티에라 가문이 어디까지 올라가길 바라십니까?"

"권력이라면 애석하게도 흥미는 없구나. 네가 나 대신 무얼 해주기도 바라진 않는단다. 그게 아직도 나한테 가진 미안함이라면 더더욱 바라지 않구나."

"아뇨. 저는 가주님을 대신해 무얼 할 마음이 없습니다."

하벨은 단호하게 말했다.

"가문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생각 역시 없습니다. 처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 마음대로 할 겁니다."

하벨을 바라보던 룬델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

'그래, 하벨아.'

이건 자신의 몫이지 하벨이 짊어져야 할 몫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원치 않은 것들을 짊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벨이 앓던, 변종 상태인 물의 저주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물의 내성이 그의 발목을 얼마나 붙잡을까.

"그러거라. 아니, 부디, 그래 주렴."

저 짐은 자신이 끊어낼 수 없으니, 적어도 하벨이 하려는 일만큼은 자유로우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가주님과 제가 향하는 방향이 맞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하벨은 룬델만큼이나 환하게 웃었다.

그저 도움을 주는 건 짊어진 게 아니었다.

옆에 나란히 걷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 줄 수 있지 않던가.

이 정도는 이제 할 수 있었다.

* * *

"…왜 그렇게 봐? 너도 하고 싶어?"

하벨은 파란색 색연필을 쥐어 도화지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왔더니 칼리우스가 그림 담당을, 아라가 색칠을 담당하는 게 신기해 빤히 쳐다보다 어느새 하늘이라는 큰 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아뇨. 저는 이미 색칠 공부는 오래전에 뗐습니다. 재미있으십니까?"

카샬은 평소와 달리 조심스레 물었다.

방금 하벨과 룬델이 말을 나누는 자리에 자신도 있었다.

하벨은 물론, 룬델도 자신에게 나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왜 그랬겠는가.

지금 하벨이 누구인지, 지켜보고 판단하라는 말이겠지.

"그럼. 원래 뭘 만드는 걸 좋아했어. 색칠은 해보지 못했지만, 되게 재밌네."

하벨은 도화지를 살짝 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잘 만드셨습니까?"

"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재주가 없었어. 만드는 족족 다 이상했거든."

분명 햇님을 만들었는데 복어가 되고 말았다.

하벨은 고개를 돌려 카샬을 바라보았다.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방금 룬델과 말을 나누며 카샬에게 다 보여주었다.

물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카샬이라면 질질 끌지 않을 테니까.

"뭘 드시고 싶으십니까? 아직 좀도둑이 오기 전까지 시간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잖아?"

하벨은 입꼬리를 올렸다.

대답은 저걸로 충분했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 100일 되면 케이크를 만들어야겠네요."

"케이크를 왜 만들어?"

"지금… 34일 차 아닙니까?"

카샬이 비웃음을 그렸다.

하벨의 손이 멈췄다.

"그럼, 좀도둑이 올 때까지 쉬고 계십시오, 도련님."

통쾌함이 묻어난 얼굴 그대로 고개를 숙인 뒤 카샬은 방을 빠져나왔다.

'…저, 저.'

하벨은 분노를 섞어 하늘을 푸르게 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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