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그럴 수가(2)
* * *
레디나는 이 황당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 하벨은 저택에서 쉬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얼마 전, 데론이 죽는 걸 확인한 후 돌아왔을 때 하벨이 기절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황당했는가.
그래서 간다는 말도 못 했는데.
'…아니지.'
이게 먼저가 아니었다.
"다친 곳은 없으세요?"
자신이 하벨의 목을 벨 뻔했다.
다시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보다시피, 괜찮아."
하벨은 씩 웃었다.
방금 죽을 뻔했는데 저렇게 웃음이 나올 수 있는지.
레디나는 의아함을 뒤로한 채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 저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세상에, 신을 죽이려 하다니. 제가 신도가 아니게 되는 줄 알고 진짜 놀랐어요."
"설마 이 와중에도 신도니 뭐니 생각했던 거야?"
"에이, 그럴 리가요. 농담이죠, 농담."
레디나가 키득거렸다.
역시 이 맛이었다.
고작 하루였지만, 이 맛이 그리워 잠입이 그렇게 지루할 수 없었다.
"웨인 톨은?"
하벨은 아직도 굳어 있는 아라를 찌르며 물었다.
"저기에 아라 님이 계신가요? 아, 웨인 톨이라면 이미 죽었죠."
"그럼. 검은 달 일원은 어떻게 됐어? 죽였어?"
하벨이 아라의 배를 간질이자 그제야 꼬리가 흔들렸다.
[이, 이 몸은 진짜 놀랐어! 레디나일 줄은 몰랐다구! 미안해, 레디나.]
아라가 레디나를 안아주자 그녀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검은 달 일원을 보기만 했겠어요? 놈이 웨인 톨을 죽이는 걸 본 뒤에 제가 정보를 캐서 죽였죠. …음, 그리고 검은 달 일원의 시체를 처리하다가 이쪽으로 왔는데요?"
레디나는 자신이 왔던 방향을 가리켰다.
"시체를 처리하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정확히는 시체를 처리하려고 좋은 장소를 찾다가 마침 누가 이쪽으로 오더라고요."
레디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시다시피 여기가 비밀 통로잖아요?"
[오오! 맞아! 여긴 비밀 통로야!]
아라가 다시 만세를 불렀다.
"딱 보아하니 왕족이 쓰는 비밀 통로인 같더라고요. 어차피 급할 때 말고 쓰지 않을 테고, 누가 이 시신을 발견해도 어쩌다 비밀 통로에 들어와 굶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레디나는 다른 손에 있는 단검을 돌리자 아라가 앞발을 모아 구경했다.
위험하게.
하벨이 아라의 꼬리를 잡고 뒤로 당겼다.
"이미 옷가지는 싹 바꿨고, 무기도 챙겼죠. 그리고……."
레디나는 곧 말을 멈추고 웃음기를 살짝 지웠다.
"얼렁뚱땅 넘어갈 뻔했네요. 그래서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도련님? 지금 링거를 빼셔도 되는 건가요?"
"자연스럽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쉽네."
하벨은 절대로 그럴 생각이 없다며 팔짱까지 낀 레디나의 모습에 얼렁뚱땅 넘어가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아라가 새로운 힘을 익혔거든."
[응응! 이 몸이 열심히 연습해서 대장이랑 같이 이동했다?]
"정말요? 아라 님이요?"
언제 표정을 굳혔냐는 듯 레디나는 금세 활짝 웃었다.
"대단해요, 아라 님! 제가 언제나 아라 님을 응원하는 거 알고 있죠?"
[헤헤. 고마워, 레디나. 이 몸을 응원해주고 있을 줄은 몰랐어.]
아라는 쑥스러운지 꼬리에 얼굴을 묻었다.
"참, 레디나. 네가 쫓았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봤어?"
하벨은 레디나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여전히 검은 불꽃을 피어 올리는 랜턴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장소가 왕궁이다 보니 괜스레 바안이 떠올랐고.
자신의 말 때문에 환하던 빛이 검게 바뀌어 활활 타오르지 않았던가.
랜턴의 검은 불꽃이 재앙을 알린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냥 둘 순 없었다.
"…으음. 되게 수상한 사람이요."
레디나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살짝살짝 찔렀다.
"옷은 왕실 시종의 옷이었지만, 왕실 시종이 이런 곳으로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는 혹시나 검은 달 일원이 아닐까 싶어서 따라왔어요."
이미 검은 달의 일원을 죽여 지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지 않았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추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추적에 실패했고?"
하벨이 장난기를 담아 묻자 레디나는 잠깐 울컥했다.
"한 호흡 차이로 놓친 거예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놈을 추적하던 도중 갑자기 놈이 뒤를 돌아보았다.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기에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저 살기에 숨결이든 그림자든 닿는 순간 들킨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되어 숨을 쉬지도, 눈을 감지도 않고, 눈동자마저 움직이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던가.
고작 몇 초였다.
발소리조차 남기지 않았기에 뒤늦게 쫓아봤지만, 추적에 실패하고 말았다.
놈도 강하고, 이곳이 미로인 게 한몫했다.
[그럼, 이 몸이 쫓아볼까?]
아라가 자신만만하며 하벨을 바라보았다.
"놈을 쫓고 싶어? 아라가 반짝이며 너를 바라보는데."
하벨은 레디나를 향해 물었다.
"아라 님, 죄송해요. 이렇게 놓쳤으니 쫓아봤자 소용없을 거예요. 지금은 도련님을 안전하게 집으로 모셔야 할 일이 생겼고요."
[이 몸은 괜찮아.]
"아라가 실망했대."
[이, 이 몸은 그런 말을 한 적 없어! 거짓말쟁이!]
아라가 길길 날뛰었고, 레디나가 충격받은 표정을 하자 하벨은 재미있어하며 그제야 말을 바꿨다.
"농담이고, 아라가 괜찮다고 했어."
"…와. 진짜 못됐네요. 어떻게 아라 님을 가지고 농담을 할 수 있죠?"
[맞아! …아, 아니야. 대장은 하나도 안 못됐어.]
고개를 끄덕이던 아라가 뒤늦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요, 도련님?"
레디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라의 힘을 통해 물로 이동했어."
"그게… 가능한 거예요? 정령사가 그렇게나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레디나가 놀라며 묻자 하벨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당장 세렌만 봐도 이동기를 사용하지 않는가.
"이게 정령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하벨의 시선이 슬쩍 아라를 향하자 아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이 몸은 모르겠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세렌한테 물어볼 걸 그랬어.]
"제가 알기로 그렇지 않아요. 만약 그랬다면 제 손에 정령사가 죽었겠어요?"
레디나는 일부러 '정령사'를 언급할 때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나 이 말을 듣고 있을 아라가 마음에 걸려왔다.
"어쨌든, 레디나. 허탕을 친 김에 잠깐만 나 좀 따라올래? 확인할 게 있어서 말이야."
하벨이 장난스레 미소를 지으며 다시 가면을 쓰자 레디나는 강렬한 흥미를 느꼈다.
"도련님."
레디나가 실실 웃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기뻐해?"
"도련님께서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리실지 너무 궁금하네요."
레디나는 하벨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강렬한 호기심을 억누르기도 어려웠다.
"사건에 휘말리다니?"
"걸어 다니는 사고뭉치이시잖아요?"
"…내가?"
하벨은 난생처음 듣는 소리에 기가 찼다.
룬델한테 사고를 친다고 말하긴 했지만, 자신은 용왕이었다.
―여기서 슬쩍 말씀드리자면 저희 모두는 용왕님을 존경하고, 든든한 막냇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모두에게 존경을 받던.
―용왕님. 제발, 가만히 좀 계시면 안 됩니까? 무슨 사고뭉치도 아니고, 맨날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사고를 내시면 어떡합니까?
분명 그런 용왕이라고 기억하는데.
'…시끄럽다, 류아.'
하벨은 머릿속에서 갑자기 떠오른 류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대장은 사고뭉치가 아니야. 대장은… 음, 사고를 일으키지… 않나?]
아라가 하벨의 편에 서다 곧 한쪽 귀를 쫑긋 세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라 너마저?'
하벨은 눈을 크게 뜨며 아라를 보았다.
"그리고 음……."
레디나는 말꼬리를 늘였다.
"무엇보다 지금 도련님을 혼자 보낸다면 저는 신도라는 이름을 반납해야지 않을까요?"
"그냥 간다고 말하면 되는 거지, 또 신도를 붙여야 속이 시원해?"
"그럼요. 물론이죠!"
레디나는 하벨의 가면을 슬쩍 손가락으로 찌르고는 키득거렸다.
"자, 앞장서세요, 도련님."
하벨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레디나는 손으로 가리켰다.
* * *
"…그래서 말이에요, 지부가 티에라 가문하고 가깝더라고요."
레디나는 재잘거리다 가장 중요할 지부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듣던 하벨은 도중에 멈췄다.
"이런 걸 나한테 이야기해도 되는 거야? 기밀 아니야?"
"기밀이요? 저 지금 검은 달을 배신하고 도련님한테 붙었어요."
레디나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반응했다.
검은 달을 배신하고 하벨의 신도가 된 지가 언제인지.
지금 검은 달은 망가졌기에 어차피 부술 일밖에 남지 않아 배신의 고민은 짧지 않았던가.
"게다가 누가 도련님의 목을 노렸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레디나 자신도 무척 궁금한 사실이었다.
[이 몸은 엄청 궁금해. 만나면 이 몸이 깨물어줄 거야!]
아라가 이빨을 내보였다.
아라 자신도 엄청 궁금했다.
대체 대장이 무슨 짓을 했다고 죽이려 하는지 용서할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긴 했지만, 그 의뢰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뒤에 죽여야지."
하벨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려면 검은 달을 부서트려야 할 텐데요? 그 정보는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검은 달의 수장이 가지고 있어요."
"왜 수장만 쥐고 있을 수 있는 건데? 그게 참 이상했단 말이야."
하벨은 이전부터 거슬리던 부분을 언급했다.
가끔 보이는, 어색하면서 또 잘 어울리는 현대 문물처럼 묘하게 거슬렸으니까.
검은 달은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는 말을 레디나가 하기는 했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 자신은 알지 못했다.
"검은 달은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현재 수장은……."
레디나는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주먹을 꽉 쥐었다.
"수장은 원래 수장을 죽이고, 지부장을 모두 짓누르고 그 자리에 올라간 놈이에요."
레디나의 눈꼬리마저 사납게 올라갔다.
'아. 진짜 말 그대로였다니.'
대놓고 드러낸 분노에 하벨은 레디나의 목표가 검은 달이 아니라 검은 달 그 자체인 '검은 달의 수장'이라는 걸 확신했다.
모든 것이 힘의 논리로 이루어진 곳이라면 당연히 검은 달이라는 이름도, 조직의 힘도 모조리 수장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어쨌든, 아무리 검은 달이 망가졌어도 이 의뢰는 비정상적인 의뢰에요."
레디나는 차차 분노를 삼키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고자 말을 돌렸다.
"이게 정상적인 의뢰가 아니라고? 정상적인 의뢰니까 이렇게 네가 받은 거 아니야?"
"의뢰자가 검은 달에게 암살 의뢰를 제안하는 장소는 뒷세계 어디든 존재하는 흔하디흔한 의뢰소에요. 그중 가장 유명한 곳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죠."
"또 뒷세계가 나오네."
하벨은 자신의 가면을 톡톡 건드렸다.
가면단이라는 이름으로 지배한 곳만 해도 꽤 많지 않은가.
"어쩔 수가 없어요. 뒷세계야말로 모든 소문이 모이는 밤 같은 곳인걸요."
[뒷세계가 밤이야? 이 몸이 아는 밤은 그게 아닌데.]
아라가 레디나의 말에 혼란을 느꼈다.
밤이 뒷세계라니.
"비유한 거야, 아라야. 밤처럼 어두운 곳이라는 거지."
하벨은 아라의 배를 간질이며 피식 웃었다.
[오! 있지, 대장. 이 몸이 저택을 돌아다니다가 들었는데, 밤을 지배하는 사람을 '밤의 제왕'이라고 부른데! 대장은 뒷세계를 지배했으니까, 이제부터 밤의 제왕이야!]
"아라 님이 뭐라고 말씀하셨길래 도련님께서 굳어지셔요?"
레디나는 가면에 가려졌지만, 하벨의 손가락이 멈춘 걸 보며 장난기를 드러냈다.
"…계속 말해줘."
하벨은 너무도 행복해하는 아라한테 차마 그 별명은 쓰지 말아달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으음, 의뢰소에서 모은 정보는 분류된 뒤……."
"거기에서부터 망가졌다는 말이네? 수장이 바뀌어서?"
"맞아요. 분류 작업에서 죽여야 할 대상자가 '악'인지 아닌지 가리는데 지금 제대로 돌아가지 않죠. 거기를 '지부'라고 하고요."
레디나의 목소리에 살짝 씁쓸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의뢰가 아닌 거예요. 도련님은 결코, '악'이 아닙니다."
하벨이 악이라면 악이 아닌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어쨌든, 검은 달 일원이라면 누구든 아는, 임무 시작 장소로 모이게 돼요."
하벨은 레디나의 말을 들으며 랜턴이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 왼쪽으로 걸어갔다.
"거기는 지부랑 달리 공개된 장소고?"
"맞아요. 그 장소에서 의뢰를 받죠. 만약 의뢰가 겹친다면 바로 옆 장소에서 임무를 두고 싸움으로 쟁취해요."
레디나는 자신을 가리키며 으쓱거렸다.
"제가 이겼죠."
"잘했어, 레디나. 내가 사람 보는 눈은 확실하단 말이지."
"도련님."
레디나는 하벨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묘하게 매서웠다.
"왜?"
"지금 어지럽죠?"
"티가 나?"
"걸음걸이가 조금 전부터 이상하다 싶었어요. 그냥 확인은 다음에 하시고 아라 님의 기술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요."
"그건 안 되겠는데."
"고집부리지 마세요. 도련님이라면 둘러업고 갈 수 있어요."
"아니."
하벨은 벽을 가볍게 두드렸다.
"도착한 것 같아서."
"여기가 나가는 통로라고요? 막혔는데요?"
"아니, 여기야."
랜턴이 이쪽을 가리킨 뒤 일정한 박자대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에헴. 이건 이 몸이 할 수 있어.]
아라는 눈을 빠르게 굴리더니 손가락을 들어 조금 전 들어올 때 보았던 작은 점을 거침없이 눌렀다.
딸깍.
문이 열리자 레디나의 눈이 반짝거렸고, 하벨은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냈다.
"준비해. 뭐가 있을지 모르니까. 아라 너도."
[이 몸은 이제 집으로 갈 수 있어!]
아라는 콧바람을 세게 불었다.
틈틈이 하벨이 맛있는 물을 주었기에 힘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도련님."
레디나가 복면을 다시 뒤집어쓰며 말했다.
"말해봐."
"저는 이제 도련님의 시녀이자, 신도로서 움직일 테니, 놀라지 마세요."
"…나 지금 가면 쓰고 있어."
"도련님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말이죠."
레디나는 단검을 손에 쥐고는 하벨보다 앞서 걸으며 비밀 통로를 빠져나갔다.
* * *
길은 하나였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피 냄새가 진득하게 났다.
레디나는 좋지 않은 예감에 하벨을 돌아보았지만, 하벨은 앞을 가리켰다.
"계속 가도 돼."
하벨의 목소리가 굳어 있었다.
이 정도 냄새라면 하벨도 모르지 않을 텐데.
대체 뭘 확인하려는 건지.
레디나는 문 앞에 섰다.
엽니다.
그 신호에 하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레디나가 천천히 문을 밀자 시체가 보였다.
왕실 기사들이 죽어 있었다.
하나.
넷.
일곱.
화르르륵!
랜턴이 더 불길하게 울부짖었다.
천천히 열리는 문 사이로 누군가를 배에 검이 관통된 모습이 보였다.
그 누군가는 하벨 자신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왕.
에르티안 왕국의 왕이자 바안의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