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110화 (110/415)

110화. 드러나다(2)

* * *

"하벨. 카샬을 불러올까?"

하벨이 아파 보이자 칼리우스가 마차 문손잡이를 잡았다.

하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용용아. 너는 사과할 준비부터 해. 그럴 수 있어?"

"…응. 이건 내가 잘못했어. 몇 번이라도 미안하다고 말할게."

"그럼 됐어. 이제 그만 울고."

하벨은 칼리우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안 울어. 다 울었어."

"그래, 잘했어. 그럼, 나 잠깐 잘게. 좀 힘드네."

"알았어. 나랑 아라랑 조용히 있을게."

[응응. 이 몸도 조용조용히 말할 거야.]

"아니야. 그냥 떠들어도 괜찮아."

하벨은 눈을 감았다.

아무 소리도 없는 것보다 아라와 칼리우스가 떠드는 소리가 더 편안했으니까.

곧 재잘거리는 그들의 목소리가 귀를 토닥거렸다.

* * *

타탁.

불꽃이 일렁거렸다.

대체 시체를 몇 번이나 태워야 이 불길을 멈출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떠돌아다녔다.

어딜 보아도 시체뿐.

짙은 피비린내가 코를 찔러와 온몸에 묻을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은 죽어버린 이들을 쓰다듬고 있었다.

저들 모두 너무도 소중했기에.

마지막 작별은 언제나 가슴 아팠으니.

"…이만 들어가십시오."

들려오는 목소리만큼이나 무거운 발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왔느냐."

자신은 시체를 정돈하며 목소리를 냈다.

누가 보아도 힘이 없는 목소리이기에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처럼 피 냄새를 풍기며 눈가에 짙은 상처가 난 남자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무날이다. 류아에 이어 무날이라니.'

끝내 시체를 찾지 못해 장례조차 제대로 치러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소매에 숨긴 손의 떨림에 자신의 마음도 덩달아 흔들렸다.

'자책하라고 이런 꿈을 꾸는 것인가.'

류아도, 무날도 모두 지켜주지 못했다.

멍청한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걸까.

"오늘은 들어가십시오, 용왕님."

"아니다. 나 때문에 이리도 많이 죽지 않았더냐?"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용왕님 때문이 아닙니다. 증오스러운 수족 때문이 아닙니까."

"사실이다. 수족들이 이들을 이리 짓밟아놓을 동안 나는……."

"용왕님께서는 많은 이들을 구하셨습니다. 아무리 용왕님께서 물과 바다의 지배자이시나, 모든 걸 하실 수는 없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무능함이라는 단어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바다가 일렁거렸기에 그들의 죽음을 알 순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고, 자신의 힘이 닿는 범위는 언제나 한계가 있었다.

"나라고 모든 바다를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지."

이게 무슨 용왕인가.

이리도 무력할 수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말뜻이 아니었습니다, 용왕님!"

무날은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

"오늘도 수족을 무너트리고, 이 땅을 얻지 않으셨습니까? 그놈들이 더럽힌 바다와 물을 정화하시고, 어그러진 물의 흐름과 결계마저 유지하시고 계시잖습니까."

타탁.

불꽃이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날이 아무리 자신을 감싼다 한들, 명확한 사실 하나는 변하지 않았다.

"저들이 죽었다."

"…용왕님께서는 지금 휴식이 필요하십니다. 벌써 며칠이나 지났습니까? 다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무날아."

"…예, 용왕님."

"베인 자리가 아프더냐?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아프지… 않습니다."

무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언가를 참는 모습이 이제야 선명히도 보였다.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나는 아프구나. 그러니… 이렇게라도 마지막을 보내주고 싶다."

"용왕님께서 쓰러지신다면, 저희는……."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절대로 너희를 두고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너희의 왕이 된 이상, 나는 너희를 버리지 않아."

자신은 다시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자신의 부하들이 뒤에 서 있었다.

"나는 괜찮다. 이보다 더 버틸 수 있다."

"멍청한 소리는 그만두십시오!"

그 속에 있던 류아가 소리쳤다.

"용왕님 덕에 저희는 수족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야 놈들한테 빼앗겼던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데 우리가……."

"괜찮다."

자신은 류아의 일그러진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니, 그 말을 그의 입에서 꺼내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너희는 내 족쇄가 아니다. 나는 너희를 만나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자신이 몇 번이라도 그들을 보며 꺼내고 싶었던 말.

수없이 흘러간 기억 속에 혹여라도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도 후회하지 않았던가.

'이 말을.'

"이 말에 절대로 거짓은 없구나."

활짝 웃는 자신의 얼굴이 느껴졌다.

'내가… 했구나.'

지금까지 꿈을 꾸며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았다.

고마웠다.

너무도 고마워 가슴 속에서 파도가 요동쳤다.

그들을 혹여나 다시 볼 수 있다면 이처럼 똑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만나서 고마웠고, 한 번도 그 사실에 후회한 적이 없노라고.

"그러니 나는 괜찮다."

'아니, 괜찮지 않았다.'

차라리 이때, 괜찮지 않다고 말을 해야 했다.

다 끌어안지도 못할 거면서 왜 바보같이 다 참았는지.

자신은 다시 고개를 돌려 죽은 이를 안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걸어갔다.

그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걱정하지 말거라."

저 말은 저들이 아닌, 자신을 향해 내뱉는 소리였다.

그저 무서웠다.

'그 걱정이 나를 나약하게 할까 봐.'

죽은 이의 이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슴에 새로 난 상처가 속을 갈기갈기 찢었지만, 자신은 미련하게도 그 상처마저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왕으로서 그 무게를 잊게 할까 봐.'

시체를 불 속에 놓았다.

화르륵.

불꽃이 타올랐다.

"…내 너를 기억하겠다."

자신은 씁쓸한 말을 내뱉었다.

왕의 자리는 무수히 많은 피를 빨아먹는 자리라는 걸 누군가의 죽음을 깨닫고, 점점 자신을 짓누르는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타탁.

불꽃이 튀었다.

모든 죽음이 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만히.

그렇게 또 가만히 불 속에서 사그라지는 마지막을 바라보았다.

* * *

'…거짓말.'

의식이 돌아오자 하벨은 제일 먼저 그 생각부터 떠올렸다.

아라가 가끔 자신을 보며 입에 올리던 '거짓말쟁이'가 사실이라는 걸 이제야 확인했다.

겁쟁이인 줄 알았더니, 거짓말쟁이일 줄이야.

'기억하겠다면서 기억을 잃다니.'

하벨 티에라의 몸에 억지로 들어간 부작용인지.

그가 회귀한 대가를 자신이 받는 건지.

하벨은 머리를 쓰다듬는 누군가의 손길에 천천히 눈을 떴다.

"혹시 나 때문에 깼더냐?"

룬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 작은 숨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아라의 꼬리가 제 얼굴을 간질였다.

"미안하구나. 마음만 급했단다."

주변이 아직 어두웠기에 룬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미안함을 꺼내는 말처럼 표정 역시 굳어져 있을까.

"아직 아침 해가 떠오르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더 자도 된단다."

룬델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하벨은 뻣뻣해진 손가락을 움직이다 밀려오는 쓰라림에 목소리를 냈다.

"…미안합니다."

이번에는 진짜로 하벨 티에라의 몸에 상처를 입히지 않았는가.

아버지로서 속상할 일이었다.

"괜찮단다."

"제가 상처를 냈습니다."

"네가 애를 쓴 흔적이 아니더냐."

"그래도 당신의 아들… 몸에 상처를 낸 겁니다. 화가 나지 않습니까?"

룬델은 잠깐 말이 없었다.

아직 눈이 어둠에 적응되지 않았다.

역시 화가 났겠지.

"속상하구나."

룬델은 말문을 열었다.

"너무도 속상해 화가 난단다. 하지만 그 화는 너에게 향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제가 아니라뇨?"

"혹시 기억하더냐."

"무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가 뭘 해도 좋으니 내 아들이라는 사실만 기억해달라고 말하지 않았더냐?"

―네가 그 몸에서 나갈 때까지만이라도 좋다. 뭘 해도 좋으니 네가 내 아들이라는 사실만. 그 사실만 기억해줄 수 있더냐?

하벨은 간절함을 담아 이야기하던 룬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미안합니다."

순간 울컥해 하벨은 또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을 말씀드려도 저는 하벨 티에라가, 당신의 아들이 아닙니다."

"괜찮단다."

다정하게 밀려오는 말과 함께 드디어 룬델의 표정이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보같이, 저 믿음이 제 발등을 찍는 줄도 모르고.

"나는 괜찮단다."

방금 과거를 보고 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룬델이 꺼내는 저 말은 꼭 자기 자신한테 꺼내는 말 같았다.

괜찮지 않기에 꺼내는 위로가 섞인 말.

지독한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기에 꺼내는 씁쓸한 말.

"말이 너무 많았구나. 이만……."

"가주님."

문득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다급히 룬델의 손을 잡았다.

"그래, 하벨아."

하벨은 자신을 너무도 구슬프게 바라보는 눈빛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꼭 자식을 잃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진짜로 자신이 하벨 티에라가 아님을 인정했냐는 그 물음은 죽어도 나오지 않았다.

"하벨아."

"……."

"너는 내 아들이란다."

하지만 룬델은 말을 내뱉었다.

그보다 더 오래 살아왔던 자신도 이렇게나 말을 꺼내는 게 무서운데.

룬델은 자신보다 훨씬 더 강했다.

이게 아버지란 존재일까.

"세상이 무어라 하든, 네가 나를… 부정해도 말이다."

순간, 하벨은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괜찮단다. 나는 괜찮단다."

룬델은 자신의 손등을 다독이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 아라의 숨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하악."

하벨은 참았던 숨을 그제야 간신히 내뱉었다.

거대한 충격이 밀려와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것만 같았다.

자신을 멋대로 하벨 티에라라고 오해한다면 분명 후회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저들이 하벨 티에라와 자신이 다른 존재임을 알게 될 거라 믿으며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하지만 그 믿음이 깨지고.

'룬델이.'

룬델이 자신이 하벨 티에라가 아님을 인정하고.

'나를…….'

아들로서 받아들인다면.

'받아들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부분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벨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젖힌 커튼 사이로 조용히 달빛이 들어왔다.

하벨은 붕대가 감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쥐었다 펼치며 움직이다 세게 꾹 힘을 주었다.

아픔이 몰려왔다.

마치 자신의 몸처럼.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몸이 갑자기 끔찍하게 느껴졌다.

이 아픔마저 낯설게 다가와 마음이 흔들리고 알 수 없는 감정이 다가왔다.

날붙이들로 온몸이 관통당했을 때처럼 뜨거웠고, 쓰라린, 이 감정을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처음 겪는 상황이다.'

마치 갓 태어나자마자 바다에 서서 혼란스럽고, 두려워 숨을 쉬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그때와 닮아있었다.

하벨은 입술을 깨물었다.

'여긴 내 자리가 아니다.'

숙인 고개만큼이나 머리카락이 어깨 안으로 들어왔다.

'이건 내 몸이 아니다.'

이빨이 입술을 파고들며 나는 피가 왜 이렇게 텁텁하고 쓰디쓴지.

'아니다.'

하벨은 꿈속에서 들었던, 불이 타들어 가는 소리를 기억했다.

아무리 손에 쥐려고 해도 쥘 수 없는 게 존재한다는 걸 그때 알지 않았던가.

비우고.

버리고.

눈을 감는다.

그때처럼 하벨은 하나씩 비우려 노력했다.

* * *

"…하."

헤레스는 하벨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땅이 꺼지겠네."

"땅보다 제 마음이 꺼지기 직전입니다. 돌아오실 때마다 이러시면 저는 충격에 며칠이나 시름시름 앓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안하네."

"아니, 그렇게 먼저 사과하시면 제가 화를 낼 수가 없잖아요."

헤레스는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하벨의 표정에 마음이 약해졌다.

몸이 아파서 그러는 건지.

"…아니죠. 화를 내야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시겠죠? 무언가 하려고 하실 때쯤 제 잔소리가 떠올라 멈칫거리실 테니까요. 아니면 정말 듣기 싫어서라도 하지 않으시……."

"상태가 그렇게 나쁜가?"

"……."

헤레스는 싱긋 웃으며 뒷덜미를 붙잡았다.

팍.

소리가 너무도 선명해 하벨은 눈을 깜빡거리다 슬쩍 시선을 피했다.

만약 아라가 칼리우스랑 저택 구경을 하러 간 게 아니라면 자신의 옷자락을 흔들며 똑같이 혼내고 있을 것 같아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도련님께서 가끔 본인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자신감은 클수록 좋죠."

헤레스는 하벨의 손바닥을 펼쳤다.

"그런데 도련님. 지금 손바닥이 어떻게 됐는지 혹시 보셨습니까?"

"보지 못했네. 눈떠보면 새 붕대로 갈아져 있었으니. 지금도 새 붕대로 바뀐 상태이질 않은가."

"음, 실례합니다."

헤레스는 가볍게 말한 뒤에 하벨의 소맷자락을 걷었다.

"……!"

"보이십니까, 도련님?"

하벨의 표정이 굳어지자 헤레스는 다급히 소맷자락을 내렸다.

팔등이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하벨은 이미 소맷자락에 가려진 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괜스레 그때, 푸른 동상이 되어 죽어간 이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듣자 하니, 가슴팍까지 이 푸른 기가 번졌다고 하고, 어제 제가 확인했을 때는 어깨까지 번져 있었거든요."

헤레스는 급격히 가라앉은 하벨의 분위기에 마음이 덩달아 무거워졌지만,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헤레스."

"예, 도련님."

"그 마법사……."

"일주일 안에 오실 겁니다. 이미 가주님께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룬델이 갑자기 나오자 하벨의 마음이 흔들렸다.

"가주님께……?"

"예. 가주님께서는 무조건 알고 계셔야 할 문제니까요. 요새… 예민한 부분이잖습니까?"

"알고 있었나?"

"도련님께서 무슨 일로 다치셨는지 들으면서 알게 됐어요. 마법사 협회에서 그런 일까지 벌이다니.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그런 짓에 기어코 손을 대고 말았네요. 제가……."

헤레스는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뒷말을 삼켰다.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가 달라질까.

"어쨌든 이제 도련님께서 알아보고 싶은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십시오."

헤레스는 마지막으로 주사 하나를 놓은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사가… 정말로 온다니.'

시기가 이렇게도 맞물릴 수가 있는가.

하벨은 팔을 들어 흔들리는 랜턴을 바라보았다.

하벨 티에라.

'이 또한 네 짓이 아니길 빈다.'

진심으로.

* * *

<…도련님의 생각이 옳았습니다.>

페트리오는 무겁게 목소리를 냈다.

<웨인 놈이 소유한 톨 가문의 재정 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도중에 누군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 이미 몰락했을 겁니다.>

하벨은 사과를 먹다 말고 눈을 찌푸렸다.

'…에이씨.'

사과 맛 다 떨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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