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누가 그랬을까(2)
* * *
'치사하게.'
하벨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레디나가 암살자라는 건 현재 헤레스는 알지 못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러면 헤레스가 더 화를 낼 텐데.
"도련님."
헤레스가 다시 하벨을 부르자 그는 움찔거렸다.
"…불렀는가?"
"도련님!"
카샬 뒤에 선 칼리우스가 하벨을 해맑게 불렀다.
[안녕, 용용아!]
아라는 손을 흔들다 말고 움찔거렸다.
라르웬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 안 돼, 용용아! 이 몸한테 인사하면 안 돼. 이 몸은 이미 인사를 받은 거라고 생각할게.]
다급한 아라의 말에 칼리우스는 그대로 손을 내려 입술을 오므렸다.
"괜찮아, 아라야. 드웰한테 들키면 곤란하다는 말이지, 헤레스라면 분명 이해해줄 거야."
아라와 칼리우스가 꾹 참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하벨은 말을 꺼냈다.
"……?"
이번에 각을 잡고 하벨을 혼내려던 헤레스는 그대로 멈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라라면… 분명 정령님의 이름일 텐데?'
하벨이 '아라'라는 이름을 얼마나 입밖에 올렸던가.
"용 님께서도 정령을… 볼 수 있다고요?"
헤레스는 멍청한 얼굴로 하벨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큰 용기를 내어 용인 칼리우스한테 다가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가.
도중에 드웰 아저씨가 자신을 찾아와 칼리우스를 '마법사'라고 소개하며 이야기의 흐름이 살짝 흐트러지긴 했지만, 적어도 그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 헤레스. 자네 생각이 맞다네."
하벨은 이때다 싶어 자연스럽게 침대로 들어갔다.
안경이 힘없이 내려온 헤레스는 겨우 숨을 토하며 안경을 올렸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용 님께서 혼자가 아니라 동족이 계실 기세인데요?"
"마……."
"마그마."
칼리우스가 입을 열다 하벨의 시선에 꾹 다물었고, 카샬이 웃기지도 않을 끝말잇기를 꺼냈다.
헤레스의 눈동자가 천천히 굴러갔다.
이 분위기가 너무도 수상하지 않은가.
"몸은 괜찮아, 하벨?"
칼리우스가 하벨에게 다가와 옷자락을 쥐었다.
"그걸 이제 살펴봐야죠, 용 님."
헤레스는 칼리우스를 향해 상냥하게 웃었다.
"너무 자주 쓰러지는데. 진짜 괜찮은 게 맞을까?"
가뜩이나 하벨은 영혼의 냄새도 약한데, 쓰러질 때 뾰족한 냄새가 더 짙어지지 않았는가.
하벨은 자신이 겨우 찾은 소중한 동족이었다.
걱정이 가득 담긴 칼리우스의 시선에 헤레스는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대답했다.
"그건 도련님께서 제 말씀은 손톱만큼도 들어주지 않고, 멋대로 돌아다녀서 그런 거예요. 용 님께서 도련님 좀 말려주실래요? 힘이 엄청 강하시잖아요."
"그렇긴 한데, 내가 말리다가 하벨의 뼈가 부러지면 어떡하지?"
[그, 그건 안 돼!]
아라가 고개를 몇 번이고 가로저었다.
대체 순진한 칼리우스를 데리고 뭐 하는 짓인지.
하벨이 지그시 바라보자 헤레스는 민망해하며 안경을 몇 번이고 잡았다.
"헤레스, 혹시 괜찮다면 드웰하고 어떤 사이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하벨은 말을 꺼냈다.
페트리오가 도착하기까지 몇 시간이 남았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테지.
자신이 이 이상 왕 암살 사건을 캘 방법도 없고.
헤레스는 헛기침을 몇 번 하다 대답했다.
"드웰 아저씨는 제가 마법사 협회에서 나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에요."
"드웰은 자신이 마법사 협회에 쫓기고 있다고 말하던데, 설마 자네도 그런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요."
"그 반대라면……."
"맞아요. 지금도 마법사 협회에서 저를 원하고 있어요."
저 말을 꺼내는 내내 헤레스는 속이 쓰라렸다.
이미 하벨과 룬델을 통해 마법사 협회가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부분까지 손을 댔다는 소리를 몇 번이고 들었다.
당연히 이어질, '왜 마법사 협회에서 자신을 원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헤레스는 하벨을 잠깐 바라보다 일단 숨을 멈추고 자신의 마법으로 하벨을 진찰했다.
하벨의 몸속에 있는 불순물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무슨 일을 벌이셨는지 몰라도 불순물들이 늘어났네요?"
헤레스는 새로 가져온 링거를 하벨에게 달았다.
하벨은 평소와 달리 놀라거나 찔리는 표정을 짓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았다.
"제 표정이 지금도 별로인가요, 도련님?"
"직접 느꼈는가?"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왠지 도련님의 표정을 보니 제가 참 서글픈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싶네요."
"정확했네."
헤레스는 그 대답에 싱긋 웃으며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도련님."
"그래, 헤레스."
"용 님이 마법사 협회에 쫓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토록 작은 용을 쫓다니.
마법사 협회가 품은 야욕의 끝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실이네. 좀 큰 마법을 사용했지. 그것 때문에 마나가 고갈이 되었고."
"아마 마법사 협회는 순순히 용 님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칼리우스를 바라보던 헤레스의 시선에 미안함이 뒤섞였다.
칼리우스가 용이라고 해도 쫓기기에는 너무 어렸다.
물론, 지금 마법사 협회는 칼리우스가 용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 커다란 마법에 강대함을 느껴 쫓는다고 하지만, 만약 놈들이 칼리우스의 정체를 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세뇌… 시킬 거야.'
칼리우스의 저 순순함을 이용해 세뇌한 뒤 마법사 협회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만들 테지.
자신도 한때 그랬으니까.
모든 진리와 법칙이 마법사와 마나의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고 믿지 않았는가.
"나도 알고 있네. 걱정하지 말게."
하벨은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세상을 멸망시킬 용이 아닌가.
그 싹을 터트릴지도 모를 마법사 협회 손에 칼리우스가 넘어가게끔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용용이의 마나가 회복되어도 지금으로서는 문제긴 해.'
과연 칼리우스 혼자 마법사 협회의 추적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의문이 맴돌았다.
"…미안해, 하벨. 하벨한테 묻지 않고 말해버렸어."
아라와 손장난을 하던 칼리우스는 하벨의 시선에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용용아. 내가 이전에 말했잖아."
'…용용이?'
헤레스는 잠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하벨이 칼리우스한테 용용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자신도 사용하고 싶을 만큼 되게 잘 어울리는 별명이지만, 칼리우스는 용인데.
"헤레스는 믿을 만한 마법사라고."
이어지는 하벨의 말에 헤레스는 잠깐 속으로 웃다 말고 멈칫거렸다.
"응응, 하벨이 그렇게 말해줬어. 그래서 나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
칼리우스는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처음 헤레스가 자신에게 왔을 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랐다.
사람은 여전히 낯설었고, 마법사는 더더욱 싫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도련님께서 저를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헤레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안 무서운 마법사요.
하지만 '도련님'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안심되고 '안 무서운 마법사'라는 말에 믿음을 느꼈다.
하벨이 미리 말해주지 않았던가.
―안 무서운 마법사를 소개해줘도 괜찮아?
그게 저 헤레스라는 걸 알아차렸다.
"용용이 너도 아라말고 숨통을 틀 사람은 있어야지. 헤레스 앞에서는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 용용아."
하벨이 실실 웃었다.
"헤레스가 있지."
칼리우스는 헤레스를 잠깐 바라보았다.
"나한테 엄청 상냥하게 대해줬어! 마나와 마법 이야기도 정말 열심히 들어줬고, 내가 멍청하다고 말한 적도 없어."
말을 하면 할수록 칼리우스는 행복함을 드러냈다.
헤레스와 마법 이야기를 나눌 때, 너무 즐거웠다.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그렇게 말해? 용용이 너는 완전 똑똑한데?]
아라가 발끈하며 털을 부풀렸다.
"아니야, 아라야. 여기는 누구도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다들 정말 친절해."
[정말?]
"응. 정말이야."
칼리우스가 배시시 웃었다.
이곳은 '집'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곳이었다.
"아, 하벨."
칼리우스는 곧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침대에서 나오려던 하벨이 그대로 멈춰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마법 암호문을 해독했잖아?"
"잠시만요."
헤레스가 칼리우스의 말을 멈췄다.
"도련님.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헤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다음 이야기는 자신이 들어서는 안 될 문제였다.
"듣고 싶으면 앉아 있어도 되네, 헤레스."
하벨은 헤레스를 붙잡았다.
방금 마법사 협회를 언급할 때,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무언가 있다는 걸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들을 자격이 안 돼서 그래요."
헤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격이라니?"
"제가… 도련님께 사과할 일이 이미 많아서 조금 벅찹니다."
마법 암호문이라는 소리에 헤레스는 마법사 협회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아직 그 무엇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크라마는 벌써, 한 걸음 나아갔는데.'
이전에 하벨이 크라마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마법사 협회에 대항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가슴도 덩달아 흔들렸다.
지금 그 누구보다 앞서야 하는 건 분명 자신일 텐데.
헤레스는 하벨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숙였다.
드웰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그는 침묵을 유지했다.
답답했다.
사실 지금도 하벨한테 묻고 싶었다.
자신이 오진한 게 맞냐고.
그렇다면 당장 의사라는 직책을 버려야 했다.
'…물의 저주를 반드시 고쳐드리고 싶었는데.'
"헤레스."
"…예, 도련님."
"이전에도 말했지만,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네. 자네의 잘못은 없어."
하벨이 씩 웃어도 헤레스는 여전히 머뭇거렸다.
설령 오진 일을 하벨이 용서해준다고 해도 그에게 고백해야 할 게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헤레스는 안경을 올리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럼, 어디 돌아다니지 마시고 얌전히 계세요. 오늘 여러 번 말씀드려야 하지만 다음에 한꺼번에 몰아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농담인가?"
하벨이 설마 하며 묻자 헤레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진담인데요?"
하벨은 그 말에 어색하게 웃었고, 헤레스는 여전히 싱긋거렸다.
"링거도 빼시고. 피도 토하셨는지 얼굴에 피가 묻어 있고. 정화 장치가 보글보글 끓고, 손도 조금 떨리시는 게 무언가 힘을 사용하신 모양인데요, 지금……."
"다, 다음에. 다음에 듣겠네."
하벨은 헤레스의 입을 막으려 다급히 말을 꺼냈다.
"그렇죠? 다음에 한 번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저 링거는 다시는."
헤레스의 웃음이 조금은 험상궂어지자 하벨은 가슴이 찔려왔다.
"다시는 빼지 마셨으면 합니다."
"걱정하지 말게. 그런 일은 없으니."
"헤레스 씨. 저 말씀은 믿지 마십시오. 설마 믿습니까?"
카샬은 떠나는 헤레스를 향해 말을 꺼냈다.
헤레스는 가다 말고 뒤를 돌아 안경을 올렸다.
"저도 반쯤만 믿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
하벨은 헤레스의 말에 제 귀를 의심하다가 자신을 향해 활짝 웃는 카샬을 보니 절로 이가 갈렸다.
"카샬 너……."
"있잖아, 하벨. 이제 마법 암호문을 말해줘도 돼?"
칼리우스가 말을 꺼냈다.
이제 헤레스가 갔으니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이야. 말해줘도 괜찮아. 아, 마나는 잘 모이고 있어?"
"응. 여기는 정령들이 많아서 순수한 마나가 정말 많아."
칼리우스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를 꺼내 펼쳤다.
하나가 아닌 두 장이라 하벨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마법 암호문 말이야. 이것도 잘린 상태였어. 하지만 이전에 준 거랑 합치니까 조금 더 잘 보였어."
"합쳐?"
"응. 이것 봐봐."
하벨의 물음에 칼리우스는 일정 방향대로 종이를 합쳤다.
스르르.
서로 다르게 놀던 글자가 하나로 합쳐졌다.
[우와아아!]
아라가 종이를 매만지나,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도 거대 정화 장치 이야기였어. 음, 그러니까, 하벨이 말하던 검은 물 괴물 말이야."
칼리우스는 잠깐 머리를 굴렸다.
"저 실험체를 무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정령사가 개입되어 있어."
"정령사가 개입되어 있다니?"
하벨의 물음에도 칼리우스는 아라를 몇 번이나 바라보았다.
이걸 말해도 될까.
"…거기에 있잖아, 정령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거든."
[정령이 필요하다고? 검은 물을 만드는 데 왜 정령이 필요한 거야?]
아라는 검은 물속에서 있던 정령들을 이미 보았고, 하벨이 그들을 구한 것도 알기에 살짝 겁에 질린 상태로 물었다.
"그게 말이야, 아라야. 놀라면 안 돼. 하벨도 놀라면 안 되고."
자꾸만 머뭇거리는 칼리우스의 모습에 하벨은 벌써 눈치채고 말았다.
조용히 칼리우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정령이 검은 물을 만들기 위한 핵심 재료라고 하는데……."
칼리우스가 말을 잇기도 전에 아라가 충격에 빠져 입을 벌린 채 눈만 깜박거렸다.
"지, 진정해, 아라야."
"…쓰레기 새끼들."
칼리우스가 아라를 살포시 흔들었고, 카샬이 욕을 퍼붓다 입술을 다물었다.
"그것 외에는 또 뭐라고 적혀 있었어, 용용아?"
하벨의 웃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미 정령이 나오는 순간부터 하벨은 분노를 곱씹고 있었으니.
정령들이 보이는 오만함?
처음에 자신도 그 오만함이 거슬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했다.
저들도 서툰 것뿐이었다.
정령수를 넘겨줌으로써 다가오는 정령사의 감정이 두렵고, 이미 사람한테 몇 번이나 상처를 받았을 테니까.
"용용아."
하벨은 안절부절못하는 칼리우스의 모습에 숨을 짧게 내쉬었다.
"말해줘서 고마워. 다들 너한테 화낸 게 아니야. 그 검은 물을 만든 마법사 협회에 성이 난 거지."
"정말……?"
"그래. 그러니까, 계속 말해도 괜찮아."
칼리우스는 그제야 주변을 살폈다.
하벨 말대로 다들 자신에게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자신이 지레 겁을 먹었다는 걸 알았다.
이건 괜찮구나.
칼리우스는 생각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있지, 물의 흐름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웨인 톨이 소유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렇게도 쓰여 있었어."
하벨은 저 말에 속이 쓰라렸다.
벌써 두 번이나 검은 물속에 정령들이 있는 걸 확인했다.
검은 물이 여타 오염된 물들과 달리 검게 물든 건 정령들을 삼켰기 때문이란 생각이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아니길 빌었는데.
'…그럼, 마법사가 오염된 물을 검은 물로 바꾸면서 부정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정령을 재료로 썼단 말인가?'
오염된 물이 직접 정령에게 해를 끼는 건 없었다.
다만, 새로운 정령이 태어났을 때, 당연히 가지고 태어날 '물의 특성'을 천천히 앗아가 버렸다.
정화제는 정령들이 정령사의 몸에 정령수를 넣어 만들어지지만, 더 자세히 파본다면 물의 특성이 있는 정령들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정령수 자체가 이미 물이기에 물의 특성이 사라진다면 정령들이 정화제를 만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끝은 정해져 있다.'
이 과정을 어떻게든 오지 않게 하려고 룬델이 그렇게나 발버둥 치고 있지 않은가.
―세상이. 이 세상이… 멸망할 겁니다.
이미 하벨 티에라가 처음부터 예견한 일이었다.
회귀자인 그의 말이기에 아니라고 부정조차 어려웠다.
결국, 자꾸 돌고 돌아 모든 게 멸망과 이어지지 않는가.
'제기랄.'
하벨은 솟구치는 짜증을 잠재우며 다시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 의문점을 느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