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용용이(3)
* * *
하벨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법사한테 쫓긴다고? 왜?"
시간조차 느리게 흘러갈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저번에 마차에서 널 봤을 때, 너무 반가워서 힘을 왕창 써버렸다고 했잖아?"
"그게 왜?"
"시간을 붙잡는 건 엄청 어려운데, 그것 때문에 마나가 거의 바닥 났어."
"다시 채우면 되는 거잖아."
용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질문을 듣자 칼리우스는 잠깐 당황했다.
'왜 모르는 거지?'
칼리우스는 차차 의문이 몰려왔다.
멀뚱멀뚱 하벨을 보던 칼리우스는 슬쩍 몸을 앞으로 숙이며 냄새를 맡았다.
바다와 물 냄새.
정체 모를 뾰족한 냄새.
그리고 영혼의 냄새.
'……!'
칼리우스의 몸이 움찔거렸다.
"왜 그래?"
하벨의 물음에 칼리우스는 입을 열지 못했다.
영혼의 냄새가 왜 이렇게 약한 걸까.
'…하벨이 아픈 데는 이유가 있었어.'
용이든 누구든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었고, 용인 자신은 영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벨은 그 냄새가 유난히 약했다.
아프든, 영혼에 문제가 생기든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니 칼리우스는 힘껏 다짐했다.
'그래. 내가 하벨의 형이야.'
하벨의 영혼이 약하기에 대대로 전해지는 용의 지식을 모를 수 있었다.
모르면 알려줘야지.
하벨은 갑자기 흐뭇해하는 칼리우스의 표정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아났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인간은 대기 중에 있는 마나로 부족한 마나를 채우겠지만, 우리는 아니야. 순수한 마나가 필요해."
'마나에도 등급이 있다는 건가?'
하벨은 처음 듣는 이야기가 섣불리 말을 하지 않으려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꼬리를 만지작거리던 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대장은 마나가 없어. 그건 이 몸이 가장 잘 알아. 대장은 정령사니까.]
"……?"
칼리우스는 아라가 꺼내는 말에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 마나가 없다고? 용이… 마나가 없다고?"
"용이 아니라니까."
하벨이 목소리에 한숨을 섞자 칼리우스는 그제야 자신의 입을 가리며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아버렸다.
'하벨은… 마나가 없어서 자신을 용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거였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 이 바보야!'
용과 마나는 한 몸이었다.
그런 마나가 없으면 과연 용일 수 있을까.
"이상한 생각 그만하고 계속 말해봐."
하벨은 칼리우스가 무슨 오해를 하는지 구태여 묻지 않아도 알아챘다.
하지만 굳이 저 오해를 풀지 않아도 시간이 해결해 줄 테지.
"알았어. 더 열심히 말해줄게."
칼리우스는 두 주먹을 꽉 쥐며 대답했다.
"순수한 마나는 주로 정령 근처에서 만들어져. 내가 그 숲속에 들어간 이유도 다 그 이유였어."
칼리우스는 손을 들어 '위이잉'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트렸다.
"그 숲에서 네가 이렇게 떨어졌고, 내가 잡았어. 다시 생각해도 믿을 수 없어. 머릿속으로 그 상황을 얼마나 돌려봤는지 몰라."
자신의 양손을 보던 칼리우스는 뿌듯함을 드러냈다.
설마 그곳에서 하벨을 만날 줄이야.
반가웠다.
너무도 반가워 생각만으로도 다시 입가가 간질거렸다.
"그래서 마법사한테 쫓기는 이유가 뭐야?"
하벨은 링거를 힐끔 쳐다보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왔다.
가뜩이나 거대 정화 장치 일 때문에 마법사 협회가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법사한테 쫓긴다는 말을 듣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
용이 마법사 손에 넘어가게 된다면.
'칼리우스와 관련된 그 기억만 아니었어도.'
망할 하벨 티에라.
하벨은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쓸어넘겼다.
"내가 시간을 느리게 하는 마법을 썼다는 걸 들켰나 봐. 어떻게 알았는지 날 추적해서 잡아가려고 하더라."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하자 하벨은 입을 살짝 벌리며 칼리우스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날은 자신이 왕실로 간 날이며 사람들이 수도로 엄청 몰린 날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은 만큼 당연히 그 속에 마법사가 있을 수도 있었다.
일부러 들키려고 사용한 게 아니라니.
"왜 그렇게 봐?"
칼리우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저 용이 세상을 멸망시킬 원흉 중 하나라니.
"용용아."
"응."
"그날, 사람이 많았잖아?"
"맞아. 엄청 많았어.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봤어."
"그런 곳에서 넌 강한 마법을 사용했어. 놈들 시각에서 본다면 등록되지 않은 마법사가 나타난 거야. 불확실한 존재는 위험하고, 넌 네 존재를 놈들에게 알렸어. 이제 왜 쫓기는지 알겠어?"
"아니야. 엄청 다급했어. 지금이 아니라면 널 어떻게 다시 만나야 할지 몰랐다고. 나는 절대로 들키려고 마법을 쓴 게 아니야."
"그럼 어떻게든 흔적을 지웠어야지."
"…그런 건 배우지 못했어. 눈 떴을 때부터 나는 혼자였다고. 용으로서 내가 자각하는 부분 이외에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어."
칼리우스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칼리우스와 하벨을 번갈아 쳐다보던 아라가 칼리우스에게 다가가 머리를 토닥거렸다.
[우, 울지 마, 용용아. 대장은 절대로 나쁜 의도로 말한 게 아니야. 만약 그러면 이 몸도 같이 '떽' 하고 말해줄게!]
"민폐 끼치는 일은 없을 거야. 정말로."
칼리우스는 고개마저 푹 숙였다.
"나는 그냥. 그냥 널 만나서 반가웠고,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고. 그리고… 혼자인 건 싫어."
"마법사한테 붙잡히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해부되지 않을까. 실제로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칼리우스는 고개를 살짝 들며 말하자 아라가 '히익'하고 놀라 자신의 꼬리를 꽉 안았다.
"혹시 얼굴은 들켰어?"
"…아니."
"솔직히."
"들킨… 것 같아.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렸어."
'…골치 아프네.'
하벨은 숨을 짧게 내쉬었다.
솔직한 말로 칼리우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걸어 다니는 멸망을 향한 도화선이 아닌가.
세계 멸망과 별개로 그런 도화선을 마법사 협회 손에 들어가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어쩌면… 원래는 마법사 협회에 잡힌 게 아닐까?'
망할 하벨 티에라.
"마나가 회복된 후에도 마법사한테 쫓길 것 같아?"
하벨이 넌지시 묻자 칼리우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는 용이야. 절대로 안 쫓겨."
이 방에서 칼리우스를 만났을 때 이후로 처음 듣는 반가운 소식에 하벨은 입꼬리가 살짝 올렸다.
"그럼 마나가 회복될 때까지야."
천천히 칼리우스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저, 정말로?"
"그래. 그때까지 내 말을 들어준다는 조건하에야."
"응. 무조건 잘 들을게. 용한테도 왕이 있다고 했어. 왕의 말은 들어야지."
"용용아."
"…응?"
하벨이 웃고 있지만, 칼리우스는 그가 화를 낸다는 걸 알아보았다.
"왕이라는 소리는 다시는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그냥 하벨이라고 부를게. 그러면 괜찮지?"
"그래."
"나는 칼리우스야. 내가 지었어."
[이 몸은 아라야. 대장이 아주 예쁘게 지어줬어! 바다라는 뜻이래!]
아라가 배시시 웃으며 앞발을 내밀자 칼리우스는 반갑게 흔들었다.
"반가워 아라야. 나는 칼리우스야."
'순진한 척이 아니었어. 그냥 좀… 살짝 모자랄 뿐이지.'
하벨은 드디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감정을 두려워하는 정령의 특성상 아라 역시 감정에 예민했고, 호기심은 많지만 내심 소심했다.
이렇게 다가간다는 것 자체가 칼리우스가 보여준 모습이 진짜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
동시에 하벨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벨 티에라의 손아귀에 놀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했지, 현실은 그가 내린 결론과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지금 칼리우스는 어렸고, 어딘가 모자랐다.
게다가 용을 찾으라고 했지, 옆에 끼고 있으라는 말도 없었고, 랜턴도 그저 알려줄 뿐.
이건 하벨 티에라가 하지 못한 자신의 선택이었다.
"용용아."
하벨이 입을 열었다.
"응?"
"혹시 그 모습 말이야. 진짜 모습이야?"
하벨은 성장했던 칼리우스를 떠올리며 물었다.
"아니. 이건 의태야. 내 나이만큼 보여줘. 난 아직 새끼고."
"혹시 의태를 바꿀 순 있어?"
"그건… 아직 못 해. 배운 적이 없어서."
칼리우스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내 머릿속에 용의 지식이 있는 건 맞아. 그런데 한 번에 다 보여주진 않아. 아마도 나이에 맞게 흘러들어오는 것 같아."
'그럼 내가 봤던 그 기억 속 칼리우스는 지금으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는 거지?'
하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가자 칼리우스는 초조해하며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3년 뒤! 아마 3년 뒤에 나는 성인이 될 수 있어. 용이 진짜 오래 사는 걸 생각하면 엄청 빨리 어른이 되는 거야."
"지금 몇 살인데?"
"17살!"
칼리우스가 당당히 말했다.
[이, 이 몸은 3주인데.]
아라의 귀가 살짝 쳐졌다.
'진짜 어린아이였다니.'
용이 얼마나 사는지 몰라도 꽤 오래 산다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빨리 어른이 되는 셈이었다.
갑자기 칼리우스가 손바닥만 한 아라처럼 작아 보였다.
"3주라고 해도 정령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른이야. 나랑 다르게 모든 지식을 가지고 태어나잖아."
칼리우스가 꺼낸 말에 아라가 울상을 짓자 하벨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내가 말했지? 느려도 상관없다고. 진짜 중요한 건 행복이니까."
하벨의 길어진 미소만큼이나 아라가 방긋 웃었다.
[응응! 맞아! 이 몸은 기억하고 있어. 이제 이 몸은 괜찮아!]
"그래."
하벨이 아라를 쓰다듬다 칼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너도 그래. 뭐가 그렇게 조급해?"
"내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여. 넌 인간과 달리 시간도 넉넉하잖아?"
투박하게 들려오던 하벨의 목소리에 따뜻함이 묻어나자 칼리우스는 고개를 숙인 채 옷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야."
항상 미숙하고, 어리숙한 자신을 알기에 칼리우스는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아차 하면 이미 저지른 후였고,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움직였다.
'칭찬일까. 칭찬이면 좋겠다.'
처음 느껴보는 이 감각에 헤어나오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직도 자신의 손을 잡아 준 아라의 말랑함을 느끼며 칼리우스는 용기를 내 물었다.
"하벨. 있잖아. 나, 여기… 있어도 돼?"
"이미 마나가 회복될 때까지 옆에 있어도 된다고 말했는데?"
그냥 꺼낸 말이 아니었다니.
칼리우스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하벨은 정말 좋은 용이야."
"나는 용도 아니고, 밖에서 '용'이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으면 해."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해?"
"사람이라는 말을 붙여야지. 나나 너나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니까."
"아! 알았어. 꼭 사람이라고 부를게. 하벨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이렇게?"
"그래, 맞아."
하벨이 고개를 끄덕이자 칼리우스는 정답을 맞춘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용 대신 사람이라고 붙이기.
칼리우스는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다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하벨. 혹시 아직도 아파?"
단지 하벨의 얼굴이 창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 이것 때문에 좀 그래 보이는데 지금은 괜찮아."
하벨은 링거가 달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이 몸이 보기에는 아닌데.]
아라는 날아와 하벨의 이마에 손을 올리다 깜짝 놀랐다.
발바닥을 쫙 펼치며 꼼지락거렸다.
[이것 봐, 이마가 뜨겁잖아. 대장, 아프면 참는 게 아니라구.]
"그래. 아플 텐데. 이건 아플 수밖에 없는데."
세로로 그린 동공이 커지고, 칼리우스의 눈마저 벌어졌다.
만약 영혼에 문제가 생겼으면 얼마나 아플까.
"용용아. 마나는 언제쯤 회복될 것 같아?"
하벨이 묻자 칼리우스는 하려던 말을 잊어버리고 눈마저 원래대로 떴다.
"그건 나도 몰라. 정령이 완전 많으면 한 달 안에 다 회복이 될 거야. 원래는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은데 내가 시간을 건드려서 그래."
어떤 의심도 없이 술술 말을 꺼내자 하벨은 잠깐 멈칫거렸다.
조건을 걸고 허락했어도 한 가지는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용용아."
"응."
"원래 누가 그렇게 말하면 술술 말해?"
"거짓말은 수호자로서의 덕목이 아니야."
넌 세계를 멸망시킬 용이야.
하벨은 간지러운 입을 참아내며 물었다.
"누가 물으면 나한테 먼저 물어봐 줘. 그건 할 수 있겠지?"
"응. 물론 할 수 있지. 이미 기억했어."
"그리고 혹시 세상을 부수고 싶다면 그전에도 나한테 말해줘."
"나는 세상의 수호자인데? 혹시 내 의태 때문에 수호자로서 보이지 않는 거야? 아니면 역시 수호자로서 위엄이 보이질 않는 거 맞지? 내가……."
"아니. 혹시나 하는 말이지."
"알았어. 두 가지 다 기억할게."
"그럼."
하벨은 문을 바라보았다.
"카샬."
하벨의 부름에 문이 조용히 열렸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카샬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벨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다 들었지, 카샬?"
"……!"
칼리우스는 그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곧 그의 눈동자에 새겨진 줄이 얇아지며 기세를 내뿜었다.
"카샬, 내가 용이라는 사실은 말하면 안 돼. 나는 수호자로서 모든 생명을 존중하기에 널 죽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말하면 안 돼."
"들었지, 카샬?"
하벨은 비슷한 말을 꺼내며 키득거렸다.
"…도, 도련님?"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침묵 끝에 카샬이 입을 열었다.
"농담이라고. 제발, 농담이라고 말씀해주십시오. 지금이라면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안 되겠는데. 진짜니까. 물론 의태를 푼 모습은 못 봤지만."
"하벨 너한테는 지금 당장 보여줄 수 있어."
칼리우스가 다급히 말했다.
[혹시 이 몸한테도 보여줄 수 있어?]
아라가 조심스럽게 묻자 칼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넌 내 친구야. 친구한테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어."
천천히 아라의 눈이 커졌다.
별을 총총 박은 것처럼 반짝거리더니 당장 칼리우스 앞으로 다가갔다.
[이 몸이, …이 몸이 진짜 용용이의 친구야?]
꼬리에 얼굴을 반쯤 묻은 아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 아라 넌 내 친구야. 함께 위기도 극복하고 이름도 나누면 친구랬어."
[우와아아.]
아라는 꼬리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발을 동동 흔들었다.
[이 몸은. 이 몸은 지금 믿을 수 없어서 가슴이 콩닥콩닥해.]
친구라니.
아라는 꼬리를 내리며 배시시 웃었다.
[응응! 용용이는 이 몸의 첫 번째 친구야!]
'그럼 나는…….'
하벨은 아주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섭섭했으나, 아라가 기뻐하기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카샬을 쳐다보았다.
카샬을 보는 하벨의 시선이 평소보다 날카롭다.
"내가 마음 준비하라고 했지?"
"…용은 없습니다, 도련님."
"아니야. 내가 마지막 용이었어."
칼리우스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다 곧 자신의 입을 가렸다.
용 말고 사람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하벨이 그러지 않았는가.
"내가 마지막 사람이었어."
"어쨌든 이렇게 됐으니 당분간 티에라 가문에 머물 거야."
하벨은 실실 웃었다.
중간 과정이 생략됐지만, 카샬이 밖에서 듣고 있었으니 하벨은 구태여 말을 추가하지 않았다.
"…아주 진한 커피 한 잔만 먹고 와도 됩니까, 도련님?"
카샬은 도무지 현실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