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그렇게 적을 알았다(2)
* * *
* * *
"…와."
카샬은 눈을 크게 떴다.
컵이 저렇게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나다니.
대체 힘이 얼마나 세면 저럴까.
"미, 미안해, 카샬."
칼리우스는 카샬의 눈치를 보며 깨진 컵을 주우려고 했다.
"하지 마. 이것도 다 기술이 필요하니까."
카샬은 깨진 컵을 주우며 목소리를 냈다.
"혹시 힘 조절이 어려워?"
"…어어."
칼리우스의 눈동자가 빙그르르 돌았다.
"내 말이 빨라? 아니면 어려워? 그게 아니라면 왜 자꾸 눈치를 봐? 아직 뭔 말도 안 꺼냈는데?"
"못하면 카샬이 나한테 멍청이라고 말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리고, 음."
칼리우스는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먹여주고 재워주면 혼나는 건 당연한 거라고 했어. 나는 지금 해야 할 일도 못 했으니까……."
"지금 설마 나보고 널 때리거나 구박하라는 말을 하려는 거 아니지?"
흠칫.
칼리우스가 그대로 굳어져 카샬을 보았다.
"…하. 미치겠네."
카샬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용을 부려 신나야 하는데, 오히려 짜증 나는 상황이라니.
―카샬. 나중에 용용이를 가르칠 때, 성질 좀 죽여. 눈치를 너무 많이 보더라. 절대로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어리숙한 저 성격에 당하면 당했지 뭘 할 것 같진 않거든. 그러니까 성격을 죽여.
하벨이 자신한테 조용히 당부하지 않았던가.
그때 속으로 설마 했다.
어리든 뭐든 일단 용이지 않은가.
그 망할 스승님이 찾으라고 시킨, 세상의 수호자.
얼마나 중요하면 그런 일을 시키고 자신은 룰루랄라 여행이나 떠났겠는가.
'그런데 용을 때려? 어떤 멍청한 새끼가.'
이가 갈렸다.
나이는 하벨보다 많다고 하지만, 모습만 보면 아직 아이이지 않은가.
애초에 때린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맞았어?"
"안 아팠어. 이렇게 보여도 난 엄청 튼튼해."
"맞았냐고."
"안 아팠어. 정말로."
"왜 가만히 있었어? 네 힘이 이렇게나 강한데?"
카샬은 두 동강이 난 컵을 흔들었다.
"배고픈 건… 싫으니까. 외로운 게 더 싫고. 그리고 나는, 나는 세상의 수호자야! 수호자는 그러면 안 돼."
"어떤 새, 아니 놈인데?"
"우선 하벨한테 물어볼게."
"저한테 말해줘도 괜찮아요."
기척도 없이 레디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음에도 카샬과 칼리우스는 놀라지 않았다.
"하벨이… 무슨 일이 있으면 먼저 하벨한테 다 말하라고 했는데."
칼리우스는 곤란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럼 저랑 같이 가요."
레디나가 웃자 칼리우스는 눈을 크게 떴다.
"하벨이 날 불렀어?"
"네. 불렀어요."
"그럼 같이 갈래."
칼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방긋 웃었다.
"도련님께서 또 무슨 일을 하신 건 아니지?"
카샬은 덜컥 밀려오는 불안함에 묻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다.
"편지를 부치신대요."
"편지……? 도련님께서 편지를 부칠 사람이 없는데?"
카샬은 레디나의 대답에 마른침을 삼켰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또 무슨 일이 생겼고, 생기겠구나.
"나도 같이 가지."
"저는 편지지를 가지러 가야 해서요. 먼저 가세요."
레디나가 손을 흔들자 카샬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쉿.
레디나가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자 카샬은 입을 열었다.
"마침 편지지가 떨어져서 밖에서 사와야 할 거야."
"알겠어요. 그럼 먼저 가세요."
레디나는 손을 흔들었다.
카샬과 칼리우스가 나가자 그녀는 웃음기를 싹 지우고는 창문을 열었다.
삐이이익.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훈련된 이들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지만, 카샬은 이 소리마저 들리는 모양이었다.
암살자는 아니던데.
'진짜 보면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라니까.'
레디나는 자신도 피리를 꺼내 불었다.
내려가니까, 그만 좀 불라고.
* * *
"…무슨 일인데? 아직 약속한 보고 시간이 아니잖아?"
레디나는 여성을 째려보았다.
이렇게 의뢰 기간이 긴 의뢰에 한해서 직접 보고가 아닌 간접 보고의 형식을 택하곤 했다.
"그래. 보고 시간은 아니지."
"그러면 용건이 뭔데? 내 앞으로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올 리는 없을 테고."
이번 의뢰를 차지하기 위해 몇 명이나 곤죽으로 만들었던가.
레디나의 싸늘해진 표정에 단발 머리카락을 한 여성은 눈썹을 꿈틀거리다 말을 꺼냈다.
"의뢰자께서 더 빨리 의뢰를 완수하길 요청하고 계셔. 이걸 전하러 왔어."
"얼마나 빨리?"
"예정된 날짜에 절반쯤."
"내놔봐."
레디나가 손을 내밀자 여성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의뢰자가 그렇게 말했다며. 그럼 나한테 뭐라도 왔을 거 아니야?"
"레디나."
"왜?"
"너 지금 의뢰자와 관련된 그 모든 정보는 오직 수장님만 아신다는 걸 몰라서 이래?"
그녀의 입꼬리가 틀어졌다.
모처럼 꼬투리를 잡았다.
"아니면 아직도 네가……."
"내가."
무거워진 레디나의 목소리만큼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얼마 전에 뒤통수를 세게 맞았거든. 너도 알잖아, 렌?"
레디나의 몸에 연기가 휘감기자 렌은 덩달아 단검을 쥐었다.
하지만 이미 레디나의 단검은 렌의 목을 향했고 차갑고도 끈적한 감각에 렌은 숨을 멈췄다.
죽음의 공포가 그림자를 타고 몸으로 기어오르는 느낌이 몰려들었다.
"그래서 렌, 네가 가져다준 정보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아야 하지 않겠어? 응?"
"이, 있어! 있다고!"
그녀는 손에 쥔 단검을 떨어트리며 레디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보였다.
"봐봐. 이럴 줄 알았어. 단검 하나에 뭐가 나오잖아? 내가 이래서 이걸 못 버려."
레디나는 그제야 단검을 치우며 활짝 웃었다.
렌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레디나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런 도발에 널 죽일 만큼 피에 굶주리진 않았어. 나도 널 오래 보고 싶고. 우리, 친하잖아?"
"이런… 개같은."
"수장님은 뭐래?"
레디나는 렌이 넘긴 쪽지를 읽으면서도 몸의 감각을 계속 곤두세웠다.
새삼 하벨의 옆이 얼마나 평화로웠는지를 다시금 알게 되었다.
까앙!
레디나는 손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수를 쳐낸 뒤에 연기에 휩싸였다.
콰악!
나무 위에서 나타나 그대로 자신을 습격한 자의 뒷덜미를 잡고 땅으로 내려왔다.
얼굴이 뭉개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자 레디나의 입꼬리가 가득 올라갔다.
"네 꼬리를 밟고 온 거야? 아니면 날 죽이려고 일부러 달고 온 거야? 아니지. 뭐가 됐든 무슨 상관이람."
콰드드득!
레디나는 그대로 자신을 노린 검은 달의 일원을 죽여버렸다.
키득키득.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아. 렌, 너도 지금 내 의뢰를 노렸지, 참? 배때기는 이제 붙었나 봐? 내가 더 깊이 쑤셨어야 했는데."
"…자, 잠깐만."
레디나가 일어나자 렌은 다급히 손바닥을 내보였다.
"왜? 마지막 유언이 필요해?"
"가, 간부의 위치를 알고 싶어 했잖아?"
"발악하는 거야? 재미있네. 계속해봐."
레디나의 눈이 휘었다.
"너도 아, 알다시피 내가 그 정보를 쥐었다는 게 아니야."
"그러엄?"
"이번에 새로 의뢰를 맡은 그놈이 알고 있어."
"그걸 어떻게 들었을까?"
안개에 휩싸인 레디나는 순식간에 렌 앞에 나타나 복부를 걷어찼다.
"…으윽!"
뒤로 쓰러진 렌의 목에 레디나는 발을 올렸다.
잘근.
"이상하다. 내가 아는 네 정보력은 이렇지 않을 텐데?"
"여, 엿들었어! 엿들었다고!"
"그래? 쥐새끼처럼……?"
레디나가 힘을 주자 렌의 얼굴이 터져나갈 듯 새빨개졌다.
"자, 얼른 그 정보를 말해봐."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었다.
'도련님께서 편지지를 기다리시겠어. 얼른 가져다줘야 하는데.'
레디나는 하벨을 떠올리자 순간 피식거렸다.
자신을 기다려줄 누군가가 있는 건 참 기쁜 일이었다.
* * *
"…으음."
칼리우스는 하벨이 다짜고짜 내민 마법 암호문을 보더니 눈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뭔지 알겠어, 용용아?]
아라가 덩달아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자신이 보기에 글자는 뱀처럼 꼬불꼬불했고,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거대 정화 장치와 관련된 내용이야."
칼리우스가 말을 꺼냈다.
"…거대 정화 장치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하벨은 젤리를 우물거리다 말고 놀란 눈으로 칼리우스를 보았다.
"응. 무슨 실험이 적혀 있어. 이 암호문이 아직 다 완전한 게 아닌가 봐. 글자가 깨져있어."
"크라마가 그렇게 말하긴 했다고 했어. 참, 레디나는?"
"검은 달이 온 모양입니다."
카샬이 대답하자 하벨은 눈썹을 올렸다.
"오늘은 보고 일이 아닐 텐데."
"의뢰자가 재촉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재촉했다니. 뭔가 나한테 켕기는 게 있는 건가?"
하벨은 이불을 만지작거렸다.
레디나가 의뢰자를 아는 사람은 수장뿐이라고 했다.
"글쎄요."
칼리우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금 상황에는 뭘 판단할 수조차 없었다.
"용용아."
하벨이 칼리우스를 부르자 그는 손에 쥔 마법 암호문을 내리며 하벨을 보았다.
"응, 하벨."
"읽을 수 있는 것만 말해줘."
"읽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실험을… 했다는 건가. 실험체를 묶을… 음, 구속 마법을……."
칼리우스의 미간이 점점 더 찌푸려지더니 갑자기 입술이 반달을 그렸다.
"땅을 무조건 차지해야 한다고 적혀 있어! 내가 이상해진 그 땅 말이야!"
"이번에 땅을 차지하길 잘했네요. 이유야 어쨌건, 티에라 가문이 소유한 이상 함부로 넘보지 못할 테니까요."
카샬은 그 말에 안도하며 말했다.
마법사 협회가 하는 짓거리를 보다 보니 점점 역겨워졌다.
"땅을 가지고 뭘 하려는지는 몰라도, 잘됐네. 나도 그 땅을 마법사들로 가득 채울 생각이었거든."
"마법사 협회에 저항하는 세력들로 말입니까?"
"맞아."
하벨은 잠깐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령들도 그곳에 머무르면 좋지 않을까?'
어차피 마법사 눈에 정령이 보이지도 않고, 정령이 있음으로써 마법사들이 부정한 것들을 일으키는 마법을 사용하는지 감시도 되며 그 근처에 제법 큰 강도 있지 않던가.
'거대 정화 장치를 설치하기에 딱 맞던데.'
[똑똑해, 용용아! 이 몸은 봐도 하나도 모르겠던데. 완전 대단해!]
"그렇게 말해주는 건 네가 처음이야, 아라야."
아라가 감탄하자 칼리우스는 쑥스러움에 눈을 내리깔며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아, 도련님."
카샬은 곧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떠올리며 하벨을 불렀다.
"데론이래."
"너무 짧습니다. 앞뒤 자르지 마십시오."
"웨인 놈이 빚을 졌고, 그걸 갚아준 사람이 데론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카샬은 코웃음을 쳤다.
그 땅에 그만한 돈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직 틈의 세계가 일어난 피해도 복구하지 못한 주제에.
"그래.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야. 바안 저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
하벨은 칼리우스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어쩐지 더 주눅이 든 것처럼 보였다.
배우는 와중에 혼이 난 걸까. 성질 좀 죽이라고 말했는데.
"그럼 편지지는 왜 필요하신 겁니까?"
"데론을 불러야지."
"…예?"
"데론을 불러야 무슨 정보든 들을 수 있지."
"뒤가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데론 뒤에 뭐가 있는지 아직 모르지 않는가.
"걱정했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지."
하벨은 괜히 팔찌에 달린 랜턴을 건드렸다.
"먼저 건드린 건 놈들이야."
마법사 협회가 장로를 시켜 뒷세계에 마법사를 불러 티에라 가문을 습격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데론이 마법사 협회와 관련이 있든 없든 관계를 분명히 해야 했다.
"그건… 으음, 부정할 순 없네요."
카샬은 말꼬리를 늘렸다.
하벨이 산에 오른 뒤, 찾아온 자아의 혼동 이후로 처음 만난 암살자의 습격으로부터 모든 게 시작되지 않았는가.
"가주님께는 말씀드렸습니까?"
"아니. 말씀드려야 할 상황이야?"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카샬은 나가기 전에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이건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도련님."
"이번에는 말릴 이유가 없을 텐데?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바로 여기 옆에다 꿇어 앉힐 거야."
하벨은 자신의 옆을 가리켰다.
그럼에도 카샬의 표정에 변화가 없자 하벨은 설마 하며 말을 꺼냈다.
"말을 해도 안 된다는 건 아니지? …에이, 그건 아니다."
하벨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자 카샬은 자신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가 가볍게 손으로 가리며 내렸다.
"그런 말씀을 드리려던 게 아닙니다. 하지만 도련님께서 무척, 무척 양심에 찔리시는 모양입니다. 일단 그 사실에 흡족하네요."
"뭘 말하려고 그랬는데?"
하벨이 눈을 깜박거리자 카샬은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잠깐 자리 좀 비켜줄래? 아라 님이랑 같이."
"나 말고 아라도?"
[이 몸도?]
아라는 칼리우스처럼 눈을 깜박거리다 곧 하벨을 바라보았다.
"뛰지 말고. 아까 뛰다가 카샬한테 혼났다며."
[응! 이 몸은 혼나진 않았는데, 용용이가 혼이 났어. 이번에는 살살 다닐게. …으함.]
아라가 하품하자 귀가 젖혀졌다.
[얼마나 있다가 와야 해? 이 몸은 지금 좀 졸려.]
"길어, 짧아?"
하벨이 머리를 쓰다듬자 아라는 다시금 하품했다.
"짧습니다."
"30분 뒤에 오면 되겠다."
[30분?]
아라는 얼른 시계 쪽으로 향했다.
[5분, 10분…….]
5분씩 늘어가는 소리에 맞춰 아라의 꼬리가 흔들렸다.
"휴식시간이라 생각해, 칼리우스."
카샬은 벌써 들떠 있는 칼리우스를 향해 말했다.
용이든 뭐든 그가 못하면 욕을 먹는 건 결국, 하벨이었다.
자신의 시종이 된 이상 대충, 허투루 가르칠 생각도 없었고.
'스승님의 의도가 뭔지도 파악하면 좋겠는데.'
카샬은 '응'이라고 힘찬 칼리우스의 대답에 문득 고개를 돌려 하벨을 보았다.
푸흡.
카샬의 입꼬리가 떨렸다.
"갑자기 왜 웃는데? 이러고 있는 게 웃겨?"
하벨은 신경질적으로 링거를 흔들었다.
"아뇨. 도련님께서 칼리우스보다 나이가 적다는 사실이 참 우스워서요."
"시끄러워. 쟤는 용이라고."
딸깍.
문이 닫히자 하벨은 짜증이 살짝 묻어난 목소리를 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칼리우스가 폭력에 노출된 모양입니다. 제가 이 점을 생각해 교육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
하벨의 시선이 랜턴으로 향했다.
"…개새끼들."
누군가 저 어리숙함을 이용하진 않았을까 했는데.
저 용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데 있어 원인을 제공한 게 틀림없었다.
"찾아내 죽일까요? 아니면 데려올까요?"
"아직. 이건 칼리우스하고 말을 나눠야겠어."
자신이 함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었다.
어쩌면 저런 일 때문에 칼리우스가 더 동족에 집착한 게 아닐까.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은 다르잖아? 눈을 떴는데 나뿐이었어. 나는 내가 '마지막이구나'라며 받아들일 수 없었어. 왜 내가 혼자야? 왜 나는 혼자여야 하는 거지?
가벼운 말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칼리우스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도련님. 정식으로 편지를 보내도 데론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지."
"알겠습니다. 최대한 정중히 데려오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카샬은 싱긋 웃었다.
다른 말로 납치라고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