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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79화 (79/415)

79화. 연회에 붉은 꽃을

* * *

* * *

"…울고 있을까요?"

레디나가 함정을 발로 치우며 입을 열었다.

하벨을 바라보던 페트리오의 시선은 신을 마주한 구원자의 눈빛과 비슷했다.

저 감각을 알기에 레디나는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렇겠지."

카샬은 무덤덤하게 대답하며 마지막 문을 열었다.

"그래. 아마,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하벨까지 목소리를 내자 레디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하벨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감정도 만만찮다고 느껴졌다.

'…도련님께서 그럴 일이 있으신가?'

레디나는 목까지 치밀어 오르는 의문을 꾹꾹 눌렀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대장.]

아라가 하벨의 목을 끌어안으며 불렀다.

[아까, 좀도둑이 엄청 슬퍼 보여서 이 몸이 등을 토닥거려줬어.]

"잘했어, 아라야."

하벨은 아라가 쫙 펼친 앞발에 가볍게 손가락으로 손뼉을 쳤다.

[헤헤.]

아라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아라의 토닥거림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네.'

하벨은 페트리오가 느낄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페트리오는 그에게 유일한 존재인 가문을 빼앗겼다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유일한 것조차 잃어버린 자신은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는 게 고작이었다.

'축하한다, 페트리오. 그리고.'

하벨은 검은 불꽃이 타오르는 랜턴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덜컹.

"……?"

자문관은 낯선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벽이 열렸고, 태연하게 걸어 나오는 그들을 보며 자문관은 잠깐이나마 말문을 잃어버렸다.

"쉿."

하벨은 미리 만들어낸 물로 자문관의 입을 막아버렸다.

보글보글.

자문관이 소리를 지르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레디나의 몸이 연기에 휘감겼고, 그녀는 벌써 자문관의 뒤쪽에 서서는 단검을 놈의 목에 겨눴다.

"지금 죽여도 되나요?"

여전히 레디나의 머리카락 끝에 연기가 감돌았다.

"아니. 몇 가지만 물으려고."

하벨은 카샬까지 검을 뽑아 자문관의 심장에 겨누는 걸 보며 자문관이 앉아 있던 책상에 걸터앉았다.

"자. 이제 내가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저으면 돼. 알겠지?"

이미 어떻게 저들이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문관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티안 왕국을 홀라당 벗겨 먹으려고 했어?"

자문관은 하벨의 눈치를 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 세력이든, 뭐든 누구한테 사주를 받은 적이 있어?"

자문관은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었다.

"혹시 네 뒤에 재무부 장관 말고 또 누가 있는 거야?"

자문관의 고개가 또 좌우로 움직였다.

"그럼 너랑 재무부 장관 말고도 다른 거대 세력이 있어?"

자문관은 조금 전과 달리 망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랑 다른 세력인 건 확실하고?"

자문관이 다급히 고개를 움직이자 하벨은 비로소 확인하고 싶었던 사실에 만족했다.

자문관과 재무부 장관의 힘이 세긴 하지만, 저 세력만으로 왕국을 무너트리는 건 어려웠다.

분명 자문관도 알고 있는 다른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 에르티안 왕국을 갉아먹는 기생충은 저들이었다.

"…하. 이놈의 나라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아니, 왕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들은 왜 하나같이 그 모양인지."

카샬이 불만을 터트렸다.

"이건 이제 내 일이 아니라, 왕실에서 알아서 해야 일이니까 너도 신경 쓰지 마."

하벨은 키득거리며 가면을 잡았다.

"그냥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정보라는 건."

가면이 하벨의 얼굴을 떠났고, 자문관의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졌다.

"많을수록 좋잖아?"

보글보글!

자문관이 무어라 말을 했지만, 하벨은 방긋 웃었다.

"그러게 티에라 가문을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귀족들은 결코 혼자서 움직이질 않는단다.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지.

룬델이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 하벨 티에라를 건드렸던 놈들 중 일부만 이름이 드러난 상황일 뿐, 과연 자문관이 티에라 가문을 건들지 않았을까.

용왕이었을 때 심장이 쥐어뜯기는 기분을 느끼며 깨닫지 않았던가.

귀족들이든 관료들이든 어설픈 자비는 독일 뿐이라는 걸.

"그러게 정화제와 정화 장치를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하벨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손을 대었다.

물의 오염을 막으려는 룬델을 위해서라도 저놈은 사라져야 했다.

"그러게 가진 자산에 만족하며 살았어야지. 건드릴 거 다 건드려놓고 왜 억울해하는지 모르겠네."

보글보글!

필사적으로 자문관이 소리를 냈지만, 하벨은 무시했다.

어차피 '살려달라', '잘못했다', 혹은 '뭐든 다 들어 주겠다'밖에 없을 테니.

"죽여."

콰드드득.

레디나는 하벨의 지시에 망설임도 없이 목을 베어냈고, 카샬은 놈의 가슴을 꿰뚫었다.

푸욱!

하벨은 아라의 눈을 가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번져가는 피를 보며 금세 먹먹한 감정이 밀려왔다.

겨우 한 놈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자는 권력자인 귀족의 머리를 밟고 선 놈이었다.

저놈만 사라져도 바뀌는 게 정말 많겠지.

'…그때도.'

하벨은 밀려오는 씁쓸함을 숨기려 다시 가면을 썼다.

'죽였어야 했다.'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화르륵.

마치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듯, 랜턴에 검은 불꽃이 더 피어올랐다.

"유서 하나는 써놓고 가야겠지?"

하벨은 돌아가기 전에 레디나를 바라보았다.

"물론이죠. 저놈 가신들이 털어먹을 게 없나 달려들면서 무너진 이 자리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할 테니까요."

"나머지 하나는 왕실로 보내게 두 개는 써야 할걸?"

카샬은 레디나에게 유언장 두 개를 요구했다.

"좋은 생각인데요? 하긴 도련님께서는 이 권력이 왕실로 향하길 원하셨잖아요?"

"맞아. 그래야만 왕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고개를 끄덕인 하벨의 행동에 레디나는 얼른 종이를 내밀었다.

"그럼 도련님께서 형식을 짜주세요. 제가 필체를 베껴 쓸 테니까요."

"그럼 저는 가문 인장을 찾아보겠습니다."

[어어, 이 몸도 카샬하고 같이 찾을래! 아까 이 몸하고 인사했던 정령들한테 물어봐야지.]

아라는 앞발을 흔든 뒤에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날아갔다.

하벨은 한껏 들떠 보이는 그들을 바라보다 천천히, 그리고 무겁게 펜을 쥐었다.

'감정에 먹히지 마라.'

이 씁쓸함은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생각하며 하벨은 손을 움직였다.

* * *

보글보글!

재무부 장관이 뭐라 지껄이든 말든 카샬은 기가 막히게도 값비싼 것들만 죄다 주워 담았다.

촤르륵.

"…와. 이 영롱한 빛깔 좀 보십시오. 이 금화가 다 얼마입니까?"

카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니까! 이, 이 몸은 여기가 너무 좋아! 금화라니!]

아라는 자신의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금화를 꺼낼지 말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대충 챙겨. 어차피 시간상 다 챙기지 못할 테니까."

재무부 장관의 목을 노린 검이 하벨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자문관을 처리하면서 조작에도 시간이 제법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재무부 장관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놈부터 제압하고 분업에 들어갔다.

카샬은 돈을, 레디나는 유언장 조작을.

"아라야. 너는 가문 인장을 찾아야지."

하벨은 금화에 빠진 아라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아차차! 이 몸이 그만 잊어버렸어!]

아라가 자신의 뺨을 잡으며 고개를 흔들자 창문 틈으로 여러 정령이 고개를 내밀었다.

빼꼼.

아라는 하벨을 보고 멀찍이 피하던 모습을 보았기에 신기해하며 물었다.

[왜 왔어? 이 몸하고 같이 찾아주려고?]

[아니. 네가 우릴 불렀잖아.]

[이 몸은 부른 적이 없는데?]

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하벨은 그 모습에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라는 정말로 아무도 부르지 않았으니까.

"맞아, 아라는 너희를 부르지 않았어."

하벨의 말에 재무부 장관은 번뜩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 허공을 향해 말을 하는 건지.

[너한테 물은 적 없어. 입 다물어.]

정령이 하벨을 향해 눈을 찌푸리자 아라는 털을 부풀렸다.

[왜 대장한테 갑자기 화를 내는 거야?]

[넌 어떻게 쟤 옆에 있을 수 있어? 이 지독한 냄새와 불쾌함을 참고 있는 거야? 아니면 혹시 억지로 붙어 있는 거야?]

'…아.'

정령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하벨은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검 끝이 살짝 흔들렸다.

하벨 티에라를 좋아하는 정령은 고작 소수였고, 대부분 정령은 그를 싫어했다.

[우리가 도와줄게. 쟤랑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아. 우리가…….]

[대장한테 그런 냄새는 나지 않아. 이 몸은 대장이 좋아서 있는 거라구. 가! 이 몸은, …이 몸은 대장한테 함부로 하는 존재들이 싫어!]

아라는 점점 울먹이며 소리쳤다.

하벨을 싫어하며 피하는 정령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하자 아라는 슬펐다.

파지직.

정령들은 순간 몸을 스치는 찌릿한 감각에 깜짝 놀랐다.

저 작은 정령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미, 미안해.]

[정말로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저 불길함이 너를 잡아먹을까 봐, 네가 걱정돼서 그랬던 거야.]

[가! 이 몸은 너희가 싫어!]

정령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라는 당장 하벨에게 날아가 그를 꼭 안았다.

[…미안해, 대장. 이 몸이 대신 사과할게. 대장은 절대로 그렇지 않아. 이 몸이 제일 잘 알아.]

덜 자랐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속상했는데, 불길하다는 말을 계속 듣는 하벨은 오죽할까.

"…고마워, 아라야."

하벨은 지금 상황을 떠나 밀려오는 감동을 숨길 수 없었다.

아라가 자신을 저렇게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

"아라야. 나는 정말로……."

보글보글.

순간, 재무부 장관이 떠드는 말에 하벨은 단숨에 감정이 식어버렸다.

눈치도 없는 새끼.

"다 끝냈어요, 도련님."

레디나가 말을 꺼내자 하벨은 치미는 짜증을 드러내며 자신의 가면에 손을 댔다.

"참,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걸 잊었네."

하벨의 가면이 손에 떨어졌다.

보글보글!

자문관과 비슷한 반응,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을 받은 표정에 하벨은 놈을 비웃었다.

"왜 티에라 가문이 여기서 나오냐고?"

하벨은 놈의 눈빛을 읽으며 대답해주었다.

"왜냐니. 왕실을 완전히 꺾으면 이제 남은 건 티에라 가문 차례인데 가만히 지켜보는 게 더 이상하잖아. 아니면 계속 가만히 있으니까, 덩치만 큰 어린아이처럼 보였던 거야?"

장난기 어린 하벨의 미소에 재무부 장관의 눈동자에 핏대가 가득 섰다.

분노했지만, 어쩔 텐가.

이미 판도는 섰다.

저놈은 졌고, 자신은 이겼다.

하벨은 검을 겨눈 손에 힘을 주며 조금 더 다가가 말했다.

"자문관은 몰라도 너는 알고 있었겠지. 에르티안 왕국이 다른 나라에게 얼마나 먹혔는지를. 그놈들이 바로 티에라 가문을 노린다는 사실도."

―이미 외부에서도 이 에르티안에 손을 뻗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더 혼란스럽겠습니까?

바안이 꺼낸 말도.

―그렇지. 내분이 일어나면 외부에서 좋다고 에르티안 왕국을 물어뜯을 테고, 외부의 힘이 강해진 만큼 우릴 손에 넣으려고 별 지랄을 다 떨 거야.

라르웬의 말도.

모두 에르티안 왕국 이외의 나라를 가리켰다.

설령 자문관이 몰랐다고 한들, 돈의 힘을 가진 재무부 장관은 반드시 알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너는 오늘 죽는 거야."

하벨의 손이 높이 올라갔지만, 더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뒤를 보자 카샬이 검날을, 레디나가 하벨의 팔목을 잡고 있었다.

"도련님. 손에 그 더러운 피를 묻히지 마십시오. 제가 베겠습니다."

"맞아요. 굳이 도련님의 손을 더럽힐 이유가 어디 있나요?"

카샬과 레디나를 바라보던 하벨은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누굴 죽인다고 해서 충격받을 일은 없어."

정말 많이도 죽여봤기에 오히려 무감각하다는 쪽에 가까웠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도련님께서는 그러지 마세요.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는 자신을 좀먹을 수밖에 없어요. 익숙하든 아니든 간에요."

레디나는 천천히 하벨의 손을 내렸다.

"제가 있을 때는, 제가 죽일게요. 저는 이미 손이 새빨갛지만, 도련님께서는 아직 아니랍니다. 제가 이 손을 잡을 때, 도련님의 손은 계속 따뜻하셨으면 해요."

"이거 과보호야."

하벨은 레디나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했다.

"뭐 어쩌겠습니까? 도련님이잖습니까."

"맞아요. 도련님이잖아요. 아직……."

레디나는 '아이'라는 뒷말을 다급히 삼켰다.

지금은 놀릴 때가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위치에 계시니 즐기십시오. 아가씨든, 둘째 도련님이든 어쩔 수 없이 현장직에 계시지만, 도련님께서는 아직 아니잖습니까."

"과보호라니까."

카샬까지 꺼내는 말에 하벨은 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그럼, 얼른 성년이 되시면 됩니다. 쑥쑥 자라십시오, 도련님."

카샬은 키득거리며 단숨에 재무부 장관의 목을 날리고는 그대로 놈의 몸을 걷어찼다.

"고위 귀족의 목이 또 날아갔네요.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도련님."

카샬은 놈을 베어냈던 검을 내리며 하벨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돈은 다 챙겼어?"

이제 제 나이가 얼추 4주 정도 되어 가지만, 하필 카샬에게 저 소리를 들으니 하벨은 기분이 무척 나빴다.

"…아, 아뇨!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5분! 아니 10분만요! 금방 챙기겠습니다!"

하벨의 말에 카샬은 정신이 번뜩 들어서는 당장 자신이 챙기던 금화를 향해 달려갔다.

[짠! 이 몸도 해냈다? 이 몸이 어떻게 인장을 얻었냐면 바람이 이 몸한테 막 속삭여…….]

"반가워요, 아라 님!"

아라가 가문의 인장을 쥐어서는 날아오자 레디나가 당장 아라를 껴안았다.

아라가 항상 하벨 옆에 있는 건 알지만, 자신은 정령사가 아니기에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위치를 알려주니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헤헤, 안녕, 레디나!]

"아라 님이 뭐라고 하세요?"

하벨은 아라한테 가문의 인장을 받으며 대답했다.

"아라를 안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고 말하네?"

[거짓말쟁이!]

아라가 깜짝 놀라며 아등바등했다.

"정말요…? 아니죠? 아니라고 말씀해주세요!"

레디나가 어깨를 늘어트리자 하벨은 키득거리며 그녀가 적은 내용을 확인했다.

"농담이야. 아라가 너한테 안녕이라고 했어."

편지봉투에 넣고, 촛농을 떨어트린 뒤, 인장을 확실히 찍었다.

"우리도 이제 여기는 안녕이고."

하벨은 다시 가면을 써서는 자신들이 왔던 비밀 통로를 향해 걸었다.

재무부 장관이 죽었을 때, 랜턴에 피어난 검은 불꽃은 더 커진 걸 확인했다.

뒷세계 통합 때와 비슷한 현상이라면 지금보다 더 커질 테지.

이제 남은 건 연회였다.

'…그래. 붉은 꽃이 좋겠네.'

연회에 붉은 꽃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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