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사 가문의 막내가 되다-69화 (69/415)

69화. 땅따먹기(3)

* * *

에본은 하벨을 바라보았다.

역시 가면에 가려져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자신이 여기에서 대답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알겠습니다. 저와 제 부하들은 이제부터 가면단 소속입니다."

에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무릎 그만 꿇고, 모스튼 벨이 무슨 땅을 매입하려고 했는지 쓰면서 들어. 네가 앞으로 해야 할 것들 말이야."

하벨의 말에 에본은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자신이 배신하지 않을 거라 단언하는 저 자신감은 대체 무엇인가.

"머리 굴리지 마, 에본. 지금 너를 죽음에서 건져주려는 건 나야."

"……!"

카샬이 건넨 종이를 받던 에본이 그대로 멈췄다.

"…지, 진심이십니까?"

"대충 예상했잖아."

당연하다는 듯이 들려오는 하벨의 대답에 에본은 경악스러운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로 귀족을, 모스튼 벨을 죽인다는 말인가.

"그러니 판단 잘해."

"알… 겠습니다."

에본은 마른 침을 삼켰다.

이 이상 저 남자를 떠보는 행동은 아무래도 제 목숨을 재촉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 듯했다.

무엇보다 모스튼 벨에게 죽을 목숨이 연장됐으니 이보다 기쁜 게 어디 있겠는가.

에본은 종이에 주저 없이 써 내려갔다.

지금 이 거래에서 자신이 챙겨야 하는 건 목숨이자 그 후의 일이었다.

저 남자는 때마침 찾아온 행운이었고.

에본은 종이를 하벨에게 넘겼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모스튼 벨의 땅 일부를 제가 관리하는 겁니다. 추가로 누가 관리하는지도 적어놨습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넙죽 하는 모습에 하벨은 만족스러웠다.

자신은 눈치가 빠른 자를 좋아했으니.

하벨의 시선이 레디나를 향했다.

"죽여요?"

"아니. 소란만 일으켜 줄 수 있어?"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거네요. 네. 금방 다녀올게요."

레디나는 의자를 잡더니 잠깐 멈칫거렸다.

"아, 위치 좀 알려주세요. 처음 보는 이름이라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벨의 고갯짓에 에본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벨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았다.

때가 좋은 건지, 아래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위치나 각도나 여러모로 좋네.'

[어?]

하벨이 갑자기 책상에 올려진 화분을 잡자 아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하시려는 겁니까? …아니시죠?"

계속 하벨을 살피던 카샬은 설마설마하며 물었다.

"아니, 맞아."

웃음기가 고스란히 전해진 하벨의 목소리와 함께 화분이 창문으로 몸을 던져졌다.

쨍그랑!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혹시 화났어?"

라르웬이 놀라며 묻자 하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난질 좀 할 차례가 아니겠습니까? 기사가 죽었는데 방이 너무 깨끗하잖습니까? 적당히 부숴야죠. 아, 돈과 서류도 털어야겠고요."

하벨이 꺼내는 '돈'이라는 말에 에본은 털이 삐죽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돌려줄게. 돈이나 서류가 남아 있으면 너무 이상하잖아."

"맞는… 말씀이죠."

에본은 왜인지 배가 너무 아팠다.

"그럼 저부터 갔다 올게요."

레디나는 손을 가볍게 흔든 뒤, 하벨이 깬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퍼억!

카샬은 신경질적으로 방에 세워진 동상을 발로 걷어찼다.

아라가 귀를 쫑긋 세워 카샬을 바라보았다.

"망할, 동상."

빠직.

부서진 동상을 보며 카샬은 신경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관리는 더럽게 어려운데 이런 걸 왜 사는 건지. 하여튼 손에 물 하나 묻힌 적이 없으니 모르겠지."

"꽃님이가 아무래도 분노가 많이 쌓였네. 어지럽히는 건 꽃님이한테 맡겨도 되겠지?"

라르웬은 키득거리며 하벨에게 물었다.

"물론이죠. 오늘은 양보해야지 않겠습니까?"

맨날 치우다 가끔 어지럽히는 일도 있어야지.

* * *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시죠?"

살짝 열린 문틈으로 의심 어린 눈초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보였다.

"땅을 사러 왔습니다."

달 무늬가 들어간 가면이 너무도 수상쩍었다.

남자가 손짓하자 옆에 꽃무늬가 들어간 남자가 가방을 열었다.

"…허억."

돈다발로 가득한 가방에 중년 남자는 깜짝 놀라며 곧 문을 닫았다.

[안 돼! 문 열어줘! 대장이 들어가야 한다구!]

아라가 문을 두드리려고 하자 루룸이 아라의 앞을 막아섰다.

[좀 기다려 봐. 조그마한 게 왜 이렇게 성격이 급해?]

'둘 다 조그마하면서.'

하벨은 참 우스웠다.

'…자.'

하벨은 웃음을 삼키며 옷을 뚫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검은 불꽃을 보았다.

'얘는 왜 또 작동하는 건가.'

땅을 소유한 자는 평범한 남자였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안에서 무언가 작동하는 소리가 다급하게 들리자 곧 문이 활짝 열렸다.

중년 남자가 열린 문 만큼이나 기뻐하며 하벨 일행을 맞이했다.

[봤지?]

[…이, 이 몸도 알고 있었어!]

아라가 꼬리를 바짝 세웠다.

[아라야, 잘 기억해. 인간들은 '돈'을 엄청 좋아해. 냄새나는 종이쪼가리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루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몸은 금화를 엄청 좋아하는데? 예뻐. 그래서 이 몸이 맨날 닦아준다?]

'조만간 예쁜 금화를 사줘야겠네.'

하벨은 아라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며 활짝 웃었다.

"땅을 사러 오셨다고요? 아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남자가 묻자 하벨이 대답했다.

"소문으로 들었습니다. 땅을 파신다고 하셨는데. 아닙니까?"

"아닙니다. 자자, 어서 들어오세요."

중년 남자는 가면을 쓰고 온 3명의 남자를 보고도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이미 몇 번 본 것처럼 익숙해 보였다.

"아이고, 요새 도적들이나 사기꾼이 많아서 경계심이 생길 수밖에 없네요."

방으로 안내하던 중년 남자는 곧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집이 누추해서 죄송합니다."

'벌써 돈을 받은 것 같은데?'

하벨은 넓지만, 낡은 집과 비교하면 어울리지도 않을 목걸이에 여러 개 낀 반지, 무엇보다 남자의 차림새에 돈 냄새를 맡았다.

"아니, 글쎄. 써먹지도 못할 땅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땅값을 올리고자 중년 남자는 사소한 말로 일부러 인기가 많다는 걸 알렸다.

[농담이 아니라 여기 정말 좋은 땅이야.]

루룸은 처음 땅을 밟았을 때 느꼈던 감각을 고스란히 털어놓았다.

[응. 이 몸도 그렇게 생각해. 어음, 그 냄새가 나.]

아라는 긴가민가한 사실을 꺼내려 눈을 질끈 감았다.

[마나.]

[맞아, 루룸! 저번에 거대 정화 장치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맡았던 냄새랑 비슷한 것 같아.]

[그래. 그 냄새랑… 잠깐. 아라 너 예전에는 모르지 않았어?]

루룸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라는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우쭐거렸다.

[이 몸은 계속 자란다구. 언제까지 조그마한 아라로 알면 큰코다쳐!]

솔직히 알쏭달쏭했지만, 아라는 알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지식이 쌓이는 만큼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쑥쑥 자라라.]

루룸은 뭐가 됐든 아라에게 조금씩 흘러나오는 청량감이 마음에 들었고, 처음부터 아라는 특이한 정령이었기에 새삼 놀랄 것도 없었다.

정령이 마나를 알아차리는 것 역시 당연했기에 생각해보면 놀랐다는 자체가 우스웠다.

"지금 그대가 받을 최고가에 두 배."

라르웬은 새어 나올 것 같은 콧노래를 누르며 바로 입을 열었다.

"…헛."

카샬은 다급히 자신의 입을 다물었다.

'아니, 이놈의 도련님이 지금 돈을 막 쓰시네?'

이미 땅 가격을 들었을 때도 어질거렸지만, 그 두 배라니.

"두, 두 배? 두 배 맞습니까?"

남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미 최고가부터 미친 가격이지만, 그것보다 더 준다니.

이 쓸모없는 땅이 대체 뭐라고.

'계약서를 적지 않길 잘했다! 잘했어!'

남자는 얼른 하벨 일행을 방에 모셔놓았다.

"그, 금방 차를 가져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발걸음부터 샘솟는 행복이 보일 지경이었다.

카샬은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지자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아니, 둘째 도련님. 저자는 최고가에 조금 더 보태도 팔 사람이었습니다. 굳이 왜 두 배를 부른 겁니까?"

"우리 정령님들이 이곳에 마나가 느껴진다고 하네?"

[웨엑.]

루룸은 당장 라르웬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역시 둘째 도련님께서는 현명하십니다. 그 가격에 네 배를 불러도 엄청난 이득이었는데 고작 두 배로 먹을 수 있다니."

"그게 뭐가 좋은 겁니까?"

카샬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자 하벨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좋다는 땅에 랜턴이 반응하는 것도 이상했고.

[내가 갔다 올게.]

루룸은 이야기가 진행되기 전에 얼른 문틈 사이로 빠져나갔다.

아는 이야기만큼 지루한 이야기는 없었다.

"아라 너는?"

[이 몸은 이게 더 궁금해.]

아라의 귀가 파닥거렸다.

라르웬의 시선에 카샬이 혀를 가볍게 차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라르웬이 말문을 열었다.

"마나는 마법사 때문에 마치 마법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달라."

"아니었습니까?"

[어어, 아니었어?]

하벨과 아라가 동시에 의문을 담아 물었다.

"세상을 이루는 건 자연이고, 그 자연에서 탄생한 정령들이 순환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유지 보수를 맡고 있어. 이때, 순환이 가능하도록 떠밀어주는 역할이 바로 마나야."

"그래서 정령사와 마법사가 쓰는 힘이 닮은 겁니까?"

라르웬은 하벨의 이해력에 흠칫거렸다.

어떻게 거기까지 바로 도달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말을 하려면 조금 더 풀어놓아야 할 테지만, 저렇게 바로 이해해버리니 라르웬은 뿌듯해하며 끄덕였다.

"맞아. 마나와 자연의 관계 때문이야. 어쨌든, 마나는 순환을 위해 세상을 떠돌기에 한 자리에 머물지 않지."

"그럼 루룸하고 아라가 맡은 마나의 냄새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응응, 대장 말이 맞아. 마나가 흐른다면 이 몸이 맡은 냄새가 지나가던 마나였을 수도 있잖아.]

"아니야. 냄새가 나는 건 고여있는 마나뿐이야. 그게 마법이든, 어떤 물체 속에 있는 마나든."

"이 땅 밑에 마나가 고여있다고 해도 그렇게 탐을 낼 정도입니까?"

횡재했다는 느낌은 있지만, 카샬이 말을 바꿀 정도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장담하건대, 곧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카샬은 하벨이 모르는 사실을 알기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막내야. 우리는 정령들의 도움으로 성장해. 그럼, 마법사는 대체 뭘로 성장할까?"

"설마……."

하벨이 말꼬리를 늘이자 라르웬은 키득거리며 끄덕였다.

"맞아. 마나가 고인 물체로 마나를 흡수해 성장해. 이런 곳을 마법사 협회가 거의 독점하고 있고."

[우와아!]

아라는 새로운 지식에 탄산음료를 처음 먹은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 진짜 신나네요!"

그제야 라르웬부터 시작해 카샬이 왜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를 이해했기에 하벨은 신이 났다.

마법사 협회가 눈독 들일 수 있는 물건을 이제 곧 손에 넣을 수 있다니.

그제야 랜턴이 반응한 이유를 알았다.

"그런데 형님. 이걸 마법사 협회가 모를 수 있습니까?"

"그래. 마법사라고 해서 다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야. 루룸은 특히 마법사보다 마나에 예민한 편이고. 설령 알았다고 한들, 마법사 협회도 귀족들의 눈치를 보고."

"그냥 마법사라는 이름은 마나가 발현되면 붙는 겁니까?"

"맞아. 그러니까 이건 횡재 수준이 아니지."

라르웬은 탁자를 가볍게 쳤다.

"여긴 이제부터 네 땅이야, 막내야."

"저도 좀 투자해도 됩니까?"

카샬이 슬쩍 물었다.

"너 하는 거 보고."

하벨은 키득거리다 잠깐 멈칫거렸다.

"탐나지 않으십니까?"

"내가?"

라르웬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물었다.

하벨이 고개를 끄덕이자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웃음이 아니라 그저 작은 웃음이었다.

"너한테 앞으로 줄 게 많아."

형이랍시고 밖에 나돌아다닌 시간이 더 많았기에 해준 게 없는데 뺏어간다니.

"줘놓고 뺏는 치사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으니까, 받아."

"그렇다면야 받겠습니다."

하벨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는 하벨 티에라를 위해서라도 좋은 행동이었으니.

쿵!

[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루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흠."

카샬이 뒤늦게 작게 기침했고, 하벨도, 라르웬도 입을 다물었다.

[우와아! 그러면 대장은 이제 부자가 되는 거야?]

아라는 인간에게 돈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배웠기에 알고 있었다.

부자가 되면 모든 게 좋다고 했다.

하벨의 후회를 받아들여 그가 떠올렸던 북극여우의 모습이 되었던 것처럼 자신은 하벨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니, 하벨이 언제나 행복하게 웃었으면 했다.

자기 전에 꼭 자신에게 행복했냐고 매일매일 묻곤 했으니까.

"이미 부자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르웬은 해맑은 아라를 위해 말 한마디 던졌다.

"알고 있으니 굳이 꺼낼 필요 없습니다."

카샬이 코웃음을 쳤다.

진짜 몇 번을 들어도 참 재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고오, 제가 늦었습니다. 아니, 손발이 달달 떨려서 차를 타는 게 참 힘들다는 걸 알았지 뭡니까."

남자는 꽤 부드러운 향기를 내뿜는 차를 내려놓았다.

[아니야. 어떻게 하면 더 비싸게 팔아야 하는지, 그 말만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

루룸은 가시를 세우고 남자의 등을 찔렀다.

순간, 남자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차는 됐고, 땅을 넘긴다는 이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돼."

라르웬은 가방을 하벨에게 넘겼다.

"아차차."

남자는 정신 없는 척하며 슬쩍 토지 계약서를 꺼내 놓았다.

차를 만들며 생각했다.

이 보잘것없는 땅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 무려 둘이었다.

정말 뭔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고, 이참에 경쟁을 붙이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참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행복은 잠깐 접어두고. 어서 서명하고, 가방을 가져간 후에 도망쳐야 할 건데요?"

하벨은 가방을 들이밀며 행복으로 범벅이 된 남자의 꿈을 깨트렸다.

"예……?"

"'예'가 아니죠. 당신도 이곳이 보잘것없는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하벨은 아직도 멍한 표정을 짓는 남자를 위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머리 굴리지 말고, 입도 무겁게 하고 다니고, 얼른 이 돈 가지고 도망쳐야 해요."

"……?"

찻잔을 쥔 남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가볍게 들리는 말투와 달리 그 내용은 한껏 무서운 것들로 가득했다.

"보잘것없는 땅을 비싸게 주겠다고 찾아온 자가 있었겠죠. 당신은 돈에 현혹되었고, 계약금을 받아 행복에 누리지 않았습니까? 내일, 네 목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하벨의 목소리에 비웃음이 어렸다.

"대체 귀족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절했을까?"

빙글빙글 돌던 하벨의 손가락이 가방을 향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벨은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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